성과관리를 다시 논하다

성과관리의 새로운 패러다임의 등장

불확실성 시대의 기업들은 전통적으로 해오던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예측과 경영 전략을 세우는 일에 불안감과 의구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연구에 따르면 1950년 이후 일정 수준을 유지해오던 기업의 이익 변동성은 1980년 이후 두 배 이상 확대됨은 물론 시장 경쟁에서 승자와 패자의 간극 또한 커지고 있다. 시장을 이끌던 주도 기업의 위상은 갈수록 불확실해지고 있다. 업계 3위 내의 기업이 순위 밖으로 사라지는 비중은 1960년 2%에서 2000년대 들어 14%로 크게 증가했다.

이제 기업들은 과거-현재의 패러다임을 뛰어넘어 불확실성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극복해내야 한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닌 적응하는 자가 살아남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마틴 리브스와 마이크 테임러에 따르면 기업의 적응성을 2 차적 역량(Second-order capability)으로 구분 짓고, 기존의 접근법인 1차적 역량(First-order capabilities; 시장 내 입지, 비즈니스 규모, 제품 생산 능력 등)으로는 더 이상 지속적인 경쟁우 위를 창출할 수 없으며 이의 대안으로 민첩성과(Agility) 적응력 (Adaptability)의 2차적 역량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1) 기업을 둘러싼 불확실성의 증가에 더해 한국의 노동 환경을 뒤흔드는 주 52시 간제 법제화 그리고 기업 내 새롭게 주류로 등장한 세대의 요구로 인해 많은 기업에서는 성과관리제도 변화를 적극 꾀하고 있으며, 이는 조직 구성원의 생산성 제고 측면 나아가 기업의 생존을 가름하는 적응성 확보의 측면에서 필수불가결한 요소라 하겠다.

다양성 존중, 개방형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새로운 성과관리 방식으로의 변화

IBM 역시 2015년 이후 기존의 성과관리방식의 한계에 부딪혀 새로운 성과관리로 변화의 필요성을 느꼈다. 과거 IBM의 성과관리는 상대평가 기반의 등급제를 근간으로 연간 단위로 운영하였다. 연초 수립한 목표와 연말의 비즈니스 결과를 검토하는 과정을 거쳐 모든 평가는 일년 단위로 측정하였고, 이 과정을 통해 받은 평가 등급은 직원의 급여나 보상 등 다양한 인사 결정에 있어 주요 요소로 활용되었다. 하지만 불확실성이 높고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의 요구에 대응하기엔 과거의 성과평가체계로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성과평가방식의 시의성과 적절성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이를 타개하고자 2015년 IBM HR은 전 직원 Jam(온라인 브레인스 토밍 세션)을 통해 새로운 성과평가체계에 대한 직원들의 의견을 취합하여 ‘등급제 폐지’, ‘피드백을 통한 코칭’을 근간으로 하는 새로운 성과평가체계의 큰 틀을 잡았다. 과거 IBM의 핵심가치를 정했을 때와 동일한 Bottom-up 방식의 커뮤니티인 Jam을 통해 고안된 핵심가치(모든 고객의 성공에 기여, 회사와 세계를 위한 중요한 혁신, 모든 관계의 신뢰 및 개인적 책임)가 그러하듯, 체크포인트(Checkpoint)라는 이름도 Jam을 통해 직원의 손에서 직접 탄생한 결과이다. 새로운 성과평가체계 도입을 통해 IBM 직원들은 단기 목표와 장기 목표를 비즈니스 상황에 따라 연중 언제라도 관리 자와 상의하여 유연하게 수립할 수 있게 됨은 물론 직원은 관리자와 적시에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본인이 부족한 영역에 있어 방향 또는 특정 행동을 개선하거나 수정해 나갈 수 있게 되었다. 성과 평가 시 의사결정 방식에 있어서도 변화를 주어 새로운 성과관리 제도 도입을 통해 과거 여러 차상위 관리자들이 모여 최종 의사결정기구의 역할을 했던 TBDM(Team Based Decision Making; 팀기반 의사결정) 방식을 폐지함으로써 직속 관리자의 평가자 권한과 책임도 대폭 강화하였다. 기업의 성과관리방식을 변화하는 과정에 있어 통상적인 Top-down 접근법을 지양하고 기업을 둘러싼 내외부 요인을 고려하여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의견 교류를 통해 상호 이해의 바탕을 조성하였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변화였다.

등급제 폐지, 상시 피드백을 통한 코칭, 스킬 중심의 성과관리 - IBM Checkpoint

2016년 새로운 성과관리 방식인 체크포인트(Checkpoint)가 도입 되었다. 직원은 단기 목표를 수립하고, 이에 대해 관리자는 적어도 분기마다 진행 상황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한다. 직원은 관리자로 부터 받은 연중 피드백에 근거하여 연말까지 총 다섯 가지 항목에 대한 평가를 받게 된다. 관리자는 비즈니스 결과, 고객 성공에 미치는 영향, 혁신, 팀원 간 협업, 스킬로 이루어진 평가요소 별 직원이 세운 목표 대비 초과했는지(Exceeds), 달성하였는지(Achieves) 또는 추가 노력이 필요한지(Expect More)를 평가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평가를 주고받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관리자와 직원이 어떤 점을 더 개선할 수 있을지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며 피드백을 주고받는 과정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IBM의 새로운 성과평가 방식 역시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연 간에서 상시’로의 변화라는 점에서 타 기업들의 성과관리 변화 추세와도 흐름을 같이한다. 즉, 조직 내 내부 경쟁을 부추기는 상대 평가(Stack ranking system)를 폐지하고, 협업과 육성 등 개인의 행동 변화에 목적을 둔 코칭 방식의 성과관리로 전체 조직의 성과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변화한 것이다.

IBM의 체크포인트 내 다섯 가지 평가 요소(비즈니스 결과, 고객 성공에 미치는 영향, 혁신, 팀원 간 협업, 스킬) 중 스킬(Skills)은 새롭게 등장한 성과평가 반영 요소이자 현재 IBM HR에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IBM에서 직원 스킬(People Skills)을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를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있으면 좋은’ 수준을 벗어나 ‘반드시 갖추어야 하는’ 요소로 바뀌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왜 우리는 스킬을 이야기하는가? 이를 위하여 격변하는 내외부 환경 변화 속 기업이 살아남기 위하여 주요 성공 요인(Key Success Factor)을 스스로 어떻게 진단하고 있는가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IBM 기업가치연구소의 2018년 보고서에 따르면 (Global C-Suite Study: 전 세계 약 1만 3천 명에 육박하는 CxO를 대상으로 인터뷰 진행 및 분석한 보고서) 기업의 최고임원 레벨이 생각 하는 ‘향후 2~3년 내 기업에 영향을 미칠 주요 외부 요소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약 61%가 People Skills(직원 스킬)로 대답하였다고 밝힌다. 즉, 기업 간 기술 격차가 점점 커짐에 따라 기업에서는 직원이 지닌 스킬의 중요성을 기업의 생존을 위한 주요 성공 요인으로 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많은 기업들에서 디지털 혁신을 고민함과 동시에 직원의 스킬 혁신(Skill Transformation)의 중요 성을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스킬 혁신 분야에서 특히나 글로벌 IT 기업들의 움직임이 두드러 진다. 그 원인을 생각해보면 IT 산업의 경우 타 산업 대비 높은 기술 의존성과 최근 4차 산업혁명을 통한 기술 융합의 최전선에서 산업의 변화를 이끌고 있고, 이러한 흐름에 맞춰 스킬에 대한 높은 적응력(Adaptability)과 빠른 학습 민첩성(Learning Agility)을 지닌 직원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산업 분야이기 때문이다. 하여 이들 기업에서는 직원 스킬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며 선발부터 육성, 평가, 보상에 이르는 HR의 전체 가치사슬을 관통하는 영역에서 스킬 중심으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에 IBM 또한 이러한 전략적 방향성에 맞춰 성과 평가 요소에 스킬 항목을 새롭게 추가하 여, 직원들의 실질적인 스킬 혁신(Up-skilling & Re-skilling 2) )이 가능하도록 조직적 환경을 조성하며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IBM의 새로운 성과관리방식인 체크포인트는 관리자-직원 간의 상시 피드백을 통한 코칭이 핵심이기 때문에 보상과의 직접적 연계를 지양하고 코칭을 통한 개발과 육성의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 도록 한다. 물론 보상의 판단 요인에 있어 직원의 체크포인트 결과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관리자가 직원의 보상 수준을 판단할 때에는 체크포인트뿐만 아니라 해당 직원이 수행하는 직무와 갖추고 있는 스킬이 지닌 희소성과 가치(Skill Value Index), 외부 시장 대비 급여 경쟁력(Pay Competitiveness), 커리어 잠재력(Career Potential)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상에 대한 결정을 수행한다.

기업의 인사전략에서 중요한 부분 중에 하나는, 제도나 시스템의 변화보다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통한 문화의 변화, 그리고 그것을 통해 직원경험을 강화하는 것이다. 그 문화의 변화 중심에서 성과 관리 또한, 과거의 업무성과를 '평가'하는 인사고과 방식에서, 현재와 미래를 '개선'하기 위한 피드백 중심으로 변화하게 된 것이며, 이런 피드백 중심의 문화 정착은 직원과 조직이 경쟁력 있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발판을 제공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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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Managing Uncertainty - Adaptability: The New Competitive Advantage, Martin Reeves & Mike Deimler, Harvard Business Review,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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