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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라야 혁신이 산다권영설의 창조경영
권영설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 2019년 12월호, 제178호 | 승인 2019.12.02 16:27

중국이 개혁·개방정책을 도입할 때 자유주의의 태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1974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에게 결정적인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덩샤오핑은 1978년 하이에크를 초청해 중국 국민을 가난에서 벗어나게 할 방법을 물었다. 하이에크는 농민들이 자기가 생산한 농산물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게 하라고 조언했다. 집단농장에서 공동생산, 공동분배하던 방식이 바뀌자 큰 변화가 일어났다. 3년 만에 농민들은 기아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셰일혁명의 비결은 사유재산권

‘파괴적 혁신’에서 보듯 혁신은 대개 저가로 승부하는 경우가 많다. 이전과 비슷한 가치를 제공하면서 훨씬 싼 가격에 상품이 나온다면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돼 있다. 미국 대형 백화점을 제친 월마트의 성공 비결이 바로 그것이다. 같은 가격이라면 이전보다 더나은 가치, 성능, 품질을 제공하는 업체가 시장을 장악하게 돼 있다. 이것이 혁신의 논리다. 가격을 정부가 통제하는 사회주의에선 불가 능한 일이다.

혁신은 경쟁력 있는 가격을 매길 수 있고, 그 가격에 팔 수 있도록 비용 구조를 갖출 때 성공한다. 최저임금 인상이나 주 52시간 근로제 등의 규제로 비용 구조가 왜곡되면 혁신 상품은 출시되기도 어렵다. 정부의 규제나 간섭은 대부분 시장 실패를 초래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남미다.

1938년 멕시코를 시작으로 베네수엘라 콜롬비아 에콰도르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이 석유·가스 등 자원산업을 국유화했다. 국유 자원이 국민에게 인기 영합 정책을 펴는 기반이 되면서, 산업이 발전하지 못하고 나라도 성장하지 못하고 국민도 결국 못 살게 되는 ‘남미병’이 초래됐다.

규제와 간섭이 新성장 기회 봉쇄

여기에 반해 미국에서는 21세기 들어 세기적인 혁신이 있었다. 바로 셰일가스 혁명이다. 100여 년 넘게 방치돼온 셰일가스를 수평·수직채굴법을 통해 뽑아낸 기술혁신 측면도 분명 있다. 그러나 더 큰 것은 사유재산권이었다. 자기 땅 밑에서 셰일가스를 뽑아내면 자기 것이 되기 때문에 너도나도 개발하게 된 것이다. 개발이 덜 됐거나 버려진 많은 지역에서 셰일유전이나 셰일가스전이 발견되면서 그 소유권을 보장받은 땅 주인들은 벼락부자가 됐다. 미국 농부들이 셰일가스가 터져 나오는 꿈을 꾸는 반면, 남미 농부들은 유전이 나올까봐 두려워한다. 토지와 주거지가 파괴되는 대신 보상금이 너무 적어서다. 시장경제라야 혁신이 이뤄지는 것이다.

최근 승용차 호출 서비스 ‘타다’가 규제에 막혀 자칫 불법 서비스가 될 위기에 놓였다. 타다 같은 서비스는 시간의 문제일 뿐, 결국 상용화될 것이다. 언젠가 무인 자율주행자동차가 거리를 누빌 때쯤이면 택시라는 사업 모델 자체가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 진입 기회를 놓치면 혁신은 사실상 실패다. 그리고 이번에도 ‘소비자 편익(Consumer Benefit)’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시장(이용할 사람)은 빠져 있고 정부와 업자들만 있다. 이런 간섭과 규제는 기업과 혁신가들을 해외로 내몰게 돼 있다. 한국발(發) 혁신 아이디어는 씨가 점점 더 마를 것이다.

 

권영설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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