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호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사노무처장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맞춰 기업도 저마다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이는 사기업뿐만 아니라 공기업도 마찬가지다. 이전에는 규율과 규제를 지키는 위계조직의 모습을 지향해왔다면 이제는 그 어느 조직보다 민첩하게 일하는 방식의 효율을 추구해가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기술·서비스 혁신으로 세계공항서비스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는 인천국제공항공사다.
김범호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사노무처장은 “일하는 방식의 혁신이 단순 캠페인이 아닌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직책자들의 일하는 방식의 변화, 즉 업무 속에서의 실천이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성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위해 오늘도 임직원 한 명 한 명의 니즈를 세심히 들여다보고 있는 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공사) 인사노무처를 찾았다.

먼저, 공사 인사노무처의 올해 핵심과제를 말해 달라.

지난해 우리 공사는 구본환 CEO의 취임으로 공항경제권 구축, 공항산업 연구활성화를 위한 테크마켓 운영 등 공항산업을 선도하는 First Mover가 되기 위한 새로운 비전 및 전략을 수립하였다. 인사 노무처는 이의 실천을 위한 기초로 적합한 인재를 선발하는 것에 역점을 두고 직무능력 중심의 블라인드 채용을 더욱 공고히 해나가고 있다. 이를 통해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인재를 선발해 나감과 동시에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는 정부정책에 공기업으로 적극적으로 대응,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도 앞장서 나갈 방침이다. 노동시장 변화, 즉 ‘존중’을 키워드로 하는 현 정부 정책에 맞춰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일하는 방식의 개선을 계속해서 살피는 것도 올해 핵심과제인데, 이는 요 몇 년 계속해서 역점을 두고 있는 현안으로 지난해부터 시행하고 있는 PC-OFF제, 집중근무시 간, 회의 줄이기 등의 캠페인에 더해 올해도 실효를 거둘 수 있는 다양한 제도를 도입, 운영해 나갈 계획이다. 이 밖에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 직무전문가 양성(two track: 전문가/관리자), 기술분야 연구직 채용 등이 올해 현안이다.

일하는 방식의 혁신은 이제 기업의 성장을 위한 필수 전략이다. 이와 관련 공사의 의지가 궁금하다.

주지하다시피 일하는 방식의 혁신은 근본적인 변화 없이는 보여주 기식, 이벤트성 캠페인으로 흐르기 쉽다. 일하는 방식, 나아가 조직 문화 혁신의 열쇠는 리더가 쥐고 있다. 이들의 사고, 행동이 바뀌어 야 하나의 문화로 정착될 수 있다. 조직문화는 가정의 가풍과 같은 것으로 쉬이 바뀌지 않는다. 가풍을 만드는 이가 가장이듯 기업의 문화를 만드는 것은 리더들이라는 판단에서 ‘조직관리’, ‘지시’, ‘보 고’, ‘회의’, ‘소통’을 키워드로 한 직책자의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주문, 직책자들에게 이를 적극 실천해나갈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인사 노무처에서는 단순 캠페인으로만 머무는 것이 아닌 실질적인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직책자의 일하는 방식 변화 실천 수준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직책자 대상 교육이 크게 늘어난 것도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실천하기 위함이다.

일하는 방식의 혁신은 결국 부가가치가 낮은 업무는 줄이고 없애야 함을 뜻한다. 이와 관련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그렇지 않아도 요즘 이야기하는 Fake Work, 즉 시간, 노력, 비용 등회사의 자원은 소비하지만 성과는 없는 가치 없는 일을 없애는 것도 올해 인사노무처의 주요 과제이다. 부가가치가 낮은 업무가 무엇인지 조사, 그 결과를 바탕으로 회사에서 하루빨리 제거해야 할 Fake Work를 도출하였는데, ▲불필요한 보고서 작성/꾸미기 ▲책임권한에 맞지 않는 관행적 상위 보고 ▲비효율적 회의 운영 ▲스탭부서의 중복/불필요한 자료 요청이 중점 개선 대상으로 확인되 었다. 올해에는 이 4대 Fake Work 개선에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줄어든 근로시간에 맞춰 일찍부터 다양한 제도를 도입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근로시간 단축 도입 예정에 있는 기업들에 제도 도입 및 실행에 있어 조언한다면.

어떠한 제도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기까지는 단계별 절차가 있다. 제도 안에서 행동에 제약을 두는 게 1단계라면 2단계는 생각을 행동에 맞추는 단계이다. 즉, 제도에 대한 구성원의 공감대가 이루 어져야 비로소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제도 도입에 앞서 먼저, 내부 직원들의 니즈를 파악하는 작업을 선행해야 한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유행에 편승하듯 선진기업의 제도를 무작정 쫓아가게 되면 ‘제도를 위한 제도’에 머물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다양한 제도 중에서 우리 조직이 허용할 수있는 제도가 무엇인지, 즉 우리 조직문화가 수용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다. 조직의 성격과 전혀 맞지 않는 제도를 섣불리 도입했다가는 안 하니만 못한 상황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가지 더 이야기한다면, 조직의 리더나 인사팀 등 주무부서가 먼저 솔선수범해야 직원에게 수용성 있는 제도로서 자리를 잡을수 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제도가 있지만, 실제 사용하는 사람이 많지 않으면 액자 속에 걸린 구호에 그치는 것처럼, 관련 제도를 리더나 인사팀이 먼저 선도적으로 사용해야 실행력을 높일 수 있다.

공사는 구직자가 선호하는 공기업 순위에 빠지지 않고 최상단에 이름을 올리는 기업이다. 그만큼 많은 지원자 가운데 적합한 인재를 뽑기 위해 노력할 텐데, 공사의 채용 프로세스 및 단계별 주안점에 대해 말해 달라.

공사는 블라인드 채용을 전제로 서류전형 -> 필기전형 -> 1차 면접 -> 2차 면접 -> 신체검사 및 신원조회 단계를 통해 인재를 선발 하고 있다. 먼저, 서류에서는 어학능력, 직무능력(자격증) 등을 심사 하며, 필기전형에서는 인성, 직업기초능력 및 직무수행능력(전공시 험) 등을 평가한다. 1차 면접에서는 상황면접, 토론면접, 영어면접 등을 통해 직무역량을 심사하며, 2차 면접에서는 심층면접을 통해 인성, 창의성, 인문학적 소양 등을 평가한다. 참고로 전형별 제로베 이스로 진행하여 이전 전형의 점수가 다음 전형 평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블라인드 채용이다 보니 서류, 필기 전형에서 적합한 인재인지를 검증하기가 쉽지 않다. 면접 단계를 세분화한 것도 다 이 같은 이유인데, 공사는 공기업의 일원으로서 올바른 가치관, 인성을 갖추고 있는지를 상황면접, 인문학 PT 면접 등을 통해 확인하고 있다. 참고 로, 공기업 일원으로서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고 있어 봉사활동 이력 등도 면접 단계에서 확인하고 있다. 덧붙여, 특정 주제에 대한 지원자의 생각을 글로써 확인하는 논술을 향후 채용전형에 포함시키는 것을 두고 현재 검토 중이다.

인재를 채용하는 것만큼이나 이들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한 인사노무처의 역할이라 생각된다. 공사는 우수 인재 유지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인재들이 조직 내에서 잘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우리 인사노무처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인데, 기본적으로 선발된 인재들이 자신의 역량을 잘 발휘할 수 있는 부서에 배치함은 물론 경력개발계획(CDP)에 기반하여 원하는 커리어를 쌓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와 함께 사내 온·오프라인 교육과정 및 국내외 유명대 학원 교육과정을 운영, 자기계발을 원하는 직원들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 외에도 본인이 하고 싶은 업무를 찾아 지원할 수 있는 팀원 공모제도(미래와창의팀, 문화예술공항팀)를 운영, 잠재력을 키울 수있도록 돕고 있으며, 본인에게 맞는 직무를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업무를 경험할 수 있도록 부서 순환근무제를 실시하고 있다. 또한 해외근무를 원하는 직원들의 니즈에 맞춰 해외공항 및 협력기관 파견제도를 운영, 다양한 해외근무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단행하는 이유는 줄어든 근로시간과 늘어난 비용 외에도 밀레니얼 세대가 조직의 주류로 정착하는 상황 속, 이들의 성향에 맞는 조직 운영 차원이기도 하다. 밀레니얼 세대를 고려한 제도 개선 노력이 있는지 궁금하다.

밀레니얼 세대를 고려한 인사 운영은 분야를 막론한 모든 기업 인사부서의 핵심과제일 것이다. 공사 또한 한창 세대교체가 일어나고 있는 중으로, 실제 5년 뒤면 밀레니얼 세대가 조직의 5~60%를 차지하게 돼 있다. 즉, 고근속 위주로 되어 있던 인사제도 전반을 저근속자들의 니즈에 맞게 혁신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으며, 이들의 업무 몰입을 높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 중이다. 공사는 ‘ON AIR! SMART ON!’이라는 기치 아래 비효율과 낭비를 철저히 배제하고 본질에 집중하는 문화를 지향하고 있다. 근무가 시작되면 스마트하고 밀도 있게 업무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한 것인 데, 구체적으로 스마트회의 시행, 스마트워크존 확대, 집중근무시간(10:00∼11:30) 운영, PC-OFF 제도 시행 등 불필요한 업무는 줄이고 업무효율성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추진 중이다. PC-OFF제는 매일 18:15분에 PC가 자동 종료되는 것으로, 초과근무가 필요한 직원은 부서장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와 함께 과거 직책자들의 업무지시가 앞뒤 맥락 없이 무조건식으로 이루어졌던 것을 이제는 육하원칙에 따라 일을 주문하는 방식으로 바꿔나가도록 직책자들의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주문하고 것도 세대간 간극을 줄이기 위함이다.
공사의 주요소식을 신속히 전달하기 위해 월간 <사람과 하늘>을 발행하고 있는 것도 결국은 세대간 신뢰와 화합문화를 구축하기 위함이다. 참고로 지난해 말 서울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19 대한민국 커뮤니케이션 대상' 시상식에서 <사람과 하늘>은 문화체육부 장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 밖에도 꿈나무 어린이집 운영, 육아를 위한 단시간 근로 도입 등밀레니얼 세대의 워라벨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 중이다.

인사관리 전반에 디지털화 바람이 일고 있다. 채용, 교육훈련, 성과관리, 보상 등 각 분야에 IT 기술을 접목하여 효율을 높이는 기업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는데, 공사는 어떤지 궁금하다.

공사 또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AI, Big Data 등의 기술을 HR 분야에 적용, 효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실제 지난해 하반기 채용부터 AI 면접을 도입, 이를 통해 면접 시 외적 선입견을 배제하여 공정성을 확보하였고, 기존면접에서 발견하기 어려웠던 지원자의 다양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채용 이외의 HR 부문에서 IT 활용은 아직까지 부족한 편이다. 추후 보다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HR 데이터 분석과 관리를 위해 IT기술을 도입하여 개선할 계획이다.

인사노무처의 앞으로의 계획을 말해 달라.

인사노무처의 수장으로 직원들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면담을 자주 하는 편이다. 면담을 하다 보면 직원들이 어느 부분에 갈증을 느끼는지를 알 수가 있는데, 상대적으로 젊은 직원들이 많아서인지 하나같이 자기계발, 성장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 물론 지금도 경력개발 제도가 잘 구축되어 있어 원하는 직무로의 이동이 용이하지만, 저마 다의 니즈에 따라 직무 이동이 자유롭게 하는 것, 성장 욕구에 대한 막힘을 풀어주는 것이 향후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부분이다.
이와 함께 신구세대 간 소통 증진도 풀어야 할 과제로 생각하고 있는데, 특히나 우리 공사의 핵심가치가 도전, 행복, 신뢰, 윤리이다. 신구세대 간 자유로운 소통 증진을 통해 서로가 신뢰할 수 있는 문화를 구축하기 위해 여러 활동을 전개해 나가고 있는데, 이러한 노력이 일시적인 캠페인, 이벤트로 흐르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관리,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챙겨나갈 계획이다. 보다 유연하고 민첩한 조직으로 거듭나는 인천국제공항공사를 기대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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