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두옥 홈즈컴퍼니 스마트워크 디렉터/베타랩 대표

코로나19가 국내 기업의 업무환경까지 바꾸고 있다. 바이러스 확산을 막고자 빠르게 재택근무로 전환하고 있는 것으로, 그러나 갑작스럽게 재택근무를 맞이 하다 보니 기업들의 고민이 깊다. ‘재택근무로 소통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닌지, 이로 인해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이 아닌지?’ 등 고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본지는 코로나 사태로 많은 기업이 재택근무로 전환하고 있는 상황에 주목, 금번 파워 인터뷰의 주인공으로 오랜 기간 스마트 워크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는 최두옥 베타랩 대표를 택했다. 최 대표는 “많은 기업이 코로나 사태로 갑작스럽게 리모트 워크를 시행하고 있지만 사실 이는 머지않은 미래의 우리 일하는 모습”이라며 “슬기로운 리모트 워크 생활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확인함으로써 저마다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다음은 최두옥 디렉터와의 일문일답.

오랜 시간 스마트 워크 컨설턴트로 활약하고 있다. 이 분야의 전문가로서 우리 기업들의 변화 양상을 짚어준다면.

국내 기업들의 스마트 워크 도입 양상은 크게 세 단계로 나누어서 설명할 수 있다. 먼저, 스마트 워크라는 용어가 등장한 2010년도 초기에는 주로 하드웨어 중심의 기기 도입에 방점이 있었고, 2016년 이후로는 업무공간을 혁신하는 스마트 오피스가 주목받으면서 공간에 대한 혁신을 함께 도모하는 형태로 발전되어 왔다. 그 배경에는 국내에 전격 도입된 대형 공유오피스 위워크의 영향이 한몫했다. 공유오피스가 활발해진 2018년을 전후해서 국내에도 ‘리모트 워크’ 또는 ‘재택근무(WFH: Work From Home)’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리모트 워크를 문화적인 이슈로 바라보는 기업들이 많아서 ‘좋지만 우리에겐 맞지 않는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는데, 2018년 리모트 워크를 도입해 운영하는 스타트업들이 생겨나고, 2019년에 워라밸이 국가적인 화두가 되면서 이를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기업들이 많이 생겼다.

최근에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세계를 강타하면서 대기업과 중견 기업들 중심으로 리모트 워크가 경영화두가 되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누구보다 이러한 달라진 분위기를 실감하고 있는데,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해도 리모트 워크를 ‘알리고’ 다녀야 했다면 이제는 많은 기업이 필요성을 인식, 어떻게 리모트 워크를 시작해야 하는지 컨설팅을 요청하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어서다. 앞으로 이쪽에 관심을 갖는 기업들이 많아질 것이다.

리모트 워크 도입에 있어 우리 기업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떨어져서 일하면 커뮤니케이션에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 않을까?” 대면 중심으로 일할 때의 업무방식을 그대로 도입할 때 생기는 부작용이다. 리모트 워크처럼 비대면으로 일할 때는 팀원들에게 일의 목적과 방향성을 먼저 알려주고, 각 업무의 마일스톤을 협의하고, 이후 각 단계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일이 진행되어야 한다. 한 공간에서 일할 때처럼 매 과정마다 마이크로 매니징을 하게 되면 커뮤니케이션 양만 많아질 뿐 성과는 나지 않는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리모트 워크를 한다고 해서 갑자기 업무방식을 바꾸기는 어렵다. 이를 위한 대안으로 리모트 워크 시 바로 연결 가능한 화상회의 링크를 공유하고 필요할 때마다 바로바로 소통하는 방법이 있다. 현재 내가 컨설팅하고 있는 한 회사의 직원은 리모트 워크를 할 때마다 구글 행아웃 오픈해서 링크를 공유하는데, 누구든 이 링크를 누르면 바로 스마트폰에서 화상회의를 할 수 있어 대면에서 비대면 업무로의 전환을 무리 없이 가능하다.

“리모트 워크 하면 일을 안 하지 않을까?”라는 우려도 많은데, 리모트 워크를 부분적으로 도입한 회사를 인터뷰해 보면 ‘방해가 적어져서 업무 능률이 올랐다’는 답변이 압도적이다. 특히 실무급일수록 더욱 그렇다. 직접 인터뷰한 한 20대 후반의 직장인은 자신의 집중력이 10이라면 이전 업무환경 즉, 사무실에서는 긴장감과 어수선함 때문에 집중도가 절반도 채 안됐는데, 리모트 워크를 시작한 뒤 두 세 배 이상의 몰입도로 업무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업무환경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봐도 업무환경의 가장 큰 불만은 ‘집중해서 일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직원들은 본인의 업무에 더 몰입하길 원한다. 리모트 워크는 이를 가능케 한다. 실제로 리모트 워크의 초기 도입 시 나타나는 흔한 부작용은 아침부터 밤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일해서 일과 삶의 영역이 희미해지는 것이다. 만약 리모트 워크를 시작하고 일을 게을리 하는 직원이 있다면, 이는 리모트 워크의 문제가 아니라 채용의 이슈로 봐야할 것이다.

리모트 워크 환경에 맞춰 조직 운영, 관리의 모습도 당연히 달라져야 할 것이다, 성공적으로 연착륙하기 위해 챙겨야 할것들을 단계별로 정리한다면.

리모트 워크의 성공이 기업 문화에 달려있다는 말은 맞기도 하지만 틀리기도 하다. 리모트 워크는 다양한 협업툴을 다루어야 하는 일종의 기술이자 반복할수록 늘어나는 연습이기 때문이다. 국내 많은 기업이 리모트 워크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문화적인 이유뿐 아니라 리모트 워크를 위한 실질적인 커뮤니케이션 툴을 다루는 데 서툴기 때문이다. 리모트 워크로의 업무 환경 전환을 고려한다면, 우선은 회사가 사용할 하나의 가볍고 저렴한 툴을 선택해야 한다. 비교할수록 좋은 툴은 너무도 많고, 또 몇 달만 지나도 새로운 툴이 계속해서 등장할 것이다. 관건은 ‘좋은’ 툴이 아니라 처음 사용할 쉽고 간단한 툴을 선택하는 것이다. 해외 서비스와 영어가 편하다면 글로벌 툴을 권하겠지만, 처음 리모트 워크를 시도한다면 국내 툴로도 충분하다. 쉬워야 많이 쓰고, 많이 써야 익숙해진다.

쉽고 가벼운 협업툴을 선택했다면, 체계적으로 툴의 사용법을 교육하고 회사 안에서 계속해서 활용 경험을 쌓아야 한다. 당연한 논리로, 리모트 워크를 할 때 잘 사용하려면 리모트 워크를 하지 않을 때에 부지런히 연습을 해야 한다. 전화해서 자리로 오라고 부르기 전에 메신저나 클라우드를 통해 용건을 전하고 간단하게 소통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단계가 완성되면 회사 내에서 자율좌석제가 현실적으로 가능해지면서 리모트 워크로 자연스럽게 확장된다.

다음 단계는 리모트 워크형 리더십 구축이다. 대면 문화에 적합한 리더와 리모트 워크 업무에서 좋은 리더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리모트 워크 환경에서 좋은 리더는 팀원들에게 큰 그림과 방향을 보여주고, 자신의 생각과 지시할 업무를 명확하고 간결하게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리더다. 생각이 날 때마다 일을 던지고 또 즉흥적으로 다 됐냐고 체크하는 리더는 리모트 워크를 더 비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다. 덧붙여, 인간의 자율성에 믿음이 있는 리더여야 한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지시와 명령으로 움직인다고 믿는 리더가 리모트 워크를 하게 되면 협업툴을 관리툴로 사용하기 때문에 팀원 들에게 이중고를 가져다 줄 수 있다.

리모트 워크를 방해하는 우리 기업의 문제점을 꼽는다면.

공유보다는 소유에 익숙한 기업문화다. 리모트 워크는 업무에 필요한 정보와 자원을 공유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러나 많은 국내 기업이 클라우드를 중심으로 문서와 자료를 오픈하는 것에 익숙 하지 않다. 우리 부서, 내 컴퓨터, 내 자료, 내 자리, 내 폴더… 이렇게 업무 프로세스와 자원을 개인적으로 소유하고, 특별히 요청을 받으면 상대에게 전달해 주는 것에 익숙하다. 이렇게 정보와 커뮤니케 이션에 접근할 수 있는 채널이 개인화되어 있으면 성공적인 리모트 워크는 어렵다. 한곳에서 일할 때는 필요할 때마다 요청하고 받으면 되지만, 떨어져서 일할 경우에는 그런 지체시간 자체가 비용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근태와 일을 동일시하는 문화도 문제다. 아직도 일찍 출근하거나 야근을 하면 성실하다는 칭찬을 하는 리더들이 많다. ‘사무실에 앉아있는 것’이 일이라는 인식은 ‘성과에 의미 있는 활동’이 일이라는 리모트 워크의 철학과 정면으로 대치한다. 심지어 리모트 워크나 유연근무를 도입한 회사에서도 직원이 자리에 없으면 “박 대리 어디 간 거야?”라며 사무실을 휘젓고 다니는 리더들이 있는데, 이런 근태 중심의 업무 문화가 리모트 워크의 속도를 늦춘다. 상사가 별 생각 없이 내뱉은 ‘김 대리, 오늘 늦게까지 열심히네!’라는 한마디가 리모트 워크의 정착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일일이 챙겨야 좋은 리더라는 생각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눈에 보여야 안심이 되고, 모든 과정을 하나하나 체크하고 피드백해야 성에 찬다는 리더들이 있는데, 이는 다르게 표현하면 직원을 믿지 못하는 것이다. 리모트 워크에서도 업무에 대한 피드백은 필수지만 마일스톤을 합의했으면 거기에 도착하기까지는 믿어주는 것이 좋다. 스마트폰이 있어서 주소만 알면 어디든 알아서 갈 수 있는 시대에 일일이 약도를 그려주고 십 분 마다 전화해서 얼마나 왔는지 확인한다면, 그건 케어가 아니라 방해일 테니까.

리모트 워크로의 전환을 비용으로 생각하는 기업들이 많다.

리모트 워크로 전환하는 데 단기적으로 비용이 드는 것은 사실이 다. 우선, 업무방식을 비대면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업무 비효율로 인한 비용이 발생한다. 또한 리모트 워크로 전환하는 동안 직원들의 업무효율은 일시적으로 20~30%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는데, 이로 인해 추가인력이 필요하거나 추가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특히 직급 중심의 위계문화가 강한 조직일수록 이 비용이 더 높아진다. 하지만 대승적인 차원에서 리모트 워크로의 전환을 고려하는 기업이 라면 하루빨리 전환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러한 비용은 언젠가 한 번은 치러야할 비용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그 비용은 커지기 때문이다.

다음에 드는 비용은 설비구축에 드는 비용이다. 리모트 워크를 위한 화상회의 시스템이나 재택근무 디바이스와 서비스구독료가 여기에 속한다. 이 역시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이지만 기술의 빠른 발전으로 단가는 급속도로 낮아지고 있다. 이미 시장에는 원격 커뮤니케이션 관련 서비스가 많이 나와 있어 엄청난 설비를 구축하지 않는 한 많은 비용을 들일 필요가 없다. 게다가 구성원들의 리모트 워크 수준이 이 기술 수준과 비슷해지려면 2~3년은 걸릴 텐데, 분명 그때는 더 좋은 기술이 더 저렴하게 나와 있을 것이니 처음부터 설비에 큰 투자를 할 필요는 없다.

마지막으로 교육 비용이 발생한다. 거듭 강조하는데, 리모트 워크는 문화 이전에 기술이고 연습이다. 많은 직원을 리드하는 상급자일수록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기에 리모트 워크 교육은 그 어떤 교육보다 섬세하게 설계되어야 한다. 리모트 워크 교육에는 기본적인 툴 사용방법은 물론, 비대면 커뮤니 케이션의 매커니즘과 특징, 그리고 새로운 시대의 리더십에 대한 교육이 포함되어야 한다. 만약 이렇게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데 리모트 워크를 꼭 해야 하냐고 묻는다면, 그 답은 시대가 알고 있다고 답하고 싶다. 몇 년 전 마이크로소프트 네덜란드 지점이 처음 스마트 워크를 시작할 때 암스테르담 사옥을 방문했었다. 당시 “왜 혁신을 했느냐?”는 질문에 “그건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것”이란 관계자의 답을 들었다. 유능한 직원들이 이베이나 구글 같이 개방적이고 창의적인 경쟁 회사로 빠져나가고 있었기 때문에 일하는 방식 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는 거다. 일하는 방식의 전환은 단기적으로는 비용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굉장히 수익성이 높은 투자라고 말해 주고 싶다.

리모트 워크 환경에서 오랜 시간 일한 것으로 알고 있다. 장점과 함께 과거와 비교해 달라진 가장 큰 변화를 꼽는다면.

장점이라 하면, 무엇보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는 점이다. 출퇴근으로 인한 시간 낭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크다. 현재 한 달 중 몇 주는 강남에 있는 사무실로 출근하고, 몇 주는 리모트 워크를 하고 있는 상황인데, 용인에 거주하다 보니 출근해야 하는 날은 적어도 7시 전에는 일어나서 출근 준비를 해야 한다. 출근 준비와 이동으로만 하루 4시간을 써야 하는데, 이는 일주일이면 20시간을 길바닥에 버리는 셈이다. 하지만 리모트 워크를 하는 날은 다르다. 7시쯤 일어나서 세수를 하고 커피와 간식을 가지고 업무 책상으로 가는데, 늦어도 7시 반이면 일이 시작돼 새로운 업무들이 오고가는 10시 전에 필요한 모든 일이 마무리된다. 리모트 워크를 안 했다면 전 날 늦게까지 했을 일인데 아침에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또한 따로 점심식사를 나가서 하지 않으니 그로 인한 이동시간도 줄어든다. 보통 저녁식사를 하는 8시 전까지 일을 하는데, 이 정도면 다음 날로 넘기는 일 없이 하루 업무가 깔끔히 마무리된다.

몰입과 집중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실무자일 때도 그렇고, 매니저급이 되어도 그렇고 사무실은 ‘일’을 위해 간다기보다는 사람 들을 만나러 가는 것 같다. 책상에 앉아 있어도 오고가는 업무들과 이것저것 물어보는 직원들 때문에 집중해서 일하기 힘들었다. 어느땐 시한이 촉박한 업무를 마무리하기 위해 회사 밖 카페에서 일을 하고 들어온 적도 있다. 이제는 리모트 워크를 하기 때문에 그럴 일은 거의 없다. 물리적으로 방해가 없으니 확실히 몰입과 집중이 잘된다.

성과중심 문화가 자연스럽게 정착되는 것도 리모트 워크가 갖는 큰 장점이다. 흔히 우리는 ‘일 = 출근하는 것’, ‘열심히 일하는 것 = 일을 잘하는 것’이라 착각하는데, 리모트 워크를 하면서 생각이 빠르게 바뀌었다. 출퇴근 자체에 대해 언급을 안 하다 보니, 성과가 나지 않은 일에 대한 핑계가 사라지고 자연스럽게 ‘성과’에 집중하는 문화가 정착되고 있다. 일은 출근하는 것이 아니라 ‘성과를 만들어내는 의미 있는 무언가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리모트 워크의 단점으로 고립감에서 오는 외로움이 자주 지적된다. 이를 보완해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해 보이는데.

한 사무실에서 일을 하면 갈등은 있을지언정 함께 일하는 느낌은 확실한데, 리모트 워크를 하게 되면 특히나 초기에는 함께 일하는 느낌이 적을 수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전사 혹은 부서원들이 모이는 정기적인 오프라인 행사나 소모임이 필요하다. 전직원이 100% 리모트 워크하는 오토매틱의 경우, 일 년에 1~2회 전세계의 모든 직원이 모이는 날을 만들어 리모트 워크의 소외감을 보완하고 있다. 오프라인에서 미팅을 하는 경우에는 공간사용료나 및 이동비 등을 지원한다.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에서 활발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창구를 열어주는 것도 가성비 좋은 보완책이다. 주로 사용하는 협업툴에 직원들의 소소한 잡답이나 관심사를 올릴 수 있는 채널을 열어주는 방식이다. 운동장에서 뛰는 축구보다 온라인 RPG 게임에 익숙하고, 카페서 수다를 떠는 것보다 인스타그램에서 댓글 소통에 익숙한 이른바 밀레니얼 세대는 온라인의 빠르고 긴밀한 인터렉션을 통해서도 충분히 연결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원활한 원격근무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격 없는 소통이 중심에 서야 한다고 본다. 리모트 워크 환경에서의 소통 원칙을 이야기한다면.

리모트 워크 시 소통의 원칙이라 하면, 반드시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리모트 워크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연결’이기에, 이전제가 없이는 리모트 워크가 불가능하다. 개인 사업자나 프리랜서 처럼 결과만을 논하는 게 아니라 한 팀의 멤버로서 리모트 워크를할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물론 리모트 워크로 일을 한다고 언제나 즉각적인 답변을 해 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빠른 응답과 피드백은 리모트 워크의 기본 매너이다.

다음으로는 ‘기록’ 중심으로 짧고 명확하게 소통해야 한다는 것이다. 리모트 워크 환경에서의 소통은 대면 업무의 소통을 단순히 글로 옮긴 것이 아니다. 리모트 워크의 소통은 비대면과 비동시성의 특징으로 하기 때문에, 최대한 중요한 것부터 명확하고 짧게 이야 기한다는 약속이 필요하며, 나중에 누구나 쉽게 정보를 확인할 수있도록 기록되어야 한다. 이런 리모트 워크의 소통 원칙이 얼마나 잘 지켜지느냐가 리모트 워크의 효율을 결정한다.

리모트 워크 환경에서의 회의 모습도 궁금하다. 더불어 회의 원칙도 짚어준다면.

화상회의 툴의 사용법을 익히고 미리 세팅을 하고 참석해야 한다. 물론 회사나 동료의 도움이 필요하겠지만, 툴이 낯설어서 화상회 의를 못하겠다는 것은 혼자 일하겠다는 말밖에 안 된다. 화상회의를 위해서는 처음 스마트폰을 만졌을 때처럼 툴 사용법을 익히고 지속적으로 연습해야 한다. 처음에 리모트 워크에 참여하면 예정 시간보다 10~15분 늦게 시작하기 마련인데, 이는 보통 한두 사람이 화상회의를 미리 세팅하지 않아서다. 리모트 워크 환경에서 한사람의 게으름은 모든 참여자의 시간을 낭비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또한, 화상회의를 할 때는 개인 이어폰과 마이크가 필수다. 리모트 워크 초창기에 노트북만 들고 카페에 가서 화상회의를 시도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경험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주변의 소음 때문에 미팅 자체가 불가능하다. 화상회의를 할 때는 이어폰과 마이크를 구비하고 참석해야 한다. 회의 시작 시간을 지키는 것도 중요한 에티켓이다. 오프라인에서는 만남 자체가 큰일이다 보니 앞뒤에 여유시간을 두고 만나는 경우가 많지만, 온라인에서는 미팅과 업무 간 전환이 빨라 종료시간을 연장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최대한 정시에 시작하고 정시에 끝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적어도 5분 전에 미리 접속해서 대기하는 것이 매너다. 이 밖에도 회의 전에 미리 안건과 관련 자료를 공유하는 것도 필수다. 짦은 회의는 의지로 되는 것이 아니다. 주최자가 사전에 준비를 했느냐, 참가자가 얼마나 고민을 하고 회의에 참석했느냐에 달려 있다.

리모트 워크가 기업 성과에 긍정적 영향을 끼친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 달라.

오토매틱 등 리모트 워크 선도기업들이 이 방식을 고수하는 데에는 기본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사무실 임대료 또는 유지 등에 따른 비용 절감 외에도 인재확보에 큰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리모트 워크가 정착되면 말 그대로 인재채용의 물리적인 범위가 확장된다. 시차가 없는 동일 시간대는 물론이고, 시차가 존재하는 다른 대륙에 서의 채용도 가능하다. 일례로 내가 직접 참여했던 K-Startu Grand Challenge가 좋은 사례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영어와 한국어를 기본으로 하고 제 3언어를 통역사 수준으로 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했는데, 리모트 워크로 진행한 덕분에 제한된 예산 안에서 유능한 인재들을 빠르게 찾을 수 있었다. 당시 프로젝트가 끝날 때까지 단한 번도 오프라인에서 만나지 않았지만, 성과가 좋아서 다음 해에도 동일한 업무를 리모트 워크로 진행한 바 있다.

앞에서 언급한 마이크로소프트의 네덜란드 지점 사례처럼 시장 경쟁력을 위해서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 지난해 말 제주에서 열린 ‘Remote Worker’s Camp’에 참여한 한 기업은 리모트 워크 도입을 준비하면서 채용 전 과정을 온라인으로만 진행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지원자에, 또 오프라인으로 진행할 때 보다 빠르게 채용이 완료됐다는 것에 크게 놀랐다고 전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채용을 위한 운영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고, 이렇게 채용된 직 원들은 이미 리모트 워크의 기본 역량을 갖춘 상태라 추가적인 교육 비용도 절감할 수 있었다고 한다.

기업 CEO, 인사담당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처음 컴퓨터가 나왔을 때 많은 사람이 전산팀이나 프로그래머만 컴퓨터로 일을 할 거라 말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분야를 막론하고 컴퓨터 없이는 일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세상이 됐다. 리모트 워크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일부에서 리모트 워크가 IT 기업에만 가능한 방식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머지않아 리모트 워크는 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나 산업군과는 별 관련이 없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거듭 강조하건대, 리모트 워크는 어떤 영역에서든 가능하다. 산업과 직군에 따라 리모트 워크화되는 양상이 다르고, 역사적으로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비대면 방식이 익숙하지 않을 뿐이다. 특히 모바일을 디폴트로 살아오지 않은 X세대들에게는 말이다. 그러나 익숙함과 방향성은 별개다. 만나지 않고도 소통하는 기술은 더 발전하고 저렴해질 것이며, 반면 오프라인으로 만나는 비용은 더 커질 것이다. 이미 시대의 방향은 정해졌다. 언제 그 방향으로 오를 것인가 하는 선택만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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