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의 저작권 클리닉

Q. 최근 보도에 따르면, 작품이 큰 성공을 거뒀는데도 계약조건 때문에 제대로 저작권사용료를 받지 못하는 등 권리를 침해당했 다며 소송을 낸 그림동화 <구름빵> 작가가 출판사 등을 상대로 소송을 냈으나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고 한다. 작가 패소 판결이 주는 시사점과 함께 그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애초에 <구름빵> 작가와 출판사가 책을 출간하기로 하면서 맺은 계약조항 중 “저작인격권을 제외한 저작재산권 등 일체의 권리를 출판사에 양도한다”는 부분이 있었다. 이 부분의 해석을 두고 양측이 엇갈린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재판부에서는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출판사의 손을 들어주었다. 결국 저작재산권 양도계약을 인정한 판결인 셈이다.

먼저 작가는 일체의 권리를 출판사에 양도하도록 한 계약서 조항이 불공정하고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 위배되므로 무효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조항은 계약을 체결한 2003년 당시 작가가 신인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상업적 성공 가능성에 대한 위험을 적절히 분담하려는 측면도 있다”며 “따라서 작가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불공정한 법률행위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작가는 책의 저작권과 별도로 동화 속 인물에 대한 캐릭터 저작권이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마찬가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그림책의 경우 어문저작물·미술저작물·캐릭터저작물이 결합한 것인데 앞선 계약서 조항에 따르면 출판사는 이들을 포함한 저작물 일체를 양도·양수하기로 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판단했다. <구름빵>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는 과정에서 주인공의 설정이 바뀌고 새로운 캐릭터나 배경이 더해져 동일성유지권이 침해됐다는 작가의 주장도 재판부는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새로운 캐릭터나 이야기가 추가된 부분은 이미 별개의 독립된 저작물이 돼버린 것”이라며 “동일성유지권이 침해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이미 2차적저작물작성권이 양도된 만큼 그 과정에서 이루어진 변형이 동일성유지권 침해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결국 재판부에서는 <구름빵> 출판계약을 정상적인 절차를 거친 저작재산권 양도계약으로 판단한 듯하다. 만일 이번 사건의 단초가 된 출판계약이 단순한 매절계약이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저작재산권은 저작권자에게 주어진 재산적 권리이므로 일정한 요건에 따라 그 권리를 다른 사람에게 양도하거나 행사할 수 있으며, 아울러 시간적 제한에 따라 소멸되기도 한다. 현행 저작권법 제45조에서는 ‘저작재산권의 양도’와 관련하여 “저작재산권은 전부 또는 일부를 양도할 수 있다”, “저작재산 권의 전부를 양도하는 경우에 특약이 없는 때에는 2차적저작물을 작성하여 이용할 권리는 포함되지 아니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한다. 여기서 ‘양도’란 법적으로 “자기 재산이나 물건을 남에게 넘겨줌”을 뜻한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전부 또는 일부를 양도할 수 있다”는 표현이다. 일반적인 소유권의 경우 그것의 전부가 아닌 일부를 양도한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지만, 저작재산권의 경우에는 저작물을 이용하는 방법에 따라 그 권리 또한 분리하여 행사할 수 있는 여지가 매우 많다. 저작권법에서는 저작재산권으로서의 복제권, 공연권, 공중송신권, 전시권, 배포권, 대여권, 2차적저작물작성권 등이 각각 별개의 권리임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권리자는 당연히 이용형태에 따라 권리를 분할해서 양도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이러한 별개의 재산적 권리조차도 쪼갤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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