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여 년간 한국 다국적 기업들은 짧은 기간 동안 급속도로 글로벌화된 사업에 걸맞은 HR 체계 마련을 위해 노력해왔다. 소위 ‘글 로벌 HR’이라고 부르는 인사 영역에는 글로벌 인재 육성/활용, 글로벌 리더십 개발, 글로벌 HR 조직, 글로벌 HR 시스템 구축, 주재원 관리 등 다양한 활동들이 포함된다. 그중 비교적 최근까지 상대적으로 노력을 집중해 온 활동은 해외법인으로의 인사제도 전파이다.

다국적 기업의 해외법인 인사제도를 글로벌 표준으로 통일할 것인지 아니면 각 법인 특성에 맞게 현지화할 것인지는 HR 리더들의 오랜 고민사항이다.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들은 모두 글로벌 표준을 만들어서 일관되게 적용할 것 같지만 이런 기업들은 주로 미국의 IT 기업이나 역사가 오래된 기업들이고, 실상은 글로벌 표준화와 현지화를 기업별 상황에 맞게 혼합해서 적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연구에 의하면 다국적 기업의 출신 국가, 산업 특성과 그에 따른 국제 사업 전략, 진출국의 제도/문화적 측면에서 본국과의 차이 정도 등의 요인들이 해외법인 인사제도에 대한 접근 방법을 결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동종업계 내에서 비교했을 경우 미국 다국적 기업들은 글로벌 표준화 중심, 일본 다국적 기업 들은 현지화 중심, 그밖에 유럽 다국적 기업들은 글로벌 표준화와 현지화 사이에서 중간 정도의 경향성을 보인다. IT 또는 자동차 산업처럼 현지화보다는 글로벌 통합이 중요한 산업에서는 인사제도도 좀 더 글로벌 표준화를 지향하는 반면, 현지화가 중요한 산업에 서는 현지화된 인사제도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진출 국가와 다국적 기업 본국 사이에 제도/문화적 환경의 차이가 클수록 인사제도의 현지화 경향이 커지게 된다.

해외 진출 초기에는 주로 현지인 HR 매니저를 채용하여 각 해외법인 특성에 맞는 현지화된 인사제도를 수립하거나, 주재원 법인장의 개인적 선호에 따라 인사제도가 법인별로 제각각 운영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지나치게 현지화된 인사제도의 운영에 따른 여러 문제점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본사에서는 어떻게 글로벌 차원에서 적용 가능한 인사제도를 수립하여 해외법인에 전파할지 고민을 시작하게 된다. 대표적인 국내 대기업뿐 아니라 해외 사업 비중이 높은 중견 기업들도 지난 10여 년간 해외법인 인사제도 수립에 있어서 여러 실험을 해왔고 그에 따라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은 바 있다.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워낙 경험이 많지 않은 분야이다 보니 당연한 결과이다.

필자와 공저자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Chung, Brewster, & Bozkurt, Human Resource Management, in press) 해외법인으로의 인사제도 전파에 있어서 반드시 극복해야 할 네 가지 측면의 ‘정 당성 도전 요인(legitimacy challenge)’이 있다. 국가 간 제도/문화적 차이는 여전히 크기 때문에 ‘적절한 인사제도’에 대한 인식은 국가 간에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인사제도의 해외전파 활동은 결국 다음의 네 가지 도전 요인을 극복하면서 어떻게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인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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