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 피에스아이컨설팅 Kouzes&Posner 리더십연구소 소장

은행원, 펀드매니저, 변화관리자, CEO, CFO, 강사, 코치, 컨설턴트... 갑자기 웬 직무들을 나열했을까 싶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놀랍게도 강사(편의상 강사로 통칭) 김광현을 소개하는데 빠질 수 없는 이력들이다. 그리고 그러한 진화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김 강사는 연결고리를 찾기 쉽지 않은 자신의 발자취를 두고 이 모든 게 리더십 전문가가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이야기했다. 조지워싱턴대학에서 MBA를, 그리고 다양한 산업군에서 쌓은 현장 경험을 무기 삼아 대상별 솔루션을 다르게 안내하는 피에스아이컨설팅 Kouzes&Posner 리더십연구소장 김광현 강사를 만났다. 김 강사는 리더십 교육에 하나의 솔루션은 존재할 수 없다며 대상별 전후 사정 이른바 맥락(context)에 맞춰 처방이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력이 다채롭다. 다양한 분야에서 공력을 키워왔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저 내가 하고 싶고 잘할 수 있는 것, 하면서 내가 행복한 것을 좇아서 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러한 삶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은행원, 펀드매니저, 조직의 변화관리자, CEO, CFO, 코치, 컨설턴트 등 언뜻 보기에 그동안의 경험들이 연결 고리가 없어 보이지만 이 중심에는 내가 있다. 내가 좋아하고 내가 하면서 행복했던 일들이다. 그거면 된 거 아니겠는가.

현재는 리더십 분야 전문강사로 활동 중이다. 강사로 전업하게 된 계기가 있나.

특별한 계기가 있기보다는 자연스러운 흐름, 그저 지난 발자취의 연결고리가 아닐까 싶다. 은행원으로 사회생활 시작, 운 좋게 회사 지원을 등에 업고 미국 조지워싱턴대학의 MBA를 이수했고, 국내에 돌아와서는 금융가의 꽃으로 불리는 펀드매니저로 일했다. 과정보다는 결과에 집중되는 펀드매니저 일이 가치관과 맞지 않아 중간 에 조직의 변화관리자로 직무를 변경했다. 지금 하고 있는 강사 일은 많은 컨설팅 기업을 상대했던 조직의 변화관리자 시절의 영향이 큰데, 실제 컨설팅사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주로 담당하면서 컨설 턴트라는 직업에 대한 매력을 알게 되면서 다른 직업으로의 전환을 처음 꿈꿨다. 그러한 생각을 하고 있던 중에 MBA를 함께했던 선배 로부터 교육회사를 같이 꾸려보자는 제안을 받아 HRD컨설팅 회사 이솝러닝이라는 회사를 운영했던 것이 강사로서 본격적인 시작이다. 강사라는 직업을 염두에 두고 그에 필요한 궤적을 걸어오진 않았지만 곱씹어 보면 지난 발자취가 오늘과 마주하게 된 하나의 과정이라 생각한다.

지난 발자취를 뒤쫓아가면 3~4년에 한 번 꼴로 현장으로 복귀했다.

교육회사를 운영하면서 리더십 강의도 함께 했는데, 강의를 하다 보니 현장을 바로 알지 못한다는 내적 갈증이 있었다. 실전 경험이 부족해 늘 반쪽짜리 강의라 생각하던 중에 마침 모 기업으로부터 스카우트 제안이 들어왔다. 교육회사를 운영한 지 4년째 되던 해에 있었던 일로, 사실 100% 완벽한 리더십 강의를 위한 현장 선택이라 말할 수 없겠지만 결과적으로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확실히 현장을 경험하고 돌아와서는 내 강의에 긍지를 가질 수 있었다. 이후에 연단, 현장을 3~4년에 한 번 꼴로 오간 것도 같은 맥락이다. 리더십 교육은 세상의 속도에 맞는 이론에 더해 현장에서의 감을 함께 가져가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연단이든 현장이든 리더십이라는 큰 틀 안에 서는 내내 같은 활동으로 생각한다. 강의가 기업이 잘되게 돕는 이른바 장기판의 훈수를 두는 일이라면 현장으로 복귀하는 것은 내가 직접 장기를 둠으로 해서 조직의 발전을 돕는 일로 이 둘은 결코 다 르지 않다고 본다. 대학병원의 의사가 교수자리를 겸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수술만 하거나 교수직에만 머물러 있으면 자연히 전문 성이 떨어진다. 이론과 실제를 함께 가져갈 수 있어야 전문가라는 수식어가 부끄럽지 않은 것인데, 그런 면에서 부족함 없이 내실을 다져왔다 생각한다.

여느 강사들과의 차별점, 강사로서의 경쟁력을 이야기한다면.

‘직면’이다. 앞에 대답과도 같은 맥락인데, 현장을 경험하지 않고서는 어떤 강의도 100%가 될 수 없다는 생각에 지금은 의도적으로 3~4년을 주기로 현장에서 경험을 쌓고 있다. 가장 최근에 했던 현장 경험을 잠시 이야기한다면, 2015년 위키트 리의 전무 겸 CFO로 현장에 돌아가 또 한번 많이 배웠다. 그간 정답 으로 알고 있었던 것들이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 이론과 현실은 다르다는 것을 다시 한번 절감했다. 거듭 강조하지만 이론과 실제가 만나야 제대로 된 솔루션을 제공할수 있는데 30년째 강사다 라고 하는 강사를 보면 의구심이 생긴다. 눈으로 익힌 지식만 잘 전달하는 것이 강사가 아니다. 손과 발로, 눈물과 땀으로 빚어낸 인사이트를 전해야 제대로 된 강사라 할 수 있다.

자신의 리더십 강의 키워드를 이야기한다면.

맥락(context)으로 요약할 수 있다. 내 리더십 강의는 교육 대상이 처한 전후 사정에 맞춰 처방이 다르다. 너무도 당연히 교육 대상별 상황이 다른 것 아니겠는가. 때문에 내 강의의 시작은 대상별 안고 있는 문제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것부터 시작한다. 리더십은 크게 리더 자신과 구성원 그리고 목표로 구성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이 트라이앵글이 기본 구조이다. 가령, 서번트리더십이 솔루션으로 강조될 때에는 리더 구성원 목표 사이에 구성원 축이 약하다는 전제가 있는 것이다. 이것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가 해당 교육의 핵심이다. 전략적리더십은 구성원과 리더의 관계는 문제가 없지만 일이 잘 안 풀릴 때다. 일의 우선순위, 방향성 정립이 교육의 주가 되어야 한다. 진정성리더십은 리더 측면에 문제다. 리더 자신이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았을 때로 리더 개인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 이렇듯 저마다의 맥락에 맞춰 솔루션이 각기 달라져야 한다. 가령 20명이 모여 리더십을 주제로 워크숍을 한다고 가정해 보자. 개중에는 구성원 축이 약한 사람, 리더 축이 약한 사람 또는 이둘은 문제가 없는데 목표 축이 약한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많은 강사가 이를 배제하고 동일하다는 전제하에 비전리더십, 카리스 마리더십을 키워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맥락을 살피지 않은 교육은 누군가에게는 아무 의미 없는 교육이 된다. 내 교육의 처음 한두 시간이 교육생들의 고민을 듣는 시간으로 채워진 이유이다. 교육과정은 대부분 비슷하다. 답을 주면서 토론할 것인지 아니면 토론하면서 필요한 것들을 끄집어서 연결시켜줄 거냐 방법론의 차인데,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에 앞서 대상별 안고 있는 문제들을 들여다보고 그에 맞춰 진단하는 것이 우선이다.

리더십 강의에만 주력하는 것이 이채롭다.

피에스아이컨설팅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기서는 리더십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다. 대부 분의 강사가 하고 싶은 강의를 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변죽을 한다. 시장에 수요가 충분하지 않아서인데, 그런데 그러한 과정에서 전문성이 떨어진다. 자신이 하고 있는 분야의 전문가라는 이름으로 당당히 서고 싶다면 해당 분야의 전후 좌우 전방위로 충분히 빠져 있어야 한다. 피에스아이컨설팅은 분야별로 전문강사들이 포진해 있다. 리더십 외에 다른 강의는 하지 않을 수 있는 이유다.

기업들의 달라진 교육 풍속도를 짚는다면.

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강사가 준비한 커리큘럼대로 교육이 진행 됐다면, 이제는 많은 기업이 교육 기획 단계에서부터 참여, 실제로 현업의 니즈가 부합이 된 과정이 될 수 있도록 현장의 목소리를 많이 내고 있다. HR 담당자들이 종전 관리 위주의 행정요원에 머물러 있었다면 이제는 과정을 개발해서 스스로 교육할 수 있을 정도로 수준이 많이 올라와 있다는 방증이다.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본다.

워스트 사례로 자주 거론하는 리더의 모습은 어떤 유형인지.

나르시시스트(narcissist), 즉 자기애 성향이 강한 CEO가 조직에 어 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 결과가 박사 논문 주제다. 나르시 시스트는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이러한 성향이 강하면 문제가 된다. 특히나 역할이 큰 자리일수록 문제가 더 커지는데, 나르시시스트 성향이 강한 리더들은 구성원을 수단으로 생각한다. 구성원을 공동체를 구성하는 일원으로 보지 않고 자신의 성취를 도울 하나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향이 짙어 문제를 야기한다. 특히나 자신의 그러한 성향을 세련되게 포장하여 자신을 위장하는 리더는 가장 최악이다. 구성원은 리더의 성향을 보고 계속 갈지 말지를 결정하는데 이러한 리더 밑에 있는 구성원들은 오래 가지 못한다.

밀레니얼 세대가 조직의 허리까지 올라온 상황이다. 지시, 통제가 아닌 자율성을 기반으로 역할 중심 리더십이 강조되는데, 리더의 소통법에 관해 간추려준다면.

이해하고 공감하고 포용하는 것이 소통의 원칙 아니겠는가. 밀레니얼 세대와의 소통이라고 해서 다른 소통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해를 기초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그러한 관계를 유지, 발전시켜나가는 노력이 필수다. 경우에 따라서는 리더가 밀레니얼 세대에게 배울 수 있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교육하다 보면 많은 리더가 “밀레 니얼 세대가 대화를 안 하려고 한다.”, “같이 하는 걸 싫어한다고 한다.”고들 이야기하는데 이는 과한 욕심이 빚어낸 성급한 판단이다. 스킬을 말하기에 앞서 이들에 대한 이해,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다가가려는 노력을 얼마나 했는지 되묻고 싶다. 밀레니얼 세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바라봐 주는 것부터 시작, 그 안에서 공감할 수있는 접점을 찾아가는 것이 관계의 시작이다.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많은 리더들이 만성피로증후군에 시달린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리더들에게 자기관리 팁을 전한다면.

교육 말미에 늘 하는 이야기인데, 리더들도 성장 단계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런데 마치 완전한 사람이라도 된 양 스스로가 그려놓은 프레임에 갇힌 리더들이 많다. 앞서 리더, 구성원, 목표 크게 세축의 조화가 리더십이라고 이야기한 것처럼 리더십은 혼자만 열심히 한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구성원과 함께할 때 완성되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리더가 리더십을 개인의 사유물 정도로 생각을 한다. 이러한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안고 있는 고민들을 구성원과 공유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해나갈 때 하나의 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고 더욱 건강한 리더로 성장할 수 있다.
덧붙인다면, 일상 속 자신만의 루틴을 갖기를 권한다. (꼭 리더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실수하는 부분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기 마련이 다. 스스로 어느 포인트에 어떻게 될 것인지 알면서도 순간의 감정을 억제하지 못해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실수를 주워담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악순환의 반복인 데, 일상 속 어그러지는 순간이 오면 그 순간에 대비한 자신만의 루틴을 만들어보길 추천한다. 출근해서 무얼 한다든지, 보고 들어가기 전에 무얼 한다든지, 구성원과의 대화 전에 무엇을 한다든지 등인간은 이성적인 존재로 2~3초의 시간만 주어지면 합리적인 생각이 가능하다. 그런데 그 2~3초를 억제하지 못하고 감정을 표출해버 리면 되돌릴 수 없는 상황으로 확대되는 경우가 많다. 또 그걸 회수 하기 위해서 더 많은 감정을 소비하게 된다. 내 경우도 강의 중 당혹스러운 질문을 받으면 어떻게 하겠다는 나만의 루틴이 있다. 넥타이 안쪽에 감춰진 배꼽을 지긋이 2~3초 정도 누르며 혼란스러운 감정을 억누르곤 하는데 실제로 꽤나 효과적이다.

본지의 주 독자인 HR담당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리더십은 리더와 구성원의 관계의 질로 정의 내릴 수 있는 것으로 즉, 직원과 리더 간의 관계에 따라 솔루션이 달라져야 한다. 그런데 마치 공통된 리더십 솔루션이 있는 것처럼 많은 강사들이 베스트 프렉티스 중심으로 교육을 이어간다. 리더십은 베스트 프랙티스 위주로 탑다운으로 배우면 안 된다. 베스트 프랙티스는 그저 참고사항이지, 주가 돼서는 안 된다. 앞집에 사는 아빠가 좋은 아빠라고 해서 내가 그 아빠처럼 행동한다고 좋은 아빠가 될까? 절대 그렇지 않다.
덧붙인다면, 교육의 시작도 끝도 동기부여가 핵심임을 강조하고 싶다. 교육은 무엇보다 피교육자로 하여금 지금 받는 교육이 내 문제와 맞닿아 있다라는 인식을 하게끔 하는 것이 중요하다. 동기부여가 일어나야 몰입이, 그리고 몰입하는 가운데 열정이, 변화가 생긴다. 그런데 이제까지의 리더십 교육은 이러한 동기부여 없이 이게 최신 리더십이고 반드시 이렇게 해야 한다라고 주문한다. 피교육 자들의 부담만 가중되는 것이다. 결국은 콘텍스트에 답이 있는 것 으로 피교육자는 자신이 다루지 못했던 문제가 교육을 통하여 해결될 때 그 교육이 성과를 내는 교육으로 인식할 것이다.

끝으로 강사로서 포부를 전한다면.

PSI는 지난 30여년 가까이 대한민국 리더십 교육의 산실로 성장했다. 리더십 교육을 기치로 내건 회사들은 많이 있었지만 한 방향으로 변함없이 오랫동안 지켜오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이제는 30년의 명성을 넘어 PSI가 명실공히 대한민국 리더십 종가로서 그 역할을 다하는 데 한 주춧돌을 놓고 싶다는 것이 리더십 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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