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설의 창조경영

도시는 기업보다 오래 살아남는다. 국가보다도 생명력이 길다. 경주는 천년고도이고 서울만 해도 700살이 넘었다. 아테네는 7000년, 로마는 2800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도시의 생명력은 사람을 끌어모으는 힘에 있다. 현대의 축제는 사람들에게 도시나 지역을 찾을 명분을 주는 최적의 이벤트다. 현존 세계 최고의 축제라고 하면 많은 이들이 영국 에든버러의 프린지 페스티벌을 꼽는다. 연간 3,800여 회의 연극, 오페라, 마술, 거리공연 등이 열린다. 공연 참가자가 3만 명이 넘고 티켓이 200만장 이상 팔린다. 관광객은 500만명 가까이 된다. 이 축제의 기원이라고 해 봐야 70여 년밖에 안 된다.

지역 축제는 블루오션 개척史

2차 대전 직후인 1947년 전쟁의 상처를 씻어내고 유럽의 문화예술을 새롭게 살려보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당시에는 에든버러 국제 페스티벌이었는데 이 행사에 초청받지 못한 극단과 아마추어 배우들이 별도로 소규모 극장과 거리에서 공연한 것이 프린지 페스티벌이다. 프린지(fringe) 즉 변방 세력이 주류가 됐다.

국내에서도 현대 축제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1950년대 이후 생겨났다. 1980년대부터 고개를 들어 지방자치제가 자리잡은 1990년대 중반 이후 급격히 늘었다. 문화체육관광부 통계에 따르면 한국에는 지난해 기준 989개의 축제가 있다. 지방자치제 발달과 연관이 큰 만큼 한국의 축제는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시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절박함이 있었고 경쟁도 치열했고 그 결과 놀라운 혁신도 이뤄냈다. 강원도의 산골 도시 화천은 자연환경이 열악하다. 얼음이 가장 먼저 얼고 가장 늦게 녹아 외지 손님이 거의 없었다. 폭이 300m가 안 되고 길이는 십 리 남짓한 화천천이 겨울에 꽁꽁 얼었을 때 산천어 80만마리를 풀어놓은 것이 혁신이었다. 인구 약 2만7,000명인 화천에 산천어 축제를 즐기러 지난해 18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다녀갔다. 3년 연속 외국인은 10만명을 넘었다. 직접 경제 효과가 1000억원이 넘는다. 충남 보령은 바닷가라 화천보다는 환경이 나아 보이지만 이곳도 해변 진흙이 골칫거리였다. 그런 애물단지를 효자 상품으로 바꾼 것이 머드축제다. 지난해 외국인 39만명을 포함해 180여 만명이 다녀갔 다. 2022년에는 보령해양머드엑스포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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