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민경 HR 블레틴 대표

업무 혹은 스팸으로 채워지는 이메일 박스 속, 그녀가 보낸 한 통의 뉴스레터는 지금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디를 향해 가야 하는 지를 알려주는 나침반처럼 간결하지만 힘이 있다. 일하는 방식에 대한 통찰과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HR 블레틴>은 구독자라면 누구나 받아볼 수 있는 뉴스레터와 매거진 오픈소스를 공유하고 있다.
역량진단과 성과관리 컨설팅 회사를 거쳐 지금의 HR 매거진을 창업 하기까지, 국내외 HR 관련 사례를 끊임없이 탐독하고 큐레이션하는 양민경 HR 블레틴 대표. 그녀의 역량에 수많은 경영, 인사 관계자들이 궁금증을 쏟아내고 방법론을 요청하는 지금,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를 물었다.

글 ㅣ 김소정 선임기자,  사진 ㅣ 김혜리 기자

 

월간 인재경영 2021년 01월호 / HR PEOPLE / 양민경 HR 블레틴 대표(사진제공)
월간 인재경영 2021년 01월호 / HR PEOPLE / 양민경 HR 블레틴 대표(사진제공)

 

먼저 이력을 짧게 소개해달라.

성균관대학교 심리학과 학사와 조직심리학 석사 과정을 거치면서 심리학적 행동에 기반해 ‘어떻게 하면 조직원들이 성과를 낼 수 있는지’에 대해 연구했다. 모든 사람이 각자 잠재력이 있음에도 불구 하고 스스로를 과소평가하는 모습을 보며, 자신의 능력을 객관적 으로 알 수 있도록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역량진단 컨설팅 회사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역량, 리더십, 조직문화 등다양한 진단과 컨설팅을 진행하면서 보고서 작성과 평가에 그치는 것이 늘 아쉬웠다. 개인과 조직의 현 상황과 잠재력을 아는 것에 머물지 않고, 현업에서 개발과 변화를 이끄는 데 보다 실직적인 도움을 주고 싶어서 성과관리 컨설팅 회사로 이직했다. 조직과 해당 직무에서 달성해야 할 성과, 업무 등을 스스로 설계하도록 MBO 중심의 코칭형 컨설팅을 진행했다. 컨설팅을 수행하다보면 많은 자료를 조사하게 되는데 오픈된 자료들은 전문성이나 최신 성, 신뢰성 측면에서 아쉬운 점이 있었다. 신박한 최신 연구, 글로벌 기업의 새로운 시도와 다양한 국가에서 진행되는 HR 관련 연구들을 정리해 소개하는 역할을 누군가가 한다면 어떨까,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징검다리가 되어준다면 뜻 깊은 일이 될 거라 생각해 HR 매거진 <HR 블레틴>을 창업했다.

<HR 블레틴>의 시작과 운영방식, 주요 콘텐츠는 무엇인가.

시작은 HR 블레틴을 커뮤니티로 가꿀 목적이었다. 내가 각종 보고 서, 논문, 사례들을 큐레이션해서 전달하면 인사담당자들이 모여서 그에 대해 토론하고 의견을 공유하는 자리가 만들어질 거라 생각했는데 그런 기능은 일어나지 않더라. 인사 분야 자체가 워낙 오픈하기 힘든 컨피덴셜한 내용이 많기도 하고, 조직과 업무가 지닌 보수적인 성향 탓도 있는 듯하다. 대신 HR 최신 트렌드와 해외 사례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뉴스레터 구독자가 늘고 플랫폼 방문자도 크게 증가했다. 리더나 인사담당자뿐만 아니라 조직에 속한 개개인의 업무와 자기계발에 도움이 되길 바라며 HR 관련 다방면의 정보들을 계속해서 오픈소스로 공유하고 있다. 콘텐츠를 보고 보다 구체적인 방법론을 물어오는 경우가 생기면서 교육과 컨설팅으로 업을 확장했다. 20년 12월 애자일 성과관리 온라인 워크숍을 시작으로 다양한 활동을 계획 중이다.

스스로 성장, 발전한다고 느낄 때는 언제이며 최근의 관심사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새로운 환경, 일, 책임과 도전이 주어졌을 때가 아닐까 한다. 첫 직장에서 PM을 맡았을 때나 새로이 성과관리 컨설팅 기업으로 이직 했을 때 등 잘 해내야겠다는 마음에서 더 큰 노력을 기울이게 되고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창업 3년차, 매일같이 자료를 찾고 트렌드와 이슈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도 스스로 시작한 일에 대한 책임과 계속해서 주어지는 도전이 있기에 가능하다. 최근의 관심사라기보다 전공과 업의 선택 과정에서도 보이듯, 늘 사람 그리고 그들의 잠재력 계발에 관심을 가졌고 나아가 개인과 조직이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드는 일에 일조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다. 때문에 개인의 능력을 찾아 일과 매칭, 개발하고 팀중심의 자율조직으로 성장하는 방법론을 꾸준히 공부해 국내 기업들에 알리고자 한다.

근래 HR 부문에서 일어난 가장 큰 변화를 꼽는다면.

최근 5년간 거론되어 왔던 키워드, 이를 테면 직원몰입,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등에 더해 ‘비대면’이 가장 큰 이슈다. 언택트 시대에 기업은 임직원 각자의 환경에 맞게 일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 비대면 환경에서의 직원몰입과 성과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깊다. 물론, 비대면의 효과에 대해서는 팬데믹 이전부터 선제적으로 조직 시스템과 문화를 갖춰온 기존 IT 업계나 DT가 잘 이뤄지는 기업들이 이미 데이터를 바탕으로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하고 있다. 하지만 그 외 전통적 업무방식에 익숙한 조직과 일의 특성상 대면 및 현장 활동이 많은 경우, 그리고 시스템과 제도를 정비하기 위한 투자가 어려운 중소기업은 여전히 언택트/온택트 방식의 근무 환경을 어려워하고 있다. 비대면 일하는 방식에 있어서 또 한 가지 장애는 ‘소통’을 위한 수평적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느냐의 문제다. 각자 자율적으로 일하는 환경에서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고립, 고독, 나아가 업무 생산성과 성과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 어느 때보다 회사가 지닌 조직문화가 일하는 방식의 성패를 좌우하는 시대가 아닐까 생각한다.

코로나 이후의 효율적인 업무방식을 그려본다면.

앞서 밝혔듯, 비대면 환경에서의 직원몰입과 성과관리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 사람이나 조직에 따라 혹은 업무나 상황에 따라 비대면이 적합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생산성을 낼 수 있는 방법을 그때그때 유연하게 취하기 위해서는 대면/비대면 근무 환경을 적절히 갖추고 개인이 선택할 수 있도록 자율성과 권한을 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중요한 점은 근무형태나 방식에 상관없이 임직원들에게 공평하고 수평적인 관계로 일을 한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것이다. 일례로, 한 기업에서 재택근무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일부 직원만 재택근무를 실시했더니 사무실에서 근무할 때보다 업무량이 증가했다고 불만을 호소했다.
또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들과의 소통도 어렵고 소외감도 들었 다고 한다. 재택근무자들은 소통이 투명하지 않으면 혼란을 느끼고 기업과 조직에 대한 불신으로 번지기 쉽다. 소통의 주기와 내용을 투명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리더가 정보를 잘 알려주고 소통하려는 노력을 보이는 것을 조직원들이 높게 평가한 서베이 결과도 있다. 일의 공정성, 소통, 소속감을 잘 챙겨야 개인의 역량도 발휘될 수 있음을 상기하여야 한다.

다양한 세대와 그에 따른 조직문화 가꾸기에 있어 HR이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엄밀히 따지면 세대 간의 차이는 HR이 관리할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단지 현 시대뿐만 아니라 과거부터 줄곧 각각의 특성을 지닌 여러 세대가 이어져 공존해왔다. 세대 간 어울림은 회사가 지침을 내리거나 특정 세대가 다른 세대를 가르치는 문제가 아니다. 서로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고 소통하려는 개개인의 노력이 필요 하다. 물론, 인사담당자는 조직의 주축으로 부상한 밀레니얼 세대 들의 특징을 파악하고 채용, 육성, 평가, 보상 제도를 설계함에 있어 적절히 변화를 준비해야 한다. 학교나 커뮤니티에서는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들이 기업과 조직에서는 도리어 역행한다고 얘기 하는 요즘 친구들의 이야기도 틀린 말은 아니다. 국내 기업들이 여전히 과거 제도나 문화에 익숙하여 새로운 세대를 받아들일 준비가 미흡하다는 얘기다. 이번 기회에 비효율적인 부분들을 점검하고 여러 세대가 효율적으로 소통, 일하기 위한 환경을 만들어보자.

현 시대가 필요로 하는 리더십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리더십은 항상 중요하게 다뤄지는 키워드이자 실제 기업에 가장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과거처럼 비즈니스가 제한적이고 잘 변하지 않는 환경에서는 오랜 지식과 경험을 쌓은 특정 사람이 답을 가지고 조직을 이끌 수 있었지만, 지금처럼 급변하는 시대에는 리더 뿐만 아니라 관계된 모든 이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는 것이 중요 하다. 늘 새롭게 탄생하는 것들과의 경쟁과 항상 새로운 것에 목마른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혁신이 필수이며, 그 원천은 다시 사람이다. 각각의 아이디어를 잘 모으는 것이 혁신의 시작이라고 한다면, 지금의 리더는 의견을 공감하고 수용하는 능력을 갖추 어야 한다. 계속해서 회자되고 있는 인클루시브 리더십(inclusive leadership)과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도 같은 맥락이 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개인을 존중하는 문화 속에서 모두의 아이 디어가 평가 없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어야 하고, 리더는 직원들을 적극 지원하고 독려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국내 인사담당자들에게 조언하고픈 바가 있다면.

애자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피플 애널리틱스 등 IT가 전통적인 HR의 기능과 역할에 끊임없이 접목되고 있다. 그런 만큼 일하는 내용과 방식이 변하고 조직구조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기술변 화에 따른 스킬 업데이트 주기도 빠르다. 이러한 키워드들을 그저 유행이나 글로벌 대기업의 영역으로 치부하지 말고, 변화의 배경에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정보를 살폈으면 한다. DT 성숙도가 높아질수록 행정적인 것들이 기술로 효율화되고 인간과 개인에 대한 심도 깊은 고민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기는 만큼, 특히 인재관 리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를 고민해봐야 한다. 직원의 역량을 파악하고 그들이 몰입,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일터를 가꾸는 일에 HR 조직이 기여할 수 있기를 바라며, 인사담당자의 역할에 자부심과 책임감을 가지고 변화하는 시대를 리드하기를 기대한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 목표를 전해달라.

HR 블레틴이 국내외 다양한 HR 정보를 큐레이션하여 인사담당자 뿐만 아니라 콘텐츠를 필요로 하는 모든 이들에게 실천과 실행의 촉발제 역할을 했으면 한다. 읽고 지나치는 자료에 그치지 않고 업무나 삶에 적용할 수 있는 소스가 되었으면 좋겠다. 더불어 자율조 직, 자율관리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그 필요성이 강조되는 만큼 자율관리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애자일 성과관리’를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싶다. 매거진과 다양한 온라인 워크숍을 통해 커뮤니티 활성화도 목표로 하고 있다. 새로운 기법, 이론들이 세상에 나왔을때 우리 조직에 어떻게 적용하고 실험할지를 서로 토론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겠다. 

아이들을 보면 인간의 가공되지 않은 본성을 알 수 있다. 끊임없이 기어다니며 보고 만지고 느끼고자 하는 호기심은 직장인들에게도 분명 잠재되어 있다. 이는 기업이 원하는 직원 역량이기도 하다. 개인도 커리어를 개발하고 성장하기를 원하고 기업도 마찬가지인 데, 왜 잘 안 될까? 일 잘 하는 직원, 성장하는 기업, 궁극적으로 행복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개인과 기업의 하나된 목표를 확인 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노사 간의 신뢰, 적절한 권한이임과 자율적 문화를 바탕으로 함께 발전하는 기업문화를 만드는 데 기여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론을 개발하고 공유하고자 한다. 언제든 궁금한 사항은 HR 블레틴 이메일로 문의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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