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 본사를 둔 하니웰(Honeywell)은 2019년 기준 순매출액 36조 이상을 달성한 글로벌 기업이다. 항공우주, 건물 및 공장 제어 시스템, 안전/생산 관련 솔루션을 통해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미래를 바꾸는 기업’으로서 사명을 다하며 전 세계 70여 개국의 산업 발전을 이끌고 있다. 포춘 100대 기업에 선정될 만큼 규모면에서나 비즈니스 가치 측면에서나 세계적인 명성의 기업이지만, B2B 특성상 일반 대중이 관심을 가지기엔 조금 먼 이름인 것도 사실이다. 1984년 한국 진출 이후 변화와 성장을 거듭해왔지만, 작년 코로나19 발발부터 1년간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때마침 하니웰에 합류해 조직의 위기 극복과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김정옥 하니웰코리아 Country HR Leader는 “왜 HR이 비즈니스에 적극 참여하여 대담하고 용기 있게 제 목 소리를 내야 하는지, 지금과 같은 힘든 상황에서 더 잘 드러난다.”고 말한다. 멀티내셔널 기업들에서 오랜 경험과 실력을 쌓으며 ‘현장 중심 HR’을 실천해온 그녀는 비즈니스 이해력이 높은 HR 전문가로 통한다. 행정과 관리에 그치는 HR이 아닌, 비즈니스의 전략과 조직문화를 만드는 주 체로서 용기 있는 행보를 이어가는 그녀를 만나 하니웰의 미래와 HR이 나아갈 방향을 함께 들어본다.


포춘 100대 기업이지만 B2B 기반이라 대중에게는 낯선 이름이다. 하니웰(Honeywell) 소개를 부탁한다.

하니웰은 우리가 사는 도시, 건물, 이동수단을 변화시키는 일을 한다. 사업분야는 항공우주산업, 빌딩제어 및 관리, 석유화학/정유 등 의 공장제어 시스템 그리고 안전성 및 생산성 솔루션이다. 1906년 설립 이후 전 세계 70여 개국에 진출해 엔지니어 18,000여 명, 소프트웨어 개발자 9,000여 명이 일하고 있으며 2019년 하니웰 연차보 고서 기준 순매출액 36조 이상을 달성했다. 등록 및 출원 중인 특허도 35,500건 이상이다. 한국하니웰은 1984년 LG그룹과 조인트벤처 로 LG하니웰이라는 이름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1999년 하니웰이 100% 지분을 확보함으로써 하니웰코리아로 회사명이 변경되었으며, 현재 총 4개의 법인(한국하니웰, 한국하니웰 애널리틱스, 한국하니 웰 PMT, 한국하니웰 UOP)에서 6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하니웰의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간단히 언급한다면.

글로벌과 한국하니웰 법인들의 비즈니스 영역은 동일하다. 가장 역사가 오래된 기초 사업은 빌딩제어 사업부와 공장제어 사업부이며, 전 세계 75개국에서 우리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나머지는 M&A 과정을 통해 더해졌다. 항공우주산업의 경우 구성원은 적은데 글로벌 기준 가장 큰 매출을 담당한다. 국내의 경우 PMT(Performance Material & Technologies) 즉, 석유화학/정유 공장제어 시스템 부문이 가장 크다.

하니웰코리아 Country HR Leader이자 올해로 경력 29년차 직장인이다. 그간의 이력이 궁금하다.

대학 졸업 후 약 10년간은 바잉 오피스의 세일즈 매니저, 미국 엔지니어링 기업 벡텔(Bechtel)에서 오피스 매니저로 일하며 다양한 업무를 담당했다. HR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시기는 글로벌 제약 기업 일라이 릴리(Eli Lilly)에 입사하면서부터다. 2000년대 초반부터 전략적 비즈니스 파트너라는 용어가 HR 구루들에 의해 떠올랐고, 일 라이 릴리에 근무할 당시 그에 대한 정보를 많이 접했다. 본래 사람에 관심이 많고, 어떻게 하면 사람을 성장시킬지에 대한 호기심이 강했던 터라 ‘전략적 비즈니스 파트너로서의 HR’이 어떤 기능과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지에 집중했다. 비교적 뒤늦게 HR을 접했기 때문에 하루 3~4시간 자고 일하고 공부하기를 꾸준히 했고, 서강대 MBA(조직개발)도 수료했다. 제약/헬스케어 기업이 지닌 ‘인류의 삶을 좀 더 밝고 건강하게 만드는 데 기여한다’는 철학도 매력적이었지만 일라이 릴리에서 근무한 5년의 경험이 지금까지 HR 담당 자로 성장하고 발전하는 토대가 되었다. 이후 반도체 기업, GE, 소비재 기업, 직전의 박스터(Baxter)까지 다양한 산업의 HR을 경험하고, 현재 하니웰코리아의 Country HR Leader로서 근무하고 있다.

국내 4개 법인을 아우르는 HR Leader로 합류한 시기가 하필 코로나 발발 시점이라 힘들었을 듯한데.

새로운 조직에 합류하기에 앞서 ‘내가 어떤 부분에 기여할 수 있는 가’를 먼저 생각하고 나름의 그림을 그리며 입사했는데, 사실 코로나 때문에 내가 해야 할, 하고 싶은 일은 거의 시작하지 못했다. 우선 코로나로 인해 하니웰 역시 비즈니스 타격을 크게 입었다. 사업부 중 항공우주산업이 글로벌 매출 33%를 차지할 정도로 큰데 작 년에 절반 이상이 무너졌다. 어떻게 손해를 만회할 수 있을지에 대한 Cost Action에 거진 10개월을 썼다. 그 과정에서 인원감축을 주도해야 했기에 처음에는 직원들의 시선이 차갑게 느껴졌다. 새로운 HR Head에 대한 기대가 있었을 텐데, 오자마자 사람들을 내보내는 일을 했으니 그 과정을 다듬어가는 노력이 필요했다. 원래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스타일이라 끊임없이 만나고 듣고 이야기 나누며 힘든 과정을 하나씩 마무리 지었다. 또 하나의 허들은 하니웰의 비즈니스가 워낙 복잡하고 어렵다는 점이다. 산업군도 다양하고 소프트웨어 기술 중심의 B2B 기업이라 책과 인터넷을 통한 정보로는 겉핥기에 불과하다. 이전까지는 HR 담당자 중에 비즈니스 이해력이 높고 미팅에서 날카로운 질문을 한다는 평을 자주 받았는데 여기서는 아직 듣지 못하고 있다. 각 파트의 리더들을 직접 만나고 배우기를 지속해야 하는 것이 숙제다.

하니웰코리아에서 본인의 역할은 무엇인가. 

한국 내 4개 법인의 HR 리더로서, 글로벌 HR 전략을 로컬과 연계시키고 전체 HR 제도와 프로세스를 운영하는 책임자이다. 현재는 비즈니스 상황에 맞춰 어떤 직무가 필요한지, 부서별로 몇 명이 사업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판단해 조직을 재편성하는 작업과 리더십 체인지를 진행하고 있다. 잡 인터뷰 당시 조직 전반의 트랜스포메이션을 이끌 사람을 찾고 있다고 했고 그에 기여하고자 입사했는데, 아직은 큰 그림보다 기업 비즈니스를 이해하고 현업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더욱 힘을 쏟고 있다.

하니웰코리아 HR 조직은 어떻게 일하고 있나.

보통의 회사는 하나의 HR 조직 안에 모든 역할과 업무를 담는데, 하니웰은 HR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업무별로 쪼개어 수직적으로 움직인다. 직접적으로 비즈니스 리더와 직원을 접하는 HR 비즈니스 파트너 조직을 중심으로 역량 개발, 보상 및 복리후생 등을 담당하는 COE(Center of Excellence) 조직과 기타 HR 관련 행정 업무를 담당하는 HRS(HR Service) 조직이 별도로 운영되고 있다. 또한 HR Direct라는 인트라넷을 통해 직원과 매니저들이 스스로 HR 관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궁극적으로 모든 하이어링 매니저들이 HR 매니저 역할을 할 수 있는 조직이 되어야 진정 강한 회사라고 할 수 있다.

올해 HR 조직이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

비즈니스 영위와 손실을 회복하기 위해서 어떤 사람들을 영입해야 하는지, 내부 직원을 어떻게 개발해야 하는지 등 인재개발이 우선과제다. 내부적으로 ‘Succession Plan’(차세대 리더양성)으로 명명하는데, 팀장 또는 부서장이 회사를 그만두거나 다른 포지션으 로 이동할 때 기존 포지션을 그대로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을 조직 내에서 자체적으로 키우자는 거다. 직무와 사람 간 역량 차이를 분석하고 개발하는 과정을 통해 조직이 더욱 견고해질 수 있다. 두 번째는 리더십이다. 기업과 조직의 문화는 리더십에 의해 만들어진다. 때문에 하니웰의 비전과 목표를 이해하고 올바른 사고와 행동양식을 갖춘 리더를 발굴, 육성하는 노력을 꾸준히 지속해야 한다. 하니웰은 리더십 엣지 프로그램 등 다양한 콘텐츠로 코칭을 진행하고, 360도 다면평가를 통해 대상자가 어떤 역량이 있고 어떤 가능성이 있는지를 평가해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도록 돕는다. 세 번째는 직원 몰입이다. 직원의 몰입과 만족도는 회사의 성장과도 직결된다. 그간 중단된 임직원 서베이를 활성화하여 의견을 듣고 근무환 경과 제도를 정비할 계획이다. 과거의 LG하니웰이 아닌 진정한 하니웰로 트랜스포메이션하는 과정이 앞으로 5~10년 더 지속된다고 볼 때, HR 책임자로서 지금의 한 걸음 한 걸음에 최선을 다해 기여하고자 한다.

엔지니어가 많은 만큼 특히 남성 비율이 압도적인 조직이다.

일하는 방식과 문화는 어떠한가. 국내 600여 명 직원 중 엔지니어가 다수이고 남녀 성비는 약 85:15 로, 외형적으로 보면 분명 남성 중심의 조직이다. 글로벌 하니웰 의 여성 성비 목표가 APAC이 35%인데 한국은 15%에 불과하다. Gender Diversity가 화두인 요즘, 채용 시 일정 포지션 이상은 반드시 여성후보자를 보라는 글로벌 지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원자의 절대다수가 남성인 상황에서는 쉽지 않은 숙제이다. 그렇다고 없는 여성지원자를 억지로 만들 수도 없고, 여성과 남성을 구분하 는 것 자체가 또다른 차별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준을 달리 가져가야 한다. 성비의 밸런스 대신, 리더들이 포용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코칭을 실시하고 여성과 남성을 무의식적으로 구분하고 편견을 가지지 않도록 교육한다. 버티컬 조직이지만 부서 간 소통은 굉장히 자유롭다. Microsoft Teams를 통해 수시로 소통하며 업무를 공유, 업데이트한다. 일찍 이 유연하고 오픈된 문화를 만든 덕분에 코로나19 발발부터 지금 까지 업무상 문제나 타격은 없었다. 한참 심각했을 때는 코로나 대 응팀을 제외하고 전원 재택근무를 실시했고, 현재는 조를 나누어서 출근하고 있다. 상사의 지시나 강요 없이 모든 직원에게 자율, 권한, 책임이 주어지는 것이 하니웰의 일하는 방식이다.

인재 채용에 있어 중점을 두는 부분이 있다면.

하니웰은 ‘8 Behaviors’ 즉, 여덟 가지 행동 역량을 바탕으로 직원을 채용, 평가, 개발시키고 있다. 이는 ‘비즈니스의 지속 발전’을 추구하 고 ‘성과중심 조직문화’를 강화하며 ‘회사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요 구되는 역량을 의미하며 곧, 하니웰의 인재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 모든 역량이 중요하지만 그중에서 “Be Committed(회사의 주인처럼 행동할 것)”과 “Be Courageous(대담하고 용기 있는 행동)”을 특 히 강조하고 있다. 더불어 하니웰은 커뮤니티, 도덕성 및 준법정신, 기업의 영속성 그리고 다양성과 포용성을 중요시 여긴다. 하니웰 입사 희망자라면 앞선 행동 역량과 가치들을 다시금 되새겨보았으면 한다.

국내 인사담당자들을 위해 업무 또는 자기계발 조언을 구한다.

HR People로서 저마다의 목표가 있겠지만, HR 조직이 비전을 가지고 기업 구성원들로부터 신뢰받고 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향점은 동일하다. 이를 위해서 본인이 맡은 업무와 관련하여 폭넓은 정보습득과 다양한 학습을 통해 스스로의 역량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쉬운 방법은 본인에게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의 ‘경험’을 누리는 거다. 손쉽게 정보를 구하고 가공하는 것에 능하지만 실제 몸으로 부딪히고 경험하기를 의외로 주저하는 친구들을 많이 본다. 자신에게 주어지는 일을 미래의 성장동력으로 활용하라고 조 언하고 싶다. 어떤 경험이든 그것이 추후 본인 역량이나 성장 가능 성을 배가시키는 자원이 될 것이다. 더하여 어느 정도 결정의 위치에 있는 매니저급 HR에게는 ‘소신’을 가지라고 말하고 싶다. CEO부터 각 조직의 리더, 구성원 개개인에 이르기까지 HR은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 기업을 유연하게 이끄는 역할을 담당한다. 모두의 의견을 소중하게 여기는 자세는 좋지만, 소신이 없으면 한 곳으로 휩쓸리거나 정치적이 되기 싶다. 전문성과 용기를 갖춘 소신 있는 비즈니스 파트너가 국내 HR 조직에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니웰의 미래와 더불어 개인의 포부를 밝힌다면.

사업부별로 목표가 다르기 때문에 타 기업처럼 가시적인 수치나 비즈니스 전망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는 없지만, 다리우스 아담칙 (Darius Adamczyk) 하니웰 회장이 항상 강조하는 ‘지속 성장하는 하니웰’이 우리의 미래라고 감히 자신한다. 8가지 행동 역량에 의거 하여 구성원 모두가 기업과 미래 가치를 향해 몰입하는 조직을 만드는 데 HR이 기여할 수 있도록 베이스 라인을 구축하고 차세대 리더를 키워가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디지털 HR이라는 단어가 나온 지도 수년이 지났다. 특히 글로벌 기업들은 오래 전부터 행정업무를 시스템화하고 조직과 사람을 성장 시키는 Core HR의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그 어떤 기계와 시스템으로 대체될 수 없는, 여전히 인간 고유의 영역이다. 이를 제대로 해내기 위해서는 HR People이 사람과 조직에 대한 깊은 관심을 바탕으로 공부하고 경험해야 한다. 어떤 회사의 어떤 직급을 가졌는가에 상관없이, 함께 배우고 만나고 나누는 우리가 되기를 희망한다. 만남과 교류가 어렵고 힘든 요즘이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그리고 온라인을 통해서라도 HR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자신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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