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가윤 유니클로 인사실 채용파트 팀장

최근 백화점과 같은 유통업계는 고객 경험(Customer Experience)을 강조하며 어떻게 해서든 자신들의 쇼핑몰에 고객을 오래 머물도록 설계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직원 경험(Employee Experience)을 높여 직원들이 회사에 자발적으로 머무르면서 본인의 성장 및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면, 기업은 인재들이 모이는 회사, 자부심을 높일 수 있는 회사, 스스로 성과를 창출하는 회사로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직원 경험이 국내 기업들 사이에 회자되기 시작한 이유이고, 유니클로가 일찍부터 이 부문을 주요 아젠다로 삼고 적극 실천하는 이유이다.

수평적인 문화 속에서 직원 경험 확대

긍정적인 직원 경험이 직원의 몰입도를 향상시켜 성과 창출로 이어지는 실증적 결과들이 나타남에 따라 요 몇 년 새 직원 경험이 키워드다. 한국 기업에서는 이제 막 직원 경험을 위한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단계이지만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보편적 언어로 자리잡고 그에 필요한 활동이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영국, 일본, 호주 등 전세계 25개 국가 및 지역에서 2,20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유니클로 역시 직원 경험을 적극 실천하는 기업이다.

유니클로의 채용파트를 총괄하고 있는 김가윤 팀장은 “유니클로는 직원 경험이 경영 화두로 부각되기 이전부터 직원 경험을 적극 실천하며 성장해 온 기업이다. 실제 구성원의 성장이 곧 조직의 성장이라는 ‘사람 중심 경영’을 기치로 삼고 어떻게 하면 구성원 개개인의 역량을 강화해 커리어를 개발할 수 있을까에 방점을 두고 필요한 부분을 챙겨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니클로는 젊은 직원, 이른바 MZ세대의 비중이 높은 조직이다. 이들은 경험을 통한 성장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세대들로, 유니클로는 이들 세대가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무엇보다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조성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수평적인 조직문화가 되기 위한 가장 기본은 격의 없는 원활한 소통이다. 서로의 생각을 나이, 직급 차이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수평적인 조직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유니클로는 구성원 개개인의 생각이 거리낌없이 전달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일찍부터 모든 임직원의 호칭을 ‘님’으로 통일했다. 회사의 최고경영자인 CEO도 회의 등 공식석상에서 ‘님’ 호칭을 사용할 것을 독려하고 지속적으로 사용한다. 이러한 노력으로 직급에 상관없이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문화가 잘 정착되어 있다. 이 외에도 종전의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으로 이어지는 직급구조를 팀원-팀장-부문장으로 간소화한 것도 보다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구축하기 위함인데, 흥미로운 사실은 ‘님’ 호칭 통일과 함께 위계 단계를 줄임으로써 의사결정 속도가 굉장히 높아졌다는 점이다.”


조직문화 개선, 이는 그 누구보다 최고경영진의 관심과 실천이 중요할 터, 최고경영진의 의지가 어떤지를 물었다.

“개인적으로 입사하고 놀란 부분이 있다. 유니클로에는 ‘our suggestion’이라고 모든 구성원이 자신의 의견을 전체 메일로 발신할 수 있는 창구가 있는데, CEO께서 직원들 의견에 직접 코멘트를 남긴다는 점이다. 한발 더 나아가 참신한 아이디어에 대해서는 바로 실행될 수 있도록 전직원 대상으로 메일을 보내기도 한다. 이러한 최고경영자의 의지에 힘입어 유니클로에선 구성원 누구나 경영에 관련한 의견을 자유롭게 제안할 수 있고, 또 제안된 의견은 적극 경영활동에 반영하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다. 실제 인기 제품 DRY-EX Crew neck T의 찬스를 발견한 점장의 의견 제안으로 내년 사업계획에 해당 내용이 반영, 재고 증산이 결정된 바 있다.”

제도가 갖춰져 있어도 경영진이 관심을 갖지 않으면 형식적인 제도로 끝나기 쉬운데, 최고경영자가 직접 살피고 챙겨나가는 유니클로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세계 25개 국가 및 지역에서 2,20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답게 해외에서 경험을 쌓고 싶어하는 직원들을 위한 다양한 기회도 열어놓고 있다.

"‘Self Report’라고 해서 매년 구성원 스스로 작성하는 보고서가 있다. 본인의 현재 상태, 희망하는 직무, 변경 포지션을 포함해 해외근무를 원하는 직원들은 희망 국가, 지원하는 이유, 해외근무에 제약이 없는지 등을 기재하게 되어 있는데, 이 보고서를 기반으로 심사 과정을 거쳐 해외 근무경험이 주어진다. 지난해에도 해외 근무를 희망하는 직원들이 캐나다, 덴마크, 싱가폴 등 다양한 국가 및 지역에서 글로벌 역량을 쌓을 기회를 얻었다.”


인재들이 머물로 싶은 회사를 만드는 강력한 힘, 워라블(work-life blend)

유니클로는 일하고 싶은 근무환경을 만들기 위해 일과 삶의 조화를 추구하는 데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유니클로는 일과 가정의 조화로운 양립이 곧 회사의 발전으로 이어진다고 보고, 직원의 워라블을 보장하는 다양한 제도를 운영 중이다. 시차출근제 및 탄력근무제, 리프레시 휴가 제도 등을 통해 자신의 상황에 따른 유연한 근무 방식을 선택할 수 있으며, 기혼 여성들이 육아와 커리어를 병행할 수 있도록 임신기 및 육아기 단축근무 제도, 육아휴직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이 외에도 개인 사정으로 불가피하게 퇴사한 직원들에게 5년 이내 같은 등급으로 재입사할 기회를 제공하는 컴백 제도, 가족 돌봄 휴직 및 휴가 제도, 가족 휴양 시설 지원 등 특정 성별, 직급에 한정된 제도가 아닌 전 임직원의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해 다방면으로 지원하고 있다.”

김 팀장은 “출산휴가 후 높은 복직율과 관리자급 직원 중 절반 이상이 여성이라는 것이 유니클로가 얼마나 워라블에 신경을 많이 쓰는지, 나아가 유리천장이 존재하지 않는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라 하겠다. 실제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2013년부터 계속해서 ‘일자리 및 고용창출 우수기업’, ‘일하기 좋은 기업’, ‘청년 고용 친화 우수기업’ 등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니클로는 일·가정 양립의 현실화를 위해 ‘여성’이 아닌 ‘가족’ 즉, 남성 직원들의 육아 휴직이 정착되어야 한다고 믿으며, 일찍부터 남성 직원들에게도 육아 휴직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2017년에도 육아휴직을 사용한 남성직원이 있을 정도로 유니클로에선 여성 직원뿐 아니라 남성직원들에게도 육아 휴직은 아주 자연스러운 하나의 문화다. 특히 아빠의 손길이 필요한 시기가 오게 되면 굉장히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편이다.”

가장 중요한 자산은 ‘사람’

수평적인 조직문화 속, ‘긍정적인 직원 경험’, ‘워라블’을 실천하며 성과를 높여나가고 있는 유니클로는 지속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은 결국 사람, 구성원의 행복에 있음을 강조한다.

“CEO께서도 직원이 행복해야 고객의 행복을 만들 수 있다며 직원행복경영에 더욱 만전을 기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실제 이를 위해 MZ세대에 맞는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강조하고 계시는데, 인사파트에서는 이의 성공 열쇠는 리더들의 실질적인 행동변화에 있다고 보고 ‘리더들의 일하는 방식 행동지침’을 공표, 리더들이 이를 일하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체화할 수 있도록 모니터링하고 있다. 최근 ‘~며든다’는 말이 유행어가 되고 있는데 인사파트에서는 새로운 일하는 방식이 리더들의 일상 속에 스며들 수 있도록 계속해서 실천 수준을 모니터링하고, 그 결과를 개별적으로 피드백해 나갈 계획이다."

제도만 바꾸기보다는 의식과 문화가 바뀔 수 있도록 노력하는 유니클로의 모습에서 일하는 방식의 혁신 성공 포인트가 엿보인다.

“유니클로는 앞으로도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보다 적극적으로 직원 행복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행할 것이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경쟁우위의 원천은 결국 사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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