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우 이용신

사람은 누구나 꿈을 좇는다. 그러나 그 꿈을 현실로 바꿨다는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다. 거창하게 꿈까지 갈 필요도 없다. 연초만 되면 세우는 계획조차도 우리는 얼마 가지 않아 이루지 못한 적당한 명분을 찾아대기 일쑤이다. 
자기분야에서 이름을 알린 사람들 이른바 꿈을 현실로 만든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 비결로 도전을 키워드로 이야기한다. 결국 꿈을 이루고 못 이루고의 차이는 생각한 것을 이루기 위해 실행에 옮겼느냐 그러지 못했냐 하는 실행력의 차이인 듯하다.
<달빛천사>, <명탐정 코난>, <리그 오브 레전드>등 장르와 캐릭터를 가르지 않고 매 작품 깊이를 더하는, 믿고 듣는 성우 이용신 또한 ‘하고 싶은 일, 하면서 행복한 일’에 초점을 맞추고 망설임 없이 도전을 거듭했기에 오늘의 이용신이 존재한다고 술회했다. 
100만 유튜버라는 새로운 꿈을 향해 다시 한 번 자신의 한계치를 끌어올리는 그와의 만남을 공개한다. 

간단히 자기소개를 한다면.

2003년 어린이 전문 방송 채널 투니버스에 입사해 올해로 19년차가 된 ‘노래하는 성우’ 이용신이다. 항상 소개를 할 때면 “노래하는 성우 제 1호”라는 수식어를 붙이는데 나름의 퍼스널브랜드다. <달빛천사>라는 작품을 시작으로 지금까지도 연기는 물론 노래까지 소화하고 있다.

원래 성우라는 직업을 꿈꿨는지, 아니면 성우가 된 특별한 계기가 있는지.

단 한번도 성우를 꿈꿔본 적이 없다. 다만 목소리가 좋다는 주변의 칭찬이 있어 어렴풋이 목소리를 사용하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는 기대는 있었다. 실제 유년시절 오디오 카세트에 공테이프를 넣고 목소리를 녹음해 듣는 것이 취미이자 놀이였는데, 본래 목소리보다 더 예쁜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것에 혼자서 뛸 듯이 기뻐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여담인데 더 좋은 목소리를 내고 싶은 욕심에 녹음에 녹음을 반복하다 보니 어느 순간엔 이용신 하면 목소리가 좋은 아이, 책 읽기를 도맡아서 하는 아이로 인식돼 있었다.
성우라는 직업에 관심을 갖게 된 건 대학 졸업 후로 방송과 관련된 활동을 하면서다. CM송 가수, 리포터, 쇼호스트 등의 직업을 거쳤는데,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성우라는 직업을 알게 됐다. 녹음실에 노래를 부르러 갔다가 옆 부스에 녹음하고 있는 성우들을 발견한 것으로, 그때 처음 성우라는 직업에 관심이 갔다. 개인적인 성향이 생각한 건 바로 실행에 옮기는 타입이라 망설임 없이 바로 성우시험을 봤는데 운이 좋게도 단번에 합격했다. (웃음)

CM송 가수, 리포터, 쇼호스트 그리고 지금의 성우라는 직업에 이르기까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흐름 같다.

맞다. 지금 생각해도 굉장히 자연스러운 연결이라 생각한다. 내 경우 구체적인 진로를 정하고 그에 맞춰 필요한 공부를 전략적으로 하기보다는 그저 내가 하고 싶은 일, 하면서 행복한 일을 좇는 타입이다. 때문에 성우라는 직업이 내게 얼마나 특별한 일이고 감사한 직업인지 모르겠다. 
한편으로 지금의 자리가 있기까지 개인적인 성향도 크게 한몫 했다. 새로운 도전을 즐기는 타입으로, 관심이 가는 건 무엇이든 도전을 겁내지 않았기에 지금의 이용신이 존재한다 생각한다. 강변가요제 입상도 가수에 대한 구체적인 열망이 있기보다는 대학시절 특별한 경험이 될 것 같아 도전한 결과다.

19년간 성우로 활동하고 있다. 힘든 순간을 떠올린다면.

캐릭터에 맞춰 소리를 변성해야 할 때가 힘들다. 내가 가진 목소리 그대로 편안하게 연기를 할 때도 있지만 대체로 캐릭터에 어울리는 소리를 만들어내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당연히 성대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는데 실제로 성우생활 시작한 지 6년차가 되던 해엔 성대결절이 찾아왔다. 내 마음처럼 목소리 조절이 안되다 보니 나중엔 녹음실 가는 게 무섭기까지 했을 정도다. ‘어떻게 하면 이전의 목소리로 되돌릴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하루하루가 힘들었는데, 그때가 성우로서 최대 위기이자 슬럼프가 아니었나 싶다.
당시 성대를 이전의 상태로 어떻게 되돌릴 수 있을지에만 집중했는데, 그러다 깨달았다. 결국 성대도 몸의 일부라는 것을. 성대 이전에 몸 전체, 건강을 챙겨야 한다는 것을. 실제 성우에게 몸은 악기와 같다. 잘 관리된 악기여야 소리가 잘 나오듯 목소리도 결국 몸을 살뜰히 챙겨야 원하는 목소리를 낼 수 있다. 현재는 이 방면에 나름 전문가로 건강에 좋은 음식, 운동은 다 섭렵하고 있다. 

성우라는 직업의 매력은 무엇인가.

목소리 하나로 단번에 과거여행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캐릭터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그 애니메이션을 보며 행복해하던 어린 시절로 한번에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정말 마법 같다. 성우는 목소리만으로 행복했던 추억을 바로 떠올리게 만들어주는 놀라운 힘을 지닌 직업이다.

성우라는 직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성우로서 갖춰야 할 역량을 이야기한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연기력이다. 간혹 성우의 경쟁력을 개성 있는 목소리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목소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보다는 얼마나 다양한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데, 실제 평범한 목소리를 가졌음에도 오랫동안 사랑 받는 성우들이 많다. 이들의 주된 무기는 연기력이다. 성우가 되고 싶다면 연기력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또 하나는 뻔뻔함이다. 자신의 연기를 민망해하고 부끄러워하는 사람은 성우가 될 수 없다. 성우는 마이크 앞에 서는 순간 다른 사람으로 돌변해 최고의 미녀가 될 수도 사악한 악마가 될 수도 있어야 한다.

하고 싶은 일, 하면서 행복한 일을 찾아 도전을 거듭했다고 했는데, 같은 맥락에서 취업 준비 중인 이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우스갯소리로 까닥하면 100세가 아닌 110세”라는 말이 회자되는 세상이다. 여러 직업을 가질 수밖에 없는 세상으로, 이런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내가 평생을 바쳐도 질리지 않고 하면 할수록 더 행복해지는 일을 찾는 게 중요하다. 이렇게 말하면 하고 싶은 일은 있지만 타고난 재능이 부족하다고 답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런 사람들에게는 개인적으로 마음에 품고 있는 좌우명을 말해주고 싶다. “애매한 재능도 축복이다.” 실제 내 경우 가수로서도 연기자로서도 입지를 다지기에 애매한 재능이었다. 그렇기에 부족한 결핍을 채우려 더욱 노력했고 그러한 시간이 이어져 현재의 내가 있는 것이다. 진정 원하는 일이 있다면 재능이 있고 없고를 생각하기 보다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 메울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작품에 대한 질문을 몇 가지 하겠다. 이용신을 스타성우 반열에 오르게 한 작품 <달빛천사>에 캐스팅 비화가 있다고 들었다.

<달빛천사>는 목이 아픈 주인공 루나가 가수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다. 배역에 맞는 목소리, 연기 외에 노래에도 소질이 있어야 했는데, 첫 오디션 날 작품 전체에 대해 깊이 있게 이해하지 못하고 밝은 캐릭터의 느낌으로 노래를 잘 부르는 것에 초점을 맞춰 오디션을 치러 PD님께 “이 작품의 주인공은 목이 아픈 캐릭터인데 어떻게 이렇게 밝은 목소리가 나올 수 있지. 루나라는 캐릭터에 대해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 와라.”라고 한 소리를 들었던 기억이 있다. 첫 배역, 첫 연기라는 강박에서 벗어나 작품 전체를 이해하고 실제 ‘내가 루나다’라는 생각으로 다음 오디션에 임했는데, 그때 연기를 좋게 봐주셔서 역할을 맡을 수 있었다. 

이용신에게 <달빛천사>는 어떤 의미인지 궁금하다.

‘디딤돌’이자 ‘넘어야 될 산’이 아닐까. 신인이었던 나를 단숨에 스타 성우 반열에 올려준 작품이지만 나중에는 어떤 캐릭터를 연기해도 <달빛천사>의 주인공 같다는 평가가 이어져 한편으로는 나를 힘들게 한 작품이기도 하다. 지금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묵묵히 내 길을 가고 있지만 한때는 벗어날 수 없는 굴레 같아서 버겁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 그래도 곱씹어 보면 달빛천사가 있었기에 지금의 성우 이용신이 있다 생각한다. 평생을 두고 고마운 친구 같은 존재다. 

<달빛천사>말고도 <명탐정 코난>, <리그 오브 레전드>등 많은 작품에 출연했는데 애정이 가는 캐릭터 뽑는다면.

당연히 이용신 이라는 이름을 세상에 널리 알린 <달빛천사>의 루나와 풀문이다. 다음은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게임의 아리로, 어린이 방송국에서 아이 캐릭터만 연기하던 내가 아리라는 성인 여자 역할을 맡으며 한계를 벗어날 수 있었다. 
<캐릭캐릭체인지>의 아무도 빼놓을 수가 없는데, 개인적으로 성우로 오랜 기간 일하다 보니 가끔 ‘내 원래 모습은 뭘까’라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 <캐릭캐릭체인지> 아무 또한 이런 나의 모습과 많은 닮은 캐릭터로, 실제 녹음 과정에서 내가 아무인지 아무가 나인지 모를 정도로 진심을 다해 연기했던 기억이 있다. 

유튜브 <이용신TV>를 운영 중인데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

성우는 누군가 불러주지 않고 선택해주지 않으면 스스로 일을 창출할 수 없는 수동적인 직업이다. 그러나 내 성향은 이와 정반대로, 일을 하지 않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그러다 시작한 게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성우 이용신이 보여줄 수 있는 목소리를 활용한 콘텐츠뿐만 아니라 인간 이용신으로 대중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을 콘텐츠에 녹여내고 있다.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부분은.

분야를 막론, 진보된 디지털 기술이 인간의 일자리까지 위협하고 있다. 성우 업계 또한 마찬가지로, 이러한 상황에서 성우로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뭘 해야 할지를 두고 고민이 많다. 
답을 찾은 것이 보다 섬세한 감정표현으로, AI 성우가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감정의 깊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실제 사람의 감정을 보다 디테일하게 들여다보기 위해 같은 감정이라도 나와 타인의 감정표현이 어떻게 다른지를 확인하며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향후 계획을 이야기한다면.

달빛천사와 같은 작품이 언젠가 국내에서 만들어진다면 그때도 노래하면서 연기하는 주인공 역할을 맡고 싶은 욕심이 있다. 달빛 천사는 일본 작품으로 마음 한 켠에 항상 한국 작품이 아니라는 아쉬움이 남았었다. 
유튜브 100만 구독자도 목표하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성우나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층에 한정돼 구독자 수가 욕심만큼은 안 되지만 더 성장해 성우, 애니메이션 쪽에 관심이 많지 않더라도 누구나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유튜브 채널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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