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양옥 테라북스 대표이사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은 매년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FORTUNE World’s Most Admired Companies)’ 순위를 발표한다.  올해도 순위 최상단은 애플이 차지했고, 그 뒤를 이어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디즈니, 스타벅스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들의 성공 요소에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하나같이 구성원 행복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최근 열풍이라 할 수 있는 ESG 경영과도 같은 맥락으로, 우리 기업 중에도 이러한 가치를 적극 실천하며 빠르게 위상을 높여나가는 기업이 있다. 종합인쇄출판기업 테라북스 이야기다.  정양옥 테라북스 대표는 “‘행복한 젖소가 맛있는 우유를 만든다.’는 말이 있듯 기업의 경쟁력은 결국 조직을 이루는 구성원의 행복, 즉 정서적 안정감이 전제될 때 따라오게 돼 있다. 직원 행복이 곧 기업의 경쟁력으로 직원을 위한 복지든 보상이든 업계 최고를 지향하고 실천해 온 것이 오늘의 테라북스를 만들었다.”고 술회했다. 직원 행복 경영을 실천하며 그 가치를 드높이고 있는 테라북스를 찾았다.   

먼저, 테라북스에 대해 소개해 달라.  테라북스는 CTP, 인쇄, 제본, 후가공 등 완제품의 책자를 만드는 데 필요한 모든 생산공정 설비를 구축한 종합인쇄출판기업이다. 종합교육기업 비상교육의 관계사로 검인정교과서, 참고서 출판을 시작으로 현재 국정교과서, 상업인쇄물 등 사업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지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비결을 꼽는다면. 고객의 기대에 부합하는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계속해서 개선·보완을 추구, 즉 질의 고도화를 이끌어낸 것이 비결이 아닐까 싶다.  테라북스는 인쇄 업계의 급속한 환경 변화에 발맞춰 지난 몇 년간 친환경, 설비자동화 등을 키워드로 삼고 시설 투자에 집중해 왔다. 실제, CTP, 인쇄, 제본 라인의 신규 설비도입과 품질검사장치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데, 이러한 노력이 결국 시장에서 요구하는 고품질의 결과물, 즉 고객 만족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본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영원한 것은 없다. 즉, 어제까지 우호적이었던 고객이 하루아침에 경쟁사로 발길을 옮길 수 있는 상황으로, 많은 고객사가 우리와 계속해서 인연을 이어가는 것은 결국 서비스 품질에 있다고 본다. 서비스 질을 유지하기 위해 계속해서 ‘일의 완벽’을 추구했던 것이 경쟁력이 되어주고 그러한 것들이 지금의 테라북스를 만든 원천이지 않나 생각한다. 덧붙여, 이는 오랫동안 동고동락한 우리 직원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들인데, 실제 우리 테라북스는 직원 대부분이 장기근속자이다.  그만큼 고객사와의 업무 흐름은 물론 시장의 흐름을 읽고 대처하는 능력이 다른 기업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이가 남다르다. 결국 좋은 사람들과 좋은 결과물을 만들기 위한 원칙을 묵묵히 지켜나갔던 것이 계속해서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힘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앞으로도 고객 기대에 부합하는 결과물을 제공하기 위해 부족한 부분을 다지고 메우는, 기본에 충실한 활동들을 무한 반복해 나갈 것이다. 지난 시간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과를 꼽아 달라.  단연, 관계사인 비상교육과의 컨소시엄으로 국정도서 입찰에 성공하여 국정도서를 출판하게 된 것을 꼽을 수 있겠다. 2016년 선정 이후 올해까지 계속해서 국정도서 출판을 이어오고 있는데, 이러한 결과로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테라북스를 바라보는 위치가 달라져 보다 다양한 비즈니스를 보다 수월하게 전개할 수 있게 됐다.  사실 이 같은 결과는 ‘국정도서 발행사 선정’이라는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그에 필요한 제반 작업들을 하나하나 차근히 밟아나갔기에 가능했다. 앞에 소개한 CTP, 인쇄, 제본 라인에 신규 설비도입과 품질검사장치의 적극적인 투자를 단행한 것 또한 국정도서 발행을 염두에 두고 추진한 것으로 만일 분명한 청사진 없이 그저 기술력을 향상시켜 더 많은 인쇄물을 수주한다는 식의 모호한 목표였다면 아마도 지금과 같은 성장은 없었을 것이다.  요컨대, 조직의 미래에 대한 분명한 청사진과 로드맵을 구축하고 실천했기에 오늘의 레벨 업 된 테라북스가 존재한다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지금의 위치에 이르기까지 어려움도 많았을 것 같다.  어려웠던 시간을 떠올리자니 처음 인쇄 업계에 뛰어들었을 때가 생각난다. 주지하다시피 장치산업은 여성이 쉽게 도전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실제 처음 시작했을 때 주변 반응도 “여자가 뭘 할 수 있겠어?” 식의 냉담한 시선이 대부분이었는데, 부정할 수 없음에도 참 당시는 그러한 반응에 상처를 많이 받았었다. 그러다 깨달았다. 도전해 보기로 마음먹은 이상 주변의 시선에 연연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할 수 있다’, ‘반드시 해 보인다’라는 자기체면을 걸며 하나씩 하나씩 배워나가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먼저, 인쇄업에 대한 이해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국내외를 막론하고 인쇄박람회에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처음 찾았던 박람회가 2010년 북경 인쇄박람회로, 당시 그 넓은 박람회 공간의 부스를 하나하나 찾으며 최신 인쇄업계 동향, 신기술을 파악하는 데 집중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렇게 배우고 익히는 시간을 무한 반복하며 인쇄업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면서는 자신감이 많이 올라가게 됐는데, 실제 새로운 기술들을 현장에 적용하면서 성과가 뒤따라오니 주변의 시선도 이전과 사뭇 달라졌다. 고무적인 사실은 이러한 시간과 노력이 있었기에 지금은 “저비용 고효율을 실천하는 회사”하면 바로 업계에서 “테라북스”를 떠올린다는 점이다. 그간의 고생을 보상받는 듯해 개인적으로 보람이 크다. 

얼마전 인쇄기술의 현대화와 친환경 인쇄기술 발전을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스마트 팩토리, 디지털 융·복합이 화두인 것처럼 인쇄업계에서도 요 몇 년 새 스마트형 공장, 디지털 인쇄가 주요 키워드다. 이는 소품종 대량생산 시스템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인쇄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으로, 테라북스는 이러한 세상의 요구에 맞춰 스마트형 공장 실현을 위해 일찍이 통합생산관리시스템(MES)과 생산시점관리시스템(POP)을 도입했다. 참고로, MES & POP는 생산 현장과 사무실 간 데이터가 자동 공유되는 시스템으로, 쉽게 말해 사무실에서 현장으로 작업 지시가 내려가기도 하고 현장의 작업 현황이 바로 사무실에서도 확인이 가능한 자동화 시스템이다. 이번 대통령 표창은 ERP와 연계된 MES & POP 시스템 구축을 업계 최초로 도입, 인쇄기술의 현대화에 앞장선 것을 인정해 준 결과라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친환경 사업에 앞장서고 있는 것도 수상에 한몫했는데, 테라북스는 이의 일환으로 환경경영시스템(ISO14001)), 품질경영(ISO9001), FSC 친환경 국제인증을 취득했고, 유기화합물이 포함되지 않는 무독성 제책용 핫멜트를 자체 개발하여 사용 중에 있다. 관계사인 비상교육과 공동으로 친환경인쇄기술 연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실제 매년 평균 1종의 특허와 다수의 실용신안의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에는 ‘피톤치드를 발산하는 스티커 및 제조방법’을, 올해에는 ‘향기 방출성 옵셋 잉크조성물 및 인쇄물’의 특허를 취득한 바 있다. 작업장 내 선진 시스템 구축은 물론 사무환경에도 신경을 많이 쓰는 것으로 알고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기업은 사람이 전부다. 전략도 중요하고, 상품과 서비스도 중요하지만 결국 기업의 핵심은 사람에 있다. 출근했으면 기계처럼 일해야지 하는 것은 구시대적인 사고이다. 현명한 리더라면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지 방법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는데, 사무환경 변화는 이러한 생각에서 출발했다. 회사 내에서 느끼는 만족도가 업무 효율과 성과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믿기 때문이다. 실제 달라진 사무환경으로 생산성 제고는 물론 이직률 또한 현저히 줄어드는 긍정적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부수적인 효과도 상당한데, 우리 회사의 능력을 확인하기 위해 종종 고객사에서 회사방문을 하는데, 제작환경, 사무환경을 둘러보고는 하나같이 우리와의 거래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이 정도의 작업환경이라면 믿고 맡길만하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임직원 교육에도 신경을 많이 쓰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고객의 눈높이에 맞는 결과물을 제공하려면 결국은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맡고 있는 직무의 전문가가 되는 수밖에 없다. 우리 테라북스는 ‘전 직원의 전문가化’를 기치로 내걸고, 임직원의 개인 역량 강화를 위한 다양한 교육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국내뿐 아니라 해외의 기술을 벤치마킹할 수 있는 기회를 적극 제공하고 있는데, 설비 기술과 관련해서는 새로운 기술을 익힐 수 있도록 일 년에 한두 번은 현장 직원을 선발해 외국에 파견교육을 보내고 있다. 현재는 코로나로 상황이 여의찮아 온라인 교육을 듣는 것으로 대체하고 있다. 이 외에도 자신의 직무와 관련하여 필요한 과정을 이수하겠다고 하면 수반되는 비용은 전액 회사가 지원해 주고 있다. 인사고과에 자격증 취득 점수를 반영하는 것도 임직원의 역량 개발이 그만큼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으로,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지금의 세상은 한 가지 기능만 가지고서는 결코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 자신의 일과 관련된 분야의 일을 두루 소화할 수 있는 ‘멀티’ 역량을 키워야 하는데, 이러한 맥락에서 과거 자신에게 지정된 인쇄기만 작동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던 것을 다른 인쇄기도 함께 다룰 수 있도록 변화를 주고 있다. 이는 개인 차원에서도 꼭 필요한 부분이고 회사 입장에서도 인력공백 시 대체 가능한 백업 시스템을 가져가는 것으로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인쇄 업계를 둘러싼 이슈, 이에 따른 대응방안이 궁금하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종이 출판과 관련된 모든 연결고리는 자연스레 침체의 길을 걷고 있다. 두말할 필요 없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인쇄업계가 전체적으로 레드오션임에는 틀림없지만 찬찬히 그 속을 들여다보면 블루오션 시장이 분명 존재한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그 블루오션을 다품종 소량생산에서 찾고 있다. 인쇄시장에서도 종전에는 없던 새로운 가치,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어떤 영역이 있을지에 대해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다. 기업을 경영하면서 최우선으로 삼고 있는 가치(또는 원칙)는 무엇인가. 조직을 운영하는 경영자로서 다른 게 없다. 그저 임직원들이 일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내 역할이라 판단, 그것에 집중하고 있다. 적어도 동종 업계에서는 복지나 보상 등 임직원의 만족도가 최고라는 소리를 듣는 게 경영자로서의 소신이다. 코로나19로 많은 기업이 어려움에 처하고 있다. 테라북스는 어떤가. 코로나19로 인쇄업계도 타격이 크다. 작업물량이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준 것은 물론이고 여기에 더해 원재료, 부재료 가격이 모두 크게 상승했다. 심지어 오늘 아침에도 판재 가격이 10% 인상된다는 보고를 받았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이러한 상황에도 제작 단가에 이에 대한 상승분을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동종업체들 대부분 연봉 동결은 물론 연봉 삭감까지 줄을 잇고 있는 상황인데, 그러나 우리 테라북스는 단 한 번도 연봉을 동결하거나 삭감한 적이 없다. 임직원을 동반자로 인식, 존중하는 문화 속에서 성과의 파이는 무한대로 커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본지의 주 독자인 기업의 CEO들에게 한 말씀 한다면.  어떤 조직도 구성원 개개인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다. 개개인의 자질이 우수하고 그런 것들이 잘 연결될 수 있어야 조직으로서 제기능이 발휘될 수 있는데, 이 시대 필요한 리더십 또한 다른 게 없다. ‘융·복합’이 사회적 화두인 것처럼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잘 엮는 작업 즉, 상호간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리더의 가장 중요한 자질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실제로 나 또한 이 쪽에 경영 방점을 두고 있다.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 개개인의 능력 개발과 사기 관리, 이에 더해 임직원 간 소통과 협력하는 조직문화가 어떤 경영전략보다 중요하다. 테라북스의 중장기 발전계획과 함께 수장으로서 포부를 말해 달라. 테라북스가 대한민국 인쇄 업계를 진화시켜나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이런 조직의 수장을 맡고 있다는 데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 앞으로도 우리 테라북스는 고객들의 기대에 부합하는 서비스를제공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시대의 흐름에 맞춰 부족한 부분을 다지고 메우는, 기본에 충실한 활동들을 무한 반복해 나갈 것이다. 개인적인 포부라 한다면,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무엇보다 직원들이 행복한 조직을 만들고 싶다. 이의 실천을 위한 단계를 착실히 밟아 더더욱 인쇄 업계 종사자들이 입사하고 싶은 기업을 만들고 싶은 게 개인적인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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