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브랜드 강화에 교육과 학습은 필수적… 적극적 경청이 필요한 때

강의하는 내내 그는 팔짱을 풀지 않았다. 벌어진 다리를 한 번도 모으지 않았다. 반쯤은 누워 앉아 있는 그는 어떤 표정의 움직임도 없었다. 그저 강사를 응시한 채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어떤 반응도, 미소도, 질문도 없었다. 직장 생활에 찌든 권태가 진하게 묻어나오는 그의 모습에서 나는 과거로 돌아가는 데자뷰를 느꼈다. 회사 교육이 지루하다면 회사원으로 조직의 일원이었던 때 사실은 나도 그랬다. 인사나 교육부서 주관으로 진행하는 교육에 참석할 때마다 교육은 항상 지루하기만 했다. 졸음을 몰고 다니는 강의는 도대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왜 우리 회사 교육부서에서 기획 하고 구상하는 교육은 하나같이 저럴까. 매번 그렇게 생각했 다. 그러다 문득 고교시절 생물시간에 대단한 각오로 임했던것이 떠올랐다. 생물 선생님은 출석을 부른 뒤 바로 판서를 시작했다. 감청색 칠판에 광합성에 대한 수많은 화학기호와 수식이 하얗고 빽빽하게 들어찼다. 선생님은 약간의 설명을 한 뒤 모두 지운 다음 서너 번까지 다시 판서를 시작했기 때문에 신속하게 필기를 해야만 했다. 손목이 저리고 손가락이 아팠지만, 한 시간 동안 필기한 노트를 넘겨보면 뭔가 대단한 일을 해냈다는 뿌듯함이 들었고, 실제로 머릿속에 그 내용이 오래 남았다. 그 이유는 성인이 돼서야 알게 됐다. 미국 교육훈련협회(ASTD) 2008년 발표에 따르면 강의 수강 뒤 지식보유 감소율은 급격하게 떨어진다고 한다. 강의 수강 뒤 불과 30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58%정도만 기억된다는 것이다. 이틀이 지나면 33%, 3주가 지나면 단 10% 정도만이 기 억에 남는다. 3일이 지나기 전에 후속조치가 없다면 기억의 소멸은 급속히 진행된다. 강연을 재미있게 듣는 법 최근 강연장에서는 필기를 하는 사람들을 보기 어렵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지만, 손으로 필기를 하면서 확인하는 일을 하지 않는다. 재미없는 강의나 강연의 1차적인 책임은 분명 강사에게 있다. 그러나 전적으로 강사에게만 그 책임을 묻기에는 분명 억울한 점이 많다. 청중이 강사를 움직일 수 있기는 하지만, 재미없는 강의를 재미있는 강의로 만들 수 있는 직접적인 방법은 없다. 내가 남을 움직이는 것보다는 내가 나를 움직이는 것이 현실적으로 빠르다. 재미있는 강의든, 지루한 강의든 자신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강의 재미는 많이 달라진다. 여기에 간단하지만 효과는 만족할 만한 방법을 제안해 본다. 모든 강연에 이 방법을 사용 하는 것은 아니지만, 마음먹은 강연회에 참석할 때 나는 꼭 이 방법을 사용한다. 강사가 말한 모든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기록하는 것이다. 중요한 내용이나 키워드 중심으로 필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속기사가 기록을 하듯 가능하면 그가 말한 토씨까지 적어야 한다. 그러면서 ‘내가 만약 이 내용으로 다음주에 강의를 하게 된다면’이라는 가정을 해본다. 처음 듣는 강의 주제라면 집중이 더 잘된다. 잘 아는 주제라도 집중이 된다. 왜냐하면 풀어가는 방법이나 등장하는 사례들이 다르기 때문에, 강사의 한 마디 한 마디는 천금 같은 자료가 된다. 두 시간 정도는 그야말로 눈 깜짝하는 사이에 지나간다. 기록하면 내것이 된다 강의나 강연을 한다는 것은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 강의를 해본 사람은 공감할 것이다. 사람들 앞에 선다는 것이 어쩌면 죽기보다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니 연사를 쉽게 봐서는 안된다. 한 주제를 갖고 한두 시간을 풀어낸다는 것은 그 만큼의 역량이 충분히 있다는 것을 먼저 알아줘야 한다. 그 강연에 1만원을 지불했거나 또는 사내에서 진행하는 교육용 특강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강사나 연사가 유명인이라면 더욱 그렇다. 유명인이 아니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유명인보다 더욱 진솔한 자신과 가까운 이야기로 확실한 지혜를 줄지도 모른다. 그에게 더 박수를 보내고 찬사를 보내고 기대를 해야 한다. 왜냐하면 좀 어눌해 보이는 그 강사가 어쩌면 나 자신의 1년 뒤 모습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미 성공한 명강사는 나와 거리가 멀 수밖에 없지만, 신참내기 강사나 연사는 바로 나의 모습일 수도 있기 때문에 배울 것이 더 많다. ‘적으면’ 그의 지식은 내 것이 된다. 기록하지 않으면 그것은 계속 그의 것으로 남는다. 한 달 정도가 지나면 강연에서 들었던 이야기가 단 한 줄도 생각나지 않는다. 그것은 완전히 그의 이야기일 뿐, 나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것이 되고 마는 것이 다. 자기 브랜드를 강화하려면 기록은 오래간다. 강연장에서 받았던 그 감동이 내가 기록한 노트속에 그대로 살아 움직인다. 한 달이 지나건 1년이 지나건 조금도 사라지지 않는다. 강사가 말했던 그 토씨로 인해 살아 있는 강연이 계속되는 것이다. 자판이 편한 세대는 자판으로 기록하고, 터치가 편한 세대 는 터치로 기록하고, 손 글씨가 편한 세대는 손으로 기록하면 된다. 나는 손으로 기록한다. 기록하고, 밑줄을 긋고, 동그라미 를 진하게 그려 넣으면서 강사의 지식을 빼앗아 오는 데 집중 한다. 1만원을 지불했다고 그 강연이 1만원짜리로 끝나서는 안 된다. 기록하면 그 돈의 1만 배도 넘는 가치가 있다. 기록하지 않으면 1만원은 1원도 안될 수 있다. 괜한 시간 낭비만 했다는 후회만 기록된다. 요즘은 어디서든지 좋은 강의를 들을 수 있다. 각 기업 부설 경제연구소에서 진행하는 질 좋은 무료 강의도 많다. 기업에서 오프라인으로 진행하는 교육이나 강의에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인다면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다. 자기 브랜드 강화에 교육과 학습은 거의 필수적이기 때문에 적극적인 경청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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