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과제, 스킬 “우리 업계에서 펼쳐질 5년을 내다보고 스킬 중심 조직을 만드는 데 주력해주세요” A사 HR임원에게 CEO가 내린 특별 아젠다다. A사는 10년 넘게 업계 1위를 이어 온 국내 대표 화학사다. 기존에 경쟁우위에 있는 석유화학 제품 외에 첨단소재, 생명과학 분야에서도 성공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시장 지위에 마음 편히 있을 순 없다. 급변하는 환경 변화로 회사의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 안개 속이다. 업계 1위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미래 먹거리는 무엇으로 해야 할지, 미래사업을 이끌 역량은 충분한지, CEO의 고민은 끊임없다.

CEO 아젠다의 핵심은 스킬에 있다. 미래 비즈니스와 조직 성장을 이끌 스킬이 무엇인지 파악하라는 것이다. 화학업계뿐만 아니라 시장에서 떠오르는 '핫(Hot) 스킬'은 무엇인지, 이런 스킬을 지닌 인재는 회사에 얼마나 있는지 궁금해했다. 핫 스킬을 갖춘 인재가 충분치 않다면, 구성원을 리(업)스킬링하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지시를 받은 HR임원은 난감하다. 인사 실무와 팀장을 거쳐 지금의 역할을 맡아 오는 동안 회사에 필요한 인재에 대해 무수히 고민했다. 이를 위해 회사에서 수행하는 일을 일목요연하게 정비했다. 사업과 조직별로 어떤 직무가 있고, 직무를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어떤 역량이 필요한지 잘 정리해 두었다. 이런 자료를 토대로 우수한 인재를 선별하고 확보하기 위해 무던히 애썼다. 그런데 갑자기 스킬이라니. 그것도 시장에서 뜨는 핫스킬이다. HR임원의 머릿속은 복잡하다. 최근 미디어에서 떠들어대는 AI, 머신러닝 같은 단어가 떠다닐 뿐 회사의 미래에 필요한 스킬이 무엇인지 선뜻 답하기 어렵다. 직원들이 가진 스킬이 무엇인지 떠올려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누가 업무 전문성이 있고, 보고서를 잘 쓰고, 리더십이 좋고, 협업을 잘하는지...이런 정보는 훤히 꽤 차고 있다. 그런데 구성원 개개인이 구체적으로 어떤 스킬을 가지고 있는지는 정리되지 않은 단어만 머릿속을 맴돌 뿐이다. 스킬렌즈를 구축하라 선도기업 중심으로 스킬렌즈(skills lens) 구축에 힘쓰는 모습이다. 조직의 미래를 내다보고 생존에 필요한 스킬이 무엇인지 예의 주시한다. 자신만의 스킬 프레임을 통해 구성원의 스킬 수준을 가늠하는 한편, 조직이 갖추어야 할 스킬과 현재 수준 간의 격차를 파악한다. 앞서가는 기업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조직 차원의 스킬 업그레이드에 노력한다. 시장수요에 맞춰 구성원의 스킬을 강화(업스킬링)하고 재편(리스킬링)하는 활동을 펼친다. 업(리)스킬링만으로 스킬갭은 온전히 메우기 어려운 상황도 발생한다. 이런 상황은 외부의 핫스킬 영업 쟁탈전으로 이어진다. 많은 조직이 왜 스킬 중심으로 조직을 혁신하는 데 힘을 쏟을까? 지금의 경영환경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변한다. 변화 방향도 어디로 튈지 예측하기 어렵다. VUCA 시대는 기업들에 보다 민첩한 적응과 변화를 강요한다. 기업들은 이전보다 빠른 속도로 전략을 수정하고 새로운 도전을 수시로 시도한다. 이에 다양한 스킬을 가진 직원들을 한데 모아 기민하게 대응하는 조직 운영이 부각되고 있다. 스킬과 이를 지난 인재를 레고 블럭처럼 조합/해체하며, 시시각각 변하는 환경을 발빠르게 헤쳐나간다. Pay for Skill 현황 스킬 중심 조직을 구축하기 위해서 채용, 육성, 이동/승진, 보상 등 전반적인 HR 프로그램을 스킬 중심으로 통합 재편할 필요가 있다. 특히 스킬에 따른 보상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Pay for Skill이 주목받고 있다. 최근 크게 이슈가 되는 IT개발자 몸값전쟁도 스킬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경영환경이 반영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IBM은 수요가 있는 스킬에 높은 급여를 지급한다는 보상정책을 펼친다.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스킬과 필요하지 않은 스킬이 무엇인지를 구분하고 이를 보상과 연계한다. 필요하지 않은 스킬을 가진 직원의 급여는 인상하지 않는다. 쇠퇴하는 기존 스킬을 보유한 인력에게는 떠오르는 스킬을 갖추도록 권유한다. 이에 드는 비용은 회사가 부담하여 과거 기술에 머물러 있는 인력의 리스킬링을 유도한다. 미래에 필요한 스킬을 보상과 교육훈련에 연계해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전략이다. LG CNS는 직원들의 연봉 인상률을 산정할 때 기술역량 레벨을 반영한다. 기술역량 레벨은 기술인증시험, 산업역량, 공통역량 등을 종합해 최저 1부터 최고 5레벨까지 책정한다. 연봉 인상률은 직급과 무관하게 기술역량 레벨에 따라 달라진다. 기술역량이 뛰어난 1년 차도 연봉이 10% 이상 오를 수 있는 반면, 25년 차 부장의 연봉은 동결될 수 있다. 디지털 혁신이 강조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업이 성장할 유일한 자산은 기술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전 세계 400여 기업을 대상으로 한 머서의 조사를 살펴보면 Pay for Skill의 현재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조사 대상 기업의 80%는 프리미엄 스킬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스킬과 보상을 연계하는데 주력한다고 밝혔다. Pay for Skill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대체로 채용 시에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편이다(86%). 그러나 일단 구성원이 회사에 들어온 이후에는 스킬 개발과 향상을 독려하기 위한 적극적으로 보상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는 모습이다. 조사기업의 46%는 “스킬 향상과 연계된 보상 프로그램”이 없다고 답했다. 연봉 인상 시에 스킬 향상을 간접적으로 보상하는 기업이 있었지만 이마저도 전체의 3분의 1이 되지 않았다. 이런 조사결과는 명확한 시사점을 준다. 조직에 필요한 스킬을 확보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프리미엄 스킬을 확보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외부 채용을 꼽았다(60%). 이에 반해 스킬을 갖춘 인재가 퇴사하는 문제가 스킬 중심 조직으로 가는데 가장 큰 장애물로 걱정한다(58%).스킬 기반 조직으로 변화하고 이를 조직의 경쟁력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핵심 스킬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강화하는 선순환 체계가 필요하다. 그러려면 직원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Pay for Skill 프로그램을 고민해야 한다. 직원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Pay for Skill Pay for Skill을 성공으로 이끄는 핵심은 조직 전체에 스킬 중심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리스클링과 업스킬링의 가치를 강화하는 것이다. 가장 우선적으로는 조직에 중요한 스킬, 즉 미래 가치 창출을 주도할 스킬이 무엇인지를 구성원에게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활동은 직원들에게 어떤 스킬이 가치가 있고 필요한지를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향후 성장을 위해서는 어떤 스킬이 필요할지 알게 된다. 이를 통해 새롭게 떠오르는 중요한 스킬을 습득하고 향상시키는 리(업)스킬링을 장려할 수 있다. 더불어 자신들의 미래 고용가능성과 소득 잠재력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직원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Pay for Skill 적용하려면 무엇보다 조직의 보상철학이 스킬이 부상하는 경영환경에 적절한가를 점검해야 한다. Pay for Skill은 직급이나 연차에 따른 보상을 강조하는 철학과 반대 입장에 서 있다. 직급이나 연차가 어떻든 우수한 스킬을 보유하고 있다면 높은 보상을 지급한다는 관점이다. 이러한 원칙이 녹아 있는 보상철학이 전제되어야 스킬 중심으로 인재를 확보, 육성, 유지하는 인력운영 방식과 연결될 수 있다. 또 다른 중요한 이슈는 Pay for Skill 역시 다른 보상 방식에서 강조하고 있는 공정성과 투명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 어떤 스킬이 핫(hot)하고 프리미엄 보상이 필요한지 파악하는 활동이 필요하다. 외부 시장에서 어떤 스킬이 어느 정도 보상을 받는지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Pay for Skill은 공정성 측면에서 취약할 수밖에 있다. Pay for Skill 프로그램에 도움이 되는 데이터에는 스킬의 수요와 공급, 시장에서의 가치를 나타내는 외부 데이터 및 조직의 현재 또는 잠재적인 스킬을 보여주는 사내 인력 데이터가 포함된다. 다음으로는 생각해볼 문제는 Pay for Skill 적용 대상이다. Pay for Skill을 도입할 때 반드시 전사적으로 적용할 필요는 없다. 스킬이 강조되는 영역은 조직 내 모든 구성원이 아니라 특정 조직, 사업, 직무 등에 한정적일 수 있다. 따라서 어떤 인재에게 Pay for Skill이 효과를 확인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고민이 선행되어야 Pay for Skill이 인재의 확보, 몰입, 육성에 실질적인 효과를 미칠 수 있다. 오늘날처럼 급격히 변화하는 비즈니스 환경에서는 적절한 인력 스킬을 갖추는 것은 시장에서 차별화 요인이 되고 있다. 떠오르는 스킬에 비용을 지불하는 프랙티스가 피할 수 없는 인재전략으로 부상하는 이유다. 이제 Pay for Skill을 통해 핵심 스킬을 확보하고 구축, 유지하는 보상전략을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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