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처음 발생했을 때만 하더라도 이렇게 오래도록 이렇게 심각하게 우리의 삶을 바꿔 놓을 거라고는 아무도 상상 못했을 것이다. ‘잠시만 버티면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받아들였던 여러가지 비정상적인 상황들이 2년 넘게 반복되고 있고, ‘백신만 나오면...’, ‘치료제만 나오면...’ 곧 일상으로 돌아갈 것 같았던 여러 예측들은 새로운 상황의 출몰로 출구 없는 미궁에 빠져버린 기분에 들게 했다. 일상이라는 궤도에서 한참 동안 이탈한 우리는 그사이 우리의 일대에 다른 시각을 가지기 시작했고, 기업의 존재 목적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으며, 단순히 나 자신이 아닌 모두가 연결된 우리로서 인식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인사조직 컨설팅사인 콘페리는 코로나 발병을 계기로 각 기업 조직과 직원들의 업무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다각도로 연구를 수행하여 7가지의 메가 트렌드를 발표하였다. 이에 각각의 메가 트렌드를 간략히 살펴보고 그에 대한 시사점을 정리해 본다. 메가 트렌드 1. Reinvention(사업, 전략, 조직, 업무의 대변혁) 코로나 초기를 기억해 보자. 줌과 같은 비대면 업무도구나 재택근무는 어렵고 생소한 고민거리였다. 지금은 어떠한가? 지난 2년간 우리가 사업을 영위하고 조직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기술들은 리셋되고 새롭게 정의되어졌다. 이제 우리의 사업은 분절적으로 가치사슬의 일부를 담당하기보다는 플랫폼이나 마켓플레이스라는 개념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변화된 사업 컨셉은 일의 본질과 구조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즉 “보수를 받기 위해 잘 정의된 과업의 집합”이라는 정의에서 우리가 시장에서 이기기 위해 필요한 “역동적이고 끊임없이 진화하는 기술의 집합”으로 바뀌고 있다. 2020년과 2021년이 계획되지 않은 혁신의 시기였다면, 2022년은 계획된 혁신의 원년이 될 것이다. 많은 기업들은 이제 특정 산업이나 제품군으로 정의하지 않고 보다 넓은 고객 경험 차원에서 존재의 이유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이를 성취하기 위해서 현재 가지고 있는 역량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필요한 역량을 넓게 정의하고 이에 따라 외부 경력자 채용 및 내부 역량 개발뿐만 아니라 M&A, 타기업과의 협업이 일상시되는 새로운 현실에 적응할 필요가 있다. 엘리트 의식, 순혈주의, 배타적 사고에 갇혀 있는 기업일수록 이러한 현실은 생존에 혹독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메가트렌드 2. 희소성(Scarcity) 사업을 경영함에 있어 자원 및 인력이 충분하다고 느끼는 조직은 없을 것이다. 앞으로 기업들이 겪게 될 인재 희소성의 수준은 기존에 경험하던 수준을 훨씬 능가할 것이라고 콘페리는 예측한다. 일례로 최근 판교발 개발자 채용 경쟁은 하이테크 기업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기업들에도 극심한 인재난을 초래하고 있다. 모든 직군에서 인력의 희소성이 나타나지는 않지만 단순히 개발자와 같은 소수의 특정 직군을 넘어서 라이더, 돌봄 인력 등 다양한 업종에서 나타나고 있다. 전체적인 고용 증가로 해석할 수도 있겠으나 이보다는 기업들의 사업구조나 전략이 바뀌면서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새로운 스킬셋을 보유한 인력들이 필요하고 업무 재배치를 통해 기존 인력을 이동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어렵게 확보한 중요 인재라 할지라도 이들의 퇴사율은 기존의 평균 퇴사율을 두세 배 뛰어넘는다. 짧게는 1~2년 길어야 5년을 넘기지 않고 다음 직무경험을 위해 끊임없이 이직을 탐색하는 인재들이 충성심 낮고 오로지 금전적 보상만을 쫓아다닌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본인 스스로 계속적인 혁신과 성장이 없다면 언젠가 도태될 것이라는 위기의식과 두려움이 끊임없이 이들로 하여금 새로운 도전과 경험을 찾아 나서게 만들고 있다. 기업은 직원들의 업무영역을 정하고 해당 영역에서 어느 정도 기량을 보이면 계속 그 영역에서만 머물도록 해서 생산성과 효율성의 극대화라는 효과를 얻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직원 입장에서 현재 속한 조직이 정해준 경력 그물 안에 갇혀 반복적인 일을 좀 더 신속하고 적은 자원으로 처리하는 현실이 그다지 반갑지는 않다. 직급과 승진이라는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시간에 따라 연봉과 신분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체계가 이에 대한 보상이라고 하나, 승진의 예측가능성이 낮아지고, 승진이 되어도 일이 바뀌지 않는 현실에 갇힌 MZ세대에게 승진은 조직에 머무르고 싶을 만큼 달콤한 보상이 되지 못하고 있다. 대규모의 인력을 보유한 조직일수록 이러한 현실은 특정 직군에 국한된 특수한 상황이라고 보고 이들만을 위한 특별한 인사제도를 만들어 운영하는 경우가 가장 일반적인 솔루션이다. 현실적인 방법이긴 하나 전체적인 조직문화나 운영방식에 대한 고려가 없다면 단기적인 미봉책에 불과하다. 새로운 직무기회에 대해서 내/외부 인재 모두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신입/경력을 포함한 조직 내 모든 인재들이 성장할 수 있고 각자의 삶이 존중되는 문화로의 정착이 필요하다. 메가트렌드 3. 활력(Vitality) 일과 삶의 균형이 중요해지면서 각자의 삶에서 오는 스트레스, 부담감이 업무생산성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가 조명 받고 있다. 본인과 본인 주변 존재들의 생로병사를 비롯하여 재무적 문제, 인간관계에서 오는 각종 자극은 아침에 출근하는 직원들의 근무의욕및 생산성에 매우 심각하게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여러 연구 결과는 보여주고 있다. 예전 같으면 집에서의 문제나 개인적인 상황으로 인해 업무성과에 영향을 주면 해당 개인의 직업의식 부족으로 비난받았겠지만 이제는 아니다. 개인의 자기관리 차원으로 책임을 돌리기 보다 기업들은 좀 더 적극적으로 구성원들이 일과 본인의 삶을 병행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여 전체적으로 건강하고 활력 넘치는 조직을 유지하는 정책으로 바뀌고 있다. 사내에서 다양한 웰빙 프로그램 및 재무적 지원을 제공한다든지, 직원들이 일에만 고립되지 않고 삶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취미, 우정, 사회적 관계를 쌓아갈 수 있는 각종 사회봉사 활동의 지원, 스트레스나 정신적 피로에 대한 탄력성과 회복성을 가질 수 있도록 감성지능을 개발하는 프로그램 도입, 그리고 각자가 추구하는 삶의 모습과 회사가 추구하는 목표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음을 공유하는 기회를 자주 제공하여 직원들의 삶의 의욕과 활력을 최대치로 끌어 올리려는 기업들이 늘어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에 비해 많은 개선 노력이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활력도를 평가해 보면 다른 나라에 비해 항상 낮은 수준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일 중심의 문화, 서열주의, 승자 독식의 사회 분위기와 더불어 고성과를 내기 위해 혹독한 업무 스트레스는 당연하다고 받아들여지는 기존 세대의 가치관이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 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과거의 성공방정식을 그대로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은 이미 조직사회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어떻게 조직의 활력을 이끌어낼 것인가에 대한 많은 고민이 필요한 시기이다.

메가트렌드 4.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ESG로 발전한 지속가능성에 대한 담론이 어제오늘 시작된 건 아니다. 그러나 ESG 경영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과 요구는 단순히 구호성의 그럴듯한 선전문구가 아니고 지속가능성 있는 조직역량의 구축으로 명확하고 구체화되어 가고 있다. 콘페리의 연구에 따르면 ESG 혁신이 이루어지기 위해, 수행과 혁신을 동시에 가능케 하며, 조직과 사회에게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한데 현재 리더들의 14%가 이에 부합하는 마인드셋과 역량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성을 달성하기 위해 소수의 리더십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모든 구성원들의 전방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특히 5가지의 핵심역량이 갖춰져야 하는데 문제해결에 대한 분석적 접근, 해결지향적 마인드셋,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능력, 공감능력 그리고 유연성과 적응력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인재의 경우 분석적 사고, 해결지향적 마인드셋에 있어서는 대체로 글로벌 평균을 상회하나 공감능력이나 유연성과 변화에 대한 적응력에 있어서는 상당히 낮은 영역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이에 대한 관심과 개발 노력이 필요하다. 메가트렌드 5. 개인화(Individuality) 개인의 취향 존중이 사회 곳곳에 침투하고 있다. 제품은 비스포크라고 하여 고객의 취향에 따라 다양한 변형이 가능하고, 스마트폰이나 IT기기를 통해 우리에게 전달되는 마케팅 문구는 이미 나의 취향과 소비패턴이 고려되어 차별화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기존의 공급자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고객중심으로 가야 된다고 외치며 고객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한 다양한 실험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럼 직원은? 최고의 인재를 모집하고, 몰입시키고, 유지시키기 위해서, 조직은 직원들이 일터에서 고객 수준의 경험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이는 개인화와 관련이 있다. 즉 근무 제도, 커리어 패스, 그리고 학습 및 발전 등에 있어서 사람들은 각자의 가치관 및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서로 다른 것들을 원한다. 직원들이 더 많은 부분에서 자율성을 가지고,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일을 하도록 인사제도를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 특히 이는 인사제도의 민주적 운영이라는 방향 전환을 의미하며 인사제도나 원칙을 수립할 때 혹은 평가/승진과 같은 주요 인사결정에 있어서 직원들을 참여시키고 이들의 의견을 반영하며 투명성을 높여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메가트렌드 6. 포용성(Inclusivity) 치명적인 바이러스와 싸우기 위해 세계가 하나가 되면서 사회적, 경제적, 그리고 환경적 상호의존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 아울러 Agility와 신속한 혁신에 대한 필요에 따라, 점점 더 많은 조직들이 단기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다양한 배경을 가진 팀원들이 협업하는 팀을 구성하고 있다. 조직은 이제 ‘개개인의 집합’이 아닌,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집단 지성의 활용에 초점을 맞춤에 따라 직장에서 다양성을 받아들이고자 하며, 조직원들이 수용된다고 느끼고, 최선을 다하도록 격려받는 안정감 있는 공간을 창조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조직 내 포용성을 높이는 데 있어 리더의 포용성 수준이 가장 중요한 첫걸음이다. 즉 포용성이 높은 리더는 조직 내 단 한 사람도 배제하지 않고 모두가 각자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지도하며 본인 스스로의 단점에 대해서도 두려워하거나 숨기지 않고 이를 인식하고 개선하는 데 타인의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수용한다. 혁신적인 기업들일수록 리더와 구성원의 관계에 있어서 상호 신뢰가 높고 수직적인 업무관계보다는 수평적인 의사 소통이 활발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찍부터 포용성을 강조한 나이키의 경우 포용적이고, 개방적이며, 투명한 디자인 프로세스를 사용하여, 기존의 제품을 사용할 수 없거나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포함한 다양한 관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협력을 적극 진행하였다. 그 결과 나이키는 신발끈 없는 운동화를 개발하였는데 당초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소비자들을 위해 디자인한 이 운동화는 아동과 임산부를 비롯한 더 많은 소비자 들의 선택을 받게 되었다. 메가트렌드 7. 책임감(Accountability) 우리는 이제 더 이상 한공간에서 동일한 시간대에 함께 일하는 시대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다양한 상황이 발생하는 현재와 같은 업무환경에서는 더 이상 업무매뉴얼이나 상사의 지시에 의존해서 업무를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공동의 목표를 이해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주어진 상황에 따라 최대한 자율적으로 업무를 달성해서 성과를 이루어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기 조절 능력과 협력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있어서도 탑다운식의 지시나 명령 하달 대신에 조직원들이 조직의 의사결정과 실행 계획에 대해 명확히 이해할 뿐만 아니라, 직원들 사이에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창구를 열고, 필요한 경우 계획을 수정할 수 있는 자율성을 부여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 제시된 7개의 메가 트렌드는 다양한 산업과 국가에서 일하는 콘페리 컨설턴트들의 경험을 기반으로 연구된 것으로, 개별 기업의 영향을 미치는 메가 트렌드는 각 기업의 산업이나 전략 방향에 따라 다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방식으로 이제 더이상 조직과 사업을 영위해 나갈 수 없다는 것은 모두 공감하는 바이다. 우리의 인사제도 근간은 전후세대를 기점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종신고용, 고도성장, 수직적 계층 구조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제도가 대부분이다. 포스트 코로나를 계기로 이제는 새롭게 정의되고 있는 일, 조직, 인재조건들에 대해 종합적인 검토와 인사제도에 근본적 재접근이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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