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동 회장님, 임꺽정 사장님, 박문수 대표님, 이몽룡 의장님, 성춘향님, 향단님, EJ 컨설팅하면서 만난 고객사 대표이사를 부르는 호칭들이다. 깍듯이 성명과 직급을 곱게 붙여서 정중하게 칭하는 경우, 직급 빼고 쿨하게 성명에 님을 붙이는 경우, 친근하게 성을 빼고 이름에 님을 붙이는 경우, 나아가서는 용감하게 그냥 이름만 부르는 경우까지 다양하다. 과거에는 천편일률적으로 직급을 부르는 것이 대세였고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불경스럽다고 여겨졌지만(물론 지금도 그런 곳이 대다수이긴 하다), 조직문화가 수평적으로 바뀌는 추세에다가 MZ세대의 부상, 업무환경의 변화 등으로 이제는 호칭 변화를 넘어 아예 직급 자체가 폐지되는 사례도 왕왕 등장하고 있다. 특히 이런 추세는 팬데믹을 거치면서 강화되고 있으며, 직급 폐지가 독립적인 사안이라기보다는 일하는 방식 자체가 변화되어야 한다는 대명제에서 비롯되는 경향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왜 직급을 폐지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지, 직급을 폐지하면 어떤 효과가 있는지, 직급 폐지가 성공하려면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하는지, 직급을 폐지할 경우 어떤 과제를 수행해야 하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왜 직급을 폐지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나? 기업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민첩하고(Agile) 유연한 인력 운영, 핵심인재에 대한 혁신적 등용과 육성, 파격적인 보상 등 HR 혁신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논하고 있다. 상당 부분 진척된 측면도 있지만 기존 직급체계 내에서는 한계에 봉착하는 경우가 많다. 왜 그럴까? 첫째, 연차를 기반으로 하는 승진으로 인해 직급과 역할 간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 직원 역량이 뛰어나도 회사가 위계에 따른 직급을 고려하여 직책을 부여하게 되면 젊은 인재가 빨리 성장하기 힘들기 때문에 기업들은 우수 인재를 육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물론 발탁 승진, 특진 등의 형태로 조기 승진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이마저도 최소체류연한이라는 연공 측면의 기준이 적용되므로 완전한 의미에서 위계적 요소가 전혀 없이 역량 기준만으로 우수 인재를 조기에 등용하는 제도라고 보기는 어렵다. 둘째, 하위 직급자들이 단계적으로 상향 보고하는 과정에서 필요 이상의 의사결정 단계로 인해 신속한 업무 추진이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비전문가들이 의사결정에 개입함으로써 업무 비효율이 발생하고 실행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럴 경우 유능하고 젊은 인재가 육성되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필패 신드롬(The Set-up-to-fail Syndrome, 장 프랑수아 만초니, 장 루이 바르수 공저, 2022)’에서도 아무리 일을 잘하는 직원이라도 상사로부터 일을 잘 못한다는 의심을 받는 순간 실제로 무능해진다고 역설하고 있다. 이는 상사가 자신이 원하는 정보만 믿으려는 ‘확증편향 (Confirmation Bias)’, 즉, 자신의 주관에 따라 부하직원에 대한 인지적 편견을 가질 경우 원래 유능한 인재였던 직원조차도 무능한 직원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 보상 수준을 드라마틱하게 상승시키기 위해 승진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승진 누락의 내상은 깊을 수밖에 없어서 승진이 동기 부여라는 순기능보다는 누락 가능성 때문에 불필요한 사기저하 요소로 작용할 개연성이 높다. 따라서 승진 중심 사고로 연공 위계가 계속해서 중시되고, 승진 대상자 몰아주기식의 평가 왜곡이 발생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탈피하기 어려워진다. 넷째, 보상 제도는 성과주의로 운영되고 있는데, 직급체계는 연공서열 중심의 위계가 형성되는 아이러니로 인해 수평적인 조직문화 형성이 어렵게 되어 업무 유연성이 저하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추진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조성된다. 사실 직급체계는 조직 운영의 위계상에서 역할, 권한 및 책임 부여의 기준이며, 채용, 평가, 보상, 육성 등 제반 인력 운영의 뼈대(Backbone) 역할을 하는 인사체계의 기준(Reference)이다. 따라서 글로벌 선진기업에서 직급은 수행 직무 및 역할 기반의 의미가 강하기 때문에 승진은 상위 포지션으로의 이동(Advancement) 개념으로 보는 반면, 국내 기업에서 직급은 연차 기반으로 수립되었기 때문에 보상 수준 상승의 핵심요소이자 일종의 벼슬(Title)로 작용하는 차이점이 존재한다. 이에 기업들은 앞서 언급한 기존 직급체계의 한계를 극복하고 진정한 의미에서 HR 혁신을 이루기 위한 첫단추로 과감하고 혁신적으로 직제를 개편하기 위해 직급 단순화를 넘어 직급 자체를 폐지하기 시작했다. 직급 폐지는 유행의 산물이 아니라 오래된 고민의 결정체인 것이다. 직급을 폐지하면 어떤 효과가 있는가? 회사와 직원 모두가 Win-Win할 수 있다. 먼저 회사 입장에서는 다음과 같은 효과가 있다. 첫째, 다단계, 연공 중심의 직급체계에서 탈피하여 유연하고 수평적인 직무 기반의 업무 방식으로 전환됨과 동시에, 기존 보상제도가 개선되어 뛰어난 성과를 즉시 인정하는 파격적인 보상을 가능케 함으로써, 우수인재를 동기부여하고 조직 성과를 적시에 견인하기 용이해진다. 둘째, 회사가 직원들에게 연차에 따라 제한적이고 정해진 성장 비전을 제공하는 것에서 벗어나, 개인의 전문성에 따라 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전문성 기반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으며, 직원들에게 단지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만 인정받는 우물 안의 개구리(Galapagos Syndrome)가 아니라 개인의 경쟁력이 강화됨에 따라 시장에서도 통하는 커리어 비전을 가지게 된다고 어필할 수 있다. 셋째, 팀 단위의 정형화된 업무 범위를 넘어 프로젝트 단위 의 협력적 업무 수행을 통해 조직 간 사일로(부분최적화, Local Optimization)를 타파하고 전사 차원의 어젠다를 실행할 수 있는 시너지를 극대화(전체최적화, Global Optimization)할 수 있다. 넷째, 구성원들의 성장을 지원하고, 역량 있는 인재들에게 새로운 업무 도전 및 리더 기회를 부여하여 최고의 인재들이 일하고 싶은 회사라는 회사 브랜드(Employer Brand)와 EVP(Employee Value Proposition)를 만들어 갈 수 있다. 회사뿐만 아니라 직원 입장에서도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게 많다. 첫째, 직무 및 역할 중심으로 직급이 창조적으로 파괴됨으로써 체류연한이나 연차의 개념은 사라지고 역량을 갖춘 인재라면 누구나 조기에 리더나 임원으로 성장이 가능해진다. 둘째, 승진 기회가 상실되더라도 해당 금원이 매년 보상의 재원으로 쓰이므로, 보상의 기회가 많아질 뿐만 아니라 승진기회 상실분에 대한 보상도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더 이상 승진만이 보상 상승의 주요 동인이 아니며 성과 기반 보상 강화 등 다양한 형태의 보상 기회가 제공된다. 셋째,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조직 내 성장 비전이 강화될 뿐만 아니라, 조직을 떠나더라도 개인의 시장가치를 높여 주는 다양한 기회를 부여받을 수 있다. 조직에 충성했던 과거 인재들과 달리 내 미래에 충성한다는 MZ 인재들에게는 더욱 기쁜 일일 것이다. 넷째, 업무 시간, 공간, 방식 등의 변화(ABW: Activity-Based Workplace) 추세에 더하여 제도적 측면에서도 직급 폐지에 따라 유연하고 창의적인 분위기 속에서 일할 수 있다. 직급 폐지 성공하려면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하나? 기업들은 인재 유인과 Agile 조직 구현을 목적으로 직급 축소, 직급 폐지, 호칭 통일 등 다양한 형태로 직제를 개편하고 있다. 성공 기업은 공통적으로 직원 수용도 제고를 위해 설계 및 실행 과정에서 직원 대표자를 선임하고 직원 협의체를 편제하는 등 직원들의 직접 참여도를 높였으며, 직급 폐지만 단편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의 전환, 연관 인사제도 개편 등을 병행하였다. CJ ENM, SK이노베이션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실패 기업은 직원 공감대 및 참여 부족에 따른 실행력 저하, 직급 폐지 외 조직운영 방식 및 연관 제도 연계 등을 소홀히 하는 우를 범함에 따라 변경된 직제가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데 그치거나 아예 기존 직급체계로 회귀하는 경우도 있다. 결국 직급 폐지의 성공 여부는 구성원들의 참여, 직원 공감대 형성및 일하는 방식의 변화 병행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 이를 위해 직급 폐지에 대해 미온적인 구성원들에 대한 합당한 논리 제시 및 보상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기존 직급체계 내에서 부족했던 역량 발현의 기회가 확대되는 측면, 지나치게 안정 지향적이고 보수적인 의사결정체계 내에서 억눌렸던 인재들의 성과 창출 기회가 대폭 확대 되는 기제 등에 대한 소구가 요구된다. 그래야 직급 폐지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일하는 방식의 대전환이라는 궁극적 지향점에 다다르기 위한 근본적인 변화 노력이라는 회사의 진심에 직원들이 수긍할 수 있다. 직급을 폐지할 경우 어떤 과제를 수행해야 하나? 직급을 폐지하면 생각보다 해야 할 숙제가 많다. 직제 개편에 따른 기존 승진기회 상실에 대한 보전, 보상 측면의 동기부여 강화, 연계 인사제도 운영기준 개편, 유연한 조직문화 강화 등의 과제가 있으며, 특히 임직원 커뮤니케이션을 포함한 변화관리에 많은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첫째, 연공 중심의 직급 및 승진체계가 전면 폐지되면 인사 운영의 기준이 기존 직급에서 직무 및 역할로 전환되기 때문에 직무분류체 계를 정교하게 재정비하고 직무관리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체계화 해야 한다. 둘째, 승진보전금을 지급해야 한다. 직제 개편시점 혹은 승진 연차 도래 시 승진 가급을 지급해야 하는데, 지급 횟수, 금액 규모, 지급 시기 등은 회사가 처한 상황(예: 승진 가급 규모, 회사 지불여력, 직급별 인원, 근속기간, 퇴사율)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적용되고 있다. 셋째, 보상 측면의 동기부여를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한 기본급 인상 및 성과급 지급 시 성과에 따른 보상 차등 강화, 유연한 직책 임면 및 역할에 따른 보상 강화를 위한 수당 지급, 전 직원 혹은 핵심 인재 대상 주식보상 등을 고려해 볼 만하다. 넷째, 직급과 연계된 제반 인사제도 운영기준을 변경해야 한다. 기존 직급 기반의 성과급 지급률 조정, 유연한 직무 수행을 위한 직책자 임면 관리, Fast Track을 통한 고성과자의 빠른 성장 및 보임을 가능하게 하는 승계 관리(Succession Management), 직급 기반의 핵심인재 선발 기준 조정, 직급 및 승진과 연계된 복리후생 기준 개편, 직급 기반의 교육 프로그램 변경, 그리고 조직도, 인사 시스템등 행정체계 변경 등의 후속작업이 필요하다. 다섯째, 일하는 방식 전환 관련 제반 프로그램 도입에 서둘러야 한다. 프로젝트 기반의 조직 운영, 구성원 아이디어 기반의 다양한 공모전 및 사업기회 제공, Work-Life Balance를 적극적으로 지원 및장려하는 근무 프로그램 도입, 거점 오피스 운영 등 업무 환경 자체를 직원 친화적으로 조성하는 등의 노력이 중요하다. 여섯째, 대내외 커뮤니케이션 및 변화관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 해도 지나치지 않다.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이해, 공감하며, 실천 및 내재화하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변화 추진 TF 편제, 변화관리자(Change Agent) 역할 부여, 다양한 매체를 통한 내부 커뮤니케이션, 언론 홍보 기사 등 대외 커뮤니케이션, 계층별 교육, Help Desk 운영, 변화 진척도에 대한 모니터링 및 피드백 제공 등 입체적인 커뮤니케이션 및 변화관리가 필요하다. 직급 폐지를 고민하는 사장님을 3분 만에 설득하려면? 최종 보고를 하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고객사 대표이사가 “참석이 어려우니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고 있는 동안 핵심만 보고 해달라”고 한다면 어떻게 요약 보고할 것인지를 묻는 것이다. 필자가 후배 컨설턴트를 뽑을 때 왕왕 활용하는 인터뷰 기법이다. 일종의 ‘Brain Teaser’인데, 구조화된 사고를 위해 결론부터 먼저 커뮤니 케이션하는 ‘Answer First’ 트레이닝에 활용되기도 한다. 직급 폐지를 검토하고 있는 대표이사에게 핵심만 간결하게 보고하고자 하는 독자가 있다면 다음 내용을 참고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글을 맺고자 한다. “대내외 환경에서 인재 유치 경쟁이 극심한 가운데, 우수인재의 혁신적 등용을 위한 직급 폐지가 절실합니다. 전례 없는 보상 경쟁 속에서 기존 직제로는 우수 인재를 동기부여하고 혁신적으로 등용하고 보상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이를 가능케 하기 위해 역량 있는 인재라면 누구나 리더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우수 인재가 조기에 등판하도록 해야 합니다.” “다른 회사의 사례를 살펴보았습니다. 직급 폐지에 성공하는 회사는 구성원 수용도 제고를 위해 설계 및 실행 전 과정에 직원들과 대표이사가 직접 참여하고, 직급 폐지와 더불어 일하는 방식의 변화 및 연관 제도 개편 과정을 병행하였습니다. 반면, 실패하는 회사는 구성원 공감대 및 참여 부족에 따른 실행력 저하, 직제 외 조직운영 방식 및 제도 연계 부족으로 기존 직급체계로 회귀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따라서, 성공적인 직급 폐지를 위해서는 높은 공감대를 기반으로 구성원 참여와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동반되어야 합니다. 직급 폐지에 대해 미온적인 구성원들에 대해 합당한 논리 및 보상을 제시해야 하고, 기존 직급체계 내에서 부족했던 역량 발현 기회가 이제는 확대된다는 측면을 강조해야 하며, 일하는 방식 대전환의 일환으로 직급 폐지뿐만 아니라, 승진, 보상, 인재관리, 교육 등 제반 제도 운영기준을 개편하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직급이 폐지되면 앞으로 직무와 역할 개념이 중요해지므로 직무 재정비가 필요합니다. 직무 구성요소에 따라 인력 및 제도 운영의 단위, 경력개발 목표, 인사 운영 기준으로 활용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구성원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합니다. 철저히 구성원 입장에서 설득력이 있도록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여 섬세하게 스토리 라인을 구성하고 전파하도록 하겠습니다. 맡겨 주시면 제대로 한번 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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