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은 그동안 사람 중심의 HR 운영에 치중해왔다. 사람을 우선적으로 채용하고 그 사람에 맞는 일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인력을 운영해왔다. 능력 있는 사람에게만 업무가 몰리게 되고 소수 리더 중심으로 업무가 처리되면서 일반 직원들의 업무 능력은 계속 감소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러한 사람 중심의 인사는 업무의 복잡성이 덜하고 빠르게 성장하는 산업화 시기에는 소수의 리더와 핵심인력 중심으로 기업의 성장을 유지하는 데 있어 큰 방해 요인은 아니었다. 장기적인 저성장기가 도래하면서 HR 운영의 효율성 강화가 필요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직무가치를 고려하지 않고 모든 직무에 동일한 높은 수준의 보상을 주는 방식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특히 일이나 역할의 변화가 없어도 정기 승진이라는 명목으로 직급이 올라가고 이로 인해 보상이 상승하는 부분은 인건비 고정비용을 지속적으로 상승시켜 HR 생산성을 점증적으로 하락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더군다나 ICT의 발달은 일하는 방식과 요구 역량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예정이다. 빅데이터를 결합하고 통합하는 능력이 가장 중요해지고,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결합, 통합, 창의적 사고 등 인간의 영역이 강조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은 산업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며, 이로 인한 기업의 사업모델 역시 변화가 수반될 것이다. 디지털 Transformation에 맞춰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해 인적역량, 조직구조/문화, 인사제도 측면의 변화가 필요하다. 디지털 기업에 필요한 인력의 핵심 역량 요건으로 ‘산업 전문성’과 ‘SW 전문성’이 강조되고, 디지털화가 진행됨에 따라 DevOps(Development and Operations, 다양한 백그라운드의 멤버들로 구성되어 환경 변화에 따라 새로운 제품/서비스를 실험하고, 쉽게 해산) 형태의 새로운 조직 구조가 확대될 것이다. 기존에는 ‘효율성 제고, 마진 개선, 리스크 최소화’에 집중했다면 디지털 기업은 ‘실험과 속도 중시, 리스크 감수, 협력과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조직문화를 변화시켜 나갈 것이다. 이와 같이 전방위적으로 산업의 패러다임이 디지털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우리의 인적역량, 조직구조/문화, 인사제도 측면에서도 변화가 필수적인데, 이에 국내 기업들은 변화의 가장 기초적인 토대인 직무 인프라 구축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은 직무 인프라 재구축을 통해 디지털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일에 대해 정의하고 그러한 일을 수행하기 위해 요구되는 구체적인 Requirement 를 구축하여 필요 인력들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직무기반의 HR 제도 구축을 위해 우선적으로 분류체계를 새롭게 정의할 필요가 있다. 직무를 정의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은 어떠한 목적으로 직무를 활용할 것인가에 있다. 직무는 일반적으로 아래와 같이 다양한 용도로 활용된다.

직무를 이동 발령의 기본적인 단위로 활용하려 한다면 회사의 조직 사이즈를 고려하여 그 크기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조직 규모와 관계없이 지나치게 세분화시켜 놓으면 다른 직무의 업무를 시킬 때마다 인사 발령을 내야 하기 때문에 현실성이 떨어지게 된다. 인력 육성 차원에 좀 더 집중한다면 직무를 세부적으로 정의하고 직무 수행에 필요한 요구 조건들을 폭넓게 조사하고 진단/관리할 필요가 있다. 직무분류체계를 정의할 때에는 현재 상태에서의 Value Chain 을 분석하여 각 직무의 미션 및 업무 내용, 필요 지식/기술, 경험 등의 유사성을 반영하여 유사 과업을 통합하여 하나의 직무로 분류할 수 있다. 최근 들어 직무를 분류할 때 강조하는 것은 전략 달성을 위해 필요한 핵심적인 조직 기능을 고려한다는 점이다. 핵심적인 직무일수록 세분화하여 인력을 선발/배치하고 전략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지금 당장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전략 과제 수행을 위해 생성이 필요한 직무는 직무를 신설하여 요구 조건에 부합하는 인력들을 사내에서 체계적으로 육성하든지 필요에 따라서는 외부에서 수혈할 경우도 채용 조건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직무분석을 통한 프로파일 구축 역시 어떤 목적으로 활용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과거 활용처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정보가 조사되고 관리되다 보니 현업에서 업데이트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인사팀 주도로 관리되다 보니 업데이트가 제때 이뤄지지 않아 결국에는 사장되는 경우가 많았다. 조직 역량 수준을 확인하고 인력 육성 차원에서 활용이 요구된다면 직무 정의나 주요 업무 조사는 최소 화하고 요구 조건을 상세히 조사하는 것이 필요하다. 요구 조건은 Historical Data인 직무경험/경력, 학력/전공과 Potential Data인 직무수행에 필요한 행동역량, Knowledge/Skill-set 등으로 프로파일 구성 요건을 정의할 수 있다.

직무에 필요한 요건 조사는 사내 직무 전문가 Survey나 인터뷰와 같은 방식으로 추출할 수 있다. 직무 수행에 필요한 행동역량은 고성과 직무전문가 대상으로 과거 성공 사례 인터뷰(Behavior Event Interview)를 통해 추출하는 방식을 추천한다. 설문 방식은 단시간 내에 저렴한 비용으로 역량 Set를 구성할 수 있는 장점은 있으나 누가 설문하느냐에 따라 본인 주관이 많이 개입될 수 있고 직무 환경에 맞게 수정/보완도 쉽지 않다. 중요한 것은 한두 명의 사내 전문가 대상으로 작성된 Requirement를 어떻게 검증하느냐이다. 검증은 외부 직무 전문가 인터뷰 또는 컨설팅 회사의 Database를 활용할 수 있다. 콘페리는 포지션에 따라 차별적으로 요구되는 역량과 경험, 개인적인 특성 및 동기부여(KF4D) 등을 통합적으로 정의한 Success Profile을 토대로 회사의 전략적 상황, 업 특성, 조직문화 등의 Context를 반영하여 회사 맞춤형으로 포지션 프로파일을 도출 하고 있으며, 이 프로파일을 토대로 정밀하게 진단, 피드백을 줄 수있도록 Assessment & Coaching 팀을 운영하고 있다.

직무별로 정의된 요구 조건들과 현재의 포지션 수행자들 간의 Fitness를 측정하기 위해 진단 도구와 진단 체계를 수립한다. 전문성 레벨별로 Requirement의 구체적인 수준을 정의하고 이에 대한 부합도를 측정하기 위한 평가주체(상사, 동료, 직무 전문가 집단), 평가방식(정량적 진단, Discussion을 통한 합의), 평가주기(연간, 수시), 평가결과 활용(등급 상승/유지/하락) 방안 등을 세팅한다. 직무 및 프로젝트 경험, 업무역량/Skill-set 보유 등 Job-Person Fitness 진단 결과는 개인 차원에서는 스스로 포지션 부합도를 확인하여 Next Level로 등급 향상을 위해 어떠한 CDP 활동을 해야 하는지 자기주도적 결정하고 행동할 수 있게 한다. 또한 조직 차원에서는 직군별로 조직 역량에 대한 현황 파악을 가능케 한다. Value Chain 별로 과부족 역량을 확인하여 부족 역량 분야로의 내부 인력 재배치나 교육 훈련, 단기적 역량 make-up을 위한 채용 등의 의사결정을 할 수있게 하는 인력운영의 Control Board로 활용이 가능하다. 지금까지 포지션 기반 HR로의 체계 변환을 위한 분류체계 수립, 프로파일 구축을 위한 직무분석, Job-person Fitness 진단 체계와 활용 방안에 대해 살펴보았다. 직무가치 기반으로 직급과 보상을 차별화하는 것은 형평성을 중시하는 국내 정서상 당장의 도입은 어렵다고 하더라도 인력 운영의 효율성을 고려할 경우 장기적으로 준비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글로벌 진출이 활발한 기업일수록 직무기반으로 현지 인력을 채용, 보상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국내 HQ 직무 가치를 평가하여 가이드를 줄 필요가 있겠다. 직무 기반으로 요구 조건에 부합하는 인력들을 어느 정도 보유하고 있는지, 부족하다고 하면 어떠한 방식으로 make-up을 할 것인지를 의사결정하기 위해 포지션 기반의 HR로의 전환은 선제적으로 도입, 정착시켜야 할 과제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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