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많은 국내 기업들이 조직 개발의 중요한 화두로 삼고 있는 주제 중의 하나가 흔히 D&I로 표현되는 다양성과 포용성(Diversity & Inclusion)이다. 대다수 글로벌 기업들이 사업을 확장하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그 과정에서 다양성의 확보가 비즈니스의 안정적인 성장에 있어 핵심 성공요인 중의 하나라는 점을 인지하게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우리 기업들도 글로벌 시장으로의 진출이나 인수합병 과정에서 다양성에 대한 인정과 포용성의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체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콘페리가 수행해 온 Global HR 혹은 PMI 프로젝트의 유형을 분석해 볼 때 과거에는 인사제도나 업무 프로세스의 통합이 주류를 이루었다면, 최근에는 진출 국가나 인수 대상 기업의 차이점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수용함으로써 조직과 인재관리의 실질적인 효과성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12개국의 1,000개 기업에 대한 맥킨지 연구에 따르면, 구성원의 인종, 국적, 성별 등 다양성의 확보 수준이 상위 25%에 해당하는 기업은 동일한 산업군 내 속한 다른 기업들의 평균보다 36% 더 높은 수익을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다양성이 높은 조직이 항상 효율적인 조직 운영이나 탁월한 성과로 연결된다고 볼 수는 없다. 다양성을 가진 조직이 실제로 동질성을 가진 조직 대비 혁신성을 가지기는 하지만 초기 단계에서는 생산성이나 효율성이 현저히 떨어질 수도 있다. 다른 관점이나 서로 다른 경험, 배경, 사고방식으로 인해 초반에는 혼란과 갈등이 발생할 수 있고 이러한 이슈가 오히려 단기적인 관점에서 비효율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되돌아보면 많은 기업들이 다양성을 내세우면서 시도했던 여성 리더 비율 확대나 현지 인력의 획기적인 발탁, 이종의 산업군에서 파격적인 인재 영입 등이 항상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다주지는 않았다. 좀 더 장기적인 측면에서 보면 다양성을 가진 조직이 동질성을 가진 조직보다 훨씬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는데 이는 조직 내 체화된 포용적인 리더십이 조직의 규준(norm)으로 자리 잡음으로써 다양성이 효과적으로 관리되기 때문이다. 콘페리는 변화하는 경영환경 속에서도 탁월한 성과를 보이는 리더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통해 다양성과 포용적 리더십이 조직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연구에서는 포용적인 리더가 구성원에게 자발적으로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업무에 진정성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며 동시에 조직 전체의 혁신과 새로운 사업 발굴을 위해 과감하게 권한을 위임한다는 공통적인 특성이 발견되었다. 많은 기업에서 다양성과 포용성을 동시에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할수 있다. 외형적인 모습이나 데이터만으로 다양성을 확보하기보다는 ‘다름’의 가치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다양한 구성원들의 의견과 경험을 존중함으로써 다양성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포용적 인 리더를 확보하는 것이 D&I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년여간의 팬데믹을 거치면서 과거에 경험해 보지 못했던 복잡성과 불확실성 속에서도 기업이 생존하고 성장해 나가기 위해서는 포용적 리더의 역할은 더 중요해졌다고 할 수 있다.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구성원들이 가질 수 있는 막연한 불안과 두려움을 희망과 긍정으로 이끌어 나가는 리더, 소수의 핵심 인력뿐만 아니라 전체 구성원들의 협업을 통한 성장을 강조하는 리더, 조직 내에 숨어 있는 역량을 발굴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 내는 리더 등이 다양성의 외형적 조건에만 머무르지 않고 실질적인 성과로 엮어 내는 능력을 보유한 포용적 리더(Inclusive Leader)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포용적 리더십은 어디서 기인하는 것일까? 포용적 리더십을 구성하는 요소를 살펴보기 전에 먼저 리더십 효과성의 전체 맥락에서 살펴보자. 콘페리가 15만 명이 넘는 리더들의 프로필을 분석하고 800여 명의 기관 투자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끊임없는 변화 속에서 자신의 생각, 가치, 신념을 스스로 파괴함으로써 생존하고 성장하는 “자기 파괴적 리더(Self-Disruptive Leaders)”의 특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자기 파괴적 리더십 모델과 포용적 리더십 모델 사이에 공통되는 영역이 존재하고 있었는데 미래에 성공할 리더는 조직 내외부 생태계 전반에 걸쳐 다양한 사람들과 파트너 관계를 맺고 구성원들의 몰입을 이끌어내는 데 필요한 신뢰와 포용성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콘페리가 3백만 건 이상의 리더십 어세스먼트 결과에 대한 분석을 통해 개발한 포용적 리더 모델은 5가지 개인 특성(Traits)과 5가지 역량(Competency)으로 구성된다. 이러한 조건을 갖춘 리더들의 필요성은 앞으로 계속 늘어나겠지만 실제 포용적 리더십(Inclusive Leadership)의 조건을 충족하는 리더들은 생각보다 매우 드문 것이 현실이다. 최근 콘페리가 약 24,000 명의 리더십 어세스먼트 글로벌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가 이러한 상황을 잘 설명하고 있다. 콘페리가 포용적 리더십의 조건으로 정의한 5가지 역량(Competency)과 5가지 개인 특성(Traits)을 포함한 총 10가지의 모든 영역에서 상위 25% 수준을 보인 리더는 한 명도 없었으며, 해당 조건을 6개의 영역으로 완화했을 경우에도 전체 조사 대상 리더 중 약 5%만이 포용적 리더로 분류될 수 있을 정도였다. 이 연구를 통해 발견한 또 하나의 재미있는 사실은 포용적 리더가 두 가지의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었는데 하나의 유형은 가슴형(Heart) 리더이고 또 다른 하나는 머리형(Head) 리더이다. 모든 조직에는 이 두 가지 유형의 리더가 모두 필요하다. 가슴형 리더는 진정성(Authenticity) 및 감성적 회복탄력성(Emotional Resilience)과 같이 사람과 관련된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다양한 관점에 대한 통합이나 대인 관계, 신뢰 구축 분야에서 두드러진 역량을 보유하고 있었다. 반면, 머리형 리더는 유연성(Flexibility)과 호기심(Inquisitiveness)과 관련된 개인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높은 적응력을 바탕으로 변화를 이끌어내는 역량에서 더 높은 수준을 발휘하고 있었다. 실제 조직에서 요구하는 리더의 모습은 이 두 가지를 모두 보유하고 있는 리더이다. 앞서 밝힌대로 모든 영역에서 상위 25% 수준을 보유한 리더가 한 명도 없었던 것처럼 가슴(Heart)과 머리(Head)를 균형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향후 리더십 개발의 지향점이 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본인과는 다른 유형의 리더가 가진 특성과 역량을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예를 들어 가슴형 리더는 사람 자체에만 머물러 있기보다는 조직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새로운 시각과 시도를 위한 본인만의 접근 방식을 개발해야 하고, 머리형 리더는 구성원들의 다양성을 보다 감성적으로 받아들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리더 개인들의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조직 차원에서 포용적 리더십을 개발하기 위한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의 세 가지를 고려하여야 한다. 첫째, 리더십의 지향점과 요구 조건을 명확하게 정의하여야 한다. 우리의 인재상과 리더상이 회사 홈페이지에서만 형식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냉정하게 되돌아보고 모든 리더들이 이해하기 쉬운 구조와 익숙한 표현으로 재정의할 필요성은 없는지를 확인해봐야 한다. 둘째, 정의된 리더의 지향점을 바탕으로 주기적인 진단을 통해 리더 개인이 본인의 현재 수준을 살펴봄으로써 자기 인식을 높여야 한다. 리더십 진단은 한 번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건강검진과 같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때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셋째, 대다수의 리더가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무의식으로 발현하게 되는 편견(Unconscious bias)이 일상화되지 않도록 지속적인 교육과 피드백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주기적인 진단과 연계하여 리더가 자기주도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리소스가 제공된다면 교육의 효과성을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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