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방주영 코스알엑스 인사실장

마스크 속에 얼굴을 숨기고 지낸 시간이 답답하고 고된 만큼, 뷰티업계 역시 쉽지 않은 팬데믹을 버텨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길고 어둡다 말하는 터널에 불을 밝히고 빠르게 빠져나온 기업도 있다. 민감성 피부와 트러블 관리에 특화된 저자극 스킨케어 제품으로 해외에서 더욱 잘 알려진 글로벌 뷰티 브랜드 ‘코스알엑스(COSRX)’ 이야기다. 2021년 기준 1200억이 넘는 매출을 달성하며 지속 성장하고 있는 코스알엑스는 제품 경쟁력은 물론, 급변하는 소비시장 다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글로벌 기업이자 웹과 모바일 기반 합리적 소비를 돕는 스마트 기업으로서 비전을 실천하고 있다. 140여 명 임직원의 약 90%가 MZ 세대로 이루어진 이들 조직은 어떤 모습으로 일하고 있을까? 방주영 코스알엑스 인사실장을 만나 성장하는 조직의 비결을 들어본다.

먼저, 코스알엑스 소개를 부탁한다.

올해로 설립 9년 차로 접어든 글로벌 뷰티 기업 코스알엑스는 “EXPECTING TOMORROW” 오늘보다 내일이 기대되는 피부, 뷰티 라이프 스타일을 만든다는 슬로건을 바탕으로 저자극, 고함량의 피부 친화적 스킨케어 제품을 연구, 생산하고 있다. 40여 개국에 제품을 수출하여 해외매출이 70~80%를 차지하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코스알엑스라는 이름이 생소할 수 있지만 몇몇 제품이 국내에서 히트를 치면서 브랜드 인지도가 조금씩 높아지는 중이다.
2019년 글로벌 강소기업, 2020년 청년친화 강소기업 및 인재육성형 중소기업에 선정되었으며 2021년 근무혁신 우수기업 A등급, 여가친화기업, 경영혁신형 중소기업, 일자리 창출 유공 포상기업 등에 이름을 올리며 ‘많은 인재들이 모인 일하기 좋은 회사’로 거듭나고자 노력하고 있다.

올해 코스알엑스 HR 부문의 이슈는 무엇인가.

일하는 방식과 소통에 대한 문제를 고민하는 기업이 많을 것이다. 우리의 경우 재택근무의 가능성과 효과를 판단하는 기준을 품의 기안 건수로 보았다. 단순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개인과 조직이 장소에 상관없이 일정하게 업무를 유지하는가를 살폈을 때 정말 큰 문제없이 돌아갔다. 재택근무를 하면서 업무상 궁금한 사항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코스알엑스 생활백서’라는 일종의 자료실을 만들었고, 재택근무로 인한 불편함들을 해소해 주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역으로 구성원들 사이에서 원격근무에 대한 문제점들이 공유되고 있었다. 임직원의 90% 정도가 MZ 세대인데, “긴 시간 혼자 일하다 보니 팀원이 누군지 모르겠다”, “조직에 대한 유대감과 소속감이 떨어진다” 등 직원 간 교류가 없다는 점에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 사내 동호회 같은 커뮤니티를 만들어 달라는 요구가 생겨났고, 신입사원이 자신을 소개하는 플랫폼을 직접 만들어 공유하기도 했다. MZ 세대라고 하면 혼자 일하기 좋아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전혀 아니었다. 거꾸로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소통하고 교류하고자 하는 니즈가 높았다. 해서 두 달 전부터 전원 사무실 복귀로 변경하고 임산부와 같이 원격근무가 필요한 경우 조직장 승인하에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있다. 사업 성장으로 직원 수도 빠르게 늘고 있고, 새로운 직무가 생기는 등 조직이 변화화는 과정에서 사무실의 효율성, 조직에 대한 소속감, 직원 간 유대감을 보다 세밀하게 챙겨야 하는 시점이 온 듯하다.

기업의 목표 설정과 공유 방식이 투명하다고 들었다.

주지하다시피 MZ 세대의 특징은 공정, 투명, 확실한 보상이다. 꼭 특정 세대를 따지지 않더라도 조직에 속한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회사의 모든 것을 궁금해하고 자신이 제대로 일을 하고 평가, 보상받기를 원한다. 따라서 연말(또는 연초)에 전사 세미나를 통해 회사의 목표, 하고자 하는 일, 과제를 결과에 따른 보상기준까지 발표한다. 물론 세부적 지표는 분기 단위로 바뀔 수 있고 바뀌는 경우에는 전사에 재공지를 한다. 세상이 워낙 빠르게 변하기에 의미 없는 중장기 목표보다는 빠르게 방향 전환을 할 수 있는 달성 가능한 목표를 설정하고 공유한다. 또한, 매주 목요일 오전에는 전사 주간회의를 화상으로 전구성원에게 공유하고 있다. 주간회의 하루 전에 어떤 팀 또는 대상자가 발표하는지를 전사에 메일링하고, 발표는 직책과 상관없이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담당자가 직접 한다. 코스알엑스 구성원 모두는 본인 자리에서 사내 메신저를 통해 해당 회의에 자유롭게 참석할 수 있고, 궁금한 사항을 물어보고 토론할 수 있다. 자율적으로 회의에 참석하여 한 주간의 주요 이슈와 진행사항, 향후 진행될 업무까지 세세하게 확인이 가능하다. 또한 대표이사를 포함한 부문장(임원) 전원이 해당 회의에 필참하여, 의사결정이 필요한 부분을 바로 논의하여 확정하고 있다. 회사가 어떤 기준에 따라 의사결정을 하는지도 전 구성원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고 회사가 가는 방향을 구성원 모두가 더 잘 알 수 있도록 한다.

성과평가와 보상체계는 어떻게 가져가고 있나.

코스알엑스에 합류할 당시 두 가지 미션을 받았다. 첫째는 채용, 둘째는 지속 성장을 위해 평가보상을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지다. 조직이 스타트업처럼 움직이고 굉장히 빠른 폭으로 성장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개별 조직의 성과만 강조하면 조직 내부에서 싸움이 생기고, 회사가 가고자 하는 방향성에 맞지 않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회사의 연봉인상률과 인센티브 지급률에 기준이 되는 목표를 연초(또는 연말)에 투명하게 공유하고 ‘조직에 따라 차등하는 조직평가’가 아닌 ‘전사가 같은 목표를 향해 달리는 조직평가 및 보상구조’로 바꾸었다. 각 구성원이 회사의 목표달성을 위해 본인이 담당하는 업무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할지 스스로 고민하고, 분기단위로 개별 과제를 수립하고 과정과 결과를 리더에게 피드백 받도록 하였다. 전사 기준으로 개인의 기본급과 인센티브에 영향을 미치면서 자칫 고성과를 내는 사람에 대한 적정한 인정이 없거나 역으로 Free-Rider가 발생할 수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개인의 분기평가를 승진과 연동하도록 승진Point 제도를 도입하였다. 각 개인에 대한 절대평가 권한을 조직장들에게 주고 평가 등급에 비례하여 승진 Point를 부여하였고, 포인트 충족 시 빠른 승진이 가능하게 하여 동기부여한다.
또 하나, 키맨(KEY MAN) 제도를 통해 파격 보상을 한다. 키맨은 인 사위원회 3단계를 거쳐 선정되는데, 선정된 인원에게는 해당 조직의 부문장이 개별 면담을 통해 키맨에 선정된 이유를 안내해 주고 회사와 소속 조직에서 대상자에게 기대하는 점을 명확히 설명해 준다. 면담 과정에서 키맨은 앞으로 회사에서 어떤 일을 더 할 수 있고 성장할 수 있는지 스스로 파악할 수 있고 업무에서의 자신감과 추진력을 가질 수 있다.
이러한 세 가지 트랙을 통해 누구나 인정하는 공정한 평가와 확실한 보상, 경쟁보다는 성장에 초점을 두고 함께 협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HR 부문의 IT 기술 도입이 늘고 있는데 내부적으로 어떠한지.

규모가 비슷한 기업들과 대동소이하다. 채용의 경우 실무진 면접을 화상면접으로 전환하여 운영하였고, 온라인상에서 회사를 소개하기 위한 다양한 채널과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교육훈련도 온라인으로 다 가능하도록 세팅했다. 성과관리는 작년 4분기부터 분기 단위로 OKR’s이 돌아가도록 하고 있다. 커스터마이즈드 시스템을 바탕으로 디지털에 커리어 패스가 남도록 하고 이러한 HR 데이터를 활용하여 채용부터 교육, 이동배치, 성과관리 프로세스를 관리한다.
모든 구성원이 본인이 해 왔던 업무를 시스템을 통해 확인하고 어떻게 성장해 가는지 스스로 점검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코스알엑스는 조직개편이 잦은 편이었는데 사업 방향에 따라서 빠르게 조직의 형태를 변화시기고 인원을 재배치하는데 커리어 패스 데이터들이 활용되고 있다.

코스알엑스의 인재상 및 인재확보 전략은 무엇인가.

코스알엑스는 ‘주도적인 사람, 스스로 성과를 내는 사람’을 희망한다. 본인의 일에 있어서는 나이, 연차를 떠나서 ‘내가 제일 전문가’라는 자신감을 무기로 덤벼야 한다. 그런 인재를 찾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우리가 무얼 하는 회사인지, 어떤 비전과 미션 그리고 가치를 품고 비즈니스를 하는지를 대외적으로 알려야 하는데 처음 입사했을 당시는 채용 브랜딩이 전혀 안 되어 있었다. ‘공개된 정보가 너무 없고, 설명을 들어도 모르는 기업에 과연 누가 지원을 할까?’해서 최소한 검색했을 때 기본적인 정보가 제공될 수 있도록 다양한 플랫폼에 콘텐츠를 올리기 시작했다. 기본정보부터 시작해 정부로부터 공인받은 상, 회사의 장점을 홍보하기 위한 기사에도 신경을 썼다. 특히 채용공고에 지원자들이 볼 수 있도록 메시지를 강조했다. 회사의 슬로건인 “EXPECTING TOMORROW”를 접목해 직원들이 출근해서 오늘보다 내일이 더 좋은 회사, 오늘보다 내일 더 성장할 회사임을 강조했다.

인사업무에서 힘들고 보람된 순간은 언제인지.

힘들기도 하고 보람되기도 한 일은 바로 직원 면담이다. 나를 찾아 오는 리더나 팀원들의 고민은 보통 직장 내 고민인데, 얘기를 들어 보면 상황이 너무 이해되어서 가능한 요구는 들어주고 싶지만, 한 명을 위해 회사에서 정한 원칙을 깰 수는 없는 일이다. 그냥 동료로서 선후배로서 들어주고 공감하는 것에 만족해야 할 때 너무 속상하고 힘들다. 제일 좋아하는 순간은 아이러니하게도 퇴직 면담이다. 회사를 나가기 위한 고민을 들을 수 있다는 게 어찌 보면 나만의 특권이 아닐까. 요즘은 ‘우리 회사에 충성하면 끝까지 같이 갈 거야’ 이런 조직문화는 드물다. 조직에 어떤 문제가 있어서 떠난다면 개선하고 보완하는 작업을 하고, 직원이 성장해서 나갈 때 박수 쳐줄 수 있는 그런 문화가 바람직하지 않을까 한다.

인사 총괄자로서 의사결정 원칙이 있다면.

크게 세 가지를 생각한다. 지금 내가 마주한 사안이 회사를 위한 건지, 직원을 위한 건지, 그저 단순한 인사논리인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물론 회사와 직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베스트이지만 그게 불가능하다면 우선적으로 회사를 생각하되, 인사논리로 움직이는 것은 피하자는 것이 원칙이다. 팀원들에게도 재차 강조하는 부분이다.

인사담당자는 조직에서 어떤 역할이어야 할까.

과거에는 인사업무가 정해진 틀에 따라 움직이는 과업이었다면, 지금의 HR은 변화를 주도적으로 만들어가야 하는 자리가 아닐까 한다. 따라서 HR 담당자는 쉽게 말해 일을 저지르는 사람이어야 한다.
기존의 조직 성과관리 방식은 효율까지는 가능하지만 성장, 성과는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페이롤, 평가 운영 같은 루틴 업무는 시스템 또는 아웃소싱으로 전환되고 있다. 보다 창의적, 혁신적 으로 움직이기 위한 다양한 경험을 쌓아야 한다. 또 한 가지, 각 팀의 리더들이 인사권자로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코칭하는 것이 인사팀의 역할이라고 본다. 해서 어떤 제도가 실행될 때 그 취지부터 프로세스까지 하나씩 다 설명해주고 있다. 라포 형성을 통해 현업 리더들과 가까워질 수 있어서 좋고, 각 리더 또한 팀원들에게 동일한 코칭을 연결할 수 있다.

코스알엑스 HR 부문의 중장기 계획을 밝힌다면.

조직에 합류한 지 1년 6개월을 넘기면서 각각의 업무를 세밀하게 챙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조직의 전체적인 구조, 문화를 만드는 것이 필요함을 느낀다. 해서 다양한 기업과 사례를 살피고 있다. 그들은 어떤 구조이며, 어떤 문화를 가지고 있을까. 성장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하고 경쟁하는 조직, 회사를 떠날 때도 박수 쳐줄 수 있는 문화, 장기적으로 코스알엑스가 만들어가야 할 모습을 그려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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