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경력직 관리, 온보딩(On-Boarding) 넘어 통합(Integration)으로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기업들이 채용에 더욱 신중을 기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1)에 따르면 국내기업의 53%가 올해 채용 시장 트렌드로 ‘경력직 선호 강화’를 꼽았다. 경영 환경이 어려워지자 즉시 전력으로 투입 가능한 우수 인재, 특히 경력직을 선호하는 추세가 뚜렷이 나타나는 것이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심화되면서 당분간 경기 회복이 요원해진 만큼, 기업들의 경력직 유치 경쟁은 앞으로도 지속될 공산이 크다.

과거에는 경력직의 적응 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적었다. 동종 업계에서 유사한 직무를 경험한 사람 위주로 채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기업들이 초융합 시대에 걸맞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채용의 다양성을 강조하면서 산업 및 직무간 인재 이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그런가 하면 작년 하반기부터 이어진 빅테크發 대량 해고 여파로 경력직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며, 이들을 이종 산업에서 앞다퉈 흡수하고 있기도 하다.2) 이처럼 기존 구성원과 다른 경험을 가진 인재의 유입이 증가하면서 이들이 조직에 성공적으로 통합돼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회사 차원에서 환경을 조성할 필요성이 높아졌고, 그 대표적인 방법으로 경력직의 순조로운 적응을 돕는 ‘온보딩’ 프로그램이 주목 받고 있다.

경력직 온보딩, 무엇이 중요한가

온보딩 하면 보통 입사 오리엔테이션과 웰컴 키트를 떠올리게 된다. 직장인 커뮤니티에는 어느 회사가 가장 그럴싸한 행사와 선물을 준비하는지 경쟁하듯 ‘인증샷’이 올라오기도 한다. 물론 이러한 노력을 기울여 입사 초기에 긍정적인 직원 경험을 형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경력직을 위한 온보딩은 각 개개인이 역량을 빠르게 발휘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고, 조직 문화와 업무 적응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리소스를 제공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최근 경력직 영입이 급증함에 따라 토스, 카카오뱅크처럼 온보딩 전담 직원을 배치하는 경우도 있지만, 다수의 기업은 아직 하루에서 일주일 남짓 진행되는 기본 교육을 제공하는 데 그치고 있다.

따라서 개인의 적응력과 주변 동료들의 선의(Good Will)에 따라 경력직들의 적응 속도가 들쭉날쭉할 뿐만 아니라, 역량 발휘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경력직 인재 영입에는 서치펌 수수료, 직원 추천 보상, 평판 조회 비용 등 상당한 자원이 투입되곤 한다. 중량급 인재의 경우 조직의 방향성과 성과, 구성원의 안위까지 좌우할 수 있기 때문에 기회비용이 더 크다. 회사가 경력직의 소프트랜딩에 더욱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이 글에서는 여러 기업의 사례를 통해 경력직의 특성을 고려한 온보딩 프로그램 설계에 필요한 점검 포인트를 알아본다.

조직의 맥락과 일하는 방식 습득이 최우선 과제

서구권 빅테크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메타(Meta) 등은 신입사원뿐만 아니라 경력 입사자에게도 온보딩 버디를 배정해 준다. 경력직에게도 회의 진행 방식, 보고 체계 등 새 조직에서 통용되는 암묵지를 차근차근 배우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인적 네트워크를 통한 학습을 중시하는 이유는 사람만이 제공할 수 있는 가치가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람 간의 교류에서 전달되는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는 완벽하게 구성된 교육 자료라 해도 결코 대체할 수 없으며, 이는 경력직이 조기에 적응하고 성과를 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경력직의 경우 이전 회사에서 습득한 경험이 새 직장의 일하는 방식을 습득하는데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백지상태의 신입사원보다 더욱 버디의 밀착 도움이 필요하다.

단, 온보딩 버디가 효과를 발휘하려면 서로 지속적으로, 자주 교류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것이 관건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자체 연구 결과3)에 따르면 온보딩 버디가 배정된 신규 직원 그룹의 입사 첫 주 만족도는 버디 미배정 그룹에 비해 23% 더 높았다. 근무 3개월 경과 후 다시 조사했을 때, 버디가 배정된 그룹의 만족도는 첫 주보다 36% 증가했다. 입사 후 시간이 지날수록 온보딩 버디의 효과성이 더 커진 것이다. 

또한 온보딩 기간에 선배 사원과 자주 교류할수록 신규 직원의 자신감과 적응력이 향상되기도 했다([그림 1]).  이처럼 버디 프로그램이 경력직의 적응을 도울 수 있으나, 단순 친목 모임이나 허울만 좋은 제도로 전락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운영 측면의 안전 장치로 기존 구성원들이 버디 프로그램에 충분한 시간을 할애할 수 있도록 업무량을 조정해 주거나, 핵심 인재로 선발된 직원에게 버디 활동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자부심을 갖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림 1] 마이크로소프트의 신규 직원 설문 조사 결과입사 초반 3개월 간 버디 활동에 참여한 신규 직원 중, 업무 적응 속도가 향상됐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중* 출처: HBR
[그림 1] 마이크로소프트의 신규 직원 설문 조사 결과입사 초반 3개월 간 버디 활동에 참여한 신규 직원 중, 업무 적응 속도가 향상됐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중* 출처: HBR

관리자급 경력직의 경우, 조직 내에 더 풍부한 경험을 가진 사람의 풀이 제한적이어서 버디 섭외에 난항을 겪을 수 있다. 이때는 대안으로 전문 리더십 코칭(Executive Coaching) 활용을 고려할 수 있다. 

온라인 스토리지 서비스 기업 드롭박스(DropBox)는 외부 업체와 협력해 관리자들을 대상으로 한 코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전문 코치들은 드롭박스의 리더십 육성 담당자(Executive Development Manager)들과 정기적으로 미팅을 가지고, 회사의 사업 현황과 업계 동향 등 비즈니스의 맥락을 충분히 이해한 후에 코칭에 임한다. 이를 통해 새로 부임한 리더들은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을 받아 ‘Sink or Swim’ 방식으로 헤매지 않고 드롭박스의 관리자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때로는 이해관계가 개입된 동료나 일면식이 없는 외부인에게 고충을 털어놓는 것이 불편할 수 있다. 이러한 페인 포인트를 해결하기 위해 스위스 스타트업 스킬짐(SkillGym)은 AI 코칭 서비스([사진 1])를 출시했다. 사용자가 온라인 플랫폼에 접속하면 업무와 관련된 여러 시나리오가 문제 은행 형태로 제공되며, 시나리오를 선택하면 가상의 인물과 역할극처럼 대화하고 피드백을 즉시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외부에서 영입된 신임 팀장이 첫 인사 평가를 실시하기 전에 가상의 팀원과 면담하는 상황을 시뮬레이션해 볼 수 있다. 이처럼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출시되는 새로운 서비스들을 온보딩 프로그램 구성 시 대안으로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정보 전달 방식도 다양화해야

세계 최대 유통 기업4)인 월마트(Walmart)는 AR/VR 기술을 활용한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신설해 직원들에게 몰입감 높은 현장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1만 개가 넘는 전 세계 월마트 매장에 표준화된 월마트 방식을 전파함으로써 일관된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경력직 채용이 잦은 소매 유통업에서는 일반적으로 실무 경험이 매우 중요하지만, 최근 미국 전역에 급증하는 총기 사고처럼 평소에 자주 겪기 어려운 위급 상황에서는 경력직도 적절히 대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러한 니즈에 힘입어 현실감 넘치게 개편된 VR 직무 교육이 등장했으며, VR 기기를 착용하고 실제 매장처럼 설계된 가상의 공간에서 학습하는 방식이 현업 직원들의 열띤 호응을 얻어 교육 도입 1년 만에 월마트 직원 100만 명이 이수할 정도로 관심을 모았다.

또한 수일에 걸친 인터뷰를 통해 월마트 전직 임원들의 노하우를 DB화하고, 이를 AR 캐릭터가 수강생에게 Q&A 방식으로 전달하는 강의도 도입됐다. 월마트 사례처럼 현실감 넘치고 흥미로운 방식으로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신규 직원들의 즉시 전력화가 더욱 용이해질 것이다.

카네기멜론대학의 연구 결과5)에 따르면 쌍방향 학습(Interactive Learning)은 읽고 보는 방식의 일반적인 교육보다 6배 더 효과적이다. 특히 경력직들은 이미 축적된 과거 경험에 의존하느라 새로운 지식과 문화 습득에 소홀할 수 있기 때문에, 온보딩 콘텐츠를 만들 때 정보 전달을 더 효과적으로 하기 위한 방식을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 높은 비용을 들여 온보딩 교육을 제작하거나 강사를 섭외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생성 AI 서비스 등 최신 기술을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영국 스타트업 신디지아(Synthesia)에서는 텍스트 음성 변환(Text-to-Speech) 및 생성 AI 기술에 기반한 동영상 제작 서비스([사진 2])를 제공하고 있다. 교육 내용을 스크립트로 작성한 후, AI 아바타와 언어 등 세부 항목을 선택하는 몇 가지 간단한 단계를 거치면 마치 전문가가 제작한 듯한 강의 영상을 손쉽게 만들어낼 수 있으며, 이는 현업 담당자들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교육의 효과를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 2] 신디지아의 동영상 제작 서비스 
[사진 2] 신디지아의 동영상 제작 서비스 

긴 호흡으로 관리해 온보딩 효과 극대화

기아자동차는 1년 단위로 신입 사원과 경력직 대상 온보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온보딩 과정은 입사 오리엔테이션부터 수료식까지 총 5단계로 나뉘며, 회사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부터 심화된 업무 지식까지 단계적으로 학습하도록 체계적으로 구성된다([표 1]).

신규 입사자들이 모빌리티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회사 차원에서 배려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에 바로 투입하려는 목적으로 경력직을 영입하기 때문에, 입사 후 온보딩 교육에 업무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어려운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경력직들이 더 큰 가치를 창출하도록 ‘레벨업’ 시키려면 방대한 정보 전달이 필요하고, 이 경우 기아자동차 사례처럼 충분한 기간에 걸쳐 점증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편이 효과적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실무 경험이 축적되면서 새로운 직장에서 통용되는 맥락을 더 잘 이해하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더 복잡하고 어려운 정보를 비교적 쉽게 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입사 후 온보딩을 장기간 관리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면, 온보딩 자체를 생략하거나 단축하기보다는 아마존처럼 다른 접근 방식을 고민해 볼 수 있다. 직원 수가 146만명에 달하는 빅테크 공룡 기업 아마존(Amazon)은 입사 전 온보딩(Pre-employment Onboarding, 이하 ‘프리보딩’)을 운영한다. 채용이 결정된 예비 입사자들은 아마존의 온보딩 전용 플랫폼인 ‘아마존 엠바크 포털(Amazon Embark Portal)’에 접속해 입사 서류 작성, 노트북 주문 등 기본 행정 절차를 마치고, 온라인 오리엔테이션까지 입사 전에 완료한다.

개개인들이 주도적으로 치열하게 일하는 아마존 특유의 업무 환경에서는 상사와 동료들이 친절하게 나서서 경력직에게 도움 주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아마존은 거대 조직에 던져진 신규 직원이 첫날부터 스스로 생존해 1인 몫을 할 수 있도록 프리보딩을 통해 충분한 리소스를 주고 있다. 입사 후에는 바로 실무에 투입돼 혹독한 OJT를 거치며 진정한 아마존의 구성원으로 거듭난다.

이처럼 프리보딩 과정을 거치면 회사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고, 심리적 위축감이 감소해 실무 노하우를 스펀지처럼 흡수할 수 있을 것이다.

경력직의 소프트랜딩이 곧 회사의 성공

이제까지 대부분의 국내 기업들은 온보딩을 신입사원 위주로 운영해 왔다. 그러나 최근 대내외 환경 변화로 인해 경력직 채용이 더 중요해진 만큼, 기존의 온보딩 방식에 관성적으로 의존하기보다 경력직에게 적합한 온보딩 방안을 전략적으로 고민해 볼 시점이다.

경력직 당사자의 적극적인 태도와 조직 융화를 위한 노력도 중요하지만, 회사 차원에서도 신규 인력이 잠재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그 예시로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한 더 빠른 맥락 파악, 몰입감 있는 전달 방식, 충분한 기간을 활용한 체계적인 온보딩을 살펴봤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경력직 인재들이 자신의 역량을 100% 이상 발휘하며 통합될 수 있도록 온보딩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적극 지원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길 바란다. 


1) 한국경영자총협회, ‘2023년 신규채용 실태조사’
2) 글로벌 비즈니스 소셜미디어 링크드인(LinkedIn), ‘2022년 4분기 LinkedIn Economic Graph 조사’
3) 마이크로소프트는 내부 조직인 피플 애널리틱스(People Analytics)의 주도로 임직원 600여명이 참여한 대규모 사내 파일럿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그 결과물을 활용해 온보딩 버디 프로그램을 최적화함
4) 전미유통협회(National Retail Federation), Top 50 Global Retailers 2023 기준
5) Koedinger, K., Kim, J., Jia, J., McLaughlin, E., Bier, N.: Learning is not a spectator sport: doing is better than watching for learning from a MOOC. In: Proceedings of the Second ACM Conference on Learning@Scale, pp. 111-120 (Mar 2015)


글 _ 김영미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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