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희 협성대 경영학과 교수
김광희 협성대 경영학과 교수

“◯ 떨어진 데 섰다.”
“족제비 ◯ 누듯.”
“◯ 싸고 성낸다.”
“◯줄 빠지다.”


점심, 맛나게 드셨는가? 어쩜 좀 지저분하고 그리 유쾌한 질문이 아닐 수 있다. ‘◯’에 들어갈 공통된 단어는?

(그럴 리 없겠지만) 헷갈려하는 독자를 위해 ‘◯’의 사전적 정의를 해봤다.
“사람이나 동물이 먹은 음식물을 소화하여 항문으로 내보내는 찌꺼기!”

이걸 과학적 성분으로 풀어보면, 대략 75%의 물과 나머지 3분의 2는 소화되지 않은 음식물, 그리고 3분의 1은 박테리아로 구성돼 있다. 이제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는 없을 터. 그렇다, ◯에 들어갈 단어는 ‘똥(糞, poop)’이자 모두 똥이 활용된 속담이다. 똥에 관해 좀 더 탐닉(?)과 고찰을 이어가 보자.

다음 중 ‘배설작용’인 것을 고르시오.
① 똥을 눈다.
② 오줌을 눈다.
③ 똥과 오줌을 싼다.
④ 침을 흘린다.

수능 단골 문제라는데, 과연 그대는 정답을 골랐을까?

“똥이나 처먹어 이 새끼들아!”
신성한 국회의사당에 똥이 투척됐다. 지난 1966년 김두한 의원이 나라 재산을 도적질한 사람들에게 내리는 벌이라며 준비해온 똥을 국무위원석을 향해 냅다 뿌렸다. 똥을 뒤집어쓴 위원들의 비명과 진동하는 악취에 의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현실 세계에서 똥은 치명적이다. 병원균이 많고 역겨 운 오물인지라 절로 고개가 돌아간다. 흔히 하는 말로 “똥이 무서워서 피해? 더러워서 피하지!”라는 표현처럼 똥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혐오 대상이다. 때문에 입에 ‘똥’을 올리는 건 점잖지 못하다. 속으론 떠올릴지라도 겉으론 잘 드러내지 않는다. 불가피할 땐 ‘대변’, ‘큰 거’, ‘뒤’ 등의 말로 순화해 사용한다.

반면, 아이 세계에서 똥은 무한 사랑을 받는 흡인력 가진 테마다. 평소 잘 웃지 않는 아이조차 똥 얘기엔 연이어 빵빵 터진다. 똥은 아이의 소중한 생산물이자, 생애 처음으로 일궈낸 창조물이다. 하여 똥은 자신감의 시그니처이고 성취감의 다른 이름이다.

“우리 사회는 똥 범벅이다.(We are bathed, as a society, in feces.)”
뉴욕대 미생물학·병리학과 교수 필립 티에르노(Philip Tierno)의 말이다. 우리가 입는 속옷을 아무리 깨끗이 빨아도 여기엔 박테리아가 남을 수 있어서란다. 그래 우린 평소 아니 평생 똥과 불가근 불가원(不可近 不可遠)의 관계다.

앞선 질문에 답할 차례다. 동물은 생명유지를 위해 에너지를 계속 만들어야 하고 그 과정에 다양한 노폐물이 쌓이는데, 이를 오줌과 땀의 형태로 배설한다. 한편 섭취 한 음식물에서 영양분을 흡수하고 남은 찌꺼기를 항문으로 배출하는데 그게 똥이다. 그래 오줌은 배설물이고, 똥은 배출물이다.

2023년 한해 실로 애썼다.
토닥토닥. 퇴근길 그대가 ‘똥 떨어진 데 섰기’를. 기똥찬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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