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피어나 Priesest People Research Scientist]

글로벌 기업들에 다양성과 포용성(D&I)은 이제 의심할 여지없는 중요한 가치다.

2022년 기준 모든 포춘 100 기업들이 빠짐없이 조직 내 D&I 또는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을 진보시키겠다는 다짐을 공개적으로 발표했고, 포춘 500 중 53%에 달하는 기업들이 최고다양성책임자(Chief Diversity Officer) 직책을 두고 관련 전략과 정책을 펼치고 있다.

새해에는 ‘일하는 방식’보다 ‘일하는 문화’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가운데, 한국의 기업에서도 다양한 인재들이 각자의 기량을 십분 발휘할 수 있도록 포용적인 조직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어느때 보다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본고에서는 다양성과 포용성 중에서도 포용성에 대해 다뤄보려 한다. “포용성”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아직 그 뜻이 막연하게 느껴지거나 조직 내의 포용성을 키우기 위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리더들을 위해 몇 가지 구체적인 행동 제안을 준비했다.

이 글을 통해 독자 여러분이 포용에 대한 조금 더 명확한 이해와 새해에 실천 가능한 아이디어 하나를 얻어갈 수 있길 기대한다.

포용성이란?
우선 포용성이라는 단어를 다시 들여다보자. D&I 전문가인 베르나 마이어스(Verna Mayers)는 “다양성이 파티에 초대되는 것이라면, 포용성은 다 함께 춤을 추는 것이다”라는 말로 다양성과 포용성의 차이를 설명했다. 모든 사람이 파티에 초대받았다 해도 특정 그룹만 서로를 환영해 주고 자신들만 아는 음악을 튼다면, 또는 파티에 초대받았지만 누구도 춤을 권하지 않아서 우두커니 서 있어야 한다면 그건 유쾌하지 않은 경험일 것이다. 모두가 춤을 권유 받고,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음악을 틀고, 누군가 소외되거나 의기소침해지지 않게 모두를 반갑게 맞이하고 호응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모든 참가자가 즐겁게 파티를 즐길 수 있다. 

*출처 - Harvard Business Review(2020) “Begin with Trust” by Frances Frei and Anne Morriss
*출처 - Harvard Business Review(2020) “Begin with Trust” by Frances Frei and Anne Morriss

조직의 포용성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사람이 팀에 채용되고 미팅에 초대되었다고 해서 모두가 자신의 생각을 자신 있게 표현하고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포용성은 성별, 나이, 배경, 성향과 같은 사회적 정체성이나 지위에 관계없이 모두가 가치 있는 구성원으로 존중받고, 고유한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지지를 받으며, 나다움을 유지해도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뜻한다. 진정으로 포용적인 조직은 ‘다름’을 받아들이는 것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환영하고 성장과 혁신의 필수 동력으로 인식한다. 

이러한 포용성은 다양성이 존재하는 팀에 내재되어 있는 가능성을 여는 열쇠와 같다. 구성원이 다양하지만 포용적이지 않은 분위기의 팀에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갈등으로 이어지거나 애초에 구성원들이 서로 다른 의견을 내지 않고 모두가 똑같이 갖고 있는 아주 작은 생각만 공유할 수도 있다. 하지만 팀 내 다양성이 포용적인 문화와 결합되면 각자가 지닌 넓은 지식 풀에서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게 되고 이를 통해 더 좋은 솔루션이나 획기적인 혁신을 이룰 수도 있게 된다.

포용적 경험 진단
: 구성원 설문 결과에 성별 간, 또는 세대 간 차이가 있는지 살펴보기

주기적으로 구성원 경험과 몰입도를 측정하는 설문을 실시하고 있다면 간단한 통계 분석을 추가함으로써 포용성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가 무엇인지 찾아낼 수 있다.

각 설문 문항 중 구성원의 성별, 연령대, 직급 등에 따라 가장 큰 격차가 보이는 항목이 무엇인지 검토해본다.

이러한 인구통계적(demographic) 격차가 큰 항목일수록 포용성이 부족한 분야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포용성이 부족한 분야를 파고들면 특정 그룹에 더 우호적으로 치우쳐진 정책이나 절차를 발견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능력 개발과 성장”에 대한 문항의 전체 평균 점수가 높게 나왔는데 2~30대 구성원들보다 40대 이상 구성원들의 점수가 확연히 낮게 나왔다고 가정해 보자.

아무리 전반적인 점수가 높게 나왔다고 하더라도 연령대별 점수 차이가 분명하다면 “능력 개발과 성장”이 우리 조직에서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분야라고 결론짓기 어렵다.

40대 이상의 구성원들이 이 문항에 대해 왜 더 부정적으로 느끼는지 파악하기 위해 주관식 답변들을 참고하거나 특정 부서나 직군에서 이러한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지는지 검토해 볼 수 있다.

이를테면 구성원들에게 제공되는 교육 프로그램들이 40대 이상의 구성원들의 관심 분야나 선호하는 학습 방식과 맞지 않다는 것을 발견할 수도 있다. 한편 회귀분석을 이용하면 직급, 근속연차, 부서, 성별 등 각기 다른 변수의 영향력을 통계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사실은 연령대별로 격차가 있는 게 아니라 직급이 높아질수록 (나이가 많을수록 높은 직급일 확률이 올라가기 때문에) 해당 문항의 점수가 낮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도 있다.

모두가 할 말은 하는 팀
: 심리적으로 안전한(psychological safe) 팀 만들기

‘심리적 안전감’은 포용적 문화의 핵심이자 구글 피플애널리틱스 팀이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를 통해 찾아낸 고성과 팀의 비밀이다.

심리적 안전감을 오랫동안 연구한 에이미 에드먼슨(Amy Edmondson) 교수는 이 개념을 단순한 편안함이나 긍정적인 감정과 구분하고 “구성원들이 업무와 관련해 그 어떠한 말을 하더라도 불이익을 받지 않을 것이라 믿을 수 있는 환경”이라고 설명한다. 한마디로 모두가 할 말은 할 수 있는 분위기인 것이다. 심리적으로 안전한 팀의 구성원은 다수와, 또는 상사와 다른 의견을 낸다고 해서 눈총받지 않을 것을 알고, 도움을 요청하거나 실수를 인정하는 말을 한다고 해서 동료들이 자신을 무능하다고 보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다. 성별, 나이, 인종, 장애나 출신 학교와 같은 사회적 정체성이 남들과 다르다고 해서 배척되지 않고 자신의 의견이 모두와 동등하게 가치 있게 여겨질 것이라고 믿는다. 

팀의 문화와 규범을 재정립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위치에 있는 사람은 무엇보다도 팀을 이끄는 팀장이다. 실제로 다양성과 포용성을 중요 과제로 두고 있는 미국의 많은 기업은 매니저를 포용적인 조직 문화의 핵심 변화 에이전트로 여기고 모든 매니저가 포용적인 팀 경영에 대한 교육을 필수적으로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

리더의 행동은 조직 내의 암묵적인 규칙이 무엇인지 암시하고 이는 구성원들의 행동을 자연스럽게 변화시키는 강력한 영향력을 갖는다. 팀장은 다음과 같은 행동을 통해서 심리적으로 안전한 팀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

•토론에 더 많은 사람의 참여를 도모한다: 회의가 있기 전에 아젠다와 토론 주제를 사전 공지하고 회의 참석 전에 주제에 대해 미리 생각해 볼 것을 권유한다.

회의 중에 소수의 인원만 의견을 낸다면 발언하지 않은 참석자들의 참여를 부드럽게 유도해 본다. 회의 후에는 못다 나눈 질문이나 의견이 있다면 메신저나 이메일로 전달해 달라고 공지하거나 의견을 듣지 못한 팀원에게 따로 생각을 물어볼 수도 있다.

다양한 소통의 창구를 열어 둠으로써 내향적인 팀원들이나 생각을 차분히 정리할 시간이 필요한 팀원, 또는 심리적 안전감을 아직 충분히 느끼지 못하는 팀원들의 참여를 더 이끌어낼 수 있다.

•다른 의견이나 질문을 적극적으로 장려한다: 다른 의견을 적극적으로 구한다. 다수의 의견과 다른 아이디어를 내는 팀원이 있거나 어려운 질문을 던지는 팀원이 있다면 이를 격려하고 감사를 표시한다. 다른 의견들을 모두 완벽하게 조율해야 한다는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모두가 자신의 생각을 꺼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논의 끝에 모아진 의견을 바탕으로 최종 결정을 내리기 전 마지막으로 나누고 싶은 의견을 다시 한번 그룹에 묻는다. 침묵이 이어져도 평소보다 조금 더 기다려본다.

•실수나 실패에 대해 더 자주 이야기 나눈다: 실패를 성장을 위해 필수적인 과정으로 보는 성장 마인드셋을 나눈다.

프로젝트가 끝날 때마다 회고를 통해서 잘한 부분(win)뿐만 아니라 잘하지 못한 부분(learn)에 대해 돌아가며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갖고,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의 개선 방안을 함께 논의한다.

건설적인 피드백을 주고받는 것이 자연스러운 팀 문화의 일부로 자리잡게 된다. 팀장이 먼저 자신의 실수나 부족했던 부분, 이를 통해 얻게 된 배움을 공유하며 적절한 겸손함(humility)과 취약성(vulnerability)을 내보인다면 감정적 유대감과 롤모델링을 통해 팀 내 심리적 안전감이 더욱 견고해진다.

신뢰를 쌓는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 신뢰 삼각형(trust triangle) 바로 세우기

조직과 리더십에 대한 신뢰는 포용성에 있어서 중요한 기반이 된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프랜시스 프레이(Frances Frei) 교수와 앤 모리스(Anne Morriss)는 신뢰를 구성하는 세 가지 요소로 진정성, 논리, 공감을 꼽는다. 프레이 교수와 모리스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기사에서 ‘신뢰 삼각형’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사람들은 당신이 진실된 모습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느낄 때, 당신의 논리와 판단력을 믿을 때, 그리고 당신이 진심으로 자신들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고 생각할 때 당신을 신뢰합니다. 신뢰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추적해 보면 언제나 이 세 가지 요소 중 하나가 무너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프레이 교수는 이 신뢰 삼각형 모델을 기반으로 한 이니셔티브(initiative)를 이끌어 2017년 심각한 조직 문화 위기를 맞은 우버의 구성원들이 조직과 리더십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조직의 포용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신뢰 삼각형을 가장 직관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분야는 커뮤니케이션이다. 이끄는 팀이나 조직의 규모와 관계없이 모든 리더는 변화관리의 일환으로 구성원들에게 새로운 전략이나 방향, 중대한 결정사항, 달라지는 정책과 같이 다양한 사안을 알리는 자리에 서게 된다. 이렇게 구성원들과 소통하는 기회에 섰을 때 신뢰 삼각형이 바로 서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펼친다면 포용적인 조직의 자양이 되는 신뢰감을 쌓을 수 있다.

•진정성: 솔직하고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으로 의견 또는 결정을 전한다. 무엇인가를 숨기는 듯한 느낌을 주는 모호한 표현을 피한다. 내려진 결정이 구성원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에 대해 투명하게 밝힌다. 부정적인 뉴스를 의도적으로 빠뜨리거나 포장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이 아닌, 본인이 하고 싶은 말에 집중한다. 리더가 자기 자신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이면 구성원들 또한 이 조직에서는 스스로를 드러내는 일이 안전한 일이라고 인식하게 되고 심리적 안전감이 높아지게 된다.

•논리: 왜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밝힌다. 미괄식보다는 두괄식으로 가장 중요한 핵심을 먼저 말하고 그 결론에 도달하게 된 과정 또는 이를 뒷받침하는 논리를 설명하는 것을 권장한다. 누가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했고 어떤 의견들이 고려되었는지, 여러 선택지 중 하나의 결정을 내리게 된 배경과 이유를 공유한다. 모두가 그 이유에 동의할 필요는 없다. 어떠한 사고과정을 거쳐 결정에 다다르게 되었는지 나누는 것만으로 보다 투명성 있는 소통이 이루어지고, 이를 통해 의사결정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은 사람들도 그 과정에 참여했다고 느끼게 된다.

•공감: 결정된 사안이나 곧 있을 변화가 구성원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인지 그들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고, 그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어떻게 느끼고 생각할지 인지하고 있음을 알린다. 피드백을 구하는 자리를 만들어 의견을 귀기울여 듣거나 설문을 통해 해당 사안에 대한 정서가 어떤지 맥을 잡아 볼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새로 실시되는 인사제도가 장기적으로 모두를 위해 좋은 결과를 가져올지라도 단기적으로는 혼란을 불러일으키거나 업무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 구성원들이 직접적으로 겪게 될 고충에 대해 공감을 보이고 이를 줄이기 위해 어떤 고려나 노력을 했는지 공유한다.

포용적인 문화는 포용적인 행동 하나에서부터 시작한다.

문화를 만드는 일은 막막하고 버겁게 느껴질 수 있지만 하나의 행동은 좀 더 해볼 만하게 느껴진다. 개개인이 지금 바로 할 수 있는 작은 행동들이 모여 느리지만 확실한 문화의 변화가 시작된다.

새로운 습관을 만들기 가장 좋은 새해의 시작을 맞아, 이번 글에 소개된 내용 중 실천하기 쉬운 것 하나를 행동으로 옮겨 여러분의 팀과 조직에 작은 포용의 물결을 만들어보길 바란다. 

 


글_이피어나 Pinterest People Research Scien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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