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3년 5월, 영국에서는 최초로 공식적으로 고용 가능한 AI직원이 등장했다. AI소프트웨어 개발 직군으로는 세계 최초의 AI직원이었다. 그리고 6월부터 몇몇 기업은 본격적으로 이 AI직원 Avery를 공식 채용하여 업무에 임하게 하였다. 이전에 AI로 만들어진 가수, 모델 등이 여러 분야에서 활동을 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회사 직원으로는 처음이었다. Avery를 채용하기 위해서는 공식적인 채용 과정(서류검토 및 인터뷰)을 거쳐야 하며, 최종 합격한 경우 입사 계약을 통해 기업이 직접 고용하는, 그리고 이에 따른 수당도 지급해야 하는 AI직원이 처음 등장한 것이다. Avery와의 고용계약에는 근로시간과 급여, 기타 업무조건 이외에 이직시 미리 통지해야 하는 통지기간1)에 대한 내용도 담겨 있다. 

February라는 기술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개발한 Avery는 ChatGPT로 생성한 CV(이력서)와 [그림 1]과 같은 이미지, 그리고 소셜 미디어 계정도 별도로 개설되었다. Avery는 AI소프트웨어 개발 직군 직원으로서 Graze, Propello Cloud, Fabspot, Encode Health와 같은 기업의 시니어 레벨 full-stack 개발자로 공식적으로 채용되어 일하기 시작했으며, 고용 기업 규모와 상황, 그리고 Avery의 업무 역할을 감안하여 매달 약 £1,600 (약270만원) ~ £12,500 (약2,000만원)의 급여를 받았다. 인간(human) 개발자가 비슷한 레벨의 프로그래밍 업무로 일하는 것보다 약 6.5배가량 생산성이 높은 것, 그리고 실제 인간(human) 개발자가 받는 급여 수준과 비교하여 감안하면, Avery의 고용에 따른 인건비는 일반 인간(human) 개발자 대비 10%에 불과하다. 그런데 약 반년 뒤인 2023년 말~2024년 초 Avery Ingram에 관한 내용은 영국 내 어디서도, 심지어 웹(Web)에서도 별다른 팔로우업 소식을 찾기 어렵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Avery Ingram의 위 내용을 다시 잘 살펴보면 Avery의 존재가 왜 시나브로 희미해지고 사라졌을지 짐작해 볼 수 있다. 

사실 Avery는 ‘AI직원’이라 명칭이 붙여졌을 뿐, AI소프트웨어 기술개발 프로그램을 계약을 통해 구매하여 사용하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 생성형 AI를 통해 CV(이력서)를 만들고, DALL.E로 이미지를 구현하고, 프로그램 구매 계약을 직원의 근로계약처럼 내용을 변경 구성했을 뿐, 본질은 기업에서 기술개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구매하여 사용하는 것과 비슷했던 것이다. 그렇다 보니 영국에서도 ‘AI직원이라는 존재가 나타났다!’는 사실과 ‘AI직원의 생산성이 일반 사람의 수준보다 월등히 높다!’라는 평가에 잠시 매료되어 주목받다가, 그 실체를 인지하고 나서는 잠잠해진 것이다. AI직원이지만 기존에 로봇, 챗봇,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등 이미 사람의 업무를 일정 부분 대신하고 있는 것에 대해 진짜 사람인 듯 외부 모습을 꾸민 것에 불과했던 것이다. 위 사례는 AI의 활용이라는 경계(boundary)가 모호한 상황에서, 이를 어떻게 포장하고 구성하느냐에 따라 내용의 본질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 없이 그저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고 혹하는 대중의 태도에 경종을 울린다.

AI에 대한 영국정부의 가벼운 규제 AI관련 기술이 시시각각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영국 정부는 2024년 초 현재 ‘가벼운 규제’ 기조를 보이고 있다. 즉,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이 가져올 수 있는 역효과에 대해 경계하기 위해 엄격한 규제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지나친 규제로 기술 성장과 발전을 저해하는 것을 망설이는 태도이다. 특히 OpenAI나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AI기술을 선제적으로 만들어 가고 있는 기업들에 대하여 자발적인 피해 방지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경우에 대한 처벌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기조는 현재 유럽연합(EU)이 지난 2023년 12월에 포괄적인 AI규제법을 통과시킴으로써 안면인식 기술을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또한 LLM(대규모 언어모델)에 대한 기술도 규제대상에 포함시키는 등 강경하게 선제 대처하는 상황과 대조된다. 영국정부는 오히려 기업이 AI를 사용하여 직장에서의 업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이 문건에는 LLM과 같은 도구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법, 민감한 데이터를 안전하게 관리하는 방법 등 AI를 활용하되 리스크를 줄이고 이점을 강화하는 측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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