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 여긴 어디?”
얼핏 보면 괴기스럽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신비한 기운이 느껴지는 이 곳. 한자리에 오래 머물면 한기가 느껴지고, 곳곳을 훑다보면 등허리에 땀이 얇게 차오르게 만드는 이 곳. 인천 강화군 강화읍 소재 미술관 카페 ‘조양방직’이다. 

말이 좋아 미술관이지, 지난 세월만큼이나 무거운 먼지를 잔뜩 쌓아올린 오만가지 골동품들의 오와 열을 보자면, 여기가 어디고 지금은 몇 년도 몇 월인지 헷갈릴 수 있다. 

2010년대 후반 인싸들 사이에서 입소문 나기 시작해 순식간에 20대 청춘 남녀와 40~60대 중년들에게까지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은 이곳. 워낙에 방문자가 많은 곳이다 보니 인스타그램 같은 SNS에서 후기를 찾는 일은 어렵지 않다. 
조양방직은 1937년 설립된 방직공장으로, 현재는 공장이 아닐뿐더러 방직과 관련한 그 어떤 일도 이뤄지지 않는다. 지금은 그저 조양방직이라는 상호와 옛 조양방직의 터, 그리고 일부 건물을 활용한 레트로 감성의 카페로 성업 중인 곳이다.

2020년도부터 문전성시를 이루기 시작한 조양방직은 2024년 1월 현재까지도 전국 각지에서 그 특별함과 특이함을 구경하러 찾아온 손님들로 북적인다. 이곳은 MZ세대에게는 생경한 분위기의 장소일 것이며, 이들의 부모 세대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킬만한 비밀의 장소 같은 곳일 터.

조양방직 카페 내부에는 박물관을 방불케 할 만큼 신기한 물건들이 잔뜩 진열돼 있다. 많다는 말이 부족할 만큼 많다. 테이블도 어느 한 가지 같은 모양과 색은 없다. 본채를 가득 채운 철길 같은 테이블만 빼고는. 혹 같은 물건이 있다 해도 그 크기는 제각각이다. 진열된 장식품들은 특정 종교를 떠올리게 하는 성물, 그 옛날 놀이공원에 있었을법한 구식의 놀이기구, 사람의 형상을 너무나도 닮은 노랑머리와 검은 머리 인형들, 명화인지 포스터인지 아니면 아무개의 집에서 떼어다 붙인 고인의 영정사진인지 헷갈리게 하는 인물화 등으로, 이곳의 물품을 카테고라이징 하는 작업은 아마 주인도 하지 못할 것이다. 때문에 조양방직은 미술관을 표방하지만 미술관일 수 없다. 인파를 비집고 사이사이 고개를 쳐드는 소란(騷亂)이 그칠 줄 모르니, 절대 그럴 수 없다. 

조양방직은 일반 카페와 마찬가지로 커피와 음료를 팔고, 여러 가지 빵을 구워 내놓는다. 물론 커피와 빵을 목적으로 이곳을 방문하는 이는 드물다. 값도 싸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커피 잔에는 그 어떤 카페에서도 제조하지 못하는 맛이 담겨 있다. 그것은 건물 안과 밖을 부지런히 오가며 눈으로 맛봐야 알 수 있는 것. 

신기함을 경험하는데 오픈 마인드 이거나, 부모님의 청춘에 공존했던 물건들을 반길 마음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재미삼아 방문해 봐도 좋겠다. 음침하거나 괴기스럽거나 또는 비위생적인 것들이 질색인 사람이라면 굳이 이곳에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할 이유는 없다. 커피와 빵은 전문점이 더욱 맛있으니까.

참고로, 조양방직은 화장실까지도 조양방직 그 자체다. 사진은 많이 남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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