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에서 근무하는 A과장은 B사에 5년째 근무하는 동안 5번이나 부서를 옮겨 다녔다. 그가 일을 못해서 이런 일이 생긴 건 아니다. 그 동안 담당업무가 자꾸 바뀌다 보니 업무전문성이 명확하지 않아 조직개편 때마다 이리저리 보내지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최근에 회사에서는 또다시 조직개편이 한창 진행 중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 조직개편에도 그에게 안 좋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다른 팀 동료가 조심스럽게 먼저 귀띔을 해주었다. 팀 자체가 없어지고 일부 직원들은 퇴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어쩌면 자신이 퇴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듣고 마음이 다급해진 A과장은 평소 따르던 전 직장 상사에게 급하게 SOS를 쳤다. 전 직장 상사는 지금 회사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꽤 탄탄한 회사인 C사에 있는 지인을 통해 A가 면접을 볼 수 있도록 해주었다. A의 일처리 솜씨를 잘 알고 있었기에 전 직장 상사는 자신 있게 A를 추천했다. 다행히 C사 임원들과의 면접도 잘 치러서 C사측에서는 A의 채용을 금세 결정했다. 처우 문제에 대해서도 동의를 하고 입사일자는 A과장이 B사와 조정해서 C사에 알려주기로 하고 일단락이 된 상태였다. B사에 있으면서 더 이상 이 부서 저 부서로 옮겨 다니고 싶지 않아서 사표 쓸 생각을 하고 있던 A과장. 그런데 며칠 지나면서 현재 재직 중인 B사가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동료에게 들었던 것과는 다른 형국이었다. 예상과는 달리, 자신이 불리한 상황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다시 말해, 본인이 원한다면 B사를 더 다닐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고심 끝에 A는 B사에 남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마음을 정하고 나니, 무엇보다도 중간에서 소개를 해 준 자신의 전 직장 상사가 가장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전 직장 상사에게 찾아가서 C사로 옮기지 않겠다는 의사를 먼저 밝혔다. 자신을 잘 이해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던 A과장. 그러나 그의 생각은 오산이었다. 중간에서 난처해진 전 직장 상사는 신중하지 못한 A과장의 처사에 대놓고 유감을 표했다. 그리고 그의 경솔함에 대해 씁쓸함을 감추지 않았다. 또한 누구 입을 통해서 알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업계 선후배들 중에는 이번 해프닝에 대해 뒷말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갔다. A과장은 불편한 마음을 필자에게 털어놓았다. 필자가 보기에 A과장은 히든카드를 너무 일찍 꺼내 쓰는 실수를 범한 케이스이다. 불안하고 조급하면 서두르기 쉽고 서두르면 초라해지기 십상이다. 또, 실수하기도 쉽다. 만약 회사에서 불길한 뉴스를 들었다면 적어도 그날 당일은 마음을 가라앉히는 게 좋다. 성급하게 움직이는 것이 화를 자초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불안해지면 그냥 지나쳐도 되는 일을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기 십상이다. 이렇게 되면 오랫동안 쌓아왔던 자신의 이미지가 하루아침에 약삭빠른 사람, 신중하지 못한 사람으로 전략해 버릴 수 있다. 얻기는 어려워도 잃기는 쉬운 게 평판이다. 일단 회사에서 자신의 자리에 대한 불안감을 느낄 때는 우왕좌왕하지 말고 일단 자기 자신과 차분하게 대화해야 한다. 그래서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미리 가상 시나리오 3개쯤을 생각해 보고 그에 따른 대응책을 찾아보면 불안감을 줄일 수 있다. 그 다음에 자신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에게 요청을 해도 늦지 않는다. 아무리 마음이 복잡하고 불안하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마음 밑바닥의 다급함을 보이는 것은 어리석은 사람들이 범하는 실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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