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에게는 시간이 한참 지났어도 잊히지 않은 것들이 한두 개씩은 있다. 누군가에게 그것은 사람과의 추억일 수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좋아하는 뮤지션의 음악일 수도,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 영화일 수도 있다. 어린 시절을 함께한 동물이라든지, 어느 계절 어느 마을의 향기 같은 것들을 기억하는 이들을 만날 때면, 그것이 추억인지 현재인지를 묻고 싶어진다.
 
여기, 많은 이들이 “너무 좋아한다”거나 “엄청 좋아했다”고 말하는 영화 두 편이 있다. 이 지면을 빌려 소개하려는 영화 두 편은 누군가에게는 청춘이었고, 열애였으며, 꺼내 볼 때마다 뜨거운 눈물이 되는 이별이었을 것이다. 
이 영화들이 2월 말과 3월 초, 처음 그 모습 그대로 2024년의 사람들을 만나러 왔다.

 

#중경삼림(重慶森林)

재개봉 2월 28일 ┃드라마┃ 102분 ┃ 15세 관람가
감독: 왕가위
출연: 임청하, 양조위, 왕페이, 금성무 外

왕가위 감독을 세계적 감독으로 만든 영화 ‘중경삼림’은 1994년을 배경으로 한다.

1995년 개봉한 이 영화는 옴니버스식으로 총 2개의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첫 번째 이야기는 당시로서는 매우 파격적이라 할 수 있는 캐릭터인 금발 머리 마약상과, 헤어진 여자친구를 기다리는 경찰 223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마약상 역은 홍콩의 유명 배우 임청하 씨가, 경찰 223은 금성무 씨가 맡아 열연했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앞선 에피소드의 남자 주인공 경찰 223의 단골 가게의 점원 페이(왕페이)와 단골손님인 또 다른 경찰 663 양조위가 만들어 내는 이야기다.

영화를 보지 못한 사람도 예상할 수 있듯, 두 쌍의 남녀는 사랑에 빠진다. 영화는 그 과정을 당시의 감정으로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조금은 오글거릴 수 있으나, 그것 때문에 오래 회자되며 영화를 명작으로 기억하게 만드는 대사들이 있는데 ‘내 사랑의 유통기한은 만년으로 하고 싶다’, ‘그녀가 떠난 후 이 방의 모든 것들이 슬퍼한다’ 등이 대표적이다. OST ‘California Dreaming’ 또한 영화의 감상 포인트.

 

#비트(Beat) 

재개봉 3월 6일 ┃액션┃ 113분 ┃ 18세 관람가
감독: 김성수
출연: 정우성, 고소영 外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이 영화에는 만화 주인공만큼이나 비현실적으로 예쁘고 잘생긴 배우들이 출연하는데, 현재까지도 외모로 존재감을 과시하는 (지금보다 27~28살 어렸을 때의) 정우성 씨와 고소영 씨다. 가수이자 연기파 배우인 임창정 씨도 출연해 감칠맛 나는 연기를 선보였다. 

영화는 청춘들의 피를 끓게 만드는 에너지를 담고 있다. 오토바이 폭주, 흡연, 폭력, 노예팅 등등 영화라서, 혹은 그 시절 이야기였기에 이해하고 볼 수 있는 장면들이 많다. 그래도 이러한 것들을 단박에 무시할 수 있게 만드는 영상미와 음악은 (디지털 기술이 발달한 현재로선 다소 촌스러울 수 있지만) 당시의 감성을 되살리기에 더할 나위 없다.

청춘이라서 가능했던 열정과 꿈, 사랑, 우정을 다시금 느끼고 싶은 27~28년 전의 신세대(정확히는 X세대?)들은 다시 한번 커다란 스크린을 통해 영화를 감상해 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겠다.

이 영화는 1998년에 열린 제34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영화 기술상과 영화 신인연기상을 받았으며, 43회 아시아 태평양 영화제에서는 음향상을 수상했다. 개봉해 인 1997년에는 35회 대종상에서 남우조연상을, 17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에서는 신인남우상, 촬영상, 기술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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