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즐넛 향 가득 담긴 밀크커피 자판기 ‘길카페’에서 시작돼

강릉 여행자 상당수 ‘필수코스’로 안목 카페거리 찾아
‘박이추 바리스타’ 수하생 등, 강릉 곳곳에 카페 창업
테라로사 창업자자 김용덕 씨도 ‘커피의 도시’에 밀알 

많은 청춘에게 ‘강릉’은 오늘이자 어제이며, ‘쉼’이면서 동시에 ‘액션’이다. 바다가 있어서만은 아니다. 요즘의 강릉은 바다 위로 커피 향이 스친다. 안목해변의 카페거리가 특히 그렇다. 

강릉시 창해로길을 품은 안목해변은 강릉을 여행하는 이들에게 들러봐야 할 필수코스로 자리 잡은 곳이다. 지금처럼 방문자가 많기 전에는 접근하기에 다소 어려움이 있었지만, 요즘은 시외버스를 타고서도 갈 수 있을 정도로 접

근성이 높아졌다. 지금, 이 동네가 그만큼 핫하다는 뜻일 터.

안목해변은 1980년대까지만해도 평범한 어촌이었다. 낚시꾼들이 그려내는 풍경은 이곳 주민들에게는 일상이었다. 안목의 어부들이 끌어 올린 여러 가지 해산물은 마을의 이웃, 저 멀리 누구누구네 집 밥상 가운데 자리를 차지했다.
이렇듯 평범했던 어촌 마을 안목은 어떻게 해서 도심보다 더 유명한 ‘커피거리’를 품을 수 있었을까.

강릉민이 들려주는 이야기나, 인터넷을 떠도는 정보를 종합해 보면 이렇다. 
안목해변의 카페거리의 시작에는 딱딱하고 네모진 커피자판기가 있었다. 이 자판기가 내려주는(?) 따뜻한 커피의 맛과 향은 보통의 것들과는 확실한 차이가 있었다. 보기에는 평범 그 이상 이하도 아닌 밀크커피이지만, 잔을 꺼내 들어 올리는 순간 퍼지기 시작하는 헤이즐넛 향은 ‘카페’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당시의 커피자판기와 그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을 통칭해 ‘길카페’라 칭했다. 
이러한 바다와 커피, 헤이즐넛의 향, 그리고 이를 음미하는 사람들. 이러한 풍경을 ‘낭만’ 아닌 단어로 칭할 수 있을까? 

‘박이추’라는 이름 또한 강릉과 안목해변 카페거리의 시작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바리스타 박이추 씨는 1980년대 이후부터 한국에 핸드드립 문화를 알린 4인 방 중 한 사람으로, 현재까지도 보헤미안 본점을 찾은 손님들에게 직접 핸드드립 커피를 대접하며 장인의 맛을 전수하고 있다. 박이추 바리스타는 아쉽게도 안목해변에는 없지만, 그가 배출한 많은 제자가 안목해변 등 강릉 등지에 수없이 카페를 차려 바리스타로 활동하고 있다. 박이추의 커피 씨앗들이 오늘날 안목의 카페거리를 만든 가로수가 된 셈이다. 

안목해변 카페거리에 위치하지는 않았으나, 강릉과 커피 이 두 단어를 동시에 떠올리게 하는 카페 ‘테라로사’의 창립자 김용덕 대표 또한 강릉을 커피의 도시로 만드는 데 일조한 인물. 그는 구정면의 낡은 방앗간을 얻어 그곳을 원두 볶는 공간으로 개조한 전적이 있다. 그를 아는 한 바리스타의 표현을 빌리자면 김용덕 씨는 그야말로 ‘커피에 미쳐 산 사람’이라고. 박이추 바리스타와 마찬가지로 김용덕 씨에게서 커피를 배운 많은 이들 역시 안목해변 카페거리에서 활동 중이다. 

이렇듯 낭만이 가득한 안목해변에도 다소 아쉬운 점은 있는데, 그것은 다름아닌 대형 프렌차이즈 카페들이 슬그머니 자리 잡으며 안목해변 카페거리가 다소 특색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던 특별하고 특색있는 카페들의 행렬 사이에 느닷없이 불청객이 낀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안목해변을 아직 방문하지 않은 미래 여행자들을 위해 한가지 귀띔하자면, 요즘의 안목해변 밤거리는 예전 안목항의 고즈넉함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버스킹하는 청춘들, 고사리 손으로  쏘아 올리는 자그맣지만 화려한 밤하늘의 불꽃들이 쉼 없이 잔치를 벌이는 까닭이다. 곳곳에 설치된 포토존과 사람 많은 장소를 놓칠 리 없는 푸드 트럭들은 개인의 취향에 맡겨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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