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경제 불황기, 인사담당자가 해야 할 일

국내외 경제가 저성장기에 돌입하면서 채용도 혹한기를 맞고 있다. 뷰카시대를 넘어 초뷰카시대에 진입하면서 경영환경도 더욱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이 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일하는 방식이 변화하고, 조직의 주요 구성원이 새로운 가치관과 소비 행태를 가진 세대들로 빠르게 자리를 잡고 있으며, 생성형 AI의 등장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함께 다양한 측면에서의 변화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매우 빠르게 변화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기업들이 저마다 가지고 있던 성공 방정식도 하나씩 깨지며 새로운 전략들을 꾀하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으로써 인재가 중요하다는 본질적인 인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시대를 불문하고 인재를 확보하는 것은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매우 중요한 전략이지만, 보수적인 채용 스탠스를 유지하다 보니 채용의 양보다는 질을 강조하는 추세이며, 기업마다 채용 전략과 접근 방식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최근의 채용트렌드에서는 ‘컬처핏 채용’이 주목을 받고 있으며, 당장의 생존과 성과를 위한 인재 확보에 주력하면서도 장기적으로 기업의 미래를 이끌어갈 우수 인재풀을 확보하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컬처핏 채용
 저성장기 이전에는 미래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인재 영입에 많은 투자를 해왔다. 각 분야에서 소위 인재 전쟁을 치른다고 할 정도로 채용의 양과 속도 측면이 중요하게 부각되었다. 경영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기업이 원하는 인재의 모습도 바뀌고 있다. 이제는 ‘최고의 인재(best person)’를 많이 확보하는 것보다 ‘적합한 인재(right person)’를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만큼 확보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조직문화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가치관과 일하는 방식이 잘 맞는 사람을 채용하는 것이 장기적인 조직문화와 성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심리학에서도 적합성에 대한 연구는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로서 개인과 환경 간의 상호작용 속에서 행동하기에 개인-환경과의 적합성은 조직의 성과에 있어서도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Amy Kristof-Brown 교수는 개인-환경 적합성 연구의 범주를 개인-조직, 개인-직무, 개인-상사 적합성 등으로 세분화하였는데, 컬처핏은 개인-문화 적합성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결국 기업은 다양한 개인들 중에서 조직·직무 등에 잘 맞는 사람을 채용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특별히 선발과정에서 개인과 조직문화와의 적합성을 중점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바로 ‘컬처핏 채용'이다.
 컬처핏 채용을 위해서는 우선 모집 단계에서부터 우리 회사가 지향하는 조직문화에 잘 맞는 인재들이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직문화에 잘 맞는 인재상과 해당 포지션에서 채용하려고 하는 인재의 페르소나(persona)를 정하고, 이러한 내용이 채용공고에도 잘 드러날 수 있도록 작성해야 한다. 컬처핏이 잘 맞는 인재들을 모집하기 위해 사내 추천(empoyee referral) 제도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컬처핏은 주로 면접을 통해 검증한다. 컬처핏 면접은 일반적인 직무 면접과는 분리해서 진행하는 것을 권장한다. 직무 면접과 동시에 진행하는 경우 제한된 시간 내에 서로 다른 평가항목과 평가기준을 가지고 온전히 검증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으며, 합격자를 선발하는 기준이 애매해질 수 있다.
 면접 질문은 인성·지원동기 등을 묻는 일반질문과 행동사건 기반의 경험질문을 활용할 수 있다. 컬처핏 면접에서는 지원자의 가치관이나 마인드셋, 태도가 우리 조직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와 일하는 방식 등에 잘 맞는지를 검증해야 하며, 지향하는 조직문화 및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의 케미(chemistry)도 검증해봐야 한다. 또한 심층 질문을 통해 지원자로부터 최대한 가려져 있는 정보들을 구체적으로 찾아내야 하는데, 특정한 행동이나 태도를 취했던 상황은 무엇인지, 그 상황에서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그 상황이 우리 조직과 얼마나 관련이 되어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인재풀 확보와 TRM
 경영환경 변화와 함께 채용시장도 구직자 중심으로 빠르게 바뀌면서 기업들의 인재 확보 전략과 방식도 보다 능동적으로 변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다이렉트 소싱(direct sourcing)을 통한 인재풀 확보이다. 선제적으로 적합한 인재(right person)들을 소싱하여 잠재적인 후보자풀을 구성하고 필요한 시기에 빠르게 채용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소싱은 1차적으로 채용 퍼널의 가장 앞단에 있는 지원자 수를 늘리는데 효과적이다. 소싱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기계적이고 단발적인 소싱을 넘어서 포지션별로 유의미한 인재풀을 구성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기회를 확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채용 혹한기에는 기존에 지원했던 지원자들 중에서 인재를 재발굴하는 방법도 효과적이다. 이전에는 여러 가지 상황상 포지션에 적합하지 않았던 지원자 중에서 이번 채용에 다시 한번 검토해볼 만한 지원자들을 찾아서 컨택을 해보는 방식이다. 참고로 인재 재발굴을 위해서는 ATS(Applicant Tracking System)와 같은 채용관리 솔루션을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또 채용 과정에서 긍정적인 지원자 경험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TRM(Talent Relationship Management, 후보자 관계 관리) 전략을 적절히 구사할 필요가 있다. 소싱을 통해 얻은 후보자 풀을 대상으로 한두 번 컨택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 회사에 잘 맞는 우수한 인재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지속적으로 너쳐링(nurturing)하다가 적절한 타이밍에 곧바로 채용 프로세스로 이끄는 전략이다.
 다이렉트 소싱은 생각보다 굉장한 시간과 노력이 요구되고, 열심히 찾은 후보자에게 정성스럽게 컨택해도 막상 입사지원까지 이끌어 내기가 쉽지 않은 반면, 채용담
당자가 후보자와 직접 긴밀하게 소통하기 때문에 오히려 적시에 채용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소싱 전략을 펼칠 때는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접근해야 한다. 소싱과 TRM 한두 번으로는 잘 넘어가지 않지만, 열 번 정도 찍으면 적어도 마음이 기울어지게는 할 수 있다.
 저성장기, 그리고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는 기업마다 비즈니스 전략 방향성을 점검하며 경기가 회복되는 시점을 위한 준비들을 하게 되는데, 미래의 조직 역량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인재풀을 통해 잠재적인 핵심인재 후보군을 모으는 방법으로서도 인재풀과 TRM은 효과적이다. 특히 고연차의 시니어 인재들은 적극적으로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핵심인재일수록 본인이 직접 지원하기 보다는 좋은 제안을 받아 옮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소싱을 통한 인재풀을 미리 확보해두고 TRM을 통해 장기적으로 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채용담당자는 소싱 자체에 들어가는 반복적이고 일상적인 활동을 IT 솔루션으로 해결하고, 후보자들과 장기적으로 관계를 형성하며 인재풀을 확보하고 관리하는 것에 집중할 때, 긍정적인 지원자 경험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기업의 미래 성장을 이끌어갈 수 있는 인재들을 확보하는 핵심 전략이 될 것이다.

미래를 준비하는 채용브랜딩
 기업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갖도록 하는 채용브랜딩은 이제 채용에 있어 중요한 활동이 되었다. 저성장기 채용에 대한 보수적인 스탠스는 기업뿐만 아니고 구직자 입장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서 섣부른 이직은 불안감을 더욱 가중시킨다. 구직자는 이전보다 더욱 엄격하고 높은 기준으로 회사를 선택하게 되는데, 이때 채용브랜딩이 잘 되어 있는 회사가 그렇지 않은 회사보다 더욱 유리하다.
 채용브랜딩을 위해서는 먼저 EVP(Employee Value Proposition)를 도출해야 한다. EVP는 직원들에게 매력적인 회사가 되기 위해 그들이 원하는 기대를 충족시켜 줄 우리 회사만이 제공할 수 있는 차별화된 가치를 말한다. 채용브랜딩에 있어서 EVP는 구직자를 대상으로 우리 회사가 내세울 수 있는 일종의 장점이자 USP(Unique Selling Point)가 된다. EVP와 함께 조직문화의 지향점, 일하는 방식 등을 정립하고 채용시장에서 어떤 사람들을 타깃으로 할지와 어필하고 싶은 메시지를 정한 후에 꾸준하고 일관되게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채용브랜드 메시지는 결국 컬처핏으로도 연결될 수 있다.
 저성장기 채용브랜드를 설계할 때는 보다 미래지향적인 차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기업이 추구하는 비전과 가치, 문화, 커리어 성장에 도움이 되는 키워드와 메시지를 활용하여 구직자에게 기업의 비전에 대한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함께 성장하며 커리어도 개발할 수 있다는 일종의 기대감을 심어주어야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미래의 조직에 필요한 역량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원하는 인재상과 지원자의 페르소나를 분명히 하여 채용브랜딩을 통해 구직자들에게는 ‘일하고 싶은 회사, 지원하고 싶은 회사'로 인식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동시에 기업은 위기를 극복하는 채용 전략으로 이를 활용할 수 있다.
 경제 저성장기와 채용 혹한기를 맞이한 상황에서 채용담당자는 우리 기업에 꼭 맞는 인재는 누구인가를 명확하게 정의하고, ‘적합한 인재(right person)’를 확보하기 위한 컬처핏 채용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또한 미래의 성장을 이끌어갈 인적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우수한 인재풀을 확보하고 TRM을 통해 후보자와 좋은 관계를 맺고 유지할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전략을 세우고 실행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채용브랜딩을 통해 구직자들이 기업을 ‘일하고 싶은 회사, 지원하고 싶은 회사’로 인식하도록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채용의 성과를 높여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하는데 더욱 많은 고민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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