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경제성장이라는 것을 경험한 것은 겨우 200년 남짓이다. 지난 1800년 이전까지 인류는 그저 호모사피엔스로 살았다. 기술과 문화가 발달하면서 자연적으로 나아진 생활수준에 만족하면서 세월을 보냈다는 얘기다. 그러나 1800년께부터 인류는 폭발적인 성장을 구가하게 된다. 연구자들은 그 동인을 대체로 세 가지로 본다. 누구나 잘 아는 산업혁명과 회사(company)의 본격적인 활동, 그리고 마지막으로 리스크(risk)에 대한 지배력이 그것이다. 산업혁명을 통해 인류는 그동안 자연에 의지하던 에너지를 자체 생산할 수 있게 됐다. 그것이 바탕이 돼 기술과 산업이 놀라운 발전을 이루게 된다. 또 한 사람 한 사람이 각자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 모여 같이 일하게 되면서 인류는 시너지(synergy)라는 놀라운 효과를 보게 됐다. 각자가 모여서 하는 것 보다 훨씬 어렵고 중요하고 가치있는 일에 도전하면서 사람들은 이전 시절과는 놀라운 성과를 올리게 됐다. 이와 함께 마침 이 시기에 발달하게 된 확률론 등에 힘입어 인류는 리스크를 계산하면서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이전까지 미래는 과거가 반복될 것이라는 단순한 믿음이나 아니면 예언의 지식을 독점했던 예언자나 점쟁이들의 어두운 영역으로 치부됐다. 그러나 ‘A기술에 투자하면 실패할 확률 80% 성공할 확률 20%’ 같은 예측이 가능해지면서 우리가 리스크를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이 바로 이 시기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실패할 확률이 80%나 되니 투자하지 않는 위험회피적 선택을 할 것인가, 아니면 성공할 확률이 20%는 되는 만큼 다른 사람들이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고 미리 판단해 과감하게 베팅할 것인가. 보통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80%의 확률을 믿고 투자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게 돼있다. 그러나 특정한 종류의 사람들은 오히려 배당되는 수익이 클 것이기 때문에 위험도 높은 투자를 감행한다. 이렇게 위험에 과감하게 도전하는 사람들이 이 시기에 나타나게 되면서 그들을 부르는 특별한 이름도 생겨났다. 그것이 바로 기업가(entrepreneur)다.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인프라와 회사로 뭉쳐서 일하는 기업가들이 나타나면서 인류는 경제성장을 구가하기 시작했고 그것이 현대사회를 만들어가는 엔진이 된 것이다. 문제는 이런 경제성장 속도가 너무나 빨라 21세기 들면서는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고 말았다는 사실이다. 전세계 수요는 정체돼있는데 공급이 너무 많아지다 보니 결국 공급초과 즉 저성장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이것이 21세기 들어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새로운 10년의 시작점에 있는 인류의 현실인 것이다. 열심히 하면 할수록 공급이 많아져 가격이 떨어지고 그런 만큼 성장을 위해서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가 초미의 화두가 된 것이 바로 지금이라는 얘기다. 희망적인 것은 이런 시기에 저성장이 아니라 초고속 성장을 이어가는 업체들이 혜성같이 나타났다는 점이다.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위키피디아 알리바바닷컴 등과 같은 세계적 기업들과 네이버 다음 미래에셋 같은 국내 기업들은 10년 남짓 밖에 안 되는 짧은 역사 속에서도 놀라는 성과를 올리고 있다. 경제성장의 정점에서 고민하던 찰나에 나타난 이들 회사들의 성공 비결이야말로 세계 모든 사람들의 관심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그 결론은 어쩌면 간단하다. 똑같은 변화에서 과거의 기업들은 위기에 위축돼 이전에 해오던 일들을 그대로 한 반면, 새로운 기업들은 그 변화에서 기회를 찾았다는 점이 큰 차이다. 큰 변화를 예로 들면 고령화, 인터넷의 주류화, 그리고 여성소비 주권 시대의 개막 등을 들 수 있다. 이런 큰 변화의 줄기 속에서 기존 대기업들은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변화에 소극적이었고 가능하면 자신들이 해오던 일들이 그대로 이어지기를 바란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사회적 변화라는 것은 사람들의 가치관까지 바꿀 정도로 놀라운 것이다. 고령화의 경우를 예로 들면, 중장년이 인구의 중심이 되면서 이전에는 없던 ‘의미있는 소비’ 같은 개념이 나타났다. 아무리 싸고 좋아도 그 회사가 옳은 일을 하지 않으면 불매운동도 불사하겠다는 중고령 소비자들이 나타났는데 그 새로운 가치에 관심 없는 회사들이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또 기업과 소비자의 권력관계가 인터넷 때문에 완전히 역전됐는데도 고객을 무시한 활동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회사의 존재기반이 있을까. 가계의 모든 활동을 여성들이 좌지우지 하는데 여전히 남성 영업자들만 상대하는 기업은 과연 그 경쟁력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이런 변화의 큰 물줄기를 오히려 거스른 것이 기존 기업들이었다면, 신생 기업들은 과거에 해오던 관행이 없기 때문에 빠르게 대응하고 적응하면서 놀라운 성과를 올린 것 아닐까. 우리의 이 시기를 새로운 대항해 시대, 부의 재편의 시대라고 부르는 사람이 많아진 데는 이런 곡절이 있다. 21세기 들어 10년을 보내고 새로운 10년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비즈니스맨들은 이왕이면 변화에서 기회를 찾아내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모든 변화는 누군가에겐 위기로 보이지만 누군가에겐 기회로 나타나는 것이다. 앞으로 10년 어떤 기회가 올까. 직원 전체가 그런 화두를 가질 때 성장 가능성이 높은 회사로 거듭날 수 있다. HR의 화두도 위험회피가 아니라 도전 그리고 기회 개척에 맞추는 것이 시대적 추세라는 얘기다.

 

 

권영설 한국경제 한경아카데미 원장 yskw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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