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의 인기는 매년 상승세다. 지난해에만 700만 명이 넘는 관중이 야구장을 찾았다. 300만 명 정도에 그친 축구에 비하면 실로 대단한 열기가 아닐 수 없다. 2004년 무렵에는 축구와 야구장을 찾는 관중수가 각각 200만 명 남짓으로 비슷했는데,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고 있을까? 오히려 세계적으로는 축구가 훨씬 관심이 높은 종목인데 말이다. 축구는 팀 경기이고, 야구는 포지션 경기다. 축구는 상대팀을 압박하기 위해 3~4명이 몰려다닐 수 있지만, 야구는 아무리 급해도 타석에 2명 이상이 떼를 지어 들어설 수는 없다. 야구는 팀 순위 못지않게, 선수 개개인들의 성과가 관중들에게 쉽게 노출된다. 타율은 소수점 이하 몇 자리까지 드러난다. 투수의 각종 기록도 마찬가지다. 개인의 성적을 토대로 매년 보상수준이 정해진다. 관중들이 그 수준을 짐작할 수 있을 정도다. 야구선수의 연봉제와 마찬가지로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우리 기업들도 빠르게 연봉제를 도입ㆍ적용하고 있다. 이번 대통령선거의 구호는 ‘국가에서 국민으로’, ‘사람이 먼저다’ 등이 일관되게 주장됐다. 대한민국 구성원들이 원하는 방향을 표현하고 있다고 봐야 하지 않겠는가? 국가 앞에만 서면 스스로 작아졌던 개인들이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드러내고 싶어 한다. 기업들은 소비자 개개인들의 지출습관 자료(big data)를 토대로 서비스공급을 개인기호에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개인주의와 성과주의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런 추세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사람들의 노력성과를 나타내는 개인의 노동생산성은 매우 낮다. OECD국가들 중 하위권(30개국 중 23위)이다. 개인의 근로시간은 터키에 이어 두 번째로 길다. 노동의 질(質)은 낮으면서 양(量)으로 버터 내는 모양새다. 영양가 높은 음식을 맛깔나게 먹는 게 아니라, 질 낮은 음식을 배터지게 먹어야 필요영양분을 흡수할 수 있는 셈이다.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은 두 가지다. 돈을 투자해서 좋은 설비나 기술을 갖추거나, 일과 사람관계의 문화를 혁신하면 된다. 투자는 결정과정이 다소 복잡하기는 해도, 하면 금방 효과가 눈에 띈다. 돈으로 산 설비와 물건이 들어오니 누구든 볼 수 있다. 그러나 문화혁신은 어떻게 해야 되는지 잘 알려져 있지 않고, 성과도 분명하지 않다. 덤터기쓰기 딱 좋은 일이다. 그렇다보니 누가 나서서 ‘해 봅시다’하고 외치기 곤란하다. 필자가 회사나 공공기관의 장들에게 “재원이 한계에 와있다. 예산과 인원 늘리는데 집착하지 말고 조직문화 혁신에 나서자”고 권고하지만, 자기임기와 후임자 성향의 불확실성을 생각하면 자신의 성과로 나타내기 쉽지 않음을 알고 주저한다. 단기적인 재원확보나 투자보다, 훨씬 본질적이고 조직역량을 키우는 일인데도 선뜻 나서지 않는다. 조직역량 수준이 높아지면 지금보다 적은 돈으로 더욱 높은 수준의 성과를 낼 수 있는 조직으로 바뀜에도 말이다. 이런 흐름이 몇 년간 반복되면서 프로야구에서는 자리잡아가는 성과주의가 대부분의 회사와 공공기관에서는 흉내 내기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화이트칼라들이 주로 수행하는 업무분야에서의 노동생산성은 그 많은 혁신에도 불구하고 거의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다. 현명한 투자자들은 생산성이 낮은 곳에 투자하지 않는다. 성장을 이끄는 요소 중에 자본과 고용 외에 '총요소생산성'이라는 개념이 있다. 자본과 고용이 양적성장을 나타낸다면, 총요소생산성은 질적성장을 대표하면서 기업의 총체적인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지표다. 대개 '사람들이 똑똑해지면'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체계적인 향상방법을 찾아낸 사례는 드물다. 여러 사람이 그 중요성을 강조하다가도, 방법에 관한 물음에 난처해하기도 한다. (그림)은 총요소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즉 질적성장을 원하는 기업에 도움이 된다. 그룹 1은 우리나라 양대 글로벌기업의 평균값을 나타내고 있다. 그룹 2는 공기업에서 민영화된 몇몇 주요기업이 들어 있고, 그룹 3은 계속 공기업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은 기업이 그리고 그룹 4는 정책방향에 따라 민영화여부가 관심이 되어온 기업들이 포함됐다. 그룹 1이 가장 높고, 그룹 4가 낮다. 필자가 개발한 ‘high culture-high performance모델’에 의한 진단결과다. (그림)에서의 조직문화 수준이 높은 조직이, (표)의 총체적인 조직효율성(총요소생산성)이 높게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조직문화 혁신을 위해서는 조직문화가 어디에 있는가를 찾아야 한다. 분명한 것은 조직문화는 사람관계만을 다루는 것은 아니다. 일 관계도 함께 보아야 한다. 오히려 출발은 일 관계에서 시작한다. ‘high culture-high performance모델’은 일 관계와 사람관계 가운데 스며들어 있는 조직문화를 찾아내기 위해 상위 8요소(그림 참조)와 하위 23요소를 활용하고 있다. 이들 요소들을 해당 조직의 미션에 알맞게 조율하고 혁신함으로써, 총요소생산성을 높여 구성원과 조직이 함께 발전할 수 있다. 질적성장이 꾸준히 높은 성과를 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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