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나 스펙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우월감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아

필자가 모 자동차 회사의 신규사업 담당 실무급 포지션을 진행할 때의 일이었다. 어느 날, 후보자 A씨를 만나기로 했는데 필자를 보자마자 했던 첫마디는 “제가 잘 못하는 것인지 회사가 이상한 것인지 정말 모르겠습니다”였다. 자리에 앉자마자 A씨는 봇물 터지 듯이 현재의 자신의 답답한 상황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오랜 속앓이 끝에 이제는 더 이상 혼자 힘으로 감당할 수 없어서 타인의 도움이 필요했던 것이다. 조직생활에 관한 스트레스가 거의 폭발하기 일보 직전인 듯 위태로워 보였다. 이는 최근의 그의 경력사항을 보면 심상치 않은 징후가 보였다. 그는 국내 한 대기업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6년 넘게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우수사원으로 표창을 받을 만큼 유능한 직원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상태에 안주하지 않고 해외로 MBA를 하러 떠났다. 그리고 귀국해 다른 대기업에서 1년 반을 근무하고 지금은 또 다른 대기업에서 근무한지 채 1년이 되지 않은 상태였다. 특이한 것은 MBA를 한 후부터 한 직장에서 오래 근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는 이직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나름대로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결정적인 이유는 최근에 있었던 일이 계기가 있었다고. 사내에서 밤늦게까지 남아서 어려운 일을 해 내는 것은 A씨인데 그에 대한 공은 다른 사람에게로 돌아간 것이었다. 그 수혜자는 상사와 학연관계에 있는 A씨의 동료여서 그는 울분을 터트렸다. A씨는 자신보다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 조직에서 인정받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다른 사람보다 더 치열하게 공부해서 MBA도 취득했는데 자신이 사내에서 받는 대접은 성에 차지 않았다. 유능하면서도 열심히 노력하는 자신 같은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고 키워주지 못하는 조직에서 더 이상 비전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쉽게 이직을 했고, 다시 또 이직을 강행하려고 했던 것이었다. A씨의 이야기를 듣고 난 후, 필자는 MBA가 오히려 A씨에게는 독이 되고 있는 것 같다는 조언을 했다. 그는 자신의 위치를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고 있고 오히려 과대평가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자신이 내린 평가가 어떻게 공정한 평가라고 단정지을 수 있을까? 또한, MBA 취득으로 인해 가지고 있는 우월의식을 말끔하게 버리지 않으면 조직생활이 더 어려워 보였다. 본인의 기준으로 자신이 유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이지 상사나 조직이 보기에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A씨가 간과하고 있는 것 같았다.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고, 그 평가를 스스로 내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남과 자신을 비교하는 것은 별로 생산적이지 못할 수 있다. 자신보다 훨씬 유능한 사람에게서는 상대적인 패배의식을 가질 수 있으며, 나보다 못한 사람과 비교해서는 더 발전적으로 나아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쟁은 자기 자신과 하는 것이 좋다. 과거보다 나아졌는지 그리고 자신이 한계라고 세운 목표를 달성했는지가 판단의 기준이 되어야 향상된 자신의 실력을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직장생활에서 적을 만들지 않으면서 승리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물론 A씨가 속한 조직이 ‘학연’이 강하다면 건강하지 못한 조직임에는 틀림없지만 그렇다고 이 상태에서 또 이직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현재의 조직에서 좀더 노력을 해보고 나름의 목표를 성취한 후, 또 다른 목표를 위해 이직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A씨가 삐뚤어진 마음가짐을 스스로 곧게 펴지 못한다면 그는 설사 다른 조직으로 이직을 한다고 하더라도 악순환의 고리는 끊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필자가 만난 소위 대단한 ‘스펙’을 가지고 자기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우월감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A씨에게 이 공통점에 대해 알려주었을 때부터 그의 흥분은 잦아들기 시작했다. 비록 아픈 곳을 찔렸겠지만 자신에게도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어쨌든 2시간의 긴 대화를 마치고 자리를 떠날 때 그의 표정은 분명 밝아져 있었다. 그는 지금도 현재의 직장에서 고군분투하며 자신과의 싸움을 하고 있다.  

이희경 서치펌 ‘드림에이치알’ 이사 / 커리어 컨설턴트 claire@dreamh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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