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캠퍼스의 학생식당. 한 학생이 콜라를 빼먹으려 자판기에 동전을 넣는다. 그런데 이게 웬일? 2초마다 한 병씩 콜라가 계속 쏟아진다. 친구들이 달려와 공짜 콜라를 가져간다. 좋긴 한데 황당하다는 표정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꽃다발도 나오고, 웨이터가 한 잔씩 컵에 부어주기도 하고 피자가 나오더니 2ℓ짜리 큰 병도 쏟아진다. 급기야 혼자서는 도저히 꺼낼 수도 없는 초대형 햄버거까지 등장한다. 학생식당은 어느새 햄버거를 나눠 먹는 학생들로 파티장이 된다. 수년 전 코카콜라가 진행한 이벤트 ‘행복 자판기(Happiness Machine)’의 골자다. 시시해 보이지만 이 이벤트의 효과는 놀라웠다. 현장에 있던 학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행복해 했고 좋은 기억을 갖고 돌아갔다. 그런데 그 장면을 찍어 편집한 동영상이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전해졌다. 하루 만에 수만 명이 접속하더니 1주일 사이 200만을 훌쩍 넘어버렸다. 현재 유튜브에 올라 있는 오리지널 동영상 조회수만 540만 건이 넘는다. 코카콜라 ‘행복자판기’ 주목 이것으로 끝난 게 아니다. 방송과 신문이 코카콜라의 이 이벤트를 주요 뉴스로 다루더니 결국 비슷한 이벤트가 영국, 일본, 인도, 멕시코 등으로 퍼져갔다. 이런 것까지 합하면 코카콜라 소셜이벤트 동영상 시청은 수천 만 건이 넘는다. 코카콜라는 이후 사람들이 목말을 태우는 등 힘을 합해야 뽑아 먹을 수 있는 ‘친구 자판기’, 자판기를 안아주면 콜라를 내놓는 ‘허그(hug) 자판기’ 등으로 이벤트를 이어가고 있다. 코카콜라가 거둔 마케팅효과는 엄청난 것이었다. 생각해보라. 제작비가 얼마나 들었을까. 사실상 돈을 거의 들이지 않고 수천만 명이 기억할 만한 마케팅행사를 벌인 것이다. 30초에 380만달러가 들어가는 슈퍼볼 광고에 빠지지 않고 참여하는 코카콜라가 2009년 ‘행복 자판기’ 이벤트를 기획하며 확보한 예산은 고작 6만달러에 불과했다. 이 같은 코카콜라의 성공 사례는 소셜마케팅이 이제 변두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홍보 마케팅 영업 활동의 주류로 들어서고 있다는 것을 상징하는 극명한 증거다. ‘팔려야 마케팅’ 인식 확산 경기침체가 우려되는 시점에서 기업들이 투입 대비 실적을 중시하는 분위기로 방향을 잡아가는 만큼 돈 안 드는 마케팅, 즉 비용대비 효과가 큰 홍보 루트로 소셜마케팅에 부쩍 신경을 쓰고 있다. 미디어 전문가들은 소셜마케팅이 유일한 수단이 안 될지는 몰라도 최소한 미디어 믹스(media mix)의 중요한 부분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애드콜로니와 닐슨이 공동 조사한 바에 따르면 TV광고만 했을 때 브랜드 기억도는 55%에 불과했지만 이를 스마트기기 등과 접목했을 때는 무려 93%까지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침체로 한창 몸을 움츠리고 있는 시점에서 기업이 선택할 마케팅은 무엇일까. 당연히 돈이 덜 들면서도 효과가 극대화되는 소셜마케팅일 수밖에 없다. 소셜마케팅이 효과적인 이유는 소비자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데 그 핵심이 있다. 스스로 체험한 결과를 남들과 공유하려 하고, SNS 친구들의 체험을 믿어주는 요즈음의 소비 문화 말이다. 중요한 것은 마케팅 방식이 아무리 바뀌어도 변치 않는 본질은 있다는 사실이다. 가격경쟁력, 품질경쟁력이 없으면 이제 살아남지 못한다. 대신 아무리 작은 회사라도 경쟁력이 높으면 알릴 방법은 너무도 많아졌다는 사실이 기쁜 소식이다. 페이스북 팬 숫자가 6,300만명이 넘는다는 것은 코카콜라가 슈퍼볼 광고를 끊을 날이 머잖았음을 의미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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