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업 채용의 키워드는 ‘탈(脫)스펙’이다. 학력, 전공, 성적, 경력, 어학 등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스펙을 보지 않고 지원자의 열정이나 인성, 창의력 등으로 선발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그동안 소위 명문 학교와 괜찮은 전공 출신들이 인기 있는 회사에 중복 합격하면서 지방대 출신들은 기회도 잡지 못한 게 현실이었다. 그러다 보니 어학연수 등으로 부족한 스펙을 올리기 위해 돈을 또 쓰고, 일부 대학사회에서는 성적 조작까지 벌어지는 스펙 중시 풍토가 만연했던 것도 다 알고 있다. 탈스펙은 분명 옳은 방향이다. 문제는 그런 객관적인 지표를 갖지 않고 어떻게 인재를 선발할수 있겠느냐는 현실이다.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대기업들이 스펙을 안 보는 대신 지원자의 열정과 태도를 직접 점검하는 여러 가지 대안을 만들어내고는 있지만 그 시간과 비용을 생각하면 과연 얼마나 지속될까 의문이다. 채용은 막중한 비중을 차지하는 결정적인 경영활동이다. 기업은 회사에 적합한, 좋은 인재를 뽑기 위해서는 정책적 방향이나 사회적 분위기와 관계없이 최적의 방법을 택하게 돼 있다. 학력, 전공, 어학 안 보는 채용 예상되는 방향은 몇 가지 있다. 우선 에세이형 자기소개서 중심의 1차 선발이 더 강화될 것이다. 현재의 자기소개서보다는 더 구체적이고 기술할 것이 많은 MBA전형 스타일의 에세이를 요구할 것이다. ‘10년 뒤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나’, ‘왜 당신을 뽑아야 하는지, 우리 회사의 비전과 비교해 기술하라’ 등 각자의 비전과 그간의 노력, 그리고 개성이 드러나는 자기소개서가 서류전형의 핵심이 될 것이다. 수시 채용이 더 많아질 가능성도 높다. 연중 한두 차례 이벤트가 아니라 취업 희망자와 회사 사이에 상시 소통의 문을 열어두는게 탈스펙 취지에도 맞다. 지원자들도 그만큼 자신이 원하는 일자리에 도전하는 노력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평판에 대한 강조일 것이다. 평판은 ‘프로파일(profile)’ 또는 ‘레퓨테이션(reputation)’ 등의 번역어라고 보면 된다. 주위 사람들이 한 사람에 대해 갖고 있는 의견, 관찰 소감, 느낌 같은 것이다. 지원자가 도전적으로 새 일을 만들어내는지, 아니면 가만히 앉아 분석·정리하는 스타일인지, 또 봉사를 잘하는지 아니면 세일즈맨 기질이 있는지, 이런 것들은 스펙이나 본인 인터뷰로는 알기 어려운 특징들이다. 주위 평판이 당락 좌우할 것 회사마다 비전이 다르고 원하는 인재상도 각양각색이다. 숫자 하나 잘못 쓰면 운명이 왔다갔다 하는 회사에서 ‘사교적이지만 계산이 흐린’ 사람이라는 평판을 받고 있는 직원을 뽑을 수는 없는 일이다. 요즘은 특히 친구끼리 연결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발달해 평판조회는 시간이나 비용이 적게 드는 간단한 일이 됐다. “자식들의 스펙을 챙겨주는 ‘헬리콥터맘’은 사라지고 자녀의 적성에 관심을 갖고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어떤 역량을 발휘하는지를 연구하는 ‘프로파일러맘’이 곧 등장할 것”(이규환 프로파일코리아 본부장)이라는 전망은 의미 있는 변화를 예고한다. 취업 준비생은 보다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나중에 회사를 다닐 때 필요한 것들, 예를 들면 리더십, 희생정신, 팀워크, 솔선수범 등의 태도를 갖도록 평소에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쌓이는 것이 평판이고, 이것이 채용 및 인사관리의 핵심요소가 되는 시절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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