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초, 한 기업의 경영진 ‘주식 먹튀’가 큰 화두였다. 이 회사의 CEO는 다른 기업 대표이사로 내정되면서 자신의 스톡옵션 23만주를 매각해 큰 차익을 거뒀다. CEO 외 주요 임원 8명도 스톡옵션을 행사해 469억원의 차익을 남겼다. 이 사실이 알려지며 회사 주가는 크게 떨어졌다. 주요 임원의 주식 대량매각이 시장에서 ‘사업 전망이 어둡다’는 신호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법적으로 문제가 있진 않았으나 주주와 구성원과의 신뢰 회복을 위해 CEO는 결국 사퇴했다.
성장 초기에 있는 대부분 조직은 창립자나 최고경영자의 판단에 따라 CEO 보상을 결정하는 편이다. CEO 개인의 역량이나 경험치, 비즈니스를 이끄는 리더십 등을 감안해 개별적으로 보상수준과 방식을 정한다.
이런 유연한 보상 방식은 성장 초기 조직에게 보편적일 수는 있으나, 주주나 구성원에게 “왜, 어떠한 기준으로 해당 보수를 CEO에게 지급하는가?”라는 명확한 설명이 부족하다. 설명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떤 인물이 CEO로 선임되더라도, 특정 사람에 대한 보상이 아닌 ‘해당 회사 CEO 포지션’에 맞는 기준으로 보수를 지급한다는 원칙 수립이 필요하다.
CEO 보수는 고정성 보다는 변동성 보상의 비율이 상당히 높다. S&P 500기업 CEO의 보상 비중을 살펴보면, 기본급은 10%, 단기성과급 20%, 장기성과급 70%로 변동성 비율이 90%에 육박한다. 기업 가치를 강조하면서 장기성과급 비중을 확대한 모습이다. 스톡옵션과 같은 주식 보상도 활발히 활용한다. 다만 최근에는 주식 보상의 비중을 줄이고 현금 보상의 비중을 높이는 큰 흐름을 보이고 있다.
CEO 보상 포인트, 지급 기준의 명확화
CEO의 기본급은 지급 기준을 명확히 하는 것이 포인트다. CEO가 어떤 사람인가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에 따라 기본급을 정해야 한다.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보상은 CEO 개인의 시장가치를 반영하는 형태다. 개인의 관리능력과 대체가능성, 업력 등을 감안하는 식이다.
이에 반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보상은 개인의 인적 특성을 배제하고 담당하는 회사와 일의 특성을 반영하는 형태다. 회사규모와 비즈니스 복잡성, 전략적 중요성에 따라 보상수준에 차이를 두는데, 이러한 보상항목을 흔히 역할급이라 부른다. L그룹은 계열사 CEO의 역할 등급을 6단계로 구분하고 기본연봉의 15~100%까지 차등 지급한다. 계열사 규모와 CEO 역할을 고려해 2~3년 주기로 CEO 역할 등급을 조정한다.
단기성과급의 경우 크게 목표 달성도에 따라 지급하는 타깃 인센티브와 전사 이익을 공유하는 이익공유제(Profit Sharing)로 나뉜다. 어떤 성과급 방식을 사용할 것인가는 당연히 업의 특성, 회사의 규모, 상장 여부, 현금흐름 등에 따라 고려돼야 한다. 영업이익과 같은 회사 실적이 어느 정도 안정적인 경우에는 이익공유제 형태의 성과급 운영이 의미가 있으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이익공유제의 동기부여 효과는 떨어진다.
또한 시장의 영향을 많이 받는 사업에 속한 조직에서는, 성과목표 설정이나 목표달성 정도 예측이 쉽지 않기 때문에 합리적인 타깃 인센티브 운영이 어렵다. 이와 같은 이유로 성격이 다른 여러 계열사에 동일한 성과급 방식을 적용하는 것은 자칫 회사의 성장을 방해할 수 있다.
특히 도전과 혁신을 강조하는 조직에서 타깃 인센티브를 적용할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여러 CEO와의 인터뷰를 통해 발견할 수 있는 특징 중 하나는, CEO들은 보상 금액에 대한 관심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점이다. 오히려 회사의 높은 성장을 이룰 수 있는 혁신성을 강조하는 성과급에 보다 집중한다.
한 CEO의 말을 빌리면 “CEO를 제외하고 누구도 적정 성과목표나 지표를 설정할 수 없으며 이를 확인할 적임자도 없다”며 전통적인 재무목표 설정이 오히려 혁신과 성장을 방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혁신과 도전을 통해 고성장을 지향하는 조직에서 매년 재무목표를 설정하고 목표 달성도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하는 타깃 인센티브가 반드시 맞는 방식은 아니라는 것이 CEO 대부분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장기성과급, CEO 보상의 주요한 화두
CEO에게는 기업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장기적 미션이 있다. 이런 측면에서 장기목표 달성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하는 미션 인센티브를 고려해 볼만 하다. 재무지표가 아닌 중장기 미션을 설정하고 이 목표를 달성했을 경우, 미션 달성기간에 비례해 성과급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장기 성과급은 3년 단위 목표를 주고 지급하는 게 일반적이다. 따라서 미션 인센티브를 장기로 운영할 경우 미션을 조기에 달성했을 경우에는 원래 지급하기로 한 성과급 보다 높은 금액을 지급해 동기부여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미션 인센티브 방식은 매년 초 재무목표 설정하고 합의하는 과정에 많은 에너지를 쏟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혁신적 성장을 강조하는 조직에 적합하다 할 수 있다.
장기성과급은 CEO 보상의 주요한 화두다. 대표적인 장기성과급 방식 중 하나는 스톡옵션이다. 스톡옵션은 일정 기간 이후 정해진 가격으로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보상방식이다.
스톡옵션 부여 시점에 행사가격, 부여수량, 행사기간 등을 약정하고, 정해진 행사가격 이상으로 주가가 상승하면 보상효과가 발생한다. 이러한 보상방식은 주가상승에 따른 보상효과(Upside Potential)가 커서 동기부여 효과가 높은 방식으로 널리 활용된다. 하지만 스톡옵션의 부여 시점에 따라 변동성이 높아, 소위 운이 차지하는 요소가 높다.
스톡옵션은 주가의 상승에 따라 보상금액이 결정된다. 문제는 주가가 회사의 성과나 CEO의 노력뿐만 아니라 통제가 어려운 사회, 경제적 외부요인에 상당히 영향을 받는다는데 있다.
이로 인해 회사실적이 낮아도 예기치 않은 주가상승으로 스톡옵션 이익을 실현하거나, 회사실적이 좋아도 주가 하락으로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런 상황에서 자칫 단기적인 주가에만 집중해 투자 없이 비용을 감소시키거나 이익을 부풀리는 행위를 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주식보상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현금성 장기보상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RSU(제한조건부 주식)이 대안으로 꼽힌다. RSU는 양도제한 주식을 부여한 뒤, 일정기간 이후에 매매가 가능하도록 하는 보상이다.
스톡옵션이 주식을 매입할 권리를 주는 것이라면 RSU는 실제 주식을 부여하는 게 가장 큰 차이다. 현금성 보상 효과를 낼 수 있는 RSU는 장기성과 동기부여뿐만 아니라 인재 유출을 방지하는 효과도 뛰어나다.
메타(구 페이스북)는 사명을 바꾸고 하드웨어와 스마트 워치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2021년에만 애플 엔지니어를 100명가량 데려간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자 애플은 RSU 방식을 도입했다. 고성과자들에게 최대 18만달러의 RSU를 지급했고 관련 내용을 보도한 블룸버그통신은 ̒이례적 조치'라 평가했다. 국내에서도 한화, 쿠팡, 토스 등이 RSU를 활용하고 있다.
CEO 보상, 기업가치 창출과 일치하는가
불확실한 경영환경과 맞물려 CEO 보상에 대한 관심이 보다 높아지고 있다. 특히 주가 폭락장에서는 임원들이 거액의 성과급을 받아가는 게 주주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 늘고 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의 니콜라이 탕엔 최고경영자는 “기업 실적이 어중간해서 임원들의 고액 연봉을 정당화할 수 없다거나, 연봉 체계를 단기적 성과에만 연동시키거나, 산정 방식이 불투명한 임원 보수 안건에 계속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기업 거버넌스 차원에서 CEO의 보수체계를 투명화하고 주가와 연동시키라는 투자자들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스톡옵션 먹튀 논란과 더불어 MZ세대의 공정한 보상에 대한 요구 등으로 인해 CEO의 적정 보상수준과 보상구조, 조직 성장단계에 따른 올바른 보상 Scheme을 되돌아볼 때다. CEO와 임원의 급여가 실제로 장기적인 기업가치 창출과 얼마나 일치하고 있는가를 검토해 봐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