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은 작가

“코로나19로 당연하게 하던 일들을 할 수 없다 보니, 또 그런 시간이 지속되다 보니 우울감이 크게 몰려왔다. 탈모현상까지 일어날 정도였는데, 그래서 생각했다. 나와 같은 허기진 마음에 갈피를 잡지 못하는 이들에게 위로가 되는 말, 마음에 온기를 지펴주는 말을 건네기로.” 스테디셀러로 여전히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는 <하고 싶은 대로 살아도 괜찮아>의 윤정은 작가가 다시 따뜻한 문장을 품은 신간 에세이 <사실은 이 말이 듣고 싶었어>로 돌아왔다. 자존감이 무너져 잠들지 못하는 밤, 어디서도 위로받을 길 없어 헛헛한 마음만 부여안고 있는 날, 그 모든 순간 곁에서 힘이 되어줄 수 있는 말들을 들려주고 싶다는 그녀와의 인터뷰를 공유한다. 

자기소개를 해달라. 24년 동안 글을 쓰고, 12년 동안 말하고 있는 13년차 작가 윤정은이다. 대표작으로는 많은 사람이 좋아해 준 <하고 싶은 대로 살아도 괜찮아>가 있고, 수상 이력으로는 2012년, 삶의향기 동서문학상 소설 부문 은상이 있다. 앞에 “말하고 있다”고 한 건 강의 얘기로, 글과 말을 주제로 강의도 하고 있다. 네이버 오디오클립 ‘책 길을 걷다’를 4년째 진행 중인데, 이것도 말하기에 넣을 수 있겠다. 올 4월 에세이 <사실은 이 말이 듣고 싶었어>라는 책으로 컴백했다. 책 소개와 함께 집필 배경을 이야기한다면. 코로나19로 누구랄 것 없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특히 나 같은 프리랜서들은 더더욱 그러할 것인데, 당연하게 하던 일들이 할 수 없는 상황이 되다 보니, 또 사람들 눈을 맞추며 소통하는 시간이 크게 줄다 보니 우울감이 크게 몰려왔다. 나중엔 탈모현상까지 일어났는데, 그래서 생각했다. 나와 비슷한 우울한 감정에 갈피를 잡지 못하는 이들에게 위로가 되는 말, 마음의 온기를 지펴주는 말을 건네기로. 신기한 것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말들을 정리하다 보니 머리카락이 다시 나기 시작했다. 누군가에게 위로를 건네기 위해 시작한 작업이었는데 실제는 그 과정 속에서 나도 치유받고 있었던 것이다.  위로를 건네고 싶은데 방법을, 적당한 언어를 모르는 이들이 많다. 이 책이 그 실마리를 풀 수 있는 연결고리가 되길 바란다. <사실은 이 말이 듣고 싶었어>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며칠 전 인스타그램으로 메시지가 왔다. 우연히 도서관에서 책을 접했다는 독자였는데, 누군가로부터 듣고 싶었던 말이 책 속에 다 담겨있다며 허기진 감정이 들 때마다 두고두고 꺼내보고 싶어 주문을 했다고 이야기했다. 실제 출간하고 일주일 만에 재쇄를 찍을 정도로 많은 독자가 애독해 주고 있다. <사실은 이 말이 듣고 싶었어> 책 제목만 봐도 어떤 책인지 바로 와닿는다. 책 제목은 직접 선정했나. 책 제목을 두고 출판사 관계자와 정말 많은 회의를 했다. 심지어 설 전날 출판사 소등을 하고 나올 정도로 책 제목 선정에 심혈을 기울였는데, 그런데 지금의 책 제목만큼 책을 통해 건네고자 하는 내 생각이 오롯이 담긴 문장이 없어 <사실 이 말이 듣고 싶었어>로 정했다. 책 속 특히 애정이 가는 문구가 있는지. 또는 독자들에게 소개하고픈 문구가 있다면. 두 가지 문구가 떠오르는데, 먼저 직장인들에게 “적게 일하고 많이 버세요.”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웃음)  두 번째는 내가 나에게 주문하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한데 “어쩔 수 없지 뭐.”라는 문구이다. 사람이 힘든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을 그대로 내버려 두지 못하고 조바심 내며 스스로를 옭아매기 때문이다. 당장 해결할 수 없는 문제와 마주했을 때는 의식적으로 감정을 내려놓는 훈련이 필요하다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무책임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그렇게 감정을 놓아두면 어느 순간 다른 일이 나를 기쁘게 하거나 평화롭게 만들기도 한다. 덧붙여 한 가지 문구가 더 떠오르는데, ‘울고 싶으면 마음껏 울어요.’이다. 얼마 전 아들과 대화를 나누다 “엄마, 어른은 안 울잖아요!”라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아들에게 “아니야. 어른도 울고 싶은데 마음속으로 참는 거야. 어른도 울고 싶을 만큼 힘들 때가 있어.”라고 이야기했다. 울고 싶을 때는 참지 말고 자기만의 비밀장소에서 시원하게 눈물을 쏟으라는 말도 전하고 싶다. 안 좋은 감정은 쌓이면 독이 되기 쉽다. 쌓아두지 말고 계속 흘려 보내야 한다.

출간한 여러 책 가운데 특히 애정이 가는 책이 있을 것 같다 출간한 모든 책이 다 애정이 간다. 그럼에도 하나 꼽으라면 대중이 가장 많이 좋아해 준 <하고 싶은 대로 살아도 괜찮아>이다. 이 책은 앞에 언급한 ‘어쩔 수 없지 뭐’라는 감정을 받아들이고 난 후 집필한 책이다.  누구나 인생의 파도가 급격하게 몰려올 때가 있다. 나 또한 파도에 휩쓸리는 시간이 있었는데, 한창 파도에 휩쓸려가다 생각했다. 파도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면 칠수록 더 깊은 파도 속으로 빠져드는 것을. 오히려 감정을 비우고 내려놓을 때 상황이 달라진다는 것을 확인하고 쓴 책이라 특히 더 정이 간다. <사실은 이 말이 듣고 싶었어>라는 책이 가장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은 성별이나 연령을 떠나 마음이 힘든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말의 힘은 생각 이상으로 대단하다. 실제 예쁜 말, 좋은 말은 많이 하면 할수록 타인은 물론 스스로도 행복감이 스며든다. 이 책은 행복해지고 싶은 사람들, 나를 사랑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필요할 것 같다.  개인적인 질문이 될 것 같다. 글 쓰는 일 외에 다른 일도 하는지. 주 특기인 글쓰기를 필두로 커뮤니케이션, 교양 등을 주제로 강의도 하고 있다. 강의하는 데 일주일에 이틀 정도 시간을 할애하는데 이유는 글쓰기에 더욱 집중하기 위함이다. 사랑하는 글쓰기를 돈을 버는 수단으로 사용하면 글쓰기가 미워질 것 같아 돈은 다른 방법으로 벌고 있다. 글감이나 글에 대한 영감은 어디서 얻나. 일상 속 마주하는 모든 것들이 글감이 된다. 사실 오늘도 인터뷰하러 오면서 봤던 풍경들, 지하철에 탄 사람들의 표정, 읽고 있던 책, 밖으로 나왔을 때의 온도가 다 세세히 기억이 난다. ‘일상은 아름답다’, ‘행복이나 위로, 기쁨을 멀리서 찾지 말고 일상에서 가꾸어 오늘을 아름답게 만들자’라는 메시지를 에세이 속에 담는 것도 우리의 일상 속에 모든 것이 다 있기 때문이다. 사실 모든 드라마와 영화도 우리 일상의 한 부분을 가져온 것 아니겠는가. 작가로서 힘든 순간도, 기쁜 순간도 있을 텐데.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는데, 개인적으로 힘든 순간보다 행복한 순간이 훨씬 많다. 그야말로 ‘읽고 쓰는 일이 없으면 어떻게 살았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는 철저히 읽고 쓰는 것에 기대어 살고 있는 사람이다. 무언가를 읽거나 쓸 때 일상에서의 위협, 힘든 일이 아무 것도 아니게 되고 행복해진다.  힘든 순간을 꼽는다면, 체력이 따라주지 않을 때이다. 예전에는 글을 1년에 두 편씩 써도 체력적으로 문제가 없었는데, 이제는 몸이 안 받쳐준다. 기대치만큼 글이 안 나와줄 때도 힘들다.  윤정은 삶에 ‘글’이란 어떤 의미인가? 나에게 글이란 ㅅ(시옷)이다. ‘숨’이자 ’쉼’으로, 글이 있어야 편안히 숨을 쉴 수 있고 또 행복해질 수 있다. 전부이면서 도피처이기도 하고 치유의 도구이기도 한 것이다. 비유를 들어본다면 내게 글쓰기란 여름의 녹음으로 아마도 글쓰기를 뺏으면 시든 낙엽이 되고 말 것이다.

윤정은 인생을 한 권의 책으로 쓴다면 첫 문장은 어떻게 시작하고 싶나.  “정은은 바다를 닮은 사람이었다.”가 좋을 것 같다. 하나의 의식을 치르듯 퇴고 여행으로 늘 바다를 찾는데 그만큼 바다는 나의 작업 여정의 마지막 정점을 찍는 곳이다. 더욱이 퇴고 여행 과정에서 수정작업을 했던 것이 주효해 상을 받기도 해 내게 바다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하나 더 이야기한다면, “읽기와 쓰기가 없다면 먼지처럼 사라져 버릴 것 같은 사람이 있다.”라는 문장인데 나를 직접적으로 표현해주는 문구가 아닐까 싶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구체적인 계획보다는 그저 오랫동안 글 쓰는 사람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먼 미래의 내 모습을 그려본다면, 그때도 지금처럼 립스틱을 바르고 건강하게 글을 쓰고 놀러 온 지인들에게 밥을 사주고 밤에는 같이 샴페인을 한잔하며 행복하게 웃는 나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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