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수진 한국수자원공사 조직문화혁신부 부장

한국수자원공사(이하 K-water)에는 다른 공기업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조직이 있다. ‘조직문화혁신부’ 이야기로, 부서명에서 알 수 있듯 보다 건강한 조직문화를 구축하기 위해 부족한 부분을 살피고 챙기는 곳이다. 최근 우리 사회 이슈로 드러난 조직 내 갑질 행위에 대한 예방 및 대응책 마련도 K-water에서는 당연히 조직문화혁신부의 몫이다.  조직문화혁신부를 책임지고 있는 오수진 부장은 “조직 내 직위를 이용한 갑질 횡포가 최근 이슈인데, K-water는 일찍부터 내부구성원 간 갑질과 성관련 문제를 예방, 해결하기 위해 전담조직을 갖추고 제도적인 방안을 마련해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K-water는 일찍부터 조직문화 혁신을 위해 애쓰고 있다. 현황을 전한다면. K-water는 2015년 조직문화를 전담하는 조직문화사무국을 임시조직 형태로 운영했다. 신설 초기에는 퀵인 과제 위주로 운영을 하다 이듬해인 2016년부터 정규조직인 조직문화팀으로 편성하여 조직문화활동을 브랜딩해서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고, 2017년 이후부터는 사장 직속의 부서로 편제하여 더욱 강력한 실행력을 갖춘 조직으로 운영하고 있다. 올해 조직문화혁신부는 “모두 같이 일하고 모두 같이 행복한 K-water”를 기치로 내걸고, 개인 차원에서는 주도성과 창의성을 발현하게 하는 것에, 그리고 조직 차원에서는 공동의 목적을 공유하는 쪽에 역점을 두고 조직문화 혁신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조직문화 개선, 이는 그 누구보다 최고경영자의 의지가 중요하다.  조직 수장인 박재현 사장님께서는 2020년 2월 취임사에서 “洗耳恭廳(세이공청:남의 말을 공경하는 마음으로 귀담아듣는 것)”을 앞으로 조직을 운영하는 기본자세로 삼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박 사장님께서는 조직문화를 건강하게 만드는 데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구성원 간 격 없는 소통임을 강조하고 있다. 구내식당 입구에 설치한 Post-it Wall이나 익명소통 앱을 활용하여 구성원들의 의견을 듣고 피드백하는 소통 창구가 박 사장님의 의지에서 시작된 것이다. 이와 함께 국민청원을 모델로 한 사내 소통플랫폼인 ‘톡톡수렴’을 직원용 인트라넷 게시판에 개설하여 운영 중이다. 내부구성원 간 갑질과 성 관련 문제해결을 위해 제도적인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고 있다.  권익침해행위를 예방, 조사, 사후관리하는 전담조직이 2019년 9월에 조직문화혁신부 내 신설되어 운영 중이다. 관련 신고․ 상담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인트라넷 상 ‘권익보호포털’과 외부 인터넷을 통해 접속할 수 있는 ‘해피워크센터’를 운영 중이며, 피해자 보호 강화를 위해 필요 시 사실 조사 단계부터 행위자와 피해자의 업무공간을 분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신원노출에 대한 피해자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조사의 객관성과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해서 사실조사를 외부 전문기관에 위탁운영하고 있다. 조사가 완료된 사건은 내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권익보호위원회를 통해 권익침해행위 인정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게 된다. 직장내 괴롭힘 또한 사후 처방보다는 사전 예방이 효과적일 것이다. 예방 차원의 노력이 있는지. K-water는 2019년 10월 「직장 내 괴롭힘 예방 및 고충처리 지침」을 제정, 직장 내 괴롭힘을 예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존에 운영해 온 비위행위에 대한 대응이 조직질서 유지와 행위자에 대한 처분 중심이었다면,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제도는 이러한 부분 외에도 피해자 보호와 건전한 조직으로의 복귀를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K-water는 직원들에게 직장 내 괴롭힘이 금지되는 행위라는 점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2020년 4월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에게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한 엄정한 처벌을 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노사 공동 선언문을 채택하였다. 이와 함께 2020년 12월에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직원 인식개선, 잠재적 행위자에 대한 경각심 제고를 위해 <권익보호 바로 알기> 사례집을 배포하기도 했다. 직장내 괴롭힘 징계 사례는 사내 게시판을 통해 매월 공개하며, 신고채널, 절차 등을 홍보하기 위한 ‘권익보호 알리미’ SMS를 반기별로 발송하고 있다. 이 외에도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직원 인식과 실태조사 및 제도개선 사항을 발굴하기 위한 ‘권익보호 실태조사’를 반기별로 실시해 여기서 도출된 직원들의 불만 사항들을 제도 개선하는 데 참고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 갑질 횡포가 끊이지 않는 이유로 일각에서는 솜방망이 처분을 이야기한다. 비위행위자에 대한 K-water의 후속조치가 궁금하다. 성비위의 경우에는 2020년 11월부터 규정 개정을 통해 경중을 따지지 않고, 징계 처분을 하도록 하는 무관용 원칙을 도입하였다.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서도 그 처분을 징계로 일원화할지를 검토하였으나, 아직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관리자를 포함한 직원들의 인식도 고려해야 했으며, 성비위와는 다르게 모함이나 무고의 가능성도 있어서 경중을 고려하여 주의․ 경고 등 인사상 처분과 징계 처분을 부과하고 있다.  성비위나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에 대해서는 ‘이력관리 시스템’을 구축하여, 행위자가 유사한 행위를 하는 징후가 있는지, 피해자에게 2차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는지 등을 모니터링하고, 전국 순환근무를 하는 공사의 특성을 고려하여 전보 시 행위자와 피해자가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지 않도록 활용하고 있다. 직원들이 눈치보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는 창구가 있는지 궁금하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국민청원제도를 모델로 한 소통창구를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를 토대로 2020년 4월 소통플랫폼인 ‘톡톡수렴’이 만들어졌다. 익명을 보장하여 직원들이 부담없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제안된 내용에 대해 다른 구성원들이 공감과 비공감을 표현해서 공감 수가 일정 수준에 이르면 청원이 성립하고, 성립된 청원 건에 대해서는 관련 부서의 장이 정해진 기간 내에 직접 답변을 하는 프로세스로 운영된다.  당초 청원 성립기준 공감 수를 전체인원의 10% 정도인 500명으로 시작하였는데 이를 100명으로 대폭 완화하여 더욱 활발한 소통과 제안의 장이 될 수 있도록 개선하여 운영 중이다. 참고로, 청원에 대한 답변 외에도 직원들의 의견을 물어야 할 경영사항에 대한 공론의 장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현재까지 인사, 조직, 복지, 업무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420건이 넘는 의견이 올라와 이 중 69건이 직원들의 공감을 얻어 청원으로 성립되었으며, 월간 약 6만 건의 방문 횟수가 기록되는 명실상부한 소통의 장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조직문화 혁신의 8할은 리더의 몫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건전한 조직문화 구축을 위해 리더 대상으로 별도로 주문하는 내용이 있는지 말해 달라. 기본적으로 리더십 교육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것이 조직문화와 관련된 내용이다. 각 직급별로 리더역량을 정의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는데, 신뢰문화 구축, 팀워크 창출, 소통과 공감 등 조직문화를 혁신하기 위한 노력들을 포함하고 있으며, 이러한 내용을 개인 역량진단 항목에 포함하여 함께 일하는 동료 구성원들에게 매년 2회 평가받도록 함으로써 부족한 점은 보완하고 장점은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외에도 인재개발원에서 진행하는 부서장, 부장 리더십 워크숍 내용에 조직문화와 관련된 내용을 반드시 포함하여 리더들의 인식개선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하나의 제도가 문화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이해관계자의 생각을 공유하기 위한 지속적인 관리가 중요하다. 공사는 건전한 조직문화구축을 위해 어떤 노력(조사, 의견수렴 등)을 기울이는지. 올 초 구성원을 대상으로 “조직문화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고 앞으로 조직문화가 어떻게 변화·발전하기를 바라는지”를 확인하는 인식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모아진 직원들의 의견은 외부 자문 등을 통해 정교화시켜서 앞서 언급한 개인 역량진단 평가 항목에 반영시켜 직원들이 키워나가야 할 역량과 연계할 수 있도록 제도화했으며, 향후에도 정기적인 인식조사를 통해 변화의 추이를 데이터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직원들의 어려움을 가장 가까이에서 파악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노동조합과도 직원들의 근무 현황 모니터링 결과를 공유하고 권익보호 활동에 참여하게 하는 등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해가고 있다.  이제 막 조직문화 개선을 시작하려는 기업에 조언한다면. 조직문화 개선 혹은 혁신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일회성 이벤트로 느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문제를 찾아내고 인식하고 그에 따른 개선 방향을 잡아내는 과정들에 최대한 많은 구성원이 함께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구성원들의 참여가 어떤 식으로 반영되고 있는지 피드백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해나가야 한다.  또한 조직문화 개선은 리더들의 역할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싶다. 구성원들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부서장들이 먼저 조직문화 개선에 필요한 행동들을 솔선수범해야 실행력을 높일 수 있다. 조직문화라는 것은 결코 몇 가지 이벤트로 바뀔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원하는 결과를 얻기까지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지지치 말고 밀고 나가는 노력을 계속해야 함을 주문하고 싶다. 건전한 조직문화 구축을 위해 앞으로 노력할 부분에 대해 말해 달라. 올해 K-water는 창립 54주년을 맞았다. 국민 물 복지 실현이라는 물 전문 공기업의 사명을 완수하는 100년 기업을 만들어가기 위해서 기존 사업 분야의 혁신과 새로운 영역 확대라는 향후 50년을 위한 판을 새로이 짜야 하는 대전환의 시기다. 수없이 많은 고비와 난관을 이겨내야 할 것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같은 꿈을 꿀 수 있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구성원들이 설계자이자 실행자로 함께해야 한다. 결국 구성원 간 신뢰를 쌓아가기 위한 끊임없는 소통이 강조될 수밖에 없는데, 자신의 의견을 아무런 제약 없이 펼칠 수 있는 부분에 중점을 두고 필요한 작업들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보다 유연하고 민첩한 조직으로 거듭나는 K-water를 기대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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