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쿠팡 인사기획팀장

“잃어버린 2년”이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온 나라가 유례없는 전염병에 비상이다. 조금 수그러드는가 싶더니 다시 고개를 들어 확산세가 심각하다. 코로나 상황 속에서 애써 긍정적인 면을 찾아본다면 미래의 일하는 모습이라는 재택근무를 한발 빠르게 경험하게 된 것, 그리고 그 효과를 확인하게 된 것 정도일 것이다. 그리고 많은 기업이 코로나 사태의 추이와 상관없이 앞으로는 사무실근무, 재택근무를 혼합한 하이브리드 근무를 택하겠다고 언급했듯 재택근무가 하나의 일하는 방식으로 우리 사회에 자리 잡게 된 것도 긍정적인 효과라 할 수 있겠다. 본지는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재택근무를 활용할 정도로 선도적으로 재택근무를 운영하고 있는 쿠팡 재택근무의 오늘과 내일을 들여다봄으로써 보다 슬기롭게 일하는 방식이 되기 위한 전략을 살펴본다. 재택근무에 대한 구성원 만족도를 틈틈이 확인, 부족한 부분은 채우고 다져나가는 쿠팡의 근무방식이 2022년도 일하는 방식을 세우는 데 방향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다음은 김민석 쿠팡 인사기획팀장과의 일문일답.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재택근무제도를 운영한 것으로 알고 있다. 

쿠팡은 설립 이후 줄곧 필요한 경우는 누구라도 자유롭게 재택근무를 사용할 수 있도록 권장해 왔다.  구체적으로 제도화가 된 것은 2018년부터로 “주 1회 재택근무를 할 수 있다”라고 지침을 마련, 구성원 누구라도 눈치 보지 않고 활용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재택근무 운영 방식에도 변화가 있을 것 같다. 규정상 “주 1회 재택근무가 가능하다”고 되어있지만, 코로나 상황이기에 제한을 없애고 정부에서 발표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50%, 75%, 90%로 재택 비율을 구분해 운영 중이다. 최근에는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여파로 확진자 수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어 사무직 직원의 90% 이상이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쿠팡은 재택근무 운영에 있어 간주근로시간제가 아닌 실제 근무시간을 적용하고 있다. 즉, 10시간 일하든 6시간 일하든 모두 8시간으로 간주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근무한 시간을 입력하게 함으로써 구성원 스스로가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월 기준으로 정해진 근로시간을 채우는 형태로 하루 최소 근무시간은 4시간이다. 쿠팡의 재택근무 모습을 그려준다면. 제삼의 장소에서 PC를 켜는 순간 재택근무가 시작된다. 일종의 하이브리드 근무 형태라고 볼 수 있는데 근무 장소에 대한 규정이 없다. 실제 2022년 1월 1일 자로 적용되는 쿠팡의 재택정책도 ‘와우 프롬 애니웨어(wow from anywhere)’를 원칙으로 한다. 국내 어디서든 근무해도 된다는 뜻으로 근무 장소가 집이 될 수도, 교외가 될 수도 있다. 다만 회사의 필요에 따라 출근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는 점을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으로 지정해 두었다. 재택근무 운영에 대한 효과(장/단점 등)를 확인했을 것 같다. 내부 설문조사를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구성원 80% 가까이가 재택근무에 대해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를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나는 우리 팀이 원격근무 시에도 사무실 출근과 동일하게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항목에 직원 78%가 “그렇다”라고 응답했으며, “우리 회사는 원격근무를 할 수 있는 인프라가 효과적으로 구축되어 있다.”는 항목에 79%가 “그렇다”라고 답했다. 실제 출퇴근 시간, 회의로 인한 이동시간이 현저히 줄어듦에 따라 업무 효율도 크게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자율과 책임을 중시하는 조직이다 보니 특히 더 잘 어울리는 제도가 아닌가 생각한다. 한편으로 구성원 가운데 장기간 재택근무로 인한 애로를 호소하는 경우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쿠팡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심신이 지쳐 있을 직원들을 위해 크고 작은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가깝게 최근에는 비대면으로 지난 1년간의 성과를 확인하고 앞으로 쿠팡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함께 공유하는 타운홀 미팅을 진행한 바 있는데, 이렇듯 비대면 환경 속에서도 구성원 간 결속력, 유대감을 유지하기 위한 활동을 다양하게 추진해 나가고 있다. 우울감이나 불안감을 느끼는 직원들을 위해서도 전문 심리상담사가 상주하는 심리상담센터인 “쿠레스트”를 운영 중이며, 더해 직원들의 건강증진 및 예방 프로그램과 체계적인 건강 상담을 제공하는 쿠팡케어센터를 운영 중이다. 2022년 1월 1일을 기점으로 새로운 재택제도 운영안이 적용된다고 했는데,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다. 새롭게 바뀌는 재택제도 운영안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쿠팡의 일하는 방식, 조직문화에 대해 잠깐 소개해야 할 것 같은데, 길지 않은 역사에도 고속성장을 지속, 실제 창립 후 10년 만에 NYSE에 상장한 조직 답게 쿠팡의 조직문화는 ‘창의’, ‘혁신’으로 요약이 가능하다. 쿠팡의 문화를 바로 알 수 있게 표현한 “쿠팡의 업무공간은 파티션과 위계질서, 직책 대신 열린 공간, 창의력 그리고 시너지로 채워져 있습니다.”라는 문구에서도 알 수 있듯, 쿠팡은 최대한 많은 사람의 의견을 듣고 이를 종합해 최적안을 채택하는 협업, 소통하는 문화가 일하는 방식으로 잘 자리 잡혀 있다. 이렇다 보니 비대면 근무보다 대면근무가 효과적인 팀에서는 재택근무의 한계가 발견되기도 했는데, 해서 2022년 1월 1일부터는 주 3일은 회사에 출근해 근무하는 것으로, 근무방식의 변화를 계획하고 있다. 다만, 토론식 회의가 필요 없는 팀에는 팀장의 재량하에 근무제도를 운영하도록 할 방침으로, 요약하면 ‘주 3회 이상 출근을 권장하지만 팀별 업무 성격에 따라 셀프 디자인한다’라고 정리할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 시국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새로운 재택근무 규정보다 정부에서 발표하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연동한 코로나19 재택근무 가이드라인을 우선 적용할 예정이다. 사실 주 며칠을 사무실 근무로 해야 하는지를 두고 논의가 굉장히 많았다. 하지만 비대면환경보다 대면환경이 효과적인 팀에게 기준을 마련해 주지 않으면 사무실 출근을 권장했을 때 구성원들이 혼란을 느낄 수 있기에 기준을 주 3일 출근으로 정했다. 거듭 강조하게 되는데 이러한 기준은 모든 팀에게 일괄 적용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이 제도의 핵심은 팀별로 가장 최적화된 업무형태를 스스로 찾아갈 수 있도록 자율권을 부여한다는 데 있다.  덧붙여, 일부 특정 직무에 대해서는 그간 재택근무을 허용하지 않았는데, 이번 제도 개선으로 모든 직무가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이번 제도 개선으로 이제는 협업이 방해되지 않는 곳이라면 국내에서는 어디서든 근무가 가능하다는 내용으로 바뀔 예정이다. 앞으로는 사무실근무와 재택근무를 혼합한 이른바 하이브리드 근무방식을 많은 기업이 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쿠팡은 어떤가. 쿠팡도 하이브리드 근무방식이 될 것 같다. 즉,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팀별로 최적화된 업무방식이 다를 테니 스스로 판단해서 적용하는 것이 향후 방향이다. 결국 재택이냐 출퇴근이냐가 아니라 팀별 또는 직무별로 최적화된 방식으로 근무방식이 바뀌게 될 것인데, 이는 쿠팡의 리더십 원칙 “Hate Waste”, “Deliver Results with Grit”라는 대목과 같은 맥락이다. 재택근무제도를 일찍부터 활용한 기업으로서 이제 막 도입을 검토 중인 기업들에 조언한다면. 재택근무는 구성원에게 휴식을 부여하는 제도가 아니다. ‘어떻게 하면 가장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을까’, ‘고성과를 낼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시작된 하나의 솔루션으로, 여전히 많은 기업의 리더들이 재택근무에 대해 직원들에게 쉼을 부여하는 제도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사무실근무보다 재택근무가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또한, 비대면 상황에서의 업무효율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업무 툴을 능숙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사전에 철저히 교육해야 함도 빼놓을 수 없겠다. IT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기성세대들이라 할지라도 세상의 속도에 맞춰 의식적으로 변화해야 함을 주문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다른 기업의 제도를 무작정 그대로 따라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당부한다. 다른 기업의 제도 가운데 우리 조직이 허용할 수 있는 제도가 무엇인지, 즉 우리 조직문화가 수용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조직의 성격과 전혀 맞지 않는 제도를 섣불리 도입했다가는 안 하느니만 못한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 또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은 출퇴근하는 사람과 재택하는 사람을 평가함에 있어 차별을 두어서는 안 된다. 편견을 버리고 업무성과를 기준으로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 인사기획팀이 더 노력할 부분은. 제도가 하나 구축되었다고 해서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기에 앞으로도 이 제도가 도입 취지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지, 부작용은 없는지, 구성원 만족도는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것들을 끊임없이 확인하면서 유지보수를 해나갈 계획이다. 또한 개선 방향을 잡아내는 과정들에 최대한 많은 구성원이 함께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구성원들의 참여가 어떤 식으로 반영되고 있는지 피드백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는 데도 집중할 방침이다.  VUCA 시대인 만큼,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쿠팡의 재택제도 또한 시장을 리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지속 진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내외 변화를 빠르게 읽어내고 이를 쿠팡의 재택제도를 비롯하여 다양한 인사제도에 반영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이를 통해 “WOW the Customer”를 지속하는 것이 우리의 장기적인 과제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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