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정 『일의 격』 저자

중간중간 스티커를 몇 개나 붙였는지 모르겠다. 마음에 울림을 주는 글귀여서, 무릎을 내리치는 깨달음을 주는 글귀여서, 용기를 얻는 글귀여서... 그렇게 스티커를 붙이다 보니 스티커가 안 붙은 페이지를 찾기 힘들 정도다. 페이스북에서 글만 올리면 1000개 이상의 ‘좋아요’, 공유 횟수 100회를 가뿐하게 넘긴다는 말이 실로 이해가 된다. 일과 커리어에 대한 직장인의 고민, 리더십, 삶을 대하는 태도 등에 대해 실천적 해법을 제시하며 독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는 『일의 격』 이야기다. 신수정 저자는 “읽은 책, 만난 사람, 일을 통해 얻은 통찰을 그때그때 메모해 두었다가 주말에 한두 편씩 페이스북에 올린 글들 가운데 유독 반응이 좋았던 글 174편을 모은 책”이라며 독자들 저마다의 니즈에 따라 골라 읽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일터에서의 성장, 리더로서의 성공, 삶에서의 성숙이 어떻게 가능한지 짧은 글로 큰 깨달음을 던져주는 『일의 격』 저자 신수정 KT 엔터프라이즈 부문장과의 만남을 공유한다.

간단히 자기소개를 해달라. 현재 KT엔터프라이즈 부문장/부사장을 맡고 있다. KT는 크게 통신 서비스로 요약 가능한 B2C 사업과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집중하는 B2B 사업으로 나뉘는데, B2B 사업을 담당하는 엔터프라이즈 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얼마전 자기계발서 『일의 격』을 출간했다. 책을 내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사실 처음부터 책을 내겠다고 글을 쓴 것은 아니다. 그저 그때그때의 경험, 생각들을 기록·정리해두는 차원에서 개인 소셜미디어 공간을 빌린 것인데, 글을 쓰고 올리는 시간이 한 해 두 해 이어지다 보니 자연스레 내 글에 공감하는 팔로워 수가 늘어났다. 어느 순간부터는 글을 올리면 ‘좋아요’가 1000개를 넘기고 댓글이 수백 개씩 달리는 상황이 오게 됐는데, ‘책을 내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도 이 때부터다. 결국 내 글에 공감과 지지를 해주는 팔로워들의 응원이 있었기에 책을 낼 수 있었던 것인데, 유독 추천사가 많은 것도 책을 내겠다고 했을 때 자진해서 페친(페이스북 친구)들의 응원이 이어진 영향이다. 『일의 격』 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 달라. 매주 읽은 책, 만난 사람, 일을 통해 얻은 통찰을 그때그때 메모해 두었다가 주말에 한두 편씩 페이스북에 올린 글들을 정리한 집합체로, 일의 격은 유독 반응이 좋았던 글 174편을 모은 책이다.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들을 책으로 출간하려고 보니 크게 세 가지 테마로 요약되었다. ‘일하는 방식(어떻게 해야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나)’과 ‘리더십(어떻게 해야 조직을 잘 이끌 수 있나)’ 그리고 ‘삶(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이 그것인데, 다시 이를 ‘성장’, ‘성공’, ‘성숙’이라는 키워드로 정리, 독자들 저마다의 상황에 맞춰 골라 읽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요컨대, 직장인이 고민하는 일과 커리어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성장’ 섹션과, 성장 후 리더가 된 이들에게 전하는 ‘성공’, 또 성공한 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성숙’으로 나눠져 있다.  출간과 함께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인기 비결을 꼽는다면.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일의 격』 속 하나하나의 글들은 각각 두 세 권의 책을 읽고 내 생각과 경험을 정리한 내용으로, 즉 글 하나에 책 몇 권의 내용이 압축돼 있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농담 삼아 내 책 한 권을 읽으면 2~3백권의 책을 읽는 것이라 이야기하는데, 이것이 인기비결이 아닐까 생각한다.  또한, 대부분의 자기계발서가 분명한 논거 없이 자기주장만 강요하는 경우가 많은데, 반면 내 책에는 심리분석, 통계 자료 등을 바탕으로 말하고자 하는 요지에 대한 근거가 차고 넘치게 채워져 있는 것도 독자들이 공감하는 이유라 생각한다. 글의 구성도 비결이라면 비결이 될 것 같은데, 여느 자기계발서와 달리 일의 격 속 글들은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짧은 글들로 구성돼 있다. 긴 글을 읽는 데 부담을 느끼는 현대인들에게 딱 맞는 구조로 저마다의 니즈에 따라 골라서 읽는 재미가 있다. 일의 격? 책 제목이 범상치 않다.  『일의 격』은 편집자가 책 제목으로 가져온 여러 후보 중 하나로, 어떻게 보면 고루해 보일 수 있음에도 ‘격’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이 좋아서 책 제목으로 결정했다. 이중적인 의미가 있는데, 흔한 자기계발서가 아닌 격이 있는 자기계발서라는 뜻과, 일하는 방식, 리더십, 삶에 있어서 격이 있어야 함을 말하고 있다. 여담이긴 한데 『일의 격』을 출간한 다음, 많은 분께서 시리즈로 리더의 격, 삶의 격도 출간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책 속에도 나와 있지만, 지난 발자취에 연결고리를 찾기 쉽지 않다. 어쩌면 많은 사람이 이 책에 공감하는 또 다른 이유가 아닐까 싶은데, 외국계 기업부터, 대기업, 중소기업, 창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직장생활을 경험했다. 글로벌 기업에서의 첫 직장생활을 시작으로 삼성, 그리고 여기서 뜻이 맞는 몇 명과 창업, 이후 SK 산하 중소 벤처기업에서의 대표생활, 그리고 현재의 KT까지, 우연의 연속으로 남들과 다른 커리어가 만들어졌다. “커리어의 80%는 우연으로 만들어진다.”는 말이 있는데 내 경우가 딱 그렇다.

대기업을 뒤로하고 창업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젊었기 때문에 할 수 있었다. 지금 하라고 하면 (정신이 나가지 않은 이상) 그렇게 하지 못할 것 같다. (웃음)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내 커리어는 계획된 게 하나도 없다. 우연의 연속으로, 다만 어느 자리에 있든 늘 주어진 역할을 다하기 위해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일했다. 이 대목에서 한 가지 연구결과를 소개하고 싶은데, 학습이론가인 크롬볼츠(John D. Krumboltz)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성공한 사람들 중 20%만이 자신이 계획한대로 커리어를 쌓은 것으로 확인됐고, 나머지 80%는 모두 우연히 일어난 사건 또는 우연히 만난 사람과의 인연으로 성공했다고 조사됐다. 결국 많은 성공이 계획보다는 운에 달려있는 것인데, 여기서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계획된 운’이라는 것이다. 운도 누구에게나 오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로, 운이 따르려면 그에 합당한 자질과 함께 주어진 자리에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책 속, 여러 글 가운데 독자들에게 소개하고픈 내용이 있다면. “누구에게나 지독히 운이 없을 때가 있다. 그러나 평생 운이 없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일생에 한두 번의 운이 온다. 그러나 그 운과 기회를 살리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다. 그 차이는 축적이다. 축적이 없다면 그 운은 일회성에 그친다. 그러나 그동안 쌓아 놓은 축적이 있다면 그 운은 전환기가 되어 발산이 이루어진다.” 내게 상담을 청하는 이들 대부분 비슷한 고민을 토로한다. 열심히 노력하는데도 잘 안 풀린다는 것으로, 이런 고민을 들을 때마다 항상 해주는 이야기가 ‘축적 후 발산’이다. 일반적으로 노력하면 성과도 비례해 오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사실 성공에 대한 연구결과들을 보면 노력함에도 성과가 더 안 나오는 경우가 훨씬 많다. 다만,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의지를 가지고 노력을 지속하다 보면 어느 순간 성과가 가속화되는 순간을 만나게 된다. 그동안 축적된 노력이 마지노선이 지나면서 나타나는 것이다. 고민을 하는 사람들은 그 마지노선을 넘기지 못하고 포기하는 사람인데 이때 우 리는 ‘축적 후 발산’을 다시 한번 상기해야 한다. “워커 아닌 플레이어가 되어야 한다”는 글귀도 인상적이다. 사실 이 표현은 이토 모토시게 도쿄대 교수가 한 말이다. 비유를 들어 설명하면, 워커는 바람을 따라서 가는 범선, 플레이어는 구동장치를 가진 보트라 말할 수 있는데, 바람이 없으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범선처럼 워커는 회사라는 울타리가 없으면 생존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과거 직장인의 모습이다. 하지만 플레이어는 구동장치를 스스로 보유하고 있어 회사가 없어도 자신의 가치를 어디서든 증명할 수 있는 사람으로, 누구도 자신을 대체할 수 없는 능력을 가진 사람을 의미한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넘어 이제 AI트랜스포메이션을 논하는 시대다. AI가 과거 인간이 톱니바퀴처럼 일했던 대부분을 대신할 것이 자명하니, AI가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사람, 자신의 브랜드를 가진 사람이 되어야 한다. 미래 세상은 플레이어로 살지 않으면 힘든 삶이 될 것이다. 자신이 가고 있는 길이 맞는지 의심하는 직장인들에게 책 속 글귀를 빌려 조언한다면. 자신이 가고 있는 길이 맞는지 아닌지 고민하는 건 정상이다. 오히려 이런 고민은 젊은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라고 생각하는데, 나이 들수록 보수적인 성향이 돼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어도 쉽지 않다. 진심으로 해주고 싶은 말은 결국 어떤 커리어를 갖든지 간에 나중에 모두 유의미하게 연결이 된다는 것이다. 다독가로 알고 있는데 바쁜 일상 속에서 가능한지 의문이다. 큰 뜻이 있어 다독을 하는 것은 아니고 그저 활자중독이다.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는 성향으로, 보이는 대로 읽다 보니 이제는 독서가 습관이 되었다. 더욱이 아이들이 모두 장성하다 보니 시간적 여유가 더 많이 생겨 이제 주말에는 아침 식사를 하면 으레 카페로 향한다. 보통 3~4씩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곤 하는데 이제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허전함을 느낄 정도로 하나의 루틴이 되었다. 속독을 하고 있어 한두 권 정도는 앉은 자리에서 다 읽고, 도움이 되는 책은 다시 보면서 요약을 한다. 주말에는 의식적으로 ‘쉼’을 많이 가지려 노력한다. 다시 뛸 수 있는 에너지를 채우기 위함으로 그 에너지를 채우는 8할이 내게는 독서다.  일찍부터 리더십 그루로 통한다. 이 시대의 리더십에 대해 말한다면. 예나 지금이나 리더십의 본질은 진정성이라 생각한다. 다만, 이를 표현하는 방식이 전과 달라졌다. 예전에는 주로 카리스마적 리더십이 추앙을 받았다면 이제는 소통하는 리더십의 시대다. 단순했던 과거와는 달리 지금의 비즈니스는 복잡다단하다. 기성시대가 모르는 비즈니스들이 계속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나를 따르라는 식의 리더십은 살아남기 어렵다. 때문에 많은 사람과 소통하고 구성원들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위임해주는 형태로 바뀌어야 한다. 이 시대의 훌륭한 리더라고 할 수 있는 인물 중 한 명이 마이크로소프트의 현 CEO사티아 나델라(Satya Narayana Nadella)인데 그가 말한 유명한 표현이 있다. 옛날의 리더십은 ‘Know It All’, 현재의 리더십은 “Learn It All”이라는 표현이다. 과거에는 리더가 모든 것을 알아야 했다면 현재의 리더는 모든 것을 배워야 한다.

자신의 인생을 책으로 낸다면 첫 문장은 어떻게 시작하고 싶나. “Life is Gift”로 시작하고 싶다. 삶을 그저 주어진 것, 얻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다른 것들도 얻기 위해 더욱 발버둥치게 된다. 삶은 내게 선물이라고 생각해야 감사하며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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