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김미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장

한국사회가 당면한 저출산·고령화 위기와 높은 노인 빈곤율에 대비할 방안 중 첫손에 꼽히는 것이 노인일자리의 확대다. 
김미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원장은 “정부 주도의 1세대, 정부와 민간이 함께하는 2세대 사업을 보다 발전시켜 3세대로 일컬어지는 민간형 비예산 노인일자리 개발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자 한다”며 “탈빈곤과 자립을 키워드로 한 3세대 노인일자리 사업을 통해 노인일자리 부흥기를 이루고 노인뿐 아니라 청년 등 모든 세대가 상생해 나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김 원장과의 일문일답.

김미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장. 사진=김혜리 기자
김미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장. 사진=김혜리 기자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2005년 12월 노인복지법 제23조의 2에 따라 설립된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하 개발원)은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을 담당하는 보건복지부 산하 준정부기관이다.
노인일자리 개발과 보급, 종사자 교육훈련, 일자리 데이터베이스 구축, 종합정보시스템 운영 등 노인들의 일자리에 관한 모든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개발원 설립 이전인 2004년 2만 5천개에 불과했던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은 지난해 82만개로 크게 늘었으며 그 배경에는 우리 개발원의 역할이 컸다고 본다. 개발원은 올해 84만 5천개 노인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취임 후 역점을 둔 부분과 성과를 정리한다면.

무엇보다 시장형 일자리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체계 마련에 중점을 뒀다. ‘시장형 일자리 사업’은 노인에게 적합한 업종 중 소규모 매장이나 전문 직종 사업단을 공동 운영해 노인일자리를 창출하는 사업이다.
어르신 바리스타가 일하는 실버카페나 식당, 반찬가게, 로컬푸드점, 지하철 등을 예로 들 수 있으며 현재 전국 1,701개, 3만 5,782명의 어르신이 참여 중이다. 다만 시장형 사업단의 확대와 자립이 필요함에도 재정지원의 한계로 어려움이 있다. 임대료 등 초기 투자가 미미하며 사업장의 영세성으로 노인들의 독립과 자립에 제약이 따른다.
이러한 정부 예산 지원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개발원은 복권기금 등 외부 자원을 활용해 노인 취‧창업 사업단에 임대보조금 등을 지원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한 예로 올해 복권기금을 통해 약 30억원의 초기 투자비용 지원을 검토 중이며, 이는 새 정부 국정과제 중 하나인 ‘100세 시대 일자리․건강․돌봄체계 강화’와 시장형 일자리 확충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사업은 무엇인가.

민간기업, 공공기관 등과의 협업을 통한 사회서비스형 선도모델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개발원이 올해부터 신규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회서비스형 선도모델 사업의 안정적인 안착과 노인일자리 모델 개발·확산에 중점을 둘 계획이다.
이번 사업은 기존 재정지원을 통한 노인일자리에서 벗어나 기업의 사회공헌기금 등 외부 재원을 활용해 참여 노인에게는 인건비를, 지역사회에는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새로운 노인일자리 모델이다.
이는 정부의 재정 부담을 완화하고 지역별 특색에 맞는 다양한 모델 개발을 통해 노인일자리의 질적 제고에 기여하는 새로운 유형의 일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김미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장은 "빈곤상황에서 우울감을 겪고 있는 노인들에게 정책적 지원은 필수적이며, 노인일자리는 건강을 되찾고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게 지원하는 소득보전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정책임을 국민들이 바라봐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사진=김혜리 기자
김미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장은 "빈곤상황에서 우울감을 겪고 있는 노인들에게 정책적 지원은 필수적이며, 노인일자리는 건강을 되찾고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게 지원하는 소득보전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정책임을 국민들이 바라봐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사진=김혜리 기자

노인 수요맞춤형 일자리 사업에도 힘을 쏟고 있다. 대표 사업을 소개한다면.

신규 사업 중 하나인 ‘희망을 담는 빨래바구니’는 강원 지역에서 추진 중인 모델로 노인일자리를 통해 지역 내 취약계층에게 이불빨래 서비스, 생필품 배달 등 통합 생활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특히 이 사업은 개발원과 강원도, 공공기관, 민간기업이 협업을 통해 만든 모델로 의미가 크다.
또 다른 사회서비스형 시범사업은 제주도에서 운영 중인 시니어 연안 안전지킴이 ‘드론순찰팀’ 사업이다. 제주도 내 해안 위험구역에 노인들로 구성된 안전지킴이를 배치해 도보 순찰과 인명 구조함 등 시설물 점검으로 안전사고 예방에 기여하고 있다. 지킴이는 총 160명 규모로 이 중 드론을 운용할 수 있는 드론 자격증 보유자도 7명 있다. 이들은 도보 순찰이 어려운 연안 취약해역과 사각지대에서 드론을 활용해 순찰 활동을 한다. 올 5월에는 ‘시니어 드론순찰팀’ 특화 운영을 위해 해양경찰청과 협력체계도 구축했다.
이밖에 공익활동 일환으로 플라스틱 병뚜껑을 수집해 세척과 분류, 사출 작업 등 새활용 작업을 하고  리워드와 제품판매 활동을 하는 환경 분야 노인일자리 사업으로 ‘플라스틱 병뚜껑 새활용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기업과 함께하는 일자리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취업형 노인일자리 사업을 통해 만 60세 이상자 고용 기업을 지원한다. 이중 ‘시니어인턴십’은 만 60세 이상 이상자를 고용하는 기업에 1인당 최대 240만원을 지원하며 18개월 이상 장기 취업 유지 시에는 90만원을 추가 지원하는 혜택이 주어진다. ‘취업알선형’은 만 60세 이상 구직자와 기업 간 무료 알선서비스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모든 직종에 대해 무료 구인서비스를 지원한다. 
창업형 노인일자리 사업은 만 60세 이상자를 고용해 운영하는 기업에 사업비를 지원한다. 최대 3억원의 설립지원금과 경영컨설팅을 지원하며 사업유형은 인증형과 창업형으로 구분된다.

한국 및 세계 각국의 노인빈곤율과 노인 취업자 수, 노인일자리사업 참여자수 통계. 자료=한국노인인력개발원 제공
한국 및 세계 각국의 노인빈곤율과 노인 취업자 수, 노인일자리사업 참여자수 통계. 자료=한국노인인력개발원 제공

개발원이 사업 확대에 적극 나서는 것은 그만큼 노인일자리의 필요성이 갈수록 커지는 데 기인한다. 노인 일자리 현황과 사업 필요성을 설명해 달라.

65세 이상 경제활동 참여 노인은 2008년 전체 노인인구의 30%에서 2020년에는 36.9%로 늘었다. 같은 기간 노인일자리 사업 참여자도 3.3%에서 7.9%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사업 참여 희망 노인 비율도 2020년 기준 22.4%로 노인 5명 중 1명은 경제활동을 희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통계청의 2021년도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기준 50~60대 고령인구의 고용률은 66.2%로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이는 OECD 국가 중에서도 높은 편에 속한다.
독일과 미국, 스웨덴, 일본 등 해외 선진국들과는 달리 우리나라 고령층은 노후 소득보장체계와 개인적인 노후 준비가 미흡한 상태에서 사회․경제적으로 은퇴하고 있고, 때문에 노인일자리를 통해 경제적 소득을 보충할 필요가 있다. 
특히 베이비부머 세대가 노인세대로 진입함에 따라 재취업을 희망하는 노인 가운데 생애 경력과 지식, 기술경험 등을 살릴 수 있는 일자리를 희망하는 이들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어 이들의 수요에 맞춘 일자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앞서 언급한 베이비부머들은 기존 고령인구와는 다른 사회·경제적 특성을 갖고 있다. 이에 발맞춘 대책도 필요한 상황이다.

1955년부터 1963년 사이 출생자인 베이비부머는 2020년 기준 713만명으로 총 인구의 13.8%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중 60% 이상이 고졸 이상의 학력을 갖고 있고 80% 이상은 근로활동이 가능하다.
통계청의 2019년 조사에 따르면 이들 중 30%는 노후준비가 덜 돼 있고 때문에 소득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4명 중 3명꼴인 75.7%가 ‘생활비를 벌기 위해’ 계속 근로를 희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담이지만 베이비부머는 어르신이라 불러도, 노인이라 칭해도 기분 나빠할 세대다. 교육수준도 높고 욕구도 다양하다. 70% 이상은 노후준비가 돼 있어 다소 여유롭다고도 할 수 있다. 이제 기존 고령인구에 더해 베이비부머들의 욕구에 맞춘 다양한 일자리를 개발하는 데도 힘써야 할 상황이 도래했다 볼 수 있다.

노인일자리 사업의 경제적 효과와 함께 노인층에 끼치는 심리·사회적 순기능에 대해 설명한다면.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노인의 가구소득은 참여 이전보다 월평균 17만원 늘었다. 그들이 체감하는 상대적 빈곤율도 93.2%에서 83.0%로 10% 줄었다. 또한 개발원의 2019년 조사결과 ‘스스로 경제적 상태가 좋다’고 인식하는 비율도 미참여 시 15.6%에서 참여 후 30.5%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노인일자리 사업을 통한 노인층의 보건의료비 감소는 매우 유의미하다. 개발원의 2021년 노인일자리 사업 정책효과 분석연구에 따르면, 1인당 월평균 의료비의 경우 미참여 노인은 27만 3,323원, 참여 노인은 20만 2,824원으로 약 7만원의 차이를 보였다. 이를 2021년 노인일자리 사업 참여자 83만여명에 대입하면 연간 약 7천억원의 의료비가 절감됐음을 알 수 있다.
의료비 감소는 노인일자리 사업의 심리․사회적 효과와도 결을 함께 한다. 2017년과 2021년 개발원 조사에 따르면 사업 참여자들의 우울 수준은 미참여자에 비해 크게 낮은 반면 자아존중감과 삶의 만족도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일자리를 통해 절감될 것으로 추정되는 연간 7천억원의 의료비는 간접적으로는 우리 국민의 건강보험료 절감 효과와 이어진다. 이처럼 노인일자리 확대는 노인 뿐 아니라 국민 전체의 삶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매우 의미 있는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자료=한국노인인력개발원 제공
자료=한국노인인력개발원 제공

노인일자리 활성화에는 민간기업의 역할도 중요하다. 본지 독자인 기업의 경영자, 인사담당자에게 당부의 말을 전한다면.

기업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부정적 선입견에서 벗어나 노인을 기업의 경쟁우위 확보에 기여하는 연륜과 경험을 보유한 숙련된 인적자원으로 받아들였으면 한다. 사회적 기여를 위한 기업의 역할도 필요하다.
특별히 베이비부머 세대의 퇴직과 생산인구 감소 등 사회적 변화에 대해 고령자 채용을 통한 민간일자리 창출과 국민 노인부양 부담 완화에 기여해야 할 책임이 기업에 있다고 본다.
앞서 소개한 개발원의 수요 맞춤형 일자리 사업은 기업 인사담당자의 지속적 관심과 적극적 추진 의지에 따라 사업의 다양성과 효율성이 결정된다. 이 자리를 빌려 노인일자리 사업에 대한 인사담당자들의 지속적 관심을 청한다.

2025년 우리나라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우선돼야 할 정책 과제가 있다면.

노후 소득 보장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 초고령사회가 되면 경제활동 인구감소로 인한 노년부양비 증가, 노후소득보장 및 사회보장 약화가 현실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특히 우리나라는 고령화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노후 소득보장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에 대비해 △공적연금 △기초연금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 등 다층적 노후소득 보장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노후소득 절벽과 빈곤 직면 가능성을 일정부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노인일자리 정책도 코로나19 후 엔데믹 시대를 대비해 변화가 필요할 것이다.

개발원은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해 사업내용을 비대면, 실외활동 중심으로 변경, 운영해 왔다. 아울러 감염병 예방과 일상 속 디지털화에 따라 향후 비대면 디지털 노인일자리가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으로 보고 △다양한 직무(Task)단위 일자리 개발 △비대면 돌봄일자리의 질적 제고 등을 위해 더욱 노력할 계획이다. 이밖에 디지털기기를 활용한 비대면 일자리, 디지털 기기 활용을 위한 정보제공 일자리 등 다양한 신규 일자리도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현재도 온라인 교육, 자기학습 등의 방식으로 비대면 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확대해 나갈 것이다.

임기 내 이루고자 하는 사업 목표와 함께 포부를 전한다면.

현재까지 노인일자리 사업은 주로 정부가 주도해 공공예산을 투입하는 1세대 일자리와 정부와 민간이 함께 주도하는 2세대 일자리로 나뉘어 추진돼 왔다. 이제 공공재정에 의존한 1~2세대 일자리 확대 전략에서 벗어나 3세대로 일컬어지는 민간형 비예산 일자리 개발 확대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정부 예산 투입 없이도 민간의 지원을 통해 일자리 사업이 확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노인일자리 수행기관의 지원도 보다 확대돼야 한다.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노인 빈곤율 증가를 되도록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노인일자리의 지속적 확대가 필연적이고, 노인일자리 사업 확대에 따른 지역별‧특성별 욕구 적합형 노인일자리 개발 필요성은 높아지고 있지만 이를 수행하는 기관의 인적․물적 자원은 제한적이고 예산 지원도 미미하다.
노인복지법 개정 등을 통해 노인 일자리 현장 기관에 대한 상시근로자 수 특례조치가 마련돼야 하고 재정적으로는 노인생산품 우선구매 시행 등의 노력도 필요하다.
아울러 베이비붐세대의 노년기 편입, 4차 산업혁명 등 디지털 시대의 가속화에 대비하기 위한 참여노인과 노인일자리 분야 종사자의 역량 강화도 필수적이다. 사업의 효율적인 수행을 위해 노인뿐 아니라 일자리 사업 종사자들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과정을 수행할 ‘노인일자리 연수원’ 등의 교육기관도 하루빨리 만들어져야 할 것으로 본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38.9%로 OECD 평균의 3배에 육박한다. 빈곤상황에서 우울감을 겪고 있는 노인들에게 정책적 지원은 필수적이며, 노인일자리는 건강을 되찾고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게 지원하는, 소득보전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정책임을 국민들이 바라봐줬으면 한다.
또한, 베이비부머 등 노인의 역량을 활용하는 사회서비스형, 시장형(민간형) 노인일자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노인일자리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 주시길 바란다. 
일자리사업에 참여한 한 어르신께서 ‘이제야 내 이름을 다시 찾은 것 같다’며 환하게 웃으시던 모습이 떠오른다. 우리 중 누군가의 아버지와 어머니이다. 

김미곤 원장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1988년부터 2020년까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기초보장실장, 연구기획조정실장, 부원장, 원장직무대리 등을 역임했다. 2020년 8월부터 2021년 7월까지 세종시사회서비스원 원장으로 근무했으며, 2021년 7월 12일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제7대 원장으로 취임했다.
보건복지와 인구사회정책 분야의 전문가로 사회보장위원회,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중앙생활보장위원회 등 다양한 정부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했고 사회정책학회 부회장, 사회보장학회 이사 등으로 활발히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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