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강금실 법무법인 원 대표변호사

첫 여성 로펌 대표, 첫 여성 법무부 장관, 첫 여성 서울시장 후보 등 법조인이자 정치인으로 화려한 이력을 개척해 온 강금실 법무법인 원 대표변호사. 그가 기후 위기와 생태계 붕괴에 맞서 지속가능한 지구 공동체로의 전환을 위해 힘쓰는 학자이자 활동가로 일하는 것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2008년 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에 진학하면서 문명과 생태 공부를 시작한 그는 2015년 지식공동체 ‘지구와사람’을 창립해 지구법학을 기초로 한 생태대 문명 패러다임 연구와 전파에 힘쓰고 있다. 한편으로 변호사로서의 업을 이어가며 법무법인 내에 ESG 센터를 설립, 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돕는 ESG 경영이 국내 기업에 자리 잡는 데 힘쓰고 있다.
탄소중립, ESG 경영, 그린 뉴딜 정책 등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한 모색이 활발한 시기, 지구를 위한 변호인으로 활약하고 있는 강금실 대표변호사를 만났다.

강금실 법무법인 원 대표변호사. 사진=김혜리 기자
강금실 법무법인 원 대표변호사. 사진=김혜리 기자

판사와 변호사, 여성 첫 법무부 장관, 정치인으로의 이력을 뒤로하고 현재는 지속가능한 지구공동체를 위한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최근 근황을 말한다면.

많은 분이 첫 여성 법무부 장관, 정치인으로 기억을 하고 있지만 그 길을 걸어오면서도 사회와 권력, 진리와 정치의 관계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숙고해 왔다. 
정계를 떠나 2008년 대학원에서 생명문화학을 공부하며 이러한 성찰은 근대문명 비판과 생태 공부로 이어졌다. 생명과 문명, 지구라는 전체적인 관점에서 삶과 사회를 바라볼 수 있게 됐고, 이를 계기로 ‘생명 문화포럼’, ‘지구와사람’ 창립이 이어져 현재에 이르고 있다.
기후 변화와 이에 따른 생태계 붕괴 즉 지구의 위기가 모든 사람들이 체감하는 위기로 점차 다가오면서 사회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몸담고 있는 법무법인 원 ESG센터를 통해 기업의 ESG 경영을 돕는 데도 힘쓰고 있다.

ESG 전도사이자 지구와의 공존을 위해 노력하는 행보에 뜻밖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면.

가톨릭대학교가 2007년 생명대학원을 신설하고 2008년부터 신입생을 모집했다. 1기 신입생으로 입학해 생명문화학을 전공하며 이재돈 교수 신부 강의로 생태신학을 접했다. 생태윤리나 기후변화 문제를 공부했는데 흥미로웠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에서는 인권 신장을 위한 활동을 했고 장관에 이어 정치계에도 발을 디뎠던 경험 덕분에 어떻게 하면 사회에 더욱 기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는데 마침 함께 공부하던 분들도 다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특히 대학원 시절 공부를 하면서 가장 가슴에 와닿은 것은 토머스 베리가 <위대한 과업>에서 “미래에는 지구와 자연에 대한 권리 부여와 법적 지위 확립이 필요하다”고 한 대목이었다. 이 문장이 계기가 돼 뜻을 함께하는 분들과 함께 생명문화포럼을 세웠고 2015년에는 포럼 ‘지구와사람’ 창립으로 이어졌다.

과거에 비해 기후변화와 환경보호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고, 코로나19 팬데믹은 이 같은 관심을 더욱 확대시키는 계기였다. 이 상황에서 지구촌 모든 이가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나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고 보나.

지구 곳곳이 폭염과 대형 산불, 대홍수 등 이상 기후가 몰고 온 재난 상황으로 속수무책 곪고 있다. 과학기술과 화석연료의 결합을 기반으로 거침없이 달려오던 산업문명이 전염병, 기후 위기 등 복합적 부작용을 맞닥뜨리면서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심대한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런데 이러한 위기가 더욱 문제인 것은 미래에 대한 준비가 돼 있거나 자력 있는 사람들은 극복이 비교적 쉽지만 가장 큰 피해는 사회 내 약자가 입는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인권 문제로까지 이어진다. 최근 서울에 내린 폭우로 목숨을 잃은 반지하 가족의 이야기가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환경 파괴는 이제 한두 사람의 책임이 아니다. 균형이 무너지고 약자와 강자의 공존을 놓치는 게 문제다. 현재 국내에서는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제정 후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고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구체적인 논의나 움직임이 없어 우려스럽다.
또 환경 문제는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등 개인 차원의 실천과 움직임도 필요하지만, 경제시스템 자체를 친환경으로 바꾸는 거대한 전환이 중요하다. 다행히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과거 일부의 목소리에 불과했던 생태 위기에 대한 자각이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
정부의 탄소중립목표 설정과 법제화는 물론 기업 중심 경제계에서 ESG의 실천이 시작됐기 때문에 이를 보다 활발한 사회적 논의로 전환해야 할 시기가 됐다고 본다.

 

환경 문제에 대한 고민과 성찰, 생태적 세계관을 연구하는 학술공동체 ‘지구와사람’의 이사장이자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지구와사람’ 설립 계기와 활동을 소개한다면.

2013년 대학원을 졸업하며 이 분야의 학문을 계속 공부하고 연구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함께 할 이들과 뜻을 모아 만든 것이 생명문화포럼이고 2015년에는 외연을 넓혀 재단법인 지구와사람을 창립했다. 생명문화포럼 당시 7명이 포럼을 시작했는데 현재는 100여명의 회원을 두고 있다. 
지구와사람은 학술과 교육 활동에 중심을 두고 있다. 지구법센터, 생태대연구회, 기후와문화연구회 같은 연구 모임이 있고 매년 국제 콘퍼런스도 갖는다. 지구법학이나 토마스 베리 사상을 다루는 강좌와 열린 세미나, 생태를 포함해 다양한 인문학 주제 콜로키움 등도 마련한다. <야생의 법>과 <최후의 전환> 등의 책도 발간했다.
환경・생태문제를 알리는 대중화 작업에는 예술적인 접근이 알맞다고 보고 지난해 12월과 올해 4월 지구의 날에는 창작극을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지구와사람은 생태학이나 기후, 인류의 미래, 문명의 문제에 대해 대중이 함께 공부하며 이를 알리는 플랫폼이자 지식공동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발간한 <지구를 위한 변론>은 지구법학이라는 생소한 학문 소개와 이를 통해 바라본 생태와 환경에 대해 전하고 있다. 지구법학이란 무엇이고, 책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2015년 파리기후협약 이후 우리나라도 탄소중립기본법을 제정해 올 3월부터 본격 시행하고 있고, 기업은 ESG 경영으로 급변하면서 세계적인 추세를 따르고 있다. 2012년 <생명의 정치> 이후 10년 만에 다시 펴낸 이 책은 이러한 거대한 문명 전환의 원인과 배경, 전망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1부에서는 기후 위기를 포함해 전 지구적인 생태 위기의 실태를 짚어보고 그 원인을 경제와 가치 측면에서 살핀다. 2부에서는 석유경제 시대가 본격화된 20세기에 접어들어 확인하기 시작한 산업문명의 부작용과 갈등의 역사, 이를 극복하기 위한 깊은 생태학의 출현을 담았다. 
3~4부는 21세기에 새로운 대안으로 제기되는 생태대 문명의 세계관과 법, 정치 시스템 이론을 소개하고 마지막 5부에서는 거대한 전환을 이끌어 나가기 위한 우리의 과제와 미래 세대 움직임을 짚어봤다.
특히, 자연에 법적 주체의 권리를 부여하는 지구법학은 생명 공동체 공존의 질서를 제공한다고 본다. 지구법은 신부이자 생태학자인 토마스 베리가 2001년 주창하기 시작해 이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법률 체계다. 우주와 생명, 자연을 모두 존엄한 주체로 보고, 이를 통해 인간 사회에 자연 보호와 생태적 관념을 형성할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다.
지구법학을 채택하는 국가는 지난 20년간 전 세계적으로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남미 에콰도르는 2008년에 자연의 권리를 헌법에 명기했고, 유엔총회는 유엔 공식 프로그램 ‘자연과의 조화’ 2016년 토론 주제로 지구법학을 택했다. 뉴질랜드 의회는 황거누이강에 법 인격을 부여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며 자연물에 법 지위를 부여하기도 했다.
올해 2월 이탈리아는 ‘환경보호 의무’를 헌법에 명시해 역사적인 진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간 자연보호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의무, 자연의 권리는 없었는데 헌법에 의무로 명시됐다는 것은 커다란 변화다. 위 사례처럼 인간의 계속적인 개발을 막되 자연과 생명이 살 권리를 법으로 인정하는 것이 바로 지구법학이다.

기업의 ESG 경영을 돕기 위한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대표변호사로 활동하는 법무법인 원이 설립한 ‘ESG센터’를 소개한다면.

로펌의 주요 고객은 기업이기 때문에 기업계의 변화를 예측하는 인싸이트가 중요하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로펌들이 이 법에 대응할 T/F팀을 꾸리는 것도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그런데 ESG(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가 여타 이슈들보다 특별한 점은 그 영향력이 국내에만 한정된 것이 아닌 글로벌 이슈라는 점이다. 
우리 법인은 설립 이래 글로벌 로펌 네트워크 교류, IACA(국제반부패아카데미) 등 국제기구 연수 등을 통해 글로벌 이슈 흐름을 계속 주시해 왔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ESG 이슈를 일찍 접해 선제적으로 업무를 준비할 수 있었으며, 2021년 4월부터 총 3회에 걸쳐 E・S・G 각 이슈를 주제로 한 포럼을 개최한 다음 2021년 6월 ESG 센터를 정식으로 출범했다. 
법무법인 원은 높은 전문성뿐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설립 이념으로 삼고 성장해 왔고, 업계에서도 인정을 받아 2017년 대한변호사협회 공익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처럼 구성원 전체가 ESG 관련 이슈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도 법무법인 원 ESG 센터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ESG 센터는 환경과 사회, 거버넌스 전반에 대한 법률자문과 실사, 임원 및 실무자 인식 제고를 위한 맞춤형 교육 설계와 컨설팅, 경영 및 커뮤니케이션 전략 자문 등의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센터의 ESG 컨설팅과 자문을 받은 기업 사례가 있다면.

한국토지신탁의 기업공시 자문, SH공사의 고충처리시스템 용역, 중소벤처기업부 ESG 컨설팅 부문 바우처 사업자 선정, 국민연금관리공단 지침 개정 자문 등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왔거나 진행 중이며, 대상, 한화, 새마을금고 등 대기업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ESG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고객 중 ESG 공급망 실사를 받을 가능성이 높은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ESG 직무교육을 실시하는 등 ESG 관련 다양한 컨설팅과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오고 있다.
특히 우리 법인은 컨설팅 과정에서 ESG 교육을 통한 기업의 체질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절감하고, 에듀테크 기업인 ‘뉴인’과 손잡고 ‘터치클래스 ESG’라는 교육콘텐츠 서비스를 개발해 교육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본지 독자인 기업의 CEO 인사담당자들에게 ESG 시대 기업의 역할은 무엇이며, 성공적인 ESG 경영을 위해 어떤 단계를 밟아 나가야 할지 조언한다면.

최근 서울을 강타한 폭우, 유럽의 극심한 가뭄과 산불, 미국 데스밸리의 대홍수와 같은 일련의 기상이변은 과연 우연일까? 어떻게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전 세계적으로 유행할 수 있었을까? 산업혁명 이후 급격한 산업화와 세계화 속에서 간과한 것은 없을까? 
이제 우리가 속한 문명과 생태계의 급격한 변화의 원인을 직시하고 변화를 꾀할 때가 됐다. 기업들도 그동안 재무적 성장만을 추구하면서 우선순위에서 밀렸던 환경, 사회, 지배구조와 같은 비재무적 가치들을 고려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업은 더 이상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이러한 근본적인 변화에 대응하려면 단순히 일회적인 컨설팅으로는 불가능하다. 또한 기업 내부 임직원들뿐 아니라 공급망 내 협력사들도 함께해야만 한다. 성공적인 ESG 경영을 위해서는 기업 내부뿐만 아니라 협력사들을 대상으로 한 ESG 교육도 중요한 것이다.

‘여성 최초 ○○○’ 타이틀을 여럿 가진 리더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와 기업에는 여성의 사회활동을 가로막는 유리천장이 존재한다.

개인의 노력으로는 아직 한계가 있다. 제도적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미투와 페미니즘이 들끓었던 이유는 여성들의 의식과 능력은 동등해졌는데 구조가 뒤처졌기 때문이다.
다행히 우리나라 자본시장법은 최근 사업 연도 말 현재 자산총액(금융업 또는 보험업 영위 회사는 자본총액 또는 자본금 중 큰 금액)이 2조원 이상인 주권상장 법인에 대해 이사회의 이사 전원이 특정 성(性)으로 구성되지 않도록 하는 이사회의 성별 구성 특례조항(제165조의 20)을 신설했고, 위 규정은 유예기간을 거쳐 2022년 8월 5일부터 적용되고 있다.
물론 이를 위반하는 경우에 벌칙규정까지 두고 있진 않지만 ESG 평가 등을 고려한다면 기업들은 여성이사제 규정뿐 아니라 DE&I(Diversity, Equity, Inclusion)을 고려해 보다 다양한 구성원들을 포섭하는 이사회를 구성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지구를 위한 변론>의 부제가 ‘미래 세대와 자연의 권리를 위하여’다. 미래 세대에게 당부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기성세대와 MZ세대라 불리는 젊은 세대의 사고방식 자체가 다르고 문화적인 변화의 속도도 크기 때문에 우리 세대의 조언이 과연 그들에게 도움이 될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다만 우리가 인간으로 사는 이상 미래는 결국 젊은 세대의 것이라는 생각으로 미래 공동체인 지구촌 사람들과의 교류와 경험을 더욱 쌓아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한 삶의 의미를 성찰할 수 있는 학문, 예를 들어 인문학에 더 관심을 갖고 공부하는 세대가 됐으면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지구의 각 나라가 교류를 막는 장벽을 쌓았지만 한편으로 네트워크를 통한 소통은 더욱 활발해졌다. 미래 세대는 이러한 소통에 더욱 자유롭다. 기후 변화는 미래 세대에게는 현실이다.
이들이 국가의 벽을 넘어선 지구적 네트워크를 통해 기후 변화에 따른 생태계의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 세대와 자연이 주체로 참여하는, 더 풍요로운 시대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어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도전을 거듭하고 있기에 대표님의 미래가 더욱 궁금하다. 앞으로의 계획을 전한다면.

지구법학이라는 학문영역을 해 오면서 깨닫는 것은, 필요가 쌓이면 그걸 표현하기 위한 말이 태어나고, 그 말이 사람들의 생각과 섞이면서 성장하며 내용이 축적되고 펼쳐진다는 사실이다. 시작과 맥락과 전개를 체험하면서 함께 가는 경험 속에서 의미를 건져내는 삶을 살아보려 한다. 
그간 개론적 연구에 있던 지구법학의 각론을 연구하는 데도 힘쓰고, 지구와사람에 동참하는 다양한 전문가들과 함께 문화와 예술을 통해 대중적인 관심을 이끌어 사회에 정착할 방법도 고민해보려 한다. 법무법인 원의 ESG센터장을 맡고 있어 앞으로도 ESG와 지구법학을 연결해 제도와 문화의 대안을 만들고 미래세대를 위한 지속가능한 교육구조를 만들어가는 데 기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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