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가 묻고 리더가 답하다] 가 철 현대렌탈서비스 대표이사

가 철 현대렌탈서비스 대표이사는 ‘외식창업 전문가’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경영인이다. 피자 프랜차이즈가 생소했던 지난 1994년 ‘피자맥’을 창업해 중국에까지 진출했고, 2000년에는 커피 소비시장을 블루오션으로 내다보고 ‘이디야커피’를 설립해 2004년까지 100개 매장을 둔 프랜차이즈로 성장시켰다.
가 대표이사는 외식창업 분야의 풍부한 성공 노하우를 뒤로 한 채 지난 2008년 정수기 렌탈이라는 전혀 다른 분야 사업에 도전했다. 2016년에는 대기업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홀로서기에 도전했고 이후 렌탈 플랫폼이라는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신사업 분야를 개척해 현대렌탈서비스를 탄탄한 기업으로 성장시켜 오고 있다.
가 대표이사는 “좋아하는 사업이나 잘할 수 있다 확신하는 사업보다, 시대의 변화 흐름과 타이밍, 즉 시기에 적절한 사업을 선택하는 것이 성공 확률을 더욱 높일 수 있다”며 “항상 반 박자 빠른 타이밍으로 사업을 시작해 성공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대렌탈서비스도 소비재·기업·직영 등 세 분야 렌탈 산업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성장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가 철 대표이사(왼쪽)와 신경수 박사. 사진=김혜리 기자
가 철 대표이사(왼쪽)와 신경수 박사. 사진=김혜리 기자

현대렌탈서비스 소개를 부탁한다.

현대렌탈서비스는 가정과 사무실, 산업현장 등 일상의 모든 현장에서 필요한 유무형의 상품을 빌릴 수 있도록 인프라를 갖추고 개인 및 기업 소비자에게 렌탈 서비스를 제공한다. 
구체적으로는 홈쇼핑과 온라인채널을 중심으로 생활가전, 가구, 운동기구, 이미용기기 등 리테일 상품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소비재 렌탈, 산업기기와 의료기기, 건설장비, 사무실 OA, 측정기 등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B2B상품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기업 렌탈, 독자 개발한 정수기와 비데, 공기청정기 등 자사 브랜드 상품과 A/S 인프라가 없는 기업 제품의 설치와 A/S를 대행하는 ▲직영 렌탈 사업 등 세 분야로 전문화돼 있다. 장소나 상품의 종류와 상관없이 세상의 모든 것을 소비자가 저렴하고 합리적인 가격에 빌려 사용할 수 있도록 사업 영역을 확장해 나가며 국내 렌탈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최근 경영성과가 궁금하다. 올해 역점을 두는 부분은.

2008년 창업 이래 매년 흑자행진을 이어왔다. 물론 코로나19의 영향, 그리고 글로벌 기업 D사의 공식 서비스 대행사로 확정되며 인프라 구축에 힘 쏟아 적자도 있었지만 이내 안정을 찾았다. 
작년에는 감염병 상황도 안정되고 인프라 투자도 마무리되며 다시금 정상궤도에 올랐다. 새롭게 론칭한 기업 렌탈에서 전년 대비 100% 이상의 실적을 달성하며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홈쇼핑 기반 소비재 렌탈 매출도 전년 대비 50% 이상 증가해 1,500억 원 수준의 매출 실적과 흑자 전환이 이뤄졌다.
올해 소비재 렌탈과 기업 렌탈 분야는 규모와 수익성 모든 면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해갈 것으로 예상한다. 서비스 렌탈 분야도 D사 뿐만 아니라 다른 글로벌 기업을 유치해 성장 궤도에 올려놓을 것이다.  작년에 론칭한 모빌리티 렌탈 사업에 대한 투자에 집중해 핵심 사업 아이템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할 계획이다.
이디야커피 등 유명 요식업 브랜드를 창업해 성장시킨 이력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대학 4학년 때 한 섬유회사에 취업했지만 3개월 만에 그만두고 형을 대신해 볼링장을 운영했다. 매월 손실이 컸던 영업장을 6개월 만에 흑자로 전환시켰고 이후 3년 간 상당한 사업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
이때 모은 사업자금을 기반으로 1994년 4월 피자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은 승승장구하며 1997년까지 서울과 수도권 곳곳에 17개 직영점을 개설하고 중국에도 2개 매장을 열었다. 하지만 1997년 말 IMF 구제금융 사태가 터지며 위기가 찾아왔다. 어쩔 수 없이 모든 점포를 매각하고 대여금과 미수금을 정리할 수밖에 없었다.
충격이 컸지만 마음을 다잡은 후 남은 사업자금을 바탕으로 2000년 이디야커피를 창업했다. 2001년 3월 1호점을 연 후 100여개 매장을 잇달아 열며 성업하던 이디야커피는 2004년 말 매각했다. 이후 3년간 휴식기를 거쳐 2008년 현대백화점그룹으로부터 렌탈 사업 제안을 받고 그 해 4월 현대위가드를 창업했다.

화려한 이력이 주로 알려져 있지만 그 이면에는 어려움과 갈등도 있었을 것이다. 생애 가장 큰 변곡점이나 전환점이 됐던 사건은.

2015년 심근경색으로 갑자기 쓰러져 응급실로 실려 간 적이 있다. 신속하게 처치를 받은 덕에 위기는 넘겼지만 30분만 늦었어도 목숨을 잃었을 것이라는 의사의 말에 많은 생각을 했다.
삶이라는 것은 언제라도 갑작스럽게 마무리될 수 있기에 주변을 좀 더 살피고 지나온 일을 돌이켜보며 사업 뿐 아니라 개인과 가족과의 삶도 잘 영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덕분에 개인적인 목표도 기업인으로서의 목표만큼 소중하게 생각하며 잘 지켜가고 있다.

중요한 선택의 순간 의사결정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무엇인가.

사업 아이템이나 상품을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것은 타이밍이다. 너무 빨라도, 너무 늦어도 안 되며 항상 반 박자 빠른 타이밍으로 시기적절한 상품을 찾아야 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사업이나 잘할 수 있다고 확신하는 사업을 선택하는 것보다, 타이밍에 맞는 사업을 선택하는 것이 성공 확률을 더욱 높일 수 있다. 
피자와 커피 그리고 렌탈 플랫폼 사업도 대중에게 생소하진 않지만 아직 성숙기에 들어가지 않은 아이템이었다. 피자 사업은 IMF 구제금융 사태를 버티지 못했지만 그때 조금만 더 버틸 힘을 가졌다면 좋은 결과를 낳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디야커피와 렌탈 플랫폼 사업은 시기적절하게 창업 타이밍을 잘 맞춘 아이템이라 여긴다.

회사를 경영하며 경험한 수많은 위기 중 가장 잊을 수 없는 난관은 무엇이었고 어떻게 극복했나.

가장 잊을 수 없는 위기의 순간은 피자사업이 가장 정점에 올랐던 1997년 말이다. 상당한 매출을 올리며 승승장구하고 있던 것이 IMF가 시작되며 1998년에는 전년 대비 매출이 절반으로 급감했다. 이자 비용은 두 배로 오르고 식자재 비용도 환율 급등으로 크게 오르면서 경영이 악화됐다. 결제를 대부분 어음으로 발행했기 때문에 매월 돌아오는 어음과 이자비용을 감당하기 버거웠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사업부 축소를 단행했다. 권리금과 시설 투자비용은 고사하고 보증금만 받을 수 있으면 하는 생각으로 잘 되던 매장도 모두 처분했다. 본사도 안양 물류창고로 옮기고 돈이 될 만한 어지간한 자산은 모두 헐값에 매각했다. 직원들도 몇 명을 빼곤 모두 내보낼 수밖에 없었다. 
1999년까지 2년 간 오로지 줄이는 것에만 몰두했다. 그러다 보니 대출 원금과 미지급금 등 부채는 모두 갚았지만 회사에 남은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때 당황하지 말고 버틸 수 있는 계획을 세워 위기의 순간이 지나갈 때까지 기다릴 수만 있었다면 더 큰 성장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당시 인재와 자산을 모두 잃어버리는 바람에 기회를 다시 잡을 수 없었던 것이 아쉽다.
덕분에 현재의 렌탈 사업 중 위기가 찾아왔을 때도 사업 축소는 방법 중 하나일 뿐 다른 방법으로 극복할 수 있음을 인식하고 해법을 찾아 나갈 수 있었다. 정수기 렌탈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소비재 렌탈 플랫폼을 론칭하며 기회를 얻었고, 또 다른 정체기가 왔을 때는 B2B 기업 렌탈 사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위기가 왔을 때 지나치게 위축돼 구조조정과 사업부 축소에만 매몰되면 정작 기회가 왔을 때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음을 경험한 덕분이다.

한편으로 가장 성공적이었다고 자부하는 경영활동이나 프로젝트는.

이디야커피를 창업할 때 글로벌 선두기업인 S사와 마켓 쉐어를 완전히 차별화하기 위해 테이크 아웃 중심의 소형매장을 다점포화하는 전략으로 사업방향을 설정한 것이다. 이는 피자 사업을 할 때 경쟁사였던 대형 레스토랑 방식의 P사와 맞선 테이크아웃 딜리버리 중심의 D사의 전략을 적용한 것이다.
마켓 파이를 완전히 달리하지 않고 동일 시장에서 타 기업과 비슷한 마케팅 전략을 추구한다면 막대한 투자가 있어도 기대한 만큼 성과를 만들기 어렵다. 글로벌 선도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시장을 분리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럴 수 없다면 진입하지 않는 것이 좋다.

현대렌탈서비스의 리더급 직원들이 어떤 리더십을 갖추고 조직을 이끌어 가기를 원하는가.

간부들이 좀 유연하고 창의적이어야 되는데 대부분 자기 업무에 있어 실수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몹시 안타깝다. 실수에 대한 두려움은 사고(思考)의 정지를 야기한다. 직원들은 대표이사보다 실무와 현장에 대해 훨씬 더 잘 알 텐데, 그럼에도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을 꺼리고 수동적인 모습을 보인다. 기존 정수기 렌탈 기업에 뿌리 깊게 자리한 보수적이고 경직된 문화를 경험한 구성원들이 다수 합류하며 생겨난 문화의 일부라 여겨진다.
차츰차츰 이를 극복해 나가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는 현대렌탈서비스 조직 전체에도 도전의 문화가 생겨나길 기대한다.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창의적으로 업무에 임한다면 기업 뿐 아니라 개개인의 성장에도 분명 유의미한 변화가 있을 것이다. 
기업 문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 협력하는 것이다. 서로 협력하는 것만으로도 시너지를 충분히 만들 수 있을 텐데 아직까지는 부족한 듯해 아쉽다. 그렇다고 암울하다는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개선할 과제가 있어야 재미있지 않은가? 전부 다 갖춰진 조직은 없다. 하나씩 과제를 발굴해 개선해 갈 생각이다. 소통이 잘 되는 기업문화를 구축해 나가고 싶다.

경기가 어렵다. 본지 독자들에게 현 시대에 어울리는 리더의 역할에 대한 조언을 부탁한다.

다른 기업인들도 느끼겠지만, 항상 어려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려운 시기가 있으면, 분명 좋은 시기도 찾아온다. 어려울 때 가장 아마추어적인 행동은 모든 것을 줄이는 것이다. 축소하고 움츠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한다. 비용 절감이 필요하겠지만 대책 없이 몸집만 줄여서는 다시금 기회가 왔을 때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 그때 후회해서는 이미 늦다. 움츠리고 줄이면 속된 말로 먹고 살 수 있겠지만 성장은 요원하다. 
위기가 찾아 왔을 때는 현명한 방어 전략이 필요하다. 영업이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음에도 마케팅 비용을 줄일 필요는 없다. 특히 회사 구성원 감축 문제는 더욱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인재의 소중함을 알고 조금 어렵더라도 그들과 어깨를 맞대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 위기를 잘 버틴다면 분명 그 끝자락에 기회라는 발판이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그 발판을 딛고 최대한 높이 점프할 수 있는 힘을 비축해 놓아야 한다.

■ 리더가 묻고 리더가 답하다
SGI지속성장연구소 신경수 박사와 함께 ‘세상의 속도에 맞춰 리더십의 모습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우리 시대 리더와의 인터뷰로 찾아보는 코너다. 신 박사는 일본 최대 HR 컨설팅 RMS의 한국대표를 역임했으며 리더십과 조직문화를 주제로 6권의 책을 발간한 조직심리학 박사다. 국제표준화기구인 ‘ISO-HR분과’ 한국대표를 맡아 우리 기업의 HR 선진화에도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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