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HR 결산 & 2024 미리보기

자료=셔터 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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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상황에 따른 HR흐름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은 세수 부족에 따른 재정지출 축소 가능성, 물가의 불확실성 확대 등으로 1.1%에 그치고, 향후 5년간(2023~2027년) 연평균 성장률도 2.2%에 불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공급 및 수요 측면에서 한국경제의 성장둔화 위험이 가중되었고 성장경로상에서는 생산성 둔화, 노동 공급 위축, 소득 개선 지연 등으로 중장기적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고, 재정지출 효과가 민간수요에 미치는 영향, 이자율과의 관계, 이전소득 효과 등도 약화될 위험이 크다고 전망되고 있다. 공급 측면 중 노동에서는 저출산·고령화로 생산연령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노동 공급 여력이 약화될 전망이고, 자본에서는 탄소중립 경제로의 이행 과정에서 기존 자본재화 중 일부가 저탄소 자본으로 전환하면서 철강·석유화학·반도체 등 주요 산업의 수출경쟁력이 둔화될 위험에 놓였다고 평가되고 있으며, 수요 측면에서는 고금리·고물가 장기화로 가계의 소득여건이 약화되면서 내수의 회복세가 둔화될 위험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2024년부터 2028년까지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대로 전망하며 생산성 향상을 위한 구조적 개혁을 주문하고 있다. IMF는 글로벌 반도체 수요의 점진적인 회복, 탄탄한 국내 노동시장, 주택시장의 지속적인 안정 등을 성장을 위한 요구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주요 리스크로는 2%대 이하의 성장 둔화와 통화긴축정책, 원자재 가격 변동성 확대, 부동산 경기침체 등을 지목, 이러한 요소가 우리 경제의 발목을 지속적으로 잡을 수 있다고 예측했다. 

[그림 1] 주요 기간의 한국경제 전망
[그림 1] 주요 기간의 한국경제 전망

한편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올해 3.6%에 이어 내년 2.4%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뼈를 깎는 구조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특히 혁신과 노동시장 유연성 강화, 성별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강조하고 있으며, 소수의견으로 잠재적인 성장성을 높이기 위해 이민을 늘려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또한 장기적인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해 연금개혁을 실시하고, 규칙에 기반한 재정적 틀을 갖출 것을 조언했다.
2022년을 거쳐 2023년 초반에는 엔데믹 희망을 가졌으나 지속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과 미-중 경쟁 격화로 세계경제는 다시 한번 저성장 커브 속에 갇혔고, 2023년 하반기에는 이스라엘-하마스 간의 전쟁으로 거시경제환경의 낙관적 전망은 2024년 초반까지는 불가능하게 되었다. 이런 기조에서 우리 기업들은 전례 없는 비상경영체계에 돌입했고, 구조조정, 희망퇴직, 채용 동결, 성과급 축소 등의 부정적 HR 용어들이 다시금 등장하고 있다. 2024년의 HR Agenda를 세심히 재정비해야 하는 이유다.

채용
경력 이직·수시 채용의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지난 3월 한국경영자총협회가 100인 이상 기업 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2023년 신규채용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들은 채용시장 트렌드로 ‘경력직 선호 강화(53.4%)’와 ‘수시채용 증가(47.8%)’를 가장 많이 꼽았다. 전체 고용시장의 80% 이상의 인력을 채용하는 중견·중소기업을 비롯해 형식적이라도 공채 채용을 유지하던 대기업 역시 경력직 수시채용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2월 인크루트가 기업 751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대기업은 경력직 수시채용(61.1%)을 선호하며, 중견기업과 중소기업 역시 각각 67.6%, 50%의 비율로 경력직 수시채용 형태를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경향 속에서, 경제불확실성이 더욱 커짐에 따라 채용 규모를 대폭 축소하거나 기존 인력의 효율적인 재배치로 비용을 통제하는 방향으로 선회하는 기업들도 많아지고 있다. 이런 기조는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는 유지될 전망이다.
기업 채용과 인사관리 전반에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를 도입하는 기업이 많아지면서 한국의 인적자원(HR) 문화가 바뀌고 있다. 예전에는 엑셀에 정보를 직접 기입하는 식의 아날로그 방식으로 관리했다면 이젠 각 영역에 맞는 버티컬 HR 솔루션을 활용해 효율성이 크게 높아졌으며, 수시채용, 서류전형 생략, 잦은 이직 등 최근 달라진 인력시장 트렌드에 따라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까지 적극적으로 HR SaaS를 활용하는 모습이다. 채용과 근무 문화가 수시/경력직 채용, 3년 내 이직 증가 등의 경향이 확대됨으로써 이를 반영한 채용서비스들이 관심을 받게 되었다. 수시/경력직 채용이 일상화되면서 지원자 이력서와 개별 면접 일정의 빈번한 조율이 필요해졌고, 챗GPT 등을 자소서 작성에 활용하는 사례가 늘면서 걸러낼 필요가 생긴 데다, 이직이 잦아져 직원들의 평판조회가 중요해지면서 각 영역에 맞는 서비스가 새롭게 생겨났다.

직무 중심 인사 가속화
2023년도의 직무 중심 인사 가속화는 오래전(2000년 이후)부터 외국계기업과 소비재, IT 및 증권업계 중심으로 추진되어 오던 역할급과 역량급을 차용한 직무 중심 인사와는 다르게 완전 직무가치 중심의 인사체계로의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정부 정책면에서도 국가경쟁력과 노동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 기업들의 낙후된 일하는 방식(근무시간 등)과 보상체계의 선진화를 적극 지원하기 시작했고, 기업들도 조직 내 직무들을 재분석하고 직무가치평가를 통해 직무급을 도입하는 시도들이 확대되고 있는데, 가장 큰 직무 중심 인사체계로 전환한 목적은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실현하고, 고령화 추세에 적극 대응하고 직무중심 인사관리 운영을 통한 핵심직무의 사업혁신역량 강화가 필요해서이다.

글로벌 HR 체계의 재점검
엔데믹 이후 해외 진출 또한 활발해지고 있는데, 주재원 운영의 효율화와 해외 현지채용인재의 관리 선진화를 위한 노력들이 증가하고 있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세계 주요 국가에서의 급격한 물가 상승에 따라 주재원 보상에 대한 재검토 니즈가 증대되었고, 고비용이 발생되는 주재원을 통한 현지관리보다는 현지채용인력의 육성을 통한 현지인 중심 조직운영으로 전환을 위한 HR 거버넌스 재정비 및 해외인사 전반에 대한 관리체계 재정비 추진 또한 올 한해 우리 기업들의 HR 과제였다.  
또한, 해외에서 생산만 하던 기업들이 현지 고객들을 대상으로 마케팅과 영업 활동을 확대함에 따라, 현지 시장에 정통한 우수한 시장분석/기획-마케팅-영업 인력들을 채용 관리하는 규모도 증가하게 되었고, 다수 국가-다수 대륙을 대상으로 인재를 종합적으로 관리-운영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2020년 이전까지만 해도 주재원들을 파견하여 해외 현지 채용인력들을 관리하는 방식이 보편적이었지만, 2023년 이후부터는 주재원은 최소화하고 현지 채용인력들을 육성하여 인접 국가/대륙에 활용하는 글로벌 HR 모델로 전환하는 기업들이 확연히 증가할 것이다.  이럴 경우, 해외 국가별 노동시장과 인사환경에 대한 재점검과 관리 정책을 새롭게 설정하는 노력이 필요하게 된다.

임원 직급/보수 체계 개편
직원 계층에 대한 직급 축소/철폐와 함께 임원 직급에 대한 변화 요구도 증대되고 있으며, 직급별 단일급에서 개인의 성과에 따라 기본급, 성과급 차별화 폭이 확대되는 추세로 전환이 예상된다. 임원 직급체계는 직무급 체계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이를 위해 그룹/지주사 차원에서 계열사 임원 직무들의 가치를 직무평가하고, 그룹/지주 차원에서 운영할 수 있는 통합된 임원직급(호칭)체계를 정립하게 된다.  또한, 임원 장기성과급제도를 재점검하는 기업들도 증가하였는데, 한화그룹의 경우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을 도입했다. 양도제한조건부주식이란 회사가 일정한 제한조건을 붙여 임직원에게 주식을 부여하는 방식이며, 유형은 다양한데 임직원에게 일단 주식을 교부하되 일정 조건이 성취되어야 그 주식을 처분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형태와 일정 조건이 성취될 때 약정한 주식을 교부하는 형태로 나눌 수 있다. 실제 시행하는 기업이나 구체적인 내용에 따라 다양하게 지칭되는데, 전자를 ‘restricted stock’이라고 하여 구분하는 경우도 있고, 혹자는 후자의 유형을 ‘restricted stock unit(RSU)’이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다. 한화그룹의 최고경영자들은 성과급이 없고 RSU로 10년 후에 (주식을) 받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RSU는 스톡옵션보다 장기적으로 회사의 발전과 같이할 수 있어 더 효과적인 주식형 보상 방식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임원들도 사람이기 때문에 10년 후에 내가 받을 게 뭐지하며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노력하게 되는 장점이 있다. 또한, 삼성전자가 운영하는 장기성과급제도는 만 3년 이상의 임원들을 대상으로 지난 3년간의 경영실적에 따른 보상을 향후 3년 동안 매년 나눠 지급하는 인센티브 제도이며, 삼성전자의 대표적 성과급 제도인 TAI(목표달성 장려금, 옛 PI), OPI(초과이익성과급, 옛 PS)와는 별개로, 지급 비중은 3년간 첫 해 50%, 두 번째와 세 번째 해에 각각 25%씩으로 알려졌다. 2020~2022년 임원 성과에 따른 보상을 2023~2025년에 걸쳐 지급하며 올해 50%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근무방식의 다양화와 D&I 중요성 증대
포스트 코로나 이후 근무시간과 공간에 있어 ‘Back to office’와 하이브리드를 허용하는 기업들이 증가하였으며, 완전 출근제보다는 하이브리드 형태의 유연한 근무방식의 제공여부가 금전적 요소보다 더욱 강력한 핵심인재 유입요인으로 작용될 전망이다. 엔데믹 초반에는 재택근무를 고수하던 기업들이 2023년도 들어서는 출근일수를 증가시키고 재택근무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또한, 주 4.5일 근무 방식을 도입하는 기업들도 나타나고 있는 바, 2024년도부터는 주 50시간제의 개편에 따른 근무 방식의 다양성이 더욱 증대될 전망이다. 또한, 사업의 다각화, 구성원의 다양화(MZ 세대 등), 디지털 근무환경으로 인하여 조직 간/구성원 간 의도치 않은 마찰 증가로 인해 팀장급 이상 리더들의 포용적인 자세(D&I Maturity) 및 조직 내 다양성을 인정하는 조직문화 조성을 위한 투자 확대가 요구된다. 적은 인력으로 높은 생산성을 창출해야 하는 상황으로, 이제는 세대 간, 성별 간, 성향 간 다름을 존중하며 상호 포용적인 자세를 기본으로 수익이 담보된 성장을 지향해야 한다.

앞에서 언급한 주요 흐름 외, 2020년대 중반을 향하고 있는 HR은 이제는 感에 의한 의사결정 대신 People 데이터를 분석해 보다 합리적인, 객관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데도 집중해야 한다.
변화의 중심엔 언제나 HR이 있다. 최근 몇 년간 변화를 묵묵히 이끌고 지원해 온 인사담당자들에게 격려와 더불어 2024년에도 기업을 둘러싼 수많은 변수로부터 임직원을 지키고 새로운 세상으로 안내하는 데 힘내 줄 것을 당부하고 싶다. 


박진석 콘페리코리아 총괄대표/시니어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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