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리세션의 도래
리세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머서(MERCER) 조사에 따르면, ‘현재 리세션 중에 있다’고 응답한 CEO와 CFO는 10명 중 9명에 달한다. 
리세션에 대처하는 기업들은 대체로 보수적 태세를 취한다. 투자를 축소하고 임금을 동결하는 한편 마케팅 비용 삭감, 정리해고 등 경영 전반에 걸쳐 몸을 잔뜩 웅크린다. 이와 같은 조치들은 경기침체가 닥치면 기업들이 반사적으로 펼쳐 드는 비법서 같이 보인다. 하지만 이번 리세션에도 과거의 플레이북이 여전히 유효할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번 리세션은 과거와 비슷한 듯 다른 양상을 보인다. 많은 이가 전 세계 경제에 전에 없던 변화와 불확실성이 닥치리라 예견한다.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부터 경기, 금리, 투자 심리 전반에 걸쳐 ‘시계 제로’인 갈림길에 있으며, 기존의 낡은 법칙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에 진입했음을 강조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경기침체와 불확실성 속에서도 경영자 10명 중 6명은 자신들의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시장수요가 증가하리라 예상했다.

반면 문제는 사람 이슈에 있었다. 절반 정도 경영자가 현재 자신들의 인재모델로는 시장상황을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울 거라 바라봤다. 미국의 경우 예상보다 일자리가 더 늘고 실업률도 수십 년 만에 최저 수준이지만, 기업이 느끼는 인력부족 현상은 더 오래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퇴사 시대부터 이어진 높은 이직률(35%) ▲조용한 퇴사 증가(32%) ▲높은 인건비에 따른 인재확보 경쟁 심화(29%) 등이 지금의 이상 국면의 주원인으로 꼽힌다.기존에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리세션 시대를 마주한 지금, 슬기롭게 리세션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는 어떠한 보상전략을 펼쳐야 할까?

민첩한 대응력을 강화하는 
‘컨틴전시 보상 플래닝(Contingency Compensation Planning)’

글로벌 경영컨설팅기업 베인앤컴퍼니(Bain&Company)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침체된 기업 중 “컨틴전시 플랜(비상 계획)을 미리 세우거나, 대안적 시나리오를 준비한 기업은 거의 없었다”고 전한다. 
비용절감이 리세션을 극복하는 최선의, 그리고 유일한 방법으로 가정하고 인건비 축소, 채용 동결, 정리해고 등의 조치를 취하는 기업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리세션 환경에서 보수적인 전술만을 펼치는 보상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인건비 절감은 단기적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조치이긴 하지만 구성원 몰입 악화, 기업 이미지 훼손, 우수인재 유출 등 장기적 관점에서 조직에 악영향을 미친다. 이제 천편일률적인 비용절감에 중점을 둔 보상전략을 탈피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보다 바람직한 접근은 리세션 속에서 펼쳐질 예상 시나리오를 가늠하고, 이러한 시나리오가 실제 일어날 때 어떤 보상방식을 민첩하게 운영할지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시나리오를 가늠할 때 어디부터 시작할지 막막하다면 조직의 비즈니스 상황과 인재 현황을 돌아보는 데서 첫발을 내디딜 수 있다. 
우선 리세션 시기에 비즈니스 상황이 어떻게 펼쳐질지 가늠해 보자. 앞선 머서의 글로벌 조사처럼 경기침체지만 비즈니스 상황이 좋아질 가능성이 있는지, 시장의 수요가 
우호적으로 변할 기회가 있는지, 공격적으로 추진하는 새로운 비즈니스가 있는지, 우리의 비즈니스는 리세션 위험에 얼마나 노출될지 등을 판단해 보는 것이다. 
또 다른 측면으로 조직의 인재상황을 살펴보자. 현재 구성원으로 리세션 기간 동안의 시장수요를 대응하는데 충분한지, 사업전략을 펼치기에 충분한 인재 스킬을 보유하고 있는지, 구성원의 이탈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이렇게 비즈니스와 인재 측면을 가로, 세로에 놓고 ‘2x2 매트릭스’를 만들면 리세션 상황에 따른 몇 가지 보상 대응방안을 떠올릴 수 있다. 비즈니스 성장 기회와 인재 잠재력이 모두 높은 시나리오에서는 성과 동기부여를 보다 공격적으로 펼치는 보상전략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반대로 비즈니스 전망이 암울하고 현재의 인재 잠재력도 우수하지 않을 때는 전형적인 대응방식인 인건비 절감을 시도해 볼 만하다. 또 다른 시나리오에서는 비즈니스 확장 가능성에 대비해 외부인재를 적극 영업하는 보상방식에 초점을 두거나, 현재의 우수인재를 지키며 경기회복을 기대하는 리텐션(Retention) 보상 전략이 보다 현명해 보인다. 
이러한 시나리오 기반 접근은 리세션이라는 불확실성에 맞춰 보상운영을 유연하게 대응하는 한편, 특정 조직 또는 일부 인재군에 맞춰 보상 맞춤화를 펼치는 데도 유용하다.

효율화가 아닌 최적화, TRO(Total Reward Optimization)
리세션 시기에는 인건비 효율화를 불가피한 조치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자칫 구성원의 사기가 떨어질 수 있지만 어려운 재무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하는 조치라 생각한다. 하지만 리세션 이전에도, 리세션 시기에도 그리고 리세션 이후에도 조직의 핵심 경쟁력이 인재라는 점은 변함없는 진실이다. 이들의 몰입을 담보로 행하는 인건비 효율화가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구성원의 몰입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인건비를 효율화하는 방안을 모색할 때다. 
총보상 최적화(TRO, Total Reward Optimization)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등장한 접근법으로, 인건비 대비 구성원 개개인이 느끼는 가치(Perceived Value)를 최적화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최근 많은 곳에서 MZ세대를 관통하는 주요 특성으로 ‘개인화’를 꼽는다. 성장기 때부터 스마트폰으로 연결된 세상을 살며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취향에 맞는 제품과 서비스를 향유하는 세대다. 이들에게 ‘나’와 ‘나의 취향’은 삶의 중심에 있다. 개인화된 세대는 천편일률적인 보상방식에 거부감을 느낀다. 자신들의 가치관, 취향, 라이프스타일 등에 따라 보상에 느끼는 동기부여 요소와 고충점이 제각각이다.
구성원에게 제공하는 보상 패키지를 떠올려 보자. 보상패키지는 기본급과 성과급뿐만 아니라 여러 비금전적 항목을 조합해 다양한 구성이 가능하다. 또한 각 보상 패키지에 구성원 개개인이 느끼는 가치는 천차만별이다.
이에 TRO는 다양한 총보상 패키지에 대한 구성원의 선호와 비용을 함께 비교분석한다. 이를 통해 구성원에게 최대 만족을 제공하면서도 인건비를 최적화하는 ‘스윗 스팟(Sweet Spot)’을 찾는 걸 목표로 한다. 
TRO는 우선 구성원이 선호할 만한 몇 개의 가설적 총보상 패키지를 구성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다음으로 각 보상 패키지에 대한 구성원의 인식과 비용 증감 정도를 분석한다. 이를 통해 현재 대비 만족도는 높이면서도 비용은 낮출 수 있는 최적 지점을 찾는다. 비용 대비 효과성이 가장 뛰어난 총보상을 재구성하는 방식이다.
TRO의 가장 큰 이점은 다양한 총보상 항목에 대한 구성원 선호를 감이 아닌 객관적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기본연봉과 성과급 등 금전 보상에 집중된 관심을 복리후생, 근무조건, 업무환경, 경력개발 등의 다양한 비금전적 영역으로 확대하는데 효과적이다. 더불어 직급, 연차, 역할, 직무 등 회사가 세운 기준이 아닌 구성원 니즈에 따른 보상 패키지를 제공할 수 있어 긍정적 직원 경험을 만드는 데 유리하다. 

전례가 없던 새로운 리세션 시대다. 인건비 효율화식의 획일적 대응이 과거만큼 효과를 거둘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제 고정관점을 벗어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비즈니스 불확실성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보상방식, 유연성과 선택의 폭을 넓히는 보상방식, 현재의 인건비로 구성원 만족도를 보다 높이는 보상방식 등을 고민하는 지금, 컨틴전시 보 상 플래닝과 총보상 최적화 전략을 적극 고려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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