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 전쟁은 이미 오래전에 시작됐다

인당 생산성 이슈는 아직까지도 고정관념처럼 오롯이 사업 부서만의 책임이자 관심사로 치부되는 경향이 있다. 이제 HR도 이를 좀 더 전략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때가 됐다. 무엇보다도 생산성 향상과 그 지속성은 최고 경영자들의 최우선순위 의제(Agenda)다.

아마도 단시간에 이를 효율적으로 이룰 수 있는 방법은 즉각 현장 투입이 가능한 우수인재를 확보하는 것이다. 그러나 인재 전쟁 승리가 자동적으로 생산성 향상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인재 전쟁은 ‘확보’ 자체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현실적 장벽도 있기 때문이다. 

인재 전쟁은 제로섬 게임과도 같아 한쪽이 얻으면 한쪽은 잃게 된다. 매번 이길 수도 없다. 설령 승리해도 인재의 역량이 계속 극대화될 수 있게 훈련과 관리가 수반되지 않는다면, 상황이 악화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생산성 유지와 향상 여부는 더욱 중요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HR의 세 가지 전략적 포인트

인당 생산성 향상 이슈를 새로운 HR 비즈니스 환경 속에서 세 가지 전략적인 포인트로 짚어보자.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우리 개개인은 언제 최고의 성과를 내게 될까? 여기에 답을 할 수 있다면 인당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접근 방법을 찾을 수 있게 된다. 

필자의 경우 다국적기업, 소비재나 유통회사, 매크로 매니지먼트의 외국인 보스, 프로젝트 중심의 판을 짜야 하는 조직, 임직원들과 현장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하는 환경이 좋은 성과에 크게 영향을 주고 있다. 이를 잘 알고 커리어를 선택했고 고용주도 이런 특성을 잘 짚어냈다.

그럼 기업들은 그들 조직의 특성을 잘 짚어내고 그에 맞게 강점을 계속 극대화시키며, 동일한 DNA를 갖춘 인재를 잘 선발해내고 있을까? 여기서 인당 생산성 향상을 위한 첫 번째 전략적 포인트를 도출할 수 있다. 

첫째, 테크노 HR을 활용한 전체 조직의 SWOT 분석으로 조직 프로파일을 만들어보자. 마음만 먹으면 매우 용이하게 할 수 있다. 대다수 대기업과 다국적기업에서는 소위 HR 테크를 활용한 인사관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도 얼마든지 상용화된 패키지 상품을 활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방대한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재해석해 조직의 구성원들은 어떤 스펙과 어느 정도 연차가 됐을 때 최고조의 역량을 발휘하며, 어떤 역량을 보완해야할 지 파악, 인사관리에 응용할 수만 있다면 개인별 생산성 향상은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

필자는 실제 몇 해 전 이 작업을 글로벌 본사의 마케팅 CRM팀의 통계 전문가들 도움을 받아 시도해본 적이 있다.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시행착오가 있었다. 그럼에도 의미 있는 프로젝트라고 인정을 받았다.

지금은 훨씬 더 정교하게 운용되는 빅데이터를 가공할 수 있는 도구와 기법이 있고, AI까지 등장했으니, 이런 의미 있는 작업은 훨씬 더 쉬울 것이다. 1차적으로 이런 과정을 통해서 도출된 정보는 최적의 적합도를 갖춘 인력을 선발하거나, 구성원들의 역량을 좀 더 효과적으로 개발하는데 활용돼야 한다. 여기저기 산적한 데이터가 유의미한 정보로 변하고, 결국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지혜로 연결돼야 한다.

둘째, 인재육성본부(Learning&Development Unit)의 역할과 포커스가 전환돼야 한다. 인재육성을 담당하는 부서의 역할은 정말 중요해졌다. 인재 전쟁 속에서 시장의 기대수준, 조직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준비된 양질의 인재 풀은 늘 부족할 수밖에 없다. 현재 인재들의 역량을 문자 그대로 비즈니스 실전에 써먹는 것을 가능케 하는 강화된 프로그램이 준비가 돼야 한다. 

기업의 미래 비즈니스와 먹을거리에 필요한 역량으로 무장시키는 프로그램이나 시스템 역시 개발돼야 한다. 지금까지 인재육성 부서의 모습을 보면 왠지 수명(受命)적이고 대응적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느낌, 소프트웨어적인 면에 있어서도 너무 독립적으로 분리돼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이제는 생산성 향상을 선두에서 책임지는 팀으로 탈바꿈해야 할 절호의 순간이다. 인사전략이나 채용 부문 및 비즈니스 현장과의 협업 체계가 강화돼야 한다. 프로그램의 ROI, 프로그램이나 제도들과 생산성과의 상관관계나 인과관계를 분석해 끊임없이 업그레이드된 프로그램을 만들고 제안해야만 한다.

셋째, 시장 중심의 개방형 노동시장에 성을 쌓지 말고 ‘길’을 만들어줘야 한다. 이제 우리는 개방형 노동시장 구조와 환경에 걸맞은 기업문화로 변신해야 한다. 구성원 개개인의 커리어를 자유경쟁 체제 자본주의 시장의 논리로 바라보고 그들의 커리어를, 다시 말해 개인적인 성장을 열린 마음으로 지지해주고 판을 깔아주는 문화가 돼야 한다.

필자는 다국적기업 재직 시 시장에서의 개인 커리어 브랜드와 향후 계획에 대해 이따금씩 경영진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한 경험이 있다. 어쩌면 개인은 물론 기업의 생존과도 관련된 일이다.

이러한 변화의 궁극적 지향점은 길을 만드는 것이다. 조직이 현재에 머물지 않고 더 탄탄하게 성장할 수 있는 길을 뜻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인재를 잃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동시에 더 좋은 인재들이 이 회사로 들어올 수 있는 길 역시 열려 있기에 기업이 인재들의 등용문으로 포지셔닝하는 더 큰 기회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당연히 제도와 문화 그리고 리더십의 변화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구성원의 커리어와 향후 진로까지도 같이 토론하고 고민하는 조직에서 인당 생산성이 정체되는 상황은 쉽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전략적 포인트와 함께 선행돼야 할 것들

HR의 세 가지 전략적 포인트에는 전제, 병행돼야 할 것들이 있다. 생산성 향상이라는 문제는 어느 한 축에 의해서만 결코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당연히 회사 전체의 비즈니스 모델 자체와 그 운영체계가 현재 정교하게 돌아가고 있는지 냉정하게 점검해 봐야 한다. 

세 가지 전략적인 포인트가 있어도, 일하는 방식의 거버넌스와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프로토콜에 대한 명확한 합의와 실천이 없으면 앞의 제안은 그냥 듣기 좋은 메아리로 끝날 수도 있을 것이다. 일하는 방법론에 대한 투명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막혀 버렸다면, 이는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작업에 커다란 장애물이 놓여 있는 셈이다.

많은 리더가 인당 생산성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절대 명제에 매달리지만 이에 대한 정의와 경과 추적,  결과 측정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구성원들과 동의와 공감이 절대 부족한 현실이다. 

예를 들면, 당연히 회사의 매출액 측정은 기본이고 여기에 전사 인당 생산성 수치도 공유를 계속 해줘야 하며, 전체 조직과 개인 목표의 달성 여부, 순이익 측정과 달성 여부, 프로젝트나 과업이 마무리된 수치, 내부에서 생산성 향상이 됐다고 수용할 수 있는 과업의 수준(Quality)이 어느 정도인지, 투입된 시간과 인력 등에 가이드라인이 명확히 설정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 모든 것에 대한 유기적인 연결과 시너지 효과가 있을 때 지속적인 생산성 향상의 미션은 완수될 것이다. 


글 _ 한준기 솔브릿지 국제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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