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8월 19일 미국 기업 역사에서 매우 중요하게 기록될 성명이 발표되었다. 이날 미국 200대 대기업 최고경영자들의 모임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Business Roundtable)’은 “Statement on the Purpose of a Corporation”을 통해서 기업의 목적을 새롭게 규정했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애플의 팀쿡, JP모건 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브라이언 모이니핸, 제너럴모터스의 메리 바라, 보잉의 데니스 뮐렌버그 등 총 181명의 기업 CEO들이 서명한 성명의 핵심은 간단했다. 기업이 봉사해야 하는 대상을 과거 ‘주주(shareholder)’로부터 ‘경제 이해당사자(stakeholder)’로 확대한 것이다. 여기서 경제 이해당사자들이란 주주를 포함해 직원, 소비자, 납품업체, 커뮤니티 등 사실상 사회구성원 모두를 의미한다.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발표 이후 미국 주요 언론은 이번 성명이 오랫동안 미국 경제를 지배해온 자유주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의 사상(“기업의 유일한 사회적 책임은 이윤을 증진시키는 것”)에서 기업 철학의 혁명적 전환이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이후 ‘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의미하는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는 미국 경영의 가장 뜨거운 주제가 되고 있다. 그리고 선진 기업들은 HR, 특히 기업 문화의 전환을 통해 ESG를 구현하고자 노력한다. 지난해 직장 평가 웹사이트인 글래스도어(Glassdoor)는 “Job & Hiring Trends for 2020”이란 보고서를 통해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의 성명으로 앞으로 10년은 기업문화와 기업가치가 경영의 우선순위로 부각될 것”이라고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 하겠다. ESG, CSR 그리고 DEI 지금은 ESG에 대한 인식과 적용이 넓어졌지만 지난 몇십년 동안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다양한 윤리적 활동은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로 표현되었다. 현재 기업의 ESG는 CSR에 그 뿌리를 두고 발전했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CSR은 기업의 책임을 강조하기 때문에 정성적이고 선언적인 모습을 지닌다. 반면 ESG는 환경, 사회, 지배구조 측면에서 기업의 지속가능성 노력을 보다 정량적인 모습으로 구현하는 데 초점을 둔다. 가령 자동차 업체가 “We’re committed to carbon neutrality (우리는 탄소 중립성에 헌신한다)”라는 선언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은 전형적인 CSR의 모습이다. 이에 반해 한 제지 업체 내세운 “5년 내 리싸이클 원료의 30% 증가 및 10년 내 백만 그루 나무 심기”는 좀 더 ESG에 가까운 모습이다.  최근 HR 분야에서 DEI(Diversity, Equity and Inclusion)가 강조되는 현상도 기업들이 ESG 점수를 높이기 위한 노력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실제 많은 글로벌 기업이 HR 분야에서 DEI 기능을 정립하고 관련 전문가를 영입하려고 노력 중이다. 특히 미국은 작년 5월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발생한 40대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이후 인종차별 이슈로 큰 홍역을 치렀다. 이에 미국인사관리협회인 SHRM은 전국적인 인종차별 시위 이후 기업의 DEI 관련 채용이 크게 증가했다고 보고했는데, SHRM은 회사 평가 및 채용 정보 사이트인 글래스도어의 자료를 통해 작년 6월부터 8월까지 DEI 관련 신규 잡이 55%가 늘었다고 분석했다. 실제 미국 내 각종 채용 사이트를 보면 ‘Chief Diversity Officer’나 ‘DEI program manager’ 등의 잡 타이틀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ESG에서 HR 역할

최근 미국의 대형 로펌 가운데 하나인 스콰이어 패튼 보그스(Squire Patton Boggs)는 ‘ESG and the Role of HR’이란 보고서를 통해 기업이 ESG 점수를 높이기 위한 HR의 역할을 정리했다(그림 1 참조). 보고서에 따르면 HR 영역은 ESG에서 특히 Social(사회)와 Governance(지배구조)와 관련이 높다. 노사 관계, 직원 안전, 직장 내 성평등, 임금 격차(pay gap), 구성원 경험(employee experience), 스킬 향상 프로그램(upskilling program) 등이 모두 ‘S(사회)’ 영역에서 ESG와 관련된 영역이다. ‘G(지배구조)’는 어떻게 회사가 운영되고 통제되는지를 보는데 이사회의 다양성(board diversity)이나 임원 보상(executive compensation) 등이 HR과 연관된 분야이다. 

ESG 지표 구성에서 HR의 성과가 바로 반영되지만 글로벌 기업 HR은 기업 내 ESG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또 한 가지 중요한 작업을 담당한다. 바로 ESG 실행과 목표 달성에 가장 중요한 책임을 지는 임원 인센티브와 ESG 지표가 연계되도록 설계하는 것이다. World Economic Forum이 글로벌 HR 컨설팅 기업인 Willis Towers Watson의 조사를 인용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S&P 500 기업 가운데 51%가 ESG 지표를 활용해 임원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같은 조사에서 미국과 유럽 기업이 임원 인센티브에 가장 많이 쓰이는 ESG 지표 1위는 ‘People and HR’로 나타났다(그림 2 참조). ‘구성원 건강과 안전(Employee Health and Safety)’이 3위, ‘포용성과 다양성(Inclusion and Diversity)’이 5위를 차지해 HR과 관련된 ESG 분야가 현재 글로벌 기업 임원 보상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ESG 1위 기업 엔비디아(Nvi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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