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경영에서 자유로운 조직은 없다

만나는 사람마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얘기다. 이정재가 어떻게 연기했고, 황동혁 감독은 이 작품을 2008년부터 구상을 했다는 등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내용뿐만 아니라 그 속 이야기까지도 모두 ‘기삿거리, 얘깃거리’가 되고 있다. 이제는 전세계 사람들이 오징어 게임을 본 사람과 보지 않은 사람으로 구분될 정도다. ESG(Environment, Social responsibility and Governance)도 그렇다. 지난해부터 여기저기서 ESG 소리가 들려왔다. 리스닝(Listening)이 아니라 히어링(hearing)이었다. 마음 한편에 그동안 유행을 타고 나타났다 사라진 6시그마 등의 수많은 경영혁신 운동 같이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생각을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아니, 갈수록 ESG 단어가 더 많이 들린다. 신문이나 방송은 “어떤 회사가 ESG를 잘하고 있더라” “ESG를 잘하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 등 마치 보도 경쟁이라도 하듯 연일 관련 소식이 빠지지 않는다. 국내든 국외든 온라인에서건 오프라인에서건 회사 내든 회사 밖이든 간에 ESG에 관한 관심은 뜨겁다. 구글링을 해 보면 단박에 알 수 있다. 검색 결과가 약 105,000,000개에 달한다. 불과 석 달 전보다 자료가 400만개가 늘었다. 이러한 분위기에 더 이상 회사도 ESG를 모르는 체하고 지나갈 수가 없게 됐다. 남들이 다 하는 ESG 경영을 하지 않으면 도태될 것 같아서다. 마찬가지로 ‘ESG’를 모르는 체하고 회사 다니는 직원도 없다. 아무리 못 본 척해도 두더지 게임처럼 여기저기서 떠들어 대기 때문이다. 추측건대 유행에 민감한 우리네 회사들은 모두 형식적이라도 ESG 경영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실질적으로 ESG 경영을 하는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로 기업의 평가가 명확히 구분될 것이다.

'기업’을 보는 눈이 변했다(from shareholders to stakeholders)  기업의 궁극적 목표는 지속 성장(Sustainable growth)이다. 지금까지는 기업이 제품과 서비스를 팔아 이익을 내고 그 이익배당을 주주들에게 주면 임무 끝이었다. 제품에 어떤 원자재가 투입되고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고 그 제품이나 원자재가 만들어지는 과정이나 운반되는 과정에서 불법이나 불공정이 존재하는지 안 하는지 등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단하는 기준이 가성비였기 때문이다.  이제는 달라졌다. 매크로 하게는 제품을 만드는 데 소요된 에너지 때문에 지구가 뜨거워져 각종 비경제적 손실이 속출하고 COVID19와 같은 팬데믹 상황을 연출하여 지구가 인간이 도저히 살 수 없는 삶의 터전이 돼가는 것을 확인했고, 마이크로 하게는 원자재, 상품 등을 생산해서 소비자까지 가는 과정에 있어 노동력을 제공한 자들에 대한 ‘인간의 비인격화’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가성비를 따지니 공장에서 폐수나 오염된 가스를 불법으로 방출하고 그 방출된 폐수나 가스가 지역사회의 물과 땅과 공기를 오염시켜 결국은 지역주민, 즉 소비자가 피해를 받는 구조가 반복되는 것을 확인했다. 아무리 돈 많은 부자들도 자본가들도 나라도 지구가 열 받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까지 자유롭지는 않다. 중국에서 몰려오는 미세먼지에서 자유로운 부자가 있을까? COVID19에서 자유로운 부자와 나라가 있을까? 자본가(주주)만 주인공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야 깨닫기 시작했다. 기업을 둘러쌓고 있는 모든 주체가 조연이 아니라 주인공이라는 것이 이해관계자(stakeholders) 자본주의이다. 이제는 기업의 주인이 주주만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관계자 모두 만족해야 한다. 모두 만족해야 지속 가능 기업이 가능하다.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 한독 한독은 가치지향적인 기업임이 틀림없다. 한독이 지난 67년 동안 뚜벅뚜벅 걸어오며 추구해왔던 가치들을 뒤돌아보니 그것이 곧 ESG가 추구하는 가치였다. 올 1월에 매일경제와 지속성장발전소가 발표한 ESG 자료에 따르면 800개의 상장기업 중 전체 1위가 한독이다. 이 발표가 주는 의미는 실로 크다. 1990년도 이후부터 총 30년간의 기업 관련 뉴스와 140개가 넘는 평가지표에 따른 big data를 기초하여 AI가 선정했기 때문이다. 또한 평가의 대상도 ESG performance 뿐만 아니라 risk management까지 커버한 ESG incident를 포함했다는 데 무게감이 더 있다.  한독은 올해 67돌(1954년 설립)을 맞았고 필자는 37년째 이 회사에 다니고 있다. 이 회사는 역사에 비해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강한 회사다. 외부 시각도 다르지 않다. 동종업계에서는 ‘근무하고픈’ 회사 중 하나다. ESG라는 관점에서 무엇이 이 회사를 지탱(지속 성장)해 왔는지 한독 역사를 되짚어본다. 한독은 S(social responsibility)에서 시작했다 제품의 질(quality)이 최우선 전쟁 후 세계 최빈국이었던 1950~1960년대의 한국은 질병이 창궐하고 약이 턱없이 부족한 시절이었다. 질(quality)이 좋지 않은 약품조차도 부족한 시기였다. 한독은 사훈 자체가 “우수의약품 생산으로 사회에 봉사한다”이다. ‘우수한 품질’을 위해 원료(독일 훽스트산)를 고집했고 생산과정도 세계 최고의 독일 훽스트의 기술 지도를 받았고, 품질관리(Quality control)에서는 ‘not negotiable’ 정신을 지금도 지키고 있다. 한독 하면 바로 ‘우수의약품’이 떠오르는 이유이다. 지금도 공장시설과 원료는 국내 최고를 유지하고 있다.  지역사회와 한독은 언제나 상생 중  한독은 이윤 창출을 넘어 사회와 함께 상생,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내 최초의 전문박물관(1964년)인 한독의약박물관을 설립해 귀중한 의약 관련 역사 유산 약 3만여 점을 보관, 전시하여 일반인과 의약학 관련자들의 요람이 되었고, 또 1960년대부터 이어온 의약학 대학생 장학금 지급 및 무의촌 의료봉사 등을 현재도 한독제석제단(2006년도 설립)을 통해 확장하여 이어오고 있다. ‘기억다방, 당당발걸음, 인간문화재 지킴이 캠페인’ 등 업의 특성을 살려 건강 관련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앞장서고 있는데, 실제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정부 기관으로부터 줄곧 다양한 표창을 받고 있다. (2019년 기억다방 캠페인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 2020년 인간문화재 지킴이 캠페인 ‘문화유산보호 유공자 대통령 표창’) 이 외에도 전직원으로 구성된 ‘한독나눔봉사단’을 통해 외래식물제거 활동, 깨끗한 내 고장 봉사활동 등을 펼치며 지역사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독은 독특한 눈을 가졌다. 여기서 독특한 눈이란 어떤 제품이 잘 팔릴 때 그 이면에서 소외된 이들을 살피고 챙기는 눈을 말한다. 실제 소화제 훼스탈이 잘 팔릴 때 끼니를 걱정하는 ‘소년소녀가장’을 도왔고, 치매 관련 건강식품이 잘 팔릴 때는 치매환자들을 돕는 ‘기억다방’을 대폭 확대해 운영한 바 있다. 마찬가지로 ‘당당발걸음’이라는 캠페인 역시 단순 당뇨병 약을 판매하는 제약사로 머무는 것이 아닌 발가락이 괴사되는 환자들을 위한 프로젝트이다. 내부 고객 만족을 위해 최선 남보다 한발 앞서 도입, 운영해온 다양한 가족친화 제도도 크게 보면 ESG의 일환이다. 한독은 일찍부터 임직원의 일과 생활의 균형을 위해 필요한 제도를 갖추고 임직원들이 거리낌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환경 조성에 힘쓰고 있는데, 실제 2011년부터 올해까지 계속해서 가족친화 우수기업 인증(여성가족부)을 받고 있다. 수상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회사에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의 인식이 중요하고 우리 회사에 입사하고 싶은 지원자들의 인식도 중요한데, 많은 기관이 조사하는 ‘일하고 싶은 기업’에 한독은 늘 이름이 올라 있다. 특히 동종업계에서는 여성이 일하기 좋은 회사로 널리 정평이 나 있다.  한독은 예로부터 E(Environment)를 생각했다 한독에서의 친환경 경영이란 단순 생산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구매, 생산, 마케팅, 영업 등 비즈니스 전반에 친환경 경영을 정착시키는 것을 말하는데, 이는 한독이 1964년부터 2012년까지 외국합작기업(joint venture)으로 우리나라 법에 위반되지 않더라도 글로벌파트너사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따라야 했기 때문인 것도 주된 이유 중 하나다.  구체적으로 ▲1990년대 초에 HSE(Health, Safety, Environment 보건안전환경) 정책을 제정 ▲자체적인 HSE 통합 시스템 구축 ▲2000년 국내 제약업계 최초로 녹색기업으로 지정 ▲최근 5년간 환경오염배출 감소를 위해 약 22억원 투자 ▲건설중인 마곡R&D센터에 친환경 에너지 적용 ▲폐기물 발생 감소를 위한 친환경 포장 적용 확대로 2012년 아웃서트(Outsert) 포장 도입 ▲2021년 케토톱 카톤박스 제거 ▲네이처셋 재활용 가능한 상자 적용 등 친환경정책을 사업 전반에 걸쳐 확대해 나가고 있다. 한독 하면 G(Governance), 윤리 경영을 빼놓을 수 없다 네이버, 구글 등 검색 포털에 “한독”이라 검색하면 ‘윤리’라는 단어가 가장 많이 등장할 정도로 한독은 지난 수십 년간 이 가치를 조직에 내재화(embedded) 시키는 데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윤리경영은 지속가능경영의 기본 중 기본으로, 한독에서의 윤리경영은 지속적인 교육과 제도화를 통해 단순 제도를 넘어 회사의 핵심가치와 기업문화로 내재화되었다.  - 1976년 상장을 통해 기업 투명성을 제고 - 1997년 당시 개념조차 생소했던 전사적관리시스템(ERP) 도입 - 2000년 감사위원회를 자발적으로 설치, 내부회계관리제도 도입 - 2007년 윤리헌장 제정 및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 도입 - 2014년 CEO 산하 컴플라이언스 전담 조직 구축 - 2016년 이사회산하 인사평가위원회 설치운용  - 2019년 부패방지경영시스템 국제표준 ‘ISO 37001’ 획득 이러한 노력으로 여러 결과물이 따라왔는데, 2010년에 경제5단체 주관 ‘투명경영대상-우수상’ 수상했고, 2019년에는 한국경영학회 주관 최우수경영대상 ‘윤리경영’ 부문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ESG가 곧 경영이다 한독의 SG(sustainable growth)를 위한 ESG 경영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와 연결하여 진행하고(Value Driven),  ▲ ESG는 ‘개인전’이 아닌 ‘단체전’이므로 모든 직원참여(꼭 참여)+가족참여(참여권장)하고 있고( Willing Participation )  ▲ 한독의 ESG 경영은 법을 넘은 규준에 도전하며( Beyond Law )  ▲ 진정성을 추구한다. 그렇지 않으면 showing에 불과하다(Pursuit Authenticity)  ▲ 그리고 한독은 동형화(Isomophysm)를 우려하고 디커플링(Decoupling)을 경계한다.  ESG 경영을 모범적으로 실시하는 것처럼 매스컴에 오르내리는데 실상 들여다보면 속 빈 강정들이 많다. 제도마련과 운영의 큰 갭(decoupling)을 경계하는 것이 ESG 경영의 출발점이고 도약점이다. 그 가운데는 ‘진정성’이 존재한다. 진정한 ESG 경영이 이해관계자들의 만족을 가져오고 지속성장기업의 디딤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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