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우 크래프톤 Talent Acquisition Team Leader

『유능한 관리자(First, Break All the Rules)』라는 책이 있다. 전세계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 매니저 4,000명을 대상으로 탁월한 성과를 거둔 비결을 조사한 결과를 정리한 책으로,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들은 어떻게 해서 남들과 다른 성과를 내었을까? 비전을 제시했을까? 동기부여를 했을까? 결과는 의외로 싱겁다. 이들은 하나같이 채용에 가장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했다. 어떻게 하면 좋은 사람을 뽑을까 연구하고 뽑은 후에는 그들이 조직을 떠나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  한국을 넘어 글로벌 게임 ‘제작의 명가’로 위상을 높이고 있는 크래프톤의 성공 이면에도 이 같은 ‘인재경영’이 자리한다. 김성우 크래프톤 Talent Acquisition Team Leader는 “적임자를 선발하는 것이 경영의 최우선”이라며 “직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기 위해 계속해서 필요한 부분을 살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적임자를 뽑기 위해 검증작업에 집중하는 크래프톤을 찾았다.

크래프톤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 달라. 주지하다시피 게임회사이자 IT 회사다. 게임이 미래의 가장 강력한 미디어가 될 것이란 믿음이 있기에 궁극적으로는 게임을 넘어서서 미디어그룹으로의 성장을 그리고 있다. 또한 명실공히 국내 유일의 글로벌 게임회사라 할 수 있는데, 물론 동남아 등 일부 국가로 진출한 게임회사가 존재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폭넓게 진출한 국내 게임회사는 크래프톤이 유일하다. 참고로 현재 기준 17개국에 해외지사가 있다. 올해 채용 부문에서 주안을 두는 부분을 말해달라. 늘 그렇듯 올해 역시 직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인재를 채용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비즈니스 방향에 맞는, 현업에 바로 투입 가능한, 크래프톤의 눈높이에 맞는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올해 채용 부문의 방향성으로, 상투적인 표현일 수 있겠지만 채용에 있어 가장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과제라 생각한다.  특히 올해는 적임자를 선발하기 위해 검증절차를 보다 엄격하게 가져갈 방침으로, 과거에는 TO를 정해 놓고 여러 지원자 중 우수한 사람을 뽑았다면 올해부터는 절대적인 기준을 만들고 이 기준을 통과한 인재를 가능한 한 많이 채용하고자 하고 있다. 이를테면, 채용 기준선을 넘는 지원자가 딱 한 명이라면 올해 채용인원은 한 명이 될 것이고, 천 명의 지원자가 넘는다면 천명을 채용할 것이다. 또한 올해는 전략적으로 채용전제형 인턴십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일례로 지난해부터 게임 제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PD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 중으로, 3개월간의 과정을 거친 후 채용 기준선을 넘는 교육생에게 정규직 채용을 보장하고 있다.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 신입보다는 즉시 활용이 가능한 경력직 채용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채용에 있어 특별히 경력직 채용을 우선하지는 않는다. 다만, 지난해에는 펍지(PUBG)를 인수합병하며 크래프톤을 알리기 위해 채용 브랜딩 차원에서 신입 공채를 대대적으로 진행했지만, 사실 크래프톤은 신입·경력직을 따로 구분하지 않는 철저한 직무중심 채용이다. 직무를 잘 수행할 수 있으면 신입이든 경력직이든 상관없다. 지난해 조직이 나아가야 할 비전을 새롭게 제시하며 본격적으로 인재경영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난해 2월 ‘제작의 명가’라는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방향성을 새로이 정립한 바 있다. ‘핵심역량을 강화하고 내실을 갖추자’는 것으로, ‘효율보다는 효과, 성장보다는 가치가 중심이 되는’ 조직으로 변화를 제시했다.  가장 중심이 되는 변화로 ‘프로젝트 중심’이던 조직 운영 방식이 ‘인재 중심’으로 무게 이동한 것인데 퍼블리셔(크래프톤)와 독립스튜디오의 역량과 체계를 강화해 나가기 위해, 인재가 경쟁력의 원동력이 되어야 한다는 취지이다. 이를 위해 기존 구성원들과 새롭게 영입되는 인재에게 전폭적인 투자를 진행한 것으로, 개발직군(엔지니어)과 비개발직군의 연봉을 각각 일괄적으로 2천만 원, 1천500만 원 인상했다. 신입 대졸 초임의 경우 연봉을 6천만원으로 책정하여 게임업계 최상위 수준의 기본급 체계를 마련했다.  수많은 도전을 지속적으로 장려하는 환경 조성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는데, ‘챌린저스실’을 신설하고, 공식프로젝트에 배정되지 않은 인재들이 스스로 프로젝트나 팀을 구성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명작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 끊임없는 도전이 필요하고, 다양한 인재들이 도전의 과정에 뛰어들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크래프톤의 인재상을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면. 크래프톤의 핵심가치가 곧 인재상이라 할 수 있다. ‘독보적인 정체성을 지속적으로 추구하는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문제해결을 위해 과감히 시도하는가’, ‘공동의 목표를 위해 팀에 잘 기여하는가’가 크래프톤의 핵심가치로, 이에 부합하는 인재가 결국 인재상으로 요약하면 ‘해당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인재’이다.  신입의 경우 직무 역량을 확인할 수 있는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블라인드 채용에 한계가 있고, 경력직의 경우 면접 등 검증작업을 여러 번 하기가 부담스러워 지원자가 얼마나 좋은 회사에 다녔는지, 어떤 프로젝트를 했고, 어떤 결과를 냈는지 정도의 표면적인 부분을 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곱씹어보면 ‘해당 직무를 할 수 있는가, 없는가’를 제대로 검증하는 것이 관건이다. 크래프톤은 신입, 경력에 상관없이 직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직무 역량 검증에 더욱 집중할 방침이다. 채용 프로세스와 전형별 중점요소에 대해 말해달라. 크래프톤은 글로벌 기업으로 채용 또한 글로벌 통합 표준 프로세스에 기반해 운영하고 있다. 크게 실무면접과 최종면접으로 나뉘는데, 실무면접에서는 지원자가 해당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고, 최종면접에서는 자사의 핵심가치에 얼마나 부합하는지를 검증한다. 채용 프로세스에 대해 보다 자세히 설명하면 우선 HR팀에서 서류전형을 통해 최소한의 기준에서 합격자를 선별한다. 이후 채용 부서에서 다시 한번 이력서를 검토, 서류전형을 통과한 사람에 한해 전화 인터뷰를 하게 되는데, 전화 인터뷰는 서류전형 통과자 모두를 대상으로 하지는 않고 사전검토가 필요한 일부 지원자에 한해 이뤄진다. 지원자와 면접관의 시간낭비를 줄이기 위함으로, 전화 인터뷰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만 가벼운 티타임 형식으로 우리의 요구 조건에 어느 정도 부합하는 인재인지 체크하는 수준이다.  개발자들의 경우는 서류전형 후 테스트를 보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다른 회사와 차이점이 있다. 여타 IT 기업들의 경우 모든 개발자에게 일반적인 코딩 테스트를 실시, 기준치를 넘으면 합격하는 형식이지만 크래프톤은 직무별 필요한 역량이 다르기에 맞춤형 테스트를 한다. 비개발 직군도 마찬가지로 시험 형식이든, 과제 형식이든 포트폴리오 형식이든 해당 부서에서 요구하는 테스트를 통과해야 실무면접으로 넘어갈 수 있다. 실무면접의 면접관들은 해당 직군의 실무자들로 지원자의 기본적인 자료와 테스트 결과를 참고한다. 실무면접은 한 번에 끝나는 경우도 있고 2차, 3차 면접까지 가는 경우도 있으며, 특히 해당 면접관이 합격 여부를 판단하지 못하면 다른 면접관이 한 번 더 면접을 보기도 한다. 실무면접을 강조하는 이유는 직무를 할 수 있는지를 제대로 검증하기 위함이다. 최종면접에는 해당 직군의 최상위 조직장 즉, CEO를 제외한 임원급 면접관이 얼마나 우리의 조직문화와 맞는지를 중심으로 면접을 본다. 최종면접이 끝나고 바로 합격, 불합격 여부를 결정하는 게 아니라 1차 면접관들의 의견을 수용한 후 최종 면접관들이 함께 지원자들에 대해 리뷰를 하며 최종 합격자를 결정하게 된다. HR팀에서 채용 면접관에게 따로 주문하는 부분이 있나. ‘면접에 참여하는 모든 면접관에게 반드시 지원자에 대한 코멘트를 작성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단순히 합격, 불합격 정도로 작성하는 게 아니라 전체 히스토리를 확인하기 위해 구체적인 코멘트를 작성해야 한다. 이와 함께 면접에 참여하는 지원자들에게 좋은 경험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면접관들에게 지원자를 존중, 배려하는 태도를 유지해 줄 것을 강조하고 있다. 팔짱을 끼거나, 등을 젖히는 행동은 삼갈 것을 강조하고 있고 화상면접 진행 시에는 면접관이 카메라가 아닌 다른 방향을 볼 때도 있기에 사전에 지원자에게 이에 대한 양해를 구하도록 세세히 챙기고 있다.

크래프톤의 온보딩 전략을 말해달라. 여타 회사와 구별되는 온보딩 전략이라 하면 ‘온보딩 키트’를 들 수 있겠다. 말 그대로 입사자 선물이라 할 수 있는데 스트레스 볼, 다이어리 등 다양한 제품들이 포함돼 있다. 크래프톤의 가이드북도 함께 제공되는데 아무리 공통 문서화 작업이 잘 돼 있어도 신규 입사자들은 누군가 가르쳐주지 않는 이상 알아서 정보를 찾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가이드북은 이러한 불편함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복리후생 같은 정보도 바로 찾아볼 수 있다.  직무중심 채용을 실천하는 기업으로서 이제 막 직무중심 채용을 도입하는 기업들에 조언한다면. 직무 중심의 채용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채용하고자 하는 직무의 구체적인 수행 과업 및 세부 업무 내용 그리고 업무 수행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 및 태도 등이 파악되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이 채용 공고문에 명확하게 공시되어야 해당 직무에 적합한 지원자가 응시할 수 있는 전제조건이 된다. 많은 기업이 여전히 팀장급 직원을 채용할 생각으로 채용공고에 ‘경력 10년’, ‘ABCD업무경험’이라고 공고를 내곤 하는데 이렇게 되면 원하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 요구조건의 이상향은 크고 실상은 이상향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조건 하나하나가 명확하게 나와 있어야 원하는 인재를 뽑을 수 있는 것이다.  채용담당자의 인사관리 업무에 대한 전문성도 중요한데, 인사관리 업무를 순환 보직의 하나로 취급하여 인사관리에 대한 기초 지식이나 경험이 미비한 직원이 인사관리 부서에 배치되는 사례가 종종 있다. 다른 직무들과 마찬가지로 채용도 직무를 잘 이해하고 있는 인재가 확보되어 있어야 한다, 특히나 채용은 미래의 자산과 역량을 확보하는 업무로, 그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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