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서진 『그럼에도 당신과 잘 지내고 싶어요』 저자

“나이가 들고 경험이 좀 더 쌓이면 마음도 그만큼 성숙해질 줄 알았다. 어지간한 상처에는 쿨 하게 넘기며 단단해진 나를 만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쿨한 척, 괜찮은 척할 뿐 여전히 누군가 생각 없이 던진 말에 쉬이 잠들지 못하는 날이 많다. 시간이라는, 경험이라는, 자산이 더해졌 건만, 여전히 어른이 되어서도 서툴고, 여전히 여리고 아프다.”
윤서진 작가는 “관계 속에서 어려움을 겪는 우리들의 다양한 감정들, 상대방 때문에 때로는 자기 자신 때문에 마주하게 되는 일상 속 모든 고통과 아픔에 대해 내놓는 처방전이 『그럼에도, 당신과 잘 지내고 싶어요』라고 소개하며 “몸에 상처가 생기면 상처 부위에 약을 바르고 밴드를 붙이는 것처럼 마음에 상처가 생겼을 때도 마음속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내 상태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자신의 마음 속 안부를 묻는 일에 정성을 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서진 작가와의 인터뷰 시간을 공유한다.

간단히 자기소개를 한다면.

국제코칭연맹의 전문 코치(PCC, PROFESSIONAL CERTIFIED COACH)와 미국 갤럽 인증 강점 코치 자격을 취득한 코치 윤서진이다. 심리, 인간관계, 커리어 코칭으로 사람들의 성장을 돕는 일을 하고 있다. 또한 국내 최대 코칭회사 코칭경영원 실장으로, 국내외 주요 기업들의 코칭리더십 프로그램을 개발 및 운영을 총괄하고 있다. ‘코칭’을 주제로 보다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자 인간관계 전문 팟캐스트 ‘관계대명사’ 와 코칭 콘텐츠를 활용한 유튜브 채널 ‘코칭룸’을 운영 중이다.

최근 『그럼에도, 당신과 잘 지내고 싶어요』를 출간했는데, 집필 배경과 함께 책 소개를 해달라.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이다 보면 인간관계가 훨씬 능숙해지고 편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것은 고사하고 이미 맺고 있는 관계조차 버겁기만 했다. 생각해보면 지금껏 살아오며 ‘사이 좋게 지내라’, ‘상대방을 배려하라’ 같은 형식적인 조언만 들었을 뿐 정작 인간관계를 어떻게 형성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을 배웠던 기억이 없다. 좋든 싫든 타인과 함께 부대끼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 현실인 이상, 형식적인 조언이 아닌 실생활에 정말 도움을 줄 수 있는 실용서가 필요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막연하게 했던 것 같다.

결정적으로 책을 출간하게 된 계기는 그간 만나온 코치이, 구독자의 사연이 주효했다. 많은 사람이 인간관계 속, 비슷한 고민들로 괴로워하고 절실히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음을 알게 된 후 ‘누구나 할 수 있는 조언이 아니라, 심리학 전공 경험을 바탕으로 바로 대상에 적용할 수 있는 인간관계 실용서를 만들자’란 의지가 샘솟았다. 이 책에는 관계의 문제를 스스로 진단해볼 수 있는 셀프 체크리스트는 물론, 심리학 이론을 바탕으로 검증된 실용적인 문제 해결의 팁들을 사례와 함께 담았다.

『그럼에도, 당신과 잘 지내고 싶어요』라는 책 제목은 저자의 심리가 반영된 것 같다. 

그렇다. 그간 3,000명이 넘는 사람을 상담, 코칭하면서 오랫동안 고민했던 주제가 있었다. 나를 힘들게 하는 ‘그 사람’ 때문에 속상해하고, 실망하면서도 왜 계속 관계를 고민하는 것인지 생각해보면 그 깊숙한 곳에 숨겨진 근본적인 욕구는 결국 ‘잘 지내고 싶다’가 자리한다. 실제로 크게 관심이 없거나 일회성 만남인 상대에게는 감정의 동요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잘 지내고 싶는데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또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할 때, 우리는 인간 관계 고민을 시작한다.

『그럼에도, 당신과 잘 지내고 싶어요』라는 책이 가장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20대부터 40대 직장인들이 흔히 겪을 수 있는 연인, 가족, 친구, 동료와의 실제 스토리를 담았기에 MZ세대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예를 들어 ‘경조사비’, ‘직장에서 친구 만드는 법’ 처럼 쉽게 답을 찾을 수 없는 문제들을 고민하는 사람들은 책의 사례를 통해 명쾌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기성세대들에게도 필요한 책이라 할 수 있는데 MZ세대들의 고민과 생각을 엿보며 그들과 더 나은 관계를 맺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최근 인간 심리를 주제로 한 프로그램이 부쩍 늘었다. 작금에 대한 대한민국 심리상태를 진단해달라.

코로나19 사태 초반에는 불필요한 만남, 회식 등이 사라져 많은 사람이 인간관계에 대한 해방감과 홀가분함을 즐겼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장기화는 단절된 관계나 제한된 만남에 대한 불안함과 고립감을 증폭시켰다. 특히 가족, 연인처럼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안정감을 느끼지 못하면 심리적으로 더 불안하고 우울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 심리 프로그램에서 소개되는 것을 보고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라며 공감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전문가의 솔루션은 ‘나도 해볼 수 있겠다’라는 희망을 함께 제공하는데 결국 스스로 이해 받고 싶은 인간의 마음이 투영된 것이 아닐까 싶다.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서 발견되는 공통된 특징이 있나. 

불안하거나 우울한 마음을 자주 겪는 사람들이 보이는 대표적 특징은 지나치게 다른 사람을 의식하는 것이다. 이들은 아주 사소한 행동에도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를 끊임없이 의식한다. 또 하나는 자기비하이다. 타인의 언행이 나한테 조금만 부정적이라도 ‘난 이것밖에 안 돼’, ‘난 뭘 해도 안 되는 사람이야’라며 스스로 자책하거나 자신의 실수를 끊임없이 반추하며 자기비난과 비하를 일삼는다. 
결국 자존감이 약한 사람으로 요약할 수 있겠는데, 이러한 부류의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예민한 성격으로 유독 걱정이 많은 사람이 심리적으로 취약할 것 같은데 걱정을 줄이는 방법을 말해달라.

앞서 말했듯 예민하고 걱정이 많으면 내가 잘한 일보다 못했던 일을 먼저 생각하기 마련이다. 이것 또한 일종의 자기비하라 할 수 있는데 이들에게 텍사스 대학의 크리스틴 네프(Kristin Neff) 교수가 제시한 방법을 소개하고 싶다. 
내 실수에 대해 친구가 뭐라고 말할지 생각하며 스스로에게 편지를 쓴다면, 비난보다는 위로와 공감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또한 내가 잘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면 내면의 불안을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평소 심사숙고 하는 성향이라면 남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한 것까지 세심히 볼 수 있는 것이 강점이라 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심리, 인간관계 전문 코치로서 관계 속에서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어떠한 솔루션을 안내하나.

코칭이 상담과 다른 점은 과거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목적이 있기보다 목표하는 바를 위해 ‘지금 여기’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데 집중한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코치로서의 역할은 고객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고객이 느끼는 감정들을 읽는 것이다. 누군가 내가 느끼는 답답함과 외로움을 알아준다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이 있음을 깨닫는다. 
또한 객관적으로 상황을 볼 수 있도록 생각의 전환을 돕는 질문하는 역할도 하는데 가령, “10년 후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어떤 조언을 해 줄 수 있을까요?”, “지금 우리 관계는 무슨 색깔인가요?”와 같은 대화를 통해 스스로 매몰된 감정과 상황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고객은 문제를 해결하는 많은 방법을 깨닫게 된다.

기업체 강의도 활발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교육담당자가 교육을 제안하며 주문하는 내용이 있나.

재택 근무의 장기화로 인한 구성원간 소통 단절, 기성세대와 MZ세대 간의 갈등 관리에 대한 주제가 많다. 특히 MZ세대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한 강점 코칭 교육이 최근 들어 크게 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구성원의 멘탈 및 심리 케어가 중요한 이슈가 되면서 ‘사직서를 내려 놓는 심리 코칭’, ‘유리멘탈을 극복하는 멘탈 코칭’도 기업들 사이에 인기 주제다.

인간관계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무엇인가.

나 자신과의 인간관계가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는 늘 타인의 기분, 생각, 욕구를 파악하는데 집중하느라 정작 나와의 관계에는 소홀한 면이 있다. 타인과의 관계가 어려운 것은 사실 나의 행복을 타인에게 맡겨 놓기 때문인데, 정작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내가 어떤 것을 할 때 편안하고 어떤 사람과 잘 어울리는지 등에 대해서 전혀 몰라 상대에게만 부담을 안겨준다. 나 자신에게 집중한다면 인간관계는 의외로 쉬워질 수 있다.

팟캐스트 ‘관계대명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기억에 남는 사연이 있다면.

최근 진행한 관계 밸런스 게임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는다. 가령, “나의 결혼식에 아무도 안 온다”와 “나의 장례식에 아무도 안 온다”라는 선택지 중에서 반드시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무엇을 선택할지 고르는 게임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재미로 답을 찾지만,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평소 내가 사람과 인간관계에 대해 갖고 있는 가치관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고, 앞으로의 삶에서 더 중요한 것을 깨닫게 된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무엇을 좋아하지? 이러한 고민은 너무 막연하고, 어렵지만 밸런스 게임을 관계나 내 삶의 상황에 적용한다면 스스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쉽게 알 수 있게 된다. 

앞으로의 계획과 지향점에 대해 말해달라.

심리학이 주는 지혜와 코칭이 만드는 변화의 힘을 보다 많은 사람이 경험할 수 있도록, 이를 통해 저마다의 힘듦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하는데 도움이 되는 사람이고 싶다. 심리 코칭이 대중화되는 그날까지 계속해서 내 할 일을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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