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헌 엔픽셀 경영지원실장

‘평생직장’의 개념은 물론 ‘평생직업’이란 말도 빠르게 바뀌는 환경 속에서 그 의미가 희미해졌다고 하지만 여건이 된다면 한 직무에서 오랜 기간 몸담으며 전문성을 쌓고 싶은 게 모든 직장인의 소망일 것이다.  여기 현대카드, NAVER, NCSOFT, 우아한형제들 등 소속사는 바뀌었지만 직함만은 20여년째 인사담당자의 길을 걷는 사람이 있다. 엔픽셀의 인사부문을 총괄하는 박세헌 경영지원실장 이야기다.  박 실장은 “엔픽셀은 게임업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회사다. 달라진 규모에 걸맞게 제도, 프로세스 등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하는 상황으로 올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조직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 마련에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실장을 만나 엔픽셀의 HR 부문을 들여다봤다. 먼저, 엔픽셀에 대해 소개해 달라. 엔픽셀은 넷마블넥서스의 ‘세븐나이츠’ 게임 개발을 함께한 배봉건 대표와 정현호 대표가 2017년 9월에 설립한 게임회사다. 개발에만 3년여 공을 들인 ‘그랑사가’를 지난해 1월 출시했다. 그랑사가는 가장 많은 인력과 자본이 투여되는 MMORPG 장르로, 출시 후 바로 구글 플레이 스토어 매출 3위, 애플 앱 스토어 매출 1위까지 올랐고, 2021년 상반기에는 ‘이달의 우수 게임’에 선정되었으며, 매해 연말에 진행하는 '대한민국 게임 대상'에서도 '우수상'과 ‘기술창작상(시나리오)’을 수상했다. 첫 작품인 그랑사가의 흥행으로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지난해 7월 시리즈B에 1,000억원을 추가투자 받은 바 있으며 현재 누적 투자액은 1,750억원 정도다. 올해는 내부적으로 두 번째, 세 번째 게임 프로젝트를 준비 중에 있으며 이와 별도로 NFT, 블록체인, 게임IP를 활용한 비즈니스도 준비 중이다.  차기작인 ‘크로노 오디세이’는 그랑사가보다 더 스케일이 커진 게임으로 현재 트레일러 영상부터 시작해 시장에 계속 사전공개하고 있다. 내년 출시를 목표로 올해는 CBT(내부 테스트)에 집중하고 있다. 회사명인 ‘엔픽셀’의 의미는 무엇인가. N은 무한을 의미하며, 픽셀은 사전적으로 주소화될 수 있는 화면의 가장 작은 단위를 의미한다. 하나의 픽셀로부터 시작되는 무한한 도전을 의미하는 것으로, 무한한 확장을 통해 게임의 판을 뒤집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올해 경영지원실에서 역점을 두는 부분은. 현재 인력이 530명에 이른다. 그랑사가를 출시한 1년 전과 비교해 인력규모가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급격히 커진 규모에 반해 이를 뒷받침할 프로세스나 제도 등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상황이다.  보통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기업들을 보면 대개가 조직의 양적인 성장 속도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해 성장통을 겪기 마련이다. 엔픽셀 또한 그러한 과정 중으로 현재는 성장통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참고로 1년 전 5명이었던 경영지원실 인력 또한 현재 33명으로 늘었다. 인사, 총무, 재무, 법무 등 여러 조직들이 올해는 내실을 갖추면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요컨대, 지난 시간이 집을 짓기 위해 터를 닦는 시간이었다면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기둥을 올리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개인 이력을 보면 유독 폭발적으로 성장한 기업에서 근무한 경험이 많다.  현대카드, NAVER, NCSOFT, 우아한형제들 등에서 인사담당으로 근무했는데, 아무래도 커리어가 쌓이면서 같이 인맥도 쌓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추천에 추천이 이어져 새로운 조직을 많이 경험하게 된 것 같다. 더욱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기업에서의 경험이 많다 보니 비슷한 니즈가 있는 기업들이 내게 더 손을 내밀지 않나 싶다.  ‘인재전쟁’이라는 말이 다시 회자될 정도로 인재확보전이 치열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의 게임 시장 규모는 약 19조원에 육박하며 이중 일명 ‘3N’으로 불리는 NCSOFT, 넥슨, 넷마블이 40% 이상을 장악하고 있고, 또 그 체제 또한 굉장히 견고하다. 여기에 크래프톤과 카카오게임즈가 가세하며 이제는 빅5 체계가 됐다. 그 외에는 작은 스튜디오 단위의 중소기업들 뿐으로 우리와 같은 중견 규모의 게임회사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만큼 진입하기 어려운 시장이 게임업계인데, 실제 인재를 흡수하는 데도 승자독식이라는 논리가 그대로 적용된다. 3N社가 80%의 인력을 흡수하고 나머지 기업들이 20%의 인력을 가지고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즉, 치열한 인재확보전에 임하기 위해 다른 기업들과 구별되는 전략이 있어야 하는 상황으로, 엔픽셀은 인재를 영입하기 위한 키워드로 ‘성장기회’를 제시하고 있다. 아무래도 우리와 같은 중견기업은 이미 대기업화가 된 3N사와 비교해 성취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열려 있다. 실제로 3N社에서 높은 보상을 포기하고 우리 엔픽셀로 이직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기업에서는 얻을 수 없는 성장기회에 대한 욕구가 크게 한몫했다고 답한다. 지난 1년간 변화가 많았다고 했는데, 주요 활동을 정리한다면. 주지하다시피 지난해 1분기에 게임 업계에서 엄청난 연봉 인상 이슈가 있었다. 엔픽셀 또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일괄적으로 연봉을 1천만원씩 인상했고, 리텐션이 필요한 핵심인력에 대해서는 별도 보상체계를 마련했다. 2분기부터는 본격적으로 조직에 비어 있는 기능들을 채워가는 작업에 착수했다. 그동안 놓쳤던 부분을 찾아내어 정리하며 잘못된 부분은 수정, 보완하는 등의 프로세스를 만드는 작업을 계속했다.  4분기에는 네이버 갑질 사태로 촉발된 게임사 갑질 의혹에 대응하는 작업들로 바쁜 시간을 보냈다. 정리하면, 게임을 개발하는 일에 있어서는 체계가 굉장히 잘 갖춰져 있는데 반해 그 외의 기능들 즉 몇 백 명의 구성원을 보유한 조직으로서 갖춰져 있어야 하는 제도나 체계가 부족해 경영진들과 이 부분을 보완하는 데 집중했다. 현재는 어느 부분에 집중하고 있나. 기업은 보통 창업화 단계, 동아리화 단계, 조직화 단계 순으로 성장한다. 현재 엔픽셀은 동아리 단계에서 조직화 단계로 넘어가는 시점으로, 구성원을 아우르는 기준, 원칙이 채 정립되기 전에 규모가 급격하게 커지다 보니 여기저기서 서서히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조직으로 갖춰야 할 필수적인 제도를 만들고 이를 내재화, 공식화하는 단계로, 시장의 요구에 맞는 제도가 무엇인지, 우리 조직에 적용해도 문제가 없는지를 꼼꼼히 확인하고 있다. 올해 목표를 말한다면. 동종업계 사람들이 오고 싶어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 게임업계에서 NCSOFT는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한 번은 거쳐가야 하는 회사, 라는 이미지가 있다. 이는 업계 1위 회사가 아니었을 때부터 생긴 인식으로, 같은 맥락으로 ‘동종업계 사람들이 여기는 꼭 한 번 경험해봐야지!’라고 생각할 수 있는 엔픽셀만의 아이덴티티가 만들어졌으면 한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잘 갖춰져 있어야 하겠지만 지금 현재는 3N社에서 근무하며 매너리즘에 빠져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은 이들이 처음으로 떠올릴 수 있는 회사, 엔픽셀’이 되는 게 목표다. 이는 단순히 보상을 많이 지급하다고 해서 실현되는 일이 아니다. 회사가 시장에서 어떻게 브랜딩 되어 있느냐가 중요한 것으로 올 한 해 내실을 다지는 동시에 외적으로 엔펙셀의 브랜드를 정립하고 홍보하는 데도 집중할 방침이다. 

20년 넘게 인사 업무를 보는 것으로 알고 있다. 후배들에게 달라진 세상에 맞는 인사담당자의 역할을 이야기한다면. 비즈니스 파트너 역할을 하기 위해서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HR 담당자는 조직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 빠질 수 없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중요한 사안 결정 시에 “HR 쪽에 검토 받았어?”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 공부라 함은 단순 책을 보는 차원이 아니라 해당 비즈니스에 대해 완전히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해당 부서의 노동시장을 알 수 있다. HR 3.0 시대다. 분야별 경계가 허물어지는 만큼 다양한 분야에 대해 이해하려는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 과거와 같은 지원 성격의 행정요원 역할에 머물러 있다면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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